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러시아 여성들 “어디 괜찮은 남자 없나요?”

러시아 여성들 “어디 괜찮은 남자 없나요?”

현재 러시아엔 남자보다 여자가 1050만 명 더 살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 남자들은 여자를 즐겁게 해줄 방법을 생각하기보다는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 술 마시기를 더 좋아한다. 그렇다 보니 여자들이 사랑과 결혼을 원해도 마땅한 남자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주전자의 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끓는다. 주방 안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하다. 옐레나 라자레바(51)와 그녀의 딸 예카테리나(29), 두 여자가 서로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하소연한다. 그리고 러시아 남자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이들 모녀가 사는 모스크바 교외의 침실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자주 거론되는 주제다.

두 여자 다 사랑과 결혼을 원하지만 “아무 남자나 사귀고 싶진 않다”고 옐레나가 말한다. (옐레나는 50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건강해 보이며 관리자 같은 권위적인 목소리를 지녔다.) 예카테리나가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모스크바에서는 거리를 걷든,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에 들어가든, 개인 아파트를 방문하든, 외로운 러시아 여성들이 또 다른 외로운 여성들과 함께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들은 오페라나 패션쇼를 관람하러 갈 때 차려 입을 법한 의상을 일상적으로 입고 다닌다. 날씬한 몸매에 정성껏 드라이한 긴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하이힐을 신고 각선미를 뽐낸다. 러시아 남자들이 들으면 귀가 솔깃할 이야기다. 러시아 의회에서 정보 분야를 책임지는 바딤 뎅긴 의원은 요즘 젊고 아름다운 러시아 여자들이 남자를 “사냥”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남자의 경제적 조건을 우선적인 평가 기준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남자를 찾아서 결혼을 하는 일에 많은 러시아 여성들이 어려움을 느낀다. “러시아 남자들은 너무 게으르다”고 뎅긴이 말을 이었다. “그들은 여자를 즐겁게 해줄 방법을 생각하기보다는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 술 마시기를 더 좋아한다.” 옐레나와 그녀의 딸, 그리고 그들의 여성 친구 대다수가 노소를 불문하고 이 말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옐레나는 20년 전 남편(그녀는 그를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으로 묘사했다)과 이혼했을 때 해방감을 느꼈다. 그와의 잠자리는 행복했을까?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 그저 참아줬을 뿐이다.”

그녀가 이혼했을 당시 딸 예카테리나(일명 카티아)는 아홉 살이었다. 러시아 가족생활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은 여전히 술에 취해 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는 아버지와 거의 매일 이어지는 부부싸움으로 묘사된다. 옐레나 가족의 경우도 그랬다.

“남편과 내가 서로를 필요로 했다면 계속 함께 살았을 것”이라고 옐레나는 말했다. 그녀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한 조건을 마음 속에 정해 두었다.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내 기준에 맞는 사람이라야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어디서 찾겠는가? 러시아엔 그런 남자가 남아 있지 않다.” 그녀가 소리 내 웃었다.

옐레나는 자신이 젊었을 때 남자들 대다수가 술주정 뱅이가 되거나 군대에 가거나 범죄자가 됐다고 회상했다. 통계가 그녀의 말을 뒷받침한다. 러시아엔 남자가 부족하다. 최근 러시아 국가통계청은 현재 러시아에 남자보다 여자가 1050만 명 더 살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타티아나 모스칼코바 러시아 의원에 따르면 러시아 남성의 평균연령은 36세인 반면 여성의 평균연령은 41세다. “출생 당시엔 남녀의 성비가 같지만 30세가 되면 남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산업재해와 전쟁, 자동차 사고의 희생자가 된다. 러시아 남성 중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65세까지 생존하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 따라서 수백만 명의 바부시카(babushka, 러시아인 할머니)가 여생을 홀로 살아간다.”모스크바의 똑똑한 여성 누구에게 물어봐도 대다수가 결혼은 평생 보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이혼율은 약 50%에 이른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남자들이 나이 든 부인과 헤어지는 러시아의 새로운 풍조에 불을 붙였다. 푸틴은 2013년 55세의 부인 류드밀라와 이혼했다. 그녀보다 25세 어린 올림픽 리듬체조 챔피언 출신의 알리나 카바예바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크렘린은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30년 간 결혼생활을 해온 부인 류드밀라와 이혼했다. 그의 이혼은 남자들이 나이 든 부인과 헤어지는 러시아의 새로운 풍조에 불을 붙였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일은 푸틴의 지지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러시아 상류층의 많은 남자들이 부인을 버리고 젊은 여자와 재혼했다. 푸틴이 30년 간 결혼생활을 해 온 스튜어디스 출신의 부인 류드밀라 푸티나와 이혼한 뒤 세르게이 소비아닌 모스크바 시장이 결혼생활 28년 만에 부인 이리나(거침없는 성격의 시베리아 사업가다)와 이혼했다.

