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 - 펀드 시장 흔들 ‘여풍(女風)’ 몰고 온다
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 - 펀드 시장 흔들 ‘여풍(女風)’ 몰고 온다
소비의 주도권이 여성에게 넘어가면서 주식시장도 여풍이 거세다. 여기에 착안,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경향을 더해 만든 여성시대 펀드가 출시됐다. 컴투스, 한샘, 아모레퍼시픽의 공통점은? 지난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비슷한 점이 또 있다. 이 회사들은 여성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판매한다. 소비의 주도권이 여성에게 넘어가면서 주식시장에까지 여풍(女風)이 불어닥친 것이다. 서재형(51) 대신자산운용 대표는 소비의 주도권이 바뀌는 이같은 변화의 바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해 가을, 이 회사들의 주가를 끌어올린 원동력이 뭘까하고 생각하다 여성의 소비권력이 세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2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60%를 넘어섰고, 기혼 여성 10명 가운데 7명이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샘은 부엌가구, 아모레퍼시픽은 다 알다시피 여성과 밀접한 화장품이죠. 컴투스는 아기자기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 남성 중심의 게임산업에 여성 소비자를 끌어들였고요.”
서 대표가 여기에 착안,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의 소비 경향을 더해 만든 것이 ‘대신아시아컨슈머펀드(여성시대 펀드)’다. 이 펀드는 3월 3일 출시된다. “최근 5년 동안 요우커 수가 4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2013년 한국 관광수입의 절반이 요우커의 소비로 이뤄졌고요.” 서 대표는 “소비 트렌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이를 주도하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성시대 펀드는 기존의 소비재 펀드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펀드는 업종에 관계 없이 여성과 중국인의 소비를 이끄는 기업에 투자한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소비재 회사에 투자한다. 해외 주식 부문은 스위스계 운용사인 UBP가 자문을 맡았다.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김미연(39) 대신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이 김 대표에 이어 설명에 나섰다. “기존 소비재 펀드가 백화점, 홈쇼핑, 음식료 식으로 소비 플랫폼에 투자했다면 여성시대 펀드는 소비의 경향을 봅니다.” 가령 티웨이홀딩스는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비금속광물 기업이지만 여성시대 펀드에 충분히 담을 만한 종목이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여성과 중국 관광객이 주요 고객층인 저가항공사 티웨이항공의 지주회사니까요.”
이처럼 여성과 중국인이 모두 매력을 느끼는 회사가 가장 우선적인 투자 대상이다. 중국과 연관성이 높지 않지만 여성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소비재도 적극 편입할 계획이다. 바이오, 여행 등과 관련한 종목이 그렇다. 김 본부장은 반대로 여성이 소비의 주체이지만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백화점주 등은 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이 몇 가지 예를 더 들었다. “최근에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거든요.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면 식당가만 붐비고 정작 매장은 한산합니다. 명품회사보다는 식자재 유통회사가 유망하다는 뜻이지요. 국민소득이 늘면서 양질의 식자재를 찾는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겁니다. 또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는 대부분 통로가 하나 뿐인 구조로 돼 있습니다. 싱글 아일(single-aisle)을 제조하는 항공기계부품 주가 소비재 펀드의 레이더에 잡히는 이유지요.” 김 본부장은 같은 이유로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널보다 신세계 건설에 주목한다고 했다. “신세계그룹의 미래 주력사업이 대형 아울렛 아닙니까. 명품을 수입하고 판매하는 곳보다 아울렛을 지을 건설회사에 눈이 갑니다.”
설명을 듣다 보니 소비재, 여성, 중국 좋은 것은 다 담았다 싶다. 뜨는 키워드만 뽑아 반짝 인기를 끌겠다는 전략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투자 업종과 범위가 정해지지 않아 펀드매니저의 시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며 우려를 나타내자 김 본부장은 차분히 반론을 폈다. “여성시대 펀드는 콘셉트가 명확합니다. 왜 이 기업에 투자하는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직접 사고 이용해본 브랜드들이니까요. 펀드매니저의 시각이 아니라 여성의 시각으로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서 대표는 여성의 시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올해 초 리서치 본부를 새롭게 꾸렸다. 김 본부장은 “여성시대 펀드에 최적화된 정예부대”라고 자랑했다. 김 본부장을 포함한 6명의 구성원은 각자 유통, 자동차, 제약, 미용, 게임 등 주력 분야를 맡는다. 최근 소비의 축인 20~40대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게 30대 초·중반의 젊은 인력들을 배치했다.
