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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영화 ‘트랜센던스’

Movie | 영화 ‘트랜센던스’

이론 과학에 근거한 러브 스토리 … 초월적인 인공지능과 ‘특이점’에 관한 문제 다뤄
조니 뎁은 영화에서 인공지능 컴퓨터에 업로드돼 초월적인 힘을 얻는 천재 과학자 윌로 나온다.



죽음을 맞는 순간 다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내세에서 살 기회를 얻는 것과 과학자가 당신의 뇌를 인터넷에 업로드하도록 하는 것. 후자의 경우 영원히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을 따라 다닐 수도 있고 HBO Go(온라인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공짜로 맘껏 볼 수도 있다.

물론 당신의 디지털 자아는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지각이 있고 육신을 가진 당신과 똑같지는 않다. 컴퓨터 안에서 사는 복제 자아일 뿐이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그건 대체 누구(혹은 무엇)인가? 사람의 뇌를 복사하면 영혼이나 의식도 따라갈까? 그런 가능성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을까?

미국에서 4월 18일 개봉한 영화 ‘트랜센던스’는 이 문제와 ‘특이점’에 관련된 다른 의문들을 다뤘다. 특이점은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나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나노 기술 혹은 이것들의 결합이 어떤 인간보다도 똑똑한 독립체를 창조하게 되는 순간을 뜻한다.

최근 미래학자 레이 커츠와일이 일반에 널리 알린 이 전제는 이전에 영화 ‘터미네이터’의 살인 인공지능 시스템 스카이넷과 ‘매트릭스’의 빨간 약, 파란 약(데카르트의 이원론과 연결된다)으로 실험됐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도 이 전제를 실험한 영화로 꼽힌다.

‘트랜센던스’에서는 조니 뎁이 인공지능 컴퓨터에 업로드돼 초월적인 힘을 얻는 천재 과학자로 나온다. 뎁과 레베카 홀은 신경과학계의 선두를 달리는 과학자 부부 윌과 에블린 캐스터 역을 맡았다. 윌의 육신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자 에블린은 그의 아름다운 정신을 컴퓨터에 업로드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특이점은 인간보다 똑똑한 독립체 창조하는 순간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요즘 ‘미래는 지금’이라고 믿는 사람들(그리고 연예·오락 산업 종사자들)의 집단의식을 장악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을 쭉 한번 훑고 지나간다. 나노 기술 조직재생부터 초단타 주식거래까지. 하지만 이 영화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아니다. 이론과학에 바탕을 둔 러브 스토리다.

대본 작가 잭 패글렌은 “아내를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영화사 간부를 지낸 제작자 애니 마터는 특이점에 관한 글을 읽은 뒤 패글렌을 만나 작품의 아이디어를 놓고 상의했다. 마터는 “우리는 인간과 컴퓨터의 융합이라는 개념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영화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패글렌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은 그의 아내였다.

그는 인공지능 전문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아내를 에블린이라는 캐릭터의 모델이자 자신의 과학 컨설턴트로 이용했다. 대본을 쓰다가 궁금한 게 있을 땐 다른 방에 있는 아내에게 소리쳐 질문을 했다. 마터와 패글렌이 영화의 대략적인 내용을 발표하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촬영감독 월리 피스터가 관심을 보였다. 피스터는 곧 ‘트랜센던스’의 감독을 맡기로 계약했다.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 팬들은 피스터가 만들어낸 기막힌 이미지들을 기억한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로 분한 히스 레저가 경찰차를 타고 도주하면서 마치 행복한 개처럼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장면부터 ‘인셉션’에서 에셔(네덜란드 출신의 미술가)의 판화를 연상케 하는 건물이 서로 포개지는 장면까지. ‘트랜센던스’에서 피스터의 시각적 표현은 새로운 서정성을 띈다. 배우들과의 관계도 놀란에 비해 더 인간적이었다.

‘트랜센던스’는 크로넨버그의 바디 호러(인체의 파괴와 손상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공포영화)부터 마이클 크라이튼의 테크노스릴러까지 1970년대의 학구적인 공상과학 영화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피스터는 패글렌의 대본에 나타난 현대적 주제에 이끌려 이 작품을 맡게 됐다.

피터스는 “인간이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과 의사 소통을 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랜센던스’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완전히 인공적인 것이 아니다. 뎁의 온라인 아바타가 ‘매트릭스’의 사악한 오징어 로봇과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점은 인간의 뇌를 업로드해 인간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피터스는 “여기서는 생물학적인 실제 지능이 복사돼 기계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인공지능을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실제 인간의 지능(아마도 의식까지)을 복제한 것이다.”

실제로는 이런 일이 언제 가능해질까? 기술의 발전을 예측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우리는 의식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아직 확실히 알지 못한다. “특이점은 컴퓨터광들에게는 환희의 순간이다.” 시애틀에 있는 앨런 두뇌과학 연구소의 최고과학책임자 크리스토프 코흐가 말했다. 피스터는 영화 사전 조사 작업 때 의식 부문의 신경과학 선구자로 꼽히는 코흐에게 자문했다. 코흐는 기능주의 이론을 지지한다. 자의식(또는 영혼을 의미하는 다른 어떤 말이라도 상관없다)이 인간 두뇌 속 펌웨어의 또 다른 속성이라는 이론이다.

