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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L - 합금철 제조의 마술사

AML - 합금철 제조의 마술사

히로타카 스즈키 AML 회장은 1993년 단돈 1200달러로 창업해 20년 만에 5억 달러 기업으로 키워냈다. 특히 남아공에 광산을 보유해 채광부터 합금철 생산까지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췄다.
말레이시아에서 공장 건설이 한창인 AML의 합금철 플랜트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히로타카 스즈키 회장. 그가 촬영 때마다 “망가니즈(manganese)~”라고 얘기한 덕분이다. 망가니즈는 망간 금속의 영어식 표기다.



지난 4월 27일 말레이시아 사라왁 주 빈툴루에 있는 사말라주산업단지엔 아침부터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었다. 썬크림으로 단단히 무장했는데 태양은 이내 구름 뒤로 모습을 감췄다.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서둘러 산업단지 내 합금철 제조회사인 AML 사무실로 이동했다. 전기로 설비 공사가 한창인 공장 근처에 임시로 만든 조립식 건물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스포츠 머리에 편한 캐주얼 차림의 남자가 환한 미소로 맞아준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일본계 다국적기업 AML을 이끄는 히로타카 스즈키(54) 회장이다. 웃으면 장난끼 많은 아이마냥 천진난만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그는 소탈했다. 한 달에 한 번 말레이시아 공장을 방문할 때면 직원부터 챙겼다. 저녁엔 술잔을 나누며 현지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했다.



1200달러로 AML 창엄스즈키 회장은 세계 합금철 제조업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1993년 1200달러(약 124만원)로 창업해 지난해 5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키웠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광산을 갖고 있어 채광부터 합금철 생산까지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췄다. 합금철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유럽, 인도, 미국 등지에 수출한다. 스즈키 회장은 “이곳에서 짓는 공장이 완공돼 본격적으로 제품이 생산되는 2016년께 매출이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AML의 말레이시아 법인명은 퍼타마(Pertama)다. 그가 법인명을 두고 고심할 때 사라왁 주지사가 제안한 이름이다. ‘첫번째로 온 사람’이란 의미의 말레이시아 현지어다. 말레이시아에 전기로를 이용한 합금철 제조 공장이 처음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공장 설립에 이점이 많다”고 들려줬다.

“전기로를 작동하려면 수많은 전기가 필요합니다. 사말라주산업단지에선 전기료를 22년 동안 저렴한 가격에 제공합니다. 지리적으로도 좋은 위치에 있어요. 전 세계 제철·제강 수요의 70%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위치가 대만, 한국, 일본, 중국 시장 등지로 제품을 판매하고 마케팅하기에 유리합니다.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영어를 공통어로 쓴다는 점도 장점이에요.”

스즈키 회장이 합금철과 인연을 맺은 곳은 1983년 대학 졸업후 입사한 이토추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종합무역상사다. 그는 이곳에서 크로뮴, 페로실리콘 등 합금철을 사서 판매하는 원료부서에서 일했다. 5년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산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이토추가 세계적인 합금철 제조회사인 BHP의 광산 판매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남아공에 파견돼 광산을 자세히 살펴볼 기회를 얻었다. 스즈키 회장은 “광산에 들어간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고 했다. “끝없이 망간 광석이 깔려 있었습니다. 놀라웠어요. 그 순간 광산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광석만 채굴하면 합금철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든요.” (웃음)