대신자산운용은 2013년 초 서 대표가 취임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운용 능력의 질적 개선이다. 리서치본부를 신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김영준 주식운용본부장을 헤지펀드1본부장으로 이동시키고 김의수 신임 주식운용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운용사는요, 프로스포츠 구단과 같습니다. 운용역은 펀드를 잘 관리하고 사장은 직원들을 잘 관리해야 회사가 잘 돌아갑니다. 말하자면 제가 구단의 감독입니다.” 그는 슈틸리케(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식 용병술을 쓴다고 소개했다. “학연, 지연, 혈연을 배제하고 실력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거죠. 또 직원들과 늘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서 대표는 일주일에 한번 전 직원과 얼굴을 마주한다. 월요일은 주식운용본부, 화요일은 퀀트운용본부, 수요일은 경영지원본부 팀원과 회의를 하는 식이다. “전 직원이 함께 쓰는 모바일 채팅방도 있습니다. 운용역들 간 소통은 특히 중요해 채팅방을 하나 더 만들었어요.”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느냐’고 묻자 서 대표는 “나는 주로 보는 편이고 직원들이 말을 많이 한다”고 웃었다. “다만 운용 방에서는 제가 좀 나섭니다. 기업탐방 자료와 관련 뉴스를 채팅방에 올리는데 잘못됐다 싶으면 얘기를 하지요. 감독이 타격 폼을 봐주듯 말이죠. 물론 잘한 점은 칭찬합니다. 한 달 기간을 두고 오를 종목을 추천해 1등을 하면 상금도 주고요.” 운용 방의 마감은 자정이다. 마감 전까지는 쉼 없이 메시지가 올라온다고 한다. 월, 수요일 오후 5시와 일요일 오후 3시에는 몇 개 종목을 두고 끝장토론을 벌인다. 일요일 9시가 넘어 토론이 끝난 적도 있다. “저도 계급장 떼고 참여합니다.”
김 본부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마치 사관학교 같아요. 너무 혹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펀드를 제대로 운용하려면 이 정도는 버텨야 합니다. 주식투자는 직관이 중요하다며 야근, 주말 근무를 일부러 하지 않는 회사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객관적 지식을 완벽하게 습득한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얘깁니다. 주식은 80%가 암기입니다. 80%를 채워야 직관을 발휘할 수 있고 그때부터 진검 승부가 펼쳐지는 것이지요.” 김 본부장은 “트렌드를 읽는 것만 큼 그것에 맞는 종목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은 회사 밖에서도 계속된다. “식당에서 술병이 눈에 들어왔다 하면 회식은 뒷전이고 ‘저도주가 왜 뜨느냐?’ ‘무슨 브랜드 소주가 인기냐?’ ‘이 소주들의 주정을 만드는 회사는 어디냐?’ 끊임없이 얘기합니다. 옆 테이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일이 다반사예요.” 서 대표가 “토론은 강조하지만 만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내라고 하진 않는다”고 끼어들었다. “한 달에 0.5% 이상 내지 말라고 해요. 수익률이 높아지면 그만큼 변동성이 커지니까요. 무리하면 안됩니다. 투자자들은 불나방을 원하지 않아요.” 김 본부장도 동의했다. “오래 끓인 장국같은 펀드를 운용하고 싶습니다. 유행 따라 우르르 몰려가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투자자들이 기업을 알고 돈을 넣는 그런 펀드요.”
