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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야, 놀자”

“경제야, 놀자”

‘우리가 경제다’는 20개 단편영화로 이뤄진다. 애니메이션 형식을 취한 ‘기막히게 착한 알파카’와 ‘과세 공화국.’
모건 스펄록은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에서 한 달 동안 맥도널드 버거로만 (간신히) 버텨내며 유명인사가 됐다.

그의 최근 도전과제는 훨씬 더 힘들지도 모른다. 경제학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이다. “사람들이 경제학을 멀리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너무 거대하고 진을 빼고 감당하기 어려운데다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도 멍청이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그가 말했다.

불평등이 커지는 시대에 금융맹(financial ignorance)은 축복이 아니라고 스펄록은 확신한다. 그래서 그 영화제작자는 일단의 유명 감독, 배우, 코미디언을 끌어들여 20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의문들을 다룬다. 정부는 경제를 어떻게 규제하는가? 은행들은 우리 돈으로 무슨 일을 하는가? 예산적자와 국가부채는 왜 생기는가? 중국의 경제성장은 미국경제에 좋은 일인가? 건강보험은 왜 그렇게 비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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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관객층에 접근하는 한 가지 비결은 안다. 쓴 약을 안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스펄록이 말했다. “나는 건강엔 좋지만 아이들이 싫어하는 시금치를 솜사탕 맛 나게 만드는 일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았다. 이 영화 시리즈가 정말 아주 훌륭한 솜사탕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스펄록의 제작사 시넬란, 그리고 폴 G 앨런의 벌컨 프러덕션이 ‘우리가 경제다, 놓쳐서는 안 될 20개 단편영화(We the Economy: 20 Short Films You Can’t Afford to Miss)’ 시리즈를 발표했다. 10월 20일 미국 각지의 20개 영화관에서 무료 시사회를 가졌다. 다음 날 영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이 공개됐다(영화, 퀴즈, 기타 보완 자료 포함). 그리고 훌루(동영상 사이트)로부터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파트너들을 통해 영화를 배급했다.

시넬란과 벌컨은 약 1년 전 금융 전문가 팀과 함께 제작에 착수했다. 컬럼비아·스탠퍼드·MIT 교수들,경제정책연구센터, 브루킹스 연구소,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 전문가들, 정치인과 기업 CEO, 경제를 전문적으로 다룬 기자·편집자·저술가 등이다. 그들로부터 제안을 받아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20개 항목을 추렸다. 그 의문들은 5개 챕터로 분류된다. 경제, 돈, 정부의 역할, 세계화, 불평등이다.

그뒤 20명의 감독을 끌어들였다. 밥 발라반(‘고스포드 파크’의 공동 제작자), ‘안투라지(Entourage)’의 아드리언 그레니어, ‘트와일라잇(Twilight)’의 캐서린 하드윅,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의 제임스 샤머스 등이다. 그들을 경제전문가들과 짝지어줘 영화 콘텐트의 정확성을 높였다. 감독들에게 하나씩 주제를 던져줬다. 그리고 동영상 러닝타임, 제작 마감시한, 예산 외에는 아무런 제약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감독들의 제작 레이스가 시작됐다.

스펄록의 영화는 ‘동굴경제학(Cave-o-nomics)’이다. 혈거인들의 스토리를 통해 경제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최초의 시장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설명한다. 두 혈거인은 공들여 만든 창을 사냥한 동물과 교환하기로 결정한다. 다른 사람들도 뒤를 이어 도구, 돌바퀴, 순록 옷을 팔기로 한다. 스펄록이 영화 속 혈거인으로 등장한다. 그의 고문들인 경영·금융 역사가인 존 스틸 고든과 공영방송 NPR의 플래닛 머니(경제 프로그램) 공동 개발자이자 공동 호스트인 애덤 데이빗슨도 출연한다.

NBC 버라이어티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수석 작가 출신인 애덤 매케이는 애니메이션 방식을 택한 ‘기막히게 착한 알파카(The Unbelievably Sweet Alpacas!)’로 ‘불평등이 확대되는가’ 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모색했다.여자 코미디언 새러 실버먼, 마야 루돌프, 에이미 포엘러를 해피·기글스·선샤인의 목소리로 캐스팅했다. 막대사탕공장에서 각각 다양한 일자리에 배치되어 상위 1% 소득자, 상위 20% 그리고 하위 80%를 대표한다.