과학으로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에 복제할 수 있을까? 코흐는 “어떤 시스템을 택해 그 모든 기능적 관계를 다른 매체에 복제할 경우 이론상으로 그 시스템과 연관된 모든 속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간의 두뇌를 복제해 모든 신경세포와 신경전달물질, 신경접합부를 가진 거대한 컴퓨터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진짜 두뇌가 하는 모든 일을 모조 두뇌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 딜레마에 빠질 수도그런데 의식이 있다는 게 뭘 의미할까? 의식은 학습과 고차원의 문제 해결(의외의 새로운 상황에 대처 등)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제한적인 의식을 지닌 개와 달리 인간처럼 의식이 매우 발달된 두뇌를 지닌 경우 그 의식은 두뇌 진화의 중요한 동인이 된다”고 코흐는 말했다. “의식에는 감정이 있지만 미래나 사후세계를 내다보지는 못한다.”

생후 첫 1년 동안 또는 심지어 10대 시절에도 인간은 제한적인 의식을 지닌다. 사람들 앞에서 바지를 벗는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등을 판단하는 전전두엽 피질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정이 소년범들에게 좀 더 관대한 이유 중 하나다. 전전두엽 피질은 육신에 의식을 부여한다. 따라서 두뇌의 이 부분이 얼마나 건강한가는 곧 그 사람이 얼마나 의식이 있는지를 의미한다.

코흐는 명상 중인 불교 승려는 외국의 호텔 방에서 시차와 숙취에 시달리는 사람보다 의식이 더 뚜렷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식을 두뇌활동과 직접 연관시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이야기다. 컴퓨터 안에 완벽하게 지도가 그려진 두뇌가 핵미사일을 달로 곧장 쏘면 어떻게 되는지 보려고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또 사람들 앞에서 바지를 벗는 것과 같은 창피한 일을 가상세계에서 하게 될지도 모른다.

코흐는 “기능주의자들은 컴퓨터가 사랑과 비슷한 감정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두가 이론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은 예쁜꼬마선충(회충의 일종)의 컴퓨터 모델도 아직 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쁜꼬마선충은 신경세포가 302개에 불과하지만 이 하등생물도 어떤 형태의 의식을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고 해도 윤리적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 ‘트랜센던스’에 나오는 소름 끼치는 독백을 보자.

“전에 난 토머스 케이시 밑에서 일했다. 그가 붉은털원숭이를 컴퓨터에 업로드했을 때 나도 기뻤다. 어느 날 밤 그가 사람들을 실험실로 초대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 역사에 관한 연설을 하고는 손님들에게 샴페인을 돌렸다. 원숭이를 업로드한 컴퓨터를 처음 켰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가? 컴퓨터가 비명을 질렀다. 컴퓨터는 자신이 원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숨을 쉬거나 먹이를 먹거나 잠을 자지 않았다.

처음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그건 고통과 두려움, 분노를 의미했다. 그러고 나서 난 마침내 깨달았다. 컴퓨터가 우리에게 제발 멈춰 달라고 간청하고 있다는 것을. 케이시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구가 성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우리가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당신이 죽음을 맞게 될 때를 상상해 보라. 당신은 과학기술이 당신의 두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제 인간의 차례다. 비트와 바이트로 이뤄진 존재로 탈바꿈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감당할 준비가 됐는가? 당신은 가까운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을 계속 볼 생각인가? 그리고 그들이 당신의 재를 뿌린 코스타리카의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며 찍은 사진을 그저 기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

어쩌면 당신의 디지털 자아는 패튼 오스왈트(영화배우)에게 끝없이 리트윗을 하고 가끔씩 딸의 당좌계정에 들어 있는 돈을 저축예금계좌로 옮겨 놓을지도 모른다. 딸이 경제적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살도록 하려고 말이다. 기능주의자들이 말하는 대로 디지털 자아도 여전히 당신일까? 아니면 경계해야 할 매우 위험한 실험일까?



‘디지털 자아’는 여전히 당신일까?이것은 고려할 중요한 존재론적 문제다. “우리는 노래나 영화처럼 그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어요.” 영화에서 에블린이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그리고 영화 속 캐릭터들)가 그 영화나 노래가 업로드된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21세기 중반이면 ‘뇌 지도화(brain-mapping)’가 실현된다는 커츠와일의 예견은 틀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기술 발전의 속도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우리는 인간과 기술의 위험한 관계,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 이 문제는 ‘트랜센던스’에서 중심이 되는 질문을 제기한다. 관객들은 신기술 반대자들과 신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과학자들 중에 누가 옳은지를 판단해야 한다. 패글렌에게 앞에 소개된 임종 시나리오에서 어떤 쪽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모르겠다”고 그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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