또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실장의 외도에 관한 외설스러운 뉴스가 몇 달 동안 러시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는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챔피언 출신의 타티아나 나브카와 함께 살려고 부인 예카테리나와 헤어졌다. 류드밀라는 침묵을 지켰지만 예카테리나 페스코바는 한 외국 잡지와의 진심 어린 인터뷰를 통해 남편의 ‘외도’와 관련된 사실들을 폭로했다.

몇 주 전에는 러시아 최고 갑부 중 한 명인 블라디미르 포타닌의 부인 나탈랴 포타니나가 또 다른 외국 잡지에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포타니나는 재산 분할을 놓고 남편과 벌이는 법정 공방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제공했다. 그 재산 중에는 포타니나의 부모가 그녀를 위해 지어준 집도 포함돼 있다. 크렘린에 충성을 다하는 과두재벌 포타닌은 부인과 이혼하면서 두 자녀와 함께 그 집도 빼앗아 갔다. “바위처럼 든든하게 나를 지켜주던 나의 유일한 남자가 장애물로 변했다”고 포타니나는 한탄했다.

부유하고 성공한 러시아 남자들은 정신적 자유와 독립을 즐긴다. “하지만 그들은 50세 이후에 영원히 싱글로 살게 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뎅긴은 경고한다. “미인들이 그들을 더는 거들떠 보지 않게 되며 돈으로 행복을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 문제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모스크바의 여성 대다수가 뎅긴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듯하다.

일부 부유한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반격을 시도한다. 모스크바 중심부에 새로 문을 연 나이트클럽 마루시아는 순식간에 돈 있는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떠올랐다. 자신을 부드럽게 대해주는 잘생긴 젊은 남자를 찾는 여성들이다. 이 여성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더 나아가 사랑을 표현하는 핸섬하고 몸매 좋은 남성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300~2000달러 이상을 쓴다.

이곳의 실내장식은 빨간색 벨벳 천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데다 두꺼운 카펫이 깔려 있어 요란하면서도 음란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두운 조명 아래 옷을 별로 걸치지 않은 남자들이 큰 음악 소리에 맞춰 빙빙 돌며 춤을 춘다.

몇 주 전에는 40대의 한 여성이 이곳에서 여성 친구들과 한밤의 파티를 여는 데 3만 달러를 썼다. 파티에 참석한 모든 여성이 남자 파트너 한 명씩을 제공 받았다. 마루시아의 단골손님인 율리아 카를람포비치(29)는 매력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그녀는 자정 무렵 그곳에 나타나 아침 8시까지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곤 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메뉴에서 남자 한 명을 주문하는 데” 약 1000달러가 든다. 하지만 손님과 그 남자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는 “남자에게 달려 있다.” “그곳의 분위기는 다른 클럽과 다르다 … 거기서는 내가 인기 있고 사랑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그녀가 말했다. 이 클럽의 소유주인 프랑스인 사업가 장-미셸 코스뇨는 마루시아 같은 클럽은 “파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모스크바에서는 그렇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스뇨는 푸틴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모스크바에 12개의 나이트클럽을 여는 등 사업이 아주 잘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머지 업소 중 마루시아처럼 성공을 거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그는 최근 어느 날 밤 이 클럽에서 자신의 친구 자크 폰 폴리에 백작(러시아 라케타 시계 공장의 공장장이다)과 함께 러시아 여성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들이 여자 다루는 법을 모른다는 게 러시아의 문제다. 러시아 남자들은 저런 미인들보다는 남자들과 어울리며 술 마시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스뇨가 클럽에 온 여자 손님 몇몇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폰 폴리에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러시아 여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돈을 밝힌다는 게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여성의 약 49%가 싱글이다. 이 3000만 명의 싱글 여성을 어떻게 도울까? “우리는 여성들에게 연하의 남성 쪽으로 눈을 돌려보라고 조언한다”고 모스칼코바가 말했다. 그는 65세의 러시아 팝 스타 알라 푸가초바가 20년 전 18세 연하의 가수 필립 키르코로프와 결혼해 러시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을 예로 들었다. 푸가초바는 나중에 키르코로프와 이혼하고 27세 연하의 막심 갈킨과 재혼했다.

