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창 핸즈코퍼레이션 회장 - 바퀴만 있으면 화성에도 휠 팔러 간다
승현창 핸즈코퍼레이션 회장 - 바퀴만 있으면 화성에도 휠 팔러 간다
승현창(38) 핸즈코퍼레이션 회장을 인천 가좌동 본사와 서울 한남동 사옥에서 여러 번 만났다. 10시간 넘게 이야길 나눴다. 그와 인터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샛길로 빠져들었다. 비즈니스의 경계를 넘어서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그만의 시각이 너무 독특해서다.
한 순간 그의 말이 뇌리를 울린다. “지구에 없는 비즈니스를 완성할 겁니다. 한국을 넘어 인류를 만족시켜주는 사업이죠. 현재 상당부분 진척됐는데 신개념 에너지라고 할까요. 에너지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잖아요. 그런 사업을 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벌리겠죠. 저는 너무너무 돈이 고픕니다.”
그와 한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전기차 회사로 유명한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45) 회장이 연상된다.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 사망 이후 미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최고경영자(CEO)이자 오너다. 머스크 역시 “지구상에 없는 비즈니스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그 이유는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석유 같은 기존 사업은 재미가 없어서란다. 머스크는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도 못한 전기차 분야에서 테슬라 모델S를 만들어 대박을 냈다. 이어 화성에 사람이 사는 우주도시를 꿈꾼다. 지구와 행성을 왕복할 스페이스 셔틀 개발에 여념이 없다. 한술 더 뜬다. 무한 청정 에너지인 태양광을 동력으로 쓰는 자급자족 도시에 대한 비전이다. 이게 어디 사업가라고 할 수 있을까. 몽상가처럼 들린다. 머스크나 승 회장이나 몽상가처럼 보이지만 ‘지속가능 지구’라는 화두는 확실하다. 비전 역시 여기서 파생된 사업을 하겠다는 점에선 동급이다.
“화석연료를 쓰던 자동차에 전기차 같은 변혁이 감지되지만 다행인 건 전기차에도 바퀴가 있으니 휠 사업은 지속가능합니다. 테슬라에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마그네슘 휠 공급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화성에 바퀴 달린 게 있으면 휠 납품하러 가야죠.” 휠 사업이 주력인 그의 우선 목표는 아시아 1위를 넘어 글로벌 톱3 휠 메이커다.
승 회장은 2012년 5월, 35세에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1972년 창업때 썼던 ‘동화상협’에서 ‘핸즈(HANDS) 코퍼레이션(이하 핸즈)’으로 개명했다. 해외 바이어를 만날 때 외국인에겐 너무 어려운 발음이었다. 승 회장은 “손으로 제대로 된 물건을 잘 만든다는 의미로 핸즈로 하고 싶었는데 사명 등록 때 손·발 같은 일반 명사는 쓸 수 없다는 규정에 막혀 긴 핸즈코퍼레이션으로 했다”고 설명한다. 그가 입사한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 매출은 5배, 직원 수는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핸즈는 올해 5월로 창립 43주년을 맞는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 자동차 알루미늄휠 생산 1위 기업이자 세계 4위권이다. 지난해 약 1400만개의 휠을 생산해 53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 6개, 중국 칭다오 등 전 세계에 모두 7개 공장이 있다.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국내는 는 물론 GM·포드·폴크스바겐·닛산·스즈키·다이하쓰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한다.
지난해 완공한 인천 가좌동 핸즈코퍼레이션 본사. 외관은 모두 검정 유리나 대리석이다. 실내 인테리어 역시 검정과 흰색 딱 두 톤이다. 단순해서 업무 집중도도 높아진다는 게 승 회장의 생각이다. 8층 꼭대기가 그의 집무실이다.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간 집무실은 생전 처음 보는 장면이 연출된다. 먼저 10m가 넘는 천정과 피라미드 형상의 유리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사각은 정확히 동서남북을 가리킨다. 정 중앙 꼭지점 밑에는 승 회장의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기자의 눈을 더 커지게 한 건 의자 뒤에 놓은 4.5m 크기의 로봇 태권V다. 강철과 레진으로 제작된 태권V는 오른손으로 무언가를 움켜쥔 모습에 왼손은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 왼손 바닥 가운데에서는 장풍이 아니라 빨간 레이저 가 발사된다. 꼭지점을 향한다. 승 회장은 이 로봇에 ‘지구를 움켜쥐고 하늘의 멱살을 잡고’라는 부제를 붙였다.