“경제학은 우리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주제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는 높은 신용카드 금리로 바가지를 쓰거나, 학자금 융자 상환할 때 자신의 권리 또는 심지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그런 현실이 항상 안타까웠다.” 매케이가 감독의 변에서 썼다. “대부분 복리이자라도 논하려면 박사 학위에 경제 전문가나 돼야 하는 듯이 여긴다.”

‘우리가 경제다’는 뉴스 매체가 항상 다루지는 못하는 지식의 간극을 메울 수 있을지 모른다. 미디어 평론가이자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잡지의 부편집장인 라이언 치텀이 말했다. “경영과 경제 저널리즘에선 거의 항상 최소한 일정 정도의 경영과 경제지식이 독자에게 있다고 가정하고 글을 쓴다”고 그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것이 돈과 주식 그리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의 이해를 가로막는 진입장벽이다.”

애덤 데이빗슨은 매케이와 함께 ‘알파카’ 각본을 공 동 저술했다. NPR이나 뉴욕타임스 매거진에서는 보통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쓰지만 이 시리즈는 더 광범위한 관객을 겨냥한다고 말한다. 경제 공부에 시간 투자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런 포부를 갖게 하려면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그가 말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하이디 유잉과 레이철 그레이디는 “왜 미국이 해외원조를 지원하는가?”라는 의문에 매달렸다. ‘해외원조의 역설(The Foreign Aid Paradox)’ 이라는 8분짜리 영화에서 아이티의 사례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아이티는 과거 식량의 20%만 수입했지만 지금은 그 비중이 80%까지 늘어났다. 아이티의 농업경제가 타격을 받는 사이 아이티에 쌀을 보내는 구호 활동으로 미국 농민들이 혜택을 보는 복잡한 관계를 소개한다.

“여기에 악역은 없다”고 유잉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보다 해외원조에 투입되는 일련의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다. 때로는 그로 인해 원래 도와주려던 나라의 이해가 가장 뒤로 밀려나기도 한다. “오히려 대단히 인간적인 스토리다.”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을 마치고 영화제작자가 된 유잉이 말했다. “경제학의 토대는 대단히 드라마틱한 인간 스토리다.”
(왼쪽부터) ‘슈퍼 사이즈 미’의 모건 스펄록이 ‘우리가 경제다’ 시리즈를 기획했다. ‘해외 원조의 역설’과 ‘동굴경제학.’
 청소년층에 다가가기
경제학을 시금치에 비유하는 사람은 스펄록뿐이 아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경제학과의 올리비아 미첼 교수는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경제학을 시금치처럼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시금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도 먹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금치는 몸에 좋다.”

안나마리아 루사디는 조지 워싱턴대 경제학과 교수 이자 대학 산하 글로벌 금융지식향상센터 연구책임자다. 미첼과 공동으로 금융 이해력 또는 미첼의 말마따나 ‘금융맹’을 조사해 왔다.

두 사람은 여러 연구를 통해 미국인들이 금융과 경제 관련 주제에 얼마나 지식이 부족한지를 알아냈다. 그리고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3가지 주제로 금리, 인플레이션, 위험 분산(risk diversification)을 분산(risk diversification)꼽았다.

‘우리가 경제다’를 환영하면서도 미첼은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주제들이 상당히 거시경제적이어서 사람들이 각자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다소 가볍게 다루는 편이다.”

테드 곤더(24)는 머니 싱크의 공동설립자이자 대표다. 청년층을 위한 경제교육이 미국의 경제 건전성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 비영리단체다. 영화제작자는 젊은이들이 돈에 관심을 갖도록 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16세 소녀는 남자친구에게 학교 무도회에 관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데 더 신경을 쓴다. 그런 아이에게 은퇴 의 개념이나 ‘시민으로서의 의식’을 가르치려 하면 하품을 하게 마련이다.” 곤더가 뉴스위크에 이메일로 답했다. 그러나 “명감독들은 개념뿐 아니라 사람에 관해 오랫동안 깊게 생각한다.”

‘우리가 경제다’의 더 원대한 목표는 관객들이 정치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경제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속아넘어가기 쉽다. 개인의 경제생활에서뿐 아니라 정치인들에게도 말이다.” 치텀의 말이다.

몇 해 전 빌 클린턴의 대선 선거운동 관리자들이 잘 요약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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