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정상 궤도 오른 제네시스
[제네시스 성공스토리]①
2015년 독립 브랜드 출범
지난 4월 누적 판매 116만대 돌파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2015년 11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를 론칭하면서 한 말이다. 1967년 창립 이후 40년 넘게 ‘현대’라는 단일 브랜드로 대중차 이미지를 구축해 온 현대차는 메르세데스-벤츠·BMW 등 쟁쟁한 경쟁자가 즐비한 고급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내년이면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10주년이다. 국산 최초 프리미엄 브랜드로 힘찬 출발을 알린 제네시스는 정 회장의 말처럼 글로벌 시장 안착에 성공했을까.
현대차의 새로운 출발
제네시스는 2015년 브랜드 독립 출범 이전에도 존재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을 갑작스럽게 준비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회사는 2004년 1세대 제네시스 모델 개발에 착수하며 독립 작업도 병행했다. 당시 목표는 2008년 론칭과 함께 브랜드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4년간 5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2006년에는 국내뿐 아니라 북미에서도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며 시장조사를 했다.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미뤄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최초 계획보다 많이 늦어졌다. 2008년 1세대, 2013년 2세대 모델을 거쳐 2015년 12월 독립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번째 모델인 EQ900이 세상에 나왔다.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약 7년 만이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직접 출시 행사에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판매 실적으로 보면 ‘성공적’이다. 독립 출범한 제네시스는 2016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6만5586대를 판매했다. 2019년까지 연평균 8만 대 내외의 실적을 기록했다.
2020년은 제네시스가 한 단계 더 도약한 해로 평가된다. 브랜드의 얼굴인 로고를 2D 형태로 변경했다. 제네시스 측은 새로운 로고 적용 이유에 대해 “새로운 로고의 목적은 두 가지로 하나는 기능성 강화, 두 번째는 디지털·전동화 등 미래 트렌드 대비”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의 첫 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도 같은 해 출시됐다. 당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해 제네시스는 GV80의 성공에 힘입어 12만8365대의 연간 판매 실적을 거뒀다. 처음으로 글로벌 연간 판매 10만 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는 제네시스가 럭셔리카(고급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제네시스의 성장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2021년 글로벌 연간 판매 20만 대를 돌파하며 국내 고급차 브랜드의 위상을 높였다. 지난해에는 브랜드 독립 출범 7년 10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 대수 100만 대를 돌파했다. 현대차 자료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2015년 브랜드 독립 론칭 후 지난 4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기준 116만789대를 판매했다.
디자인 경영·공간 마케팅 ‘차별화’
업계는 제네시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디자인’을 꼽는다. 제네시스는 ‘레드 닷 어워드’·‘IF 디자인 어워드’·‘굿 디자인 어워드’ 등 유력 디자인 시상식에서 수상 실적을 쌓아왔다.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2015년 브랜드 독립 출범 당시부터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정립하기 위한 핵심 요소를 ‘디자인’이라고 판단했다. 디자인이 브랜드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이라고 본 것이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독립 초기부터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영속성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브랜드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 우아함’(Athletic Elegance)으로 대변된다. 이는 ▲완벽한 비례 ▲환원주의적 디자인 ▲디테일에 대한 집착 등 3가지로 구체화한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환원주의적 디자인’과 ‘완벽한 비례’는 서로 연결되는 요소”라면서 “애초에 비례가 완벽하다면, 별도의 디자인 요소를 추가할 필요가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절제된 디자인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한다. 이를 통해 진정성과 세심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제네시스의 디자인 중심 전략은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제네시스는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와 벤틀리 외관 디자인 총괄 이상엽, 벤츠·벤틀리 외관 디자이너 윤일헌 등 프리미엄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를 적극 영입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신생 브랜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최초로 구축하고, 세상에 없던 제네시스만의 디자인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회”라며 “대표 디자이너들을 비롯해 제네시스를 만들어가는 모든 사람은, 한국에 뿌리를 둔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라는 제네시스의 뜻깊은 여정에 함께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공간 마케팅도 제네시스가 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철학 및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 70여 곳에 제네시스 스튜디오·라운지·하우스 등 다양한 체험 공간을 구축했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제네시스 스튜디오 상하이·스튜디오 하남 등이 대표적이다. 연간 수십만 명이 이곳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경험한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하남 등 국내 거점에 연간 73만명이 다녀갔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을 찾는 방문객은 월평균 5000명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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