“어릴 때 피라미드의 비밀을 봤어요. 꼭지점 밑에 우주의 기가 모인다는 내용이 기억났죠. 그래서 피라미드 건물로 설계했습니다. 먹을 것도 상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식빵이 다 상했어요.(웃음) 대신 업무 집중도는 확실히 좋습니다. 로봇 태권V는 ‘한국의 로봇’하면 떠오르는 유일한 브랜드 아닙니까. 로봇 설비에 관심이 많아서 설치했습니다. 레이저 빛은 ‘지구를 제패할만한 사업을 하겠다’는 저에게 거는 최면입니다.”(피라미드 4개면은 모두 유리라 통째로 열린다.)
가좌동 본사에서 500m 떨어진 제3공장을 찾았다. 출입구를 통과하자마자 ‘해 보셨습니까’하는 커다란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승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문구다. 타성에 젖어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일만 하지말라는 당부이자 독촉이기도 하다.
“승씨는 국내 2000명이 채 안 됩니다. 희귀 성이다 보니 취업한 회사에서 금방 신원 파악을 하고 신입사원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대하더군요.”
결국 그는 단념하고 2004년 9월 28살 때 현장직 대리로 입사했다. 이때의 현장 경험이 공정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당시 핸즈는 영업이익률 1∼3%를 내며 겨우 꾸려가는 상태였다. 매출 1400억원의 중소기업이었다. 사내에는 타성에 젖어 시킨 일만 하는 분위기였다.
그가 입사할 때 어머니는 반대를 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이 들어와 사업장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어머니는 다짐을 받았다. “현장에서 경험해라. 투자의 무서움을 알아라. 돈을 함부로 쓰지 마라. 회사와 개인 돈을 철저히 구분해라…” 등 경험에서 나온‘하면 안 된다’는 수십 가지 주의사항이었다.
회사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누구도 오너 2세 곁에 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가 먼저 나섰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줏잔을 기울이고 현장에서 함께 대화했다. 자연스럽게 제조 과정의 어려움과 문제점이 파악됐고 불합리한 낭비나 개선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5년 뒤인 2009년 사장을 맡았다.‘해봐야 안 된다’는 고정 관념을 깨 부수는 일이었다. 타성에 젖은 조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대부분 ‘왕따’가 된다. 할 일도 많은데 쓸데없는 제안 때문에 시간만 빼앗긴다는 이유다. 무언가 제안을 하면 “나도 해봤는데 안 되더라. 쓸데없는 짓말어”라는 답이 돌아온다. 몰래 해보다 걸림돌을 만나면 “거봐, 뭐랬어. 애초부터 안 된다고 했잖아”라는 화살이 쏟아진다. 곧 제안자는 ‘관심 사병’이 된다.
“우선 주요 부서에서 소위 ‘똘아이’를 모아 신규사업팀을 조직했습니다. 근무 태도는 좋지만 업무 개선을 시도하다 문제아로 찍힌 직원이었지요. 이들에게 모두 불가능하다는 공정 개선이나 신기술 테마를 맡겼습니다. 처음 반대가 많았지만 (오너인 내가) 밀어붙이니 어쩔 수 없이 따라오더군요. 1년 만에 불가능하다던 제안을 구체화해 생산성을 수십%씩 끌어올렸습니다. 그제야 회사 내에 ‘우리도 한 번 해볼까’하는 조직문화가 싹을 트더군요.”
당시 기존 경영진과의 충돌도 생겼다. 승 회장은 로봇 같은 첨단 설비 투자를 주장했다. 공해가 문제인 습식 코팅에 비해 무공해에 가까운 건식 코팅과 열처리 방식을 도입하고 자동화 라인을 깔아 품질과 생산성을 올리는 방안이다. 문제는 회사 규모에 비해 엄청난 1000억원이 넘는 투자였다. 어머니와 같이 수 십 년을 일해온 경영진은 “전 세계 휠 업체 어디에도 그렇게 하는 곳이 없다. 투자해 성과가 안 나오면 회사가 망한다”며 줄곧 반대를 했다.
그에게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짠 플랜이었다. 열악한 작업 여건 개선뿐 아니라 친환경 설비를 직접 개발, 설치한 다음 이 설비를 다른 회사에 팔려는 ‘플랜B’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 경영진은 오로지 눈 앞의 숫자에만 매달렸다.