성장주에 장기투자하는 것은 서 대표의 투자철학이다. 그는 “요즘 돈 굴리기 어렵다고 하는데 내가 아는 것, 익숙한 것만 봐서 그렇다.”며 “나이가 들어도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30대와 60대 투자자가 보는 삼성전자는 각각 다릅니다. 새롭게 성장하는 제2의 삼성전자를 찾아야 해요.” 그가 요즘 돈을 투자하는 곳은 공모주하이일드펀드다. “30%는 국채에, 30%는 신용등급 BBB 채권에, 나머지는 신규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성장주를 발굴할 수 있어 좋습니다.” 서 대표는 “좋은 기업을 쌀 때 사서 성숙했을 때 팔고 새로 성장하는 기업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바꿀 것이 없으면 자리라도 바꾸라’고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는 서 대표는 올해 초 정말 자리를 바꿨다. 사무실 제일 안쪽에 있던 대표이사 방을 헤지펀드 본부에 내주고 사무실 입구로 옮겨온 것. 그는 “변화의 결실이 조금씩 보인다”며 뿌듯해했다. 대신자산운용의 수탁액은 서 대표 취임 후 1조5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2014년 말 기준). 수익률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직원 수도 30명에서 60여 명으로 늘었다. 전체 직원 가운데 운용 역이 3분의 2을 차지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신’ 하면 떠오르는 간판 펀드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꼽힌다.
서 대표는 “여성시대 펀드가 대신자산운용을 대표하는 공룡펀드로 성장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에 불어온 여성 소비라는 순풍을 열풍으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글 최은경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가을, 이 회사들의 주가를 끌어올린 원동력이 뭘까하고 생각하다 여성의 소비권력이 세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2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60%를 넘어섰고, 기혼 여성 10명 가운데 7명이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샘은 부엌가구, 아모레퍼시픽은 다 알다시피 여성과 밀접한 화장품이죠. 컴투스는 아기자기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 남성 중심의 게임산업에 여성 소비자를 끌어들였고요.”
서 대표가 여기에 착안,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의 소비 경향을 더해 만든 것이 ‘대신아시아컨슈머펀드(여성시대 펀드)’다. 이 펀드는 3월 3일 출시된다. “최근 5년 동안 요우커 수가 4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2013년 한국 관광수입의 절반이 요우커의 소비로 이뤄졌고요.” 서 대표는 “소비 트렌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이를 주도하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성시대 펀드는 기존의 소비재 펀드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펀드는 업종에 관계 없이 여성과 중국인의 소비를 이끄는 기업에 투자한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소비재 회사에 투자한다. 해외 주식 부문은 스위스계 운용사인 UBP가 자문을 맡았다.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김미연(39) 대신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이 김 대표에 이어 설명에 나섰다. “기존 소비재 펀드가 백화점, 홈쇼핑, 음식료 식으로 소비 플랫폼에 투자했다면 여성시대 펀드는 소비의 경향을 봅니다.” 가령 티웨이홀딩스는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비금속광물 기업이지만 여성시대 펀드에 충분히 담을 만한 종목이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여성과 중국 관광객이 주요 고객층인 저가항공사 티웨이항공의 지주회사니까요.”
이처럼 여성과 중국인이 모두 매력을 느끼는 회사가 가장 우선적인 투자 대상이다. 중국과 연관성이 높지 않지만 여성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소비재도 적극 편입할 계획이다. 바이오, 여행 등과 관련한 종목이 그렇다. 김 본부장은 반대로 여성이 소비의 주체이지만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백화점주 등은 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소비재, 여성, 중국’을 한 바구니에
설명을 듣다 보니 소비재, 여성, 중국 좋은 것은 다 담았다 싶다. 뜨는 키워드만 뽑아 반짝 인기를 끌겠다는 전략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투자 업종과 범위가 정해지지 않아 펀드매니저의 시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며 우려를 나타내자 김 본부장은 차분히 반론을 폈다. “여성시대 펀드는 콘셉트가 명확합니다. 왜 이 기업에 투자하는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직접 사고 이용해본 브랜드들이니까요. 펀드매니저의 시각이 아니라 여성의 시각으로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서 대표는 여성의 시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올해 초 리서치 본부를 새롭게 꾸렸다. 김 본부장은 “여성시대 펀드에 최적화된 정예부대”라고 자랑했다. 김 본부장을 포함한 6명의 구성원은 각자 유통, 자동차, 제약, 미용, 게임 등 주력 분야를 맡는다. 최근 소비의 축인 20~40대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게 30대 초·중반의 젊은 인력들을 배치했다.