하지만 젊고 아름다우며 긴 다리에 큰 눈을 지니고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여성이 주위를 둘러봐도 못생기고 욕심 많고 건방진 남자뿐이라면 어떻게 할까? 모스크바 교외의 아파트 주방에서 어머니와 마주 앉아 신세 한탄을 하던 카티아 라자레바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직업 발레리나인 그녀는 어머니 옐레나보다 훨씬 조용하고 자신감이 덜한 목소리로 자신이 받은 “큰 상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의 첫 직장 상사였던 모스크바 스타니슬라브스키.네미로비치-단첸코 뮤지컬 극장의 예술감독이 당시 18세의 초보 무용수였던 그녀를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철갑상어 알을 곁들여 샴페인을 한잔 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런 제안을 거절하면 출세 길이 막힌다는 선배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모스크바의 발레리나들이 가장 동경하는 무대 중 한 곳인 그 극장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카티아와 동거하던 남자친구는 “질투심이 매우 강했다.” 몇 년 뒤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창조적인 요리”를 해주고 그의 은행구좌에 정기적으로 돈까지 채워주며 살뜰히 챙겨왔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어머니와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는 모스크바 교외의 침실 두 개짜리 아파트로 돌아갔다. 그녀는 그후 줄곧 괜찮은 남자를 찾아 왔다.

우리가 만났던 그날 오후 카티아는 리허설에 참석하기 위해 시내로 자동차를 운전해 갔다. ‘호두까기 인형’에서 눈송이 왈츠 부분을 동료 발레리나들과 함께 연습했다. 그들 대다수가 연인을 찾는 중이었다. 탈의실에서 무용수들이 다시 남자 이야기를 꺼냈다. 환멸에 찬 러시아 여성들은 갈수록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겠다는 야심을 잃어가고 있다.

“러시아 사회의 모델이 바뀌어간다”고 카티아가 말했다. “모든 여자가 결혼해서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결혼과 가정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가고 있다.” 마루시아에서 시간과 돈을 쓰는 여성들 대다수는 이 말에 분명히 동의할 듯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전국 빈집 104만채인데 정비는 약 3000에 불과”

2 러 “美, 장거리무기 사용 승인시 분쟁 개입”

3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루머, 사실무근…유포자 법적조치 검토”

4"月 25만원 못내겠어요" 청약통장 가입자 7만명 줄어

5거래소 “밸류업 지수 연내 구성종목 특별변경 추진”

6‘아키텍트’로 보여준 하이브IM의 저력

7상·하위 집값 40배 격차…자산양극화 여전

820주년 맞은 ‘열혈강호 온라인’, 전극진·양재현 원작자에게 감사패 증정

9"달러 사둘까?"...'킹달러'에 무작정 투자했다간 낭패 본다

실시간 뉴스

1“전국 빈집 104만채인데 정비는 약 3000에 불과”

2 러 “美, 장거리무기 사용 승인시 분쟁 개입”

3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루머, 사실무근…유포자 법적조치 검토”

4"月 25만원 못내겠어요" 청약통장 가입자 7만명 줄어

5거래소 “밸류업 지수 연내 구성종목 특별변경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