“그땐 정말 답답했어요. 남들이 안 한다는 이유로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게 납득할 수 없었지요. 별동 부대를 만들어 신기술 개발에 도전을 했지만 그게 쉽나요. 실패를 거듭하면서 사내 여기저기서 ‘그거 봐라. 해봐야 안 된다’는 소리가 나왔어요. 하지만 제가 이겼죠. 성과로 보여줬거든요.”
연간 600만개 수준에 머물던 생산량이 자동화 투자와 신기술을 도입한 2009년부터 850만개로 상승했다.지금은 1400만개가 넘는다.‘해 보셨습니까’라는 공장 표어도 이때 만들어졌다.
승 회장은 오너십을 이렇게 설명한다.
“여러 이유를 들며 ‘안 된다’만 반복하시는 전 사장님과 여러 번 부딪혔습니다. 결국 담판을 했지요.‘사장님은 10년 안에 그만두실 거지만 저는 20년 후에도 다녀야하고 고용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설비 투자에 돈을 아끼면 안 됩니다.’”
올해 1월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세계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까다롭기로 소문난 폴크스바겐의 공정 품질관리 심사 결과, 최우수 등급(A)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10월 폴크스바겐의 심사위원 4명이 경기도 화성공장을 찾아 품질관리 심사를 진행했다. 이번 A등급 인증으로 폴크스바겐 그룹사인 아우디·람보르기니·포르셰·벤틀리 등의 신규 거래처 개척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아마 국내 제조업 가운데 자본금 대비 매출액이 가장 큰 회사일 겁니다. 1,2년내 상장을 할 계획입니다.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신사업이 꽤 있거든요. 종업원들도 우리 사주를 받으면 애사심이 높아지겠죠. 최근 한 투자회사가 일부 지분을 2000억원 넘는 금액에 투자하겠다고 제안을 하더군요. 핸즈의 가치를 최소 몇 백배 이상 본다는 거죠.”
그는 재계의 사교 운동인 골프를 하지 않는다.
“몇 년 전 골프를 했는데 완전 사역이었어요. 원래 골프를 못 치는 데다 주말에 5시간 넘게 비즈니스로 운동을 한다는 게 제 스타일에 맞지 않았어요. 그 날 이후 골프채는 던져버렸습니다.”
대신 그의 취미는 프라 모델 조립이다. 집무실 뒤편 비밀방(?)에는 로봇·탱크 같은 완성품 20여 개가 늘어서있다. 바닥에는 조립하다 만 부품이 널려 있다.
“제 일이 남에게 늘 지시를 하는 거잖아요. 프라 모델은 역으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죠. 조립설명서대로 조립하면 완성품이 됩니다. 시간 남을 때 할 수 있고 하다가 지치면 다음에 하면 되고…. 집중도를 높이는 데 프라 모델만 한 게 없어요.” 이래 저래 그의 독특함은 멈추질 않는다.
지난해 핸즈 모터 스포츠팀을 창단하고 올해 자체 레이싱 시리즈도 만들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올해 3월 핸즈 프라임이라는 브랜드의 휠 매장을 연다. 개당 20만∼50만원의 고급 휠을 판매하는 전문 샵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해 하반기 비장의 신기술을 개발했다. 마그네슘 휠과 컬러 휠이다. 마그네슘은 알루미늄보다 무게가 30% 이상 가볍다. 자동차 연비 절감에 혁신적인 기여를 할 제품이다.
이런 신기술 개발과 첨단 설비를 깔기 위해 최근 2년간 무려 매출의 30%를 투자했다. 3000억원 매출이면 1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컬러 휠은 바깥 부분에 ‘빨주노초파남보’ 같은 여러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생산량의 대부분을 납품하는 BtoB 기업은 회사 이름을 알리기 요원합니다. 자동차 회사에 납품한 휠에 핸즈라는 사명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죠. 지난해 모터 스포츠가 알려지면서 중동 바이어들이 연락을 하더군요. 핸즈프라임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가 꿈꾸는 핸즈는 이렇다.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 누구나 제안할 수 있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과 리더십이 먼저다. 실패를 해도 뭐라고 하지 않고 실패의 노하우가 축적돼 여기서 경험을 배우게 하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권위뿐인 임직원이 아닌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다.”
- 글 김태진 포브스코리아 전문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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