광산 보유해 채굴부터 생산 수직 계열화광산을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창업을 꿈꿨다. 그리고 1993년 회사 AML을 세웠다. 초기엔 이토추에서의 근무 경험을 살려 합금철 무역에만 치중했다. 점차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세계 각지의 합금철 중개를 맡았다. 그에게 성공 비결을 묻자 “껄껄” 큰소리로 웃으며 “매직(magic)”이라고 한마디만 했다. 그리고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차 물어보니 마술은 기회, 신뢰, 노력 세 가지로 얻어진다고 답했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05년 중국에서 망간계 합금철을 만드는 제조 공장 IMA가 휘청인다는 소식이 들렸다. IMA가 완공 단계에서 자금난을 겪으며 부도 위기에 놓인 것. 원재료인 망간 광석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을 때라 선뜻 인수하기엔 위험 부담이 컸다. 스즈키 회장은 달랐다. 과감히 현금을 지불하고 IMA를 손에 넣었다. 당시 인수 금액은 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IMA 인수 이후 그는 합금철 무역에서 제조 회사로 발전할 수 있었다.

둘째, 신뢰다. 스즈키 회장은 사업할 때 고객만족에 중점을 둔다. 그는 “큰돈을 버는 데 목표를 세울 때보다 고객사나 협력사들과 윈윈하는 전략을 짤 때 마술이 일어났다”고 얘기했다.

“고객사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2007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있기 전까지 망간 광석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아시아의 철 수요가 증가하면서 1년 사이 가격이 두 배로 껑충 뛰었습니다. 상당수 합금철 무역회사는 잇따라 계약을 파기했지요. 안 파는 게 이득이 나기 때문이죠. 반대로 제강업체들은 커다란 손실을 봤습니다. 우린 1년 전 가격 그대로 고객사에 합금철을 공급했습니다. 그 덕분에 10년 이상 거래하는 고객사가 대부분이에요. 한국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AML의 말레이시아 법인 퍼타마의 김연휘 부사장은 스즈키 회장과 관련된 일화를 들려웠다.

“회장은 이토추에 입사했을 때부터 유명했습니다. 입사 후 합금철을 처음 접해 본 그는 밤 새워 공부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매일 발간되는 합금철 관련 보고서가 있는데요. 3년치 보고서를 무려 6개월 동안 읽고 분석한거지요. 망간 가격 흐름은 기본이고, 각국 제조사 현황과 시장 흐름을 꼼꼼하게 파악한겁니다. 합금철 관련해선 이론부터 실무 경험을 두루 쌓은 전문가인 셈이지요.”

스즈키 회장이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말레이시아 퍼타마 건설을 한형기 SAC 대표에게 맡긴 이유도 비슷하다. 2012년 말레이시아 공장의 전기로 설비 계약을 놓고 세계 각지의 5개 회사가 입찰 경쟁을 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한 업체와 SAC 두 곳이 남았다. 중국 기업은 SAC가 제시한 가격보다 무려 20~25%나 저렴했다. 하지만 스즈키 회장은 한 대표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최종으로 그와 손을 잡았다. 그는 “합금철 제조에 쏟는 한 대표의 열정에 반했다”고 했다. 한 대표라면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성실하게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스즈키 회장에게 “사업하면서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물었다. 역시나 웃으며 “아직 행복을 찾기엔 이르다”고 했다. 흥미로운 얘기를 덧붙였다. 그는 여섯 살 때 축구를 시작했다. 줄곧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꿈꾸며 팀의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게이오대학에서도 학교 대표 축구선수로 축구장을 누볐다. 1979년부터 4년 동안 매년 연세대 축구부와 친선경기를 하기도 했다. 그는 “어린시절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축구와 사업은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 “축구는 경기에서 이길 때가 행복하지요. 승리의 원칙은 단순합니다. 개인보다 팀으로 움직일 때 승산이 높습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에요. 회사가 이윤을 내려면 우선 직원을 비롯해 고객사, 협력사, 주주 등이 장기적으로 상생하는 게 중요합니다.”

스즈키 회장의 행복 플랜 중 말레이시아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곳에서 합금철 제조 공장이 완공되면 사업 규모가 커질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협력사들의 수익도 늘기 때문이다. 광산 투자에도 관심이 높다. 2017년을 목표로 다양한 합금철 제조에 필요한 새로운 광산을 찾는 중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7억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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