대신자산운용은 2013년 초 서 대표가 취임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운용 능력의 질적 개선이다. 리서치본부를 신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김영준 주식운용본부장을 헤지펀드1본부장으로 이동시키고 김의수 신임 주식운용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운용사는요, 프로스포츠 구단과 같습니다. 운용역은 펀드를 잘 관리하고 사장은 직원들을 잘 관리해야 회사가 잘 돌아갑니다. 말하자면 제가 구단의 감독입니다.” 그는 슈틸리케(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식 용병술을 쓴다고 소개했다. “학연, 지연, 혈연을 배제하고 실력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거죠. 또 직원들과 늘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서 대표는 일주일에 한번 전 직원과 얼굴을 마주한다. 월요일은 주식운용본부, 화요일은 퀀트운용본부, 수요일은 경영지원본부 팀원과 회의를 하는 식이다. “전 직원이 함께 쓰는 모바일 채팅방도 있습니다. 운용역들 간 소통은 특히 중요해 채팅방을 하나 더 만들었어요.”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느냐’고 묻자 서 대표는 “나는 주로 보는 편이고 직원들이 말을 많이 한다”고 웃었다. “다만 운용 방에서는 제가 좀 나섭니다. 기업탐방 자료와 관련 뉴스를 채팅방에 올리는데 잘못됐다 싶으면 얘기를 하지요. 감독이 타격 폼을 봐주듯 말이죠. 물론 잘한 점은 칭찬합니다. 한 달 기간을 두고 오를 종목을 추천해 1등을 하면 상금도 주고요.” 운용 방의 마감은 자정이다. 마감 전까지는 쉼 없이 메시지가 올라온다고 한다. 월, 수요일 오후 5시와 일요일 오후 3시에는 몇 개 종목을 두고 끝장토론을 벌인다. 일요일 9시가 넘어 토론이 끝난 적도 있다. “저도 계급장 떼고 참여합니다.”
김 본부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마치 사관학교 같아요. 너무 혹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펀드를 제대로 운용하려면 이 정도는 버텨야 합니다. 주식투자는 직관이 중요하다며 야근, 주말 근무를 일부러 하지 않는 회사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객관적 지식을 완벽하게 습득한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얘깁니다. 주식은 80%가 암기입니다. 80%를 채워야 직관을 발휘할 수 있고 그때부터 진검 승부가 펼쳐지는 것이지요.” 김 본부장은 “트렌드를 읽는 것만 큼 그것에 맞는 종목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은 회사 밖에서도 계속된다. “식당에서 술병이 눈에 들어왔다 하면 회식은 뒷전이고 ‘저도주가 왜 뜨느냐?’ ‘무슨 브랜드 소주가 인기냐?’ ‘이 소주들의 주정을 만드는 회사는 어디냐?’ 끊임없이 얘기합니다. 옆 테이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일이 다반사예요.”
익숙한 기업만 들여다보면 돈 못 벌어
성장주에 장기투자하는 것은 서 대표의 투자철학이다. 그는 “요즘 돈 굴리기 어렵다고 하는데 내가 아는 것, 익숙한 것만 봐서 그렇다.”며 “나이가 들어도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30대와 60대 투자자가 보는 삼성전자는 각각 다릅니다. 새롭게 성장하는 제2의 삼성전자를 찾아야 해요.” 그가 요즘 돈을 투자하는 곳은 공모주하이일드펀드다. “30%는 국채에, 30%는 신용등급 BBB 채권에, 나머지는 신규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성장주를 발굴할 수 있어 좋습니다.” 서 대표는 “좋은 기업을 쌀 때 사서 성숙했을 때 팔고 새로 성장하는 기업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바꿀 것이 없으면 자리라도 바꾸라’고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는 서 대표는 올해 초 정말 자리를 바꿨다. 사무실 제일 안쪽에 있던 대표이사 방을 헤지펀드 본부에 내주고 사무실 입구로 옮겨온 것. 그는 “변화의 결실이 조금씩 보인다”며 뿌듯해했다. 대신자산운용의 수탁액은 서 대표 취임 후 1조5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2014년 말 기준). 수익률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직원 수도 30명에서 60여 명으로 늘었다. 전체 직원 가운데 운용 역이 3분의 2을 차지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신’ 하면 떠오르는 간판 펀드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꼽힌다.
서 대표는 “여성시대 펀드가 대신자산운용을 대표하는 공룡펀드로 성장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에 불어온 여성 소비라는 순풍을 열풍으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글 최은경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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