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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 ‘국제자유도시’ 이름값 하겠다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 ‘국제자유도시’ 이름값 하겠다

제주가 국제자유도시의 모습을 빠르게 갖추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복합리조트인 신화역사공원의 첫 삽을 뜨는 등 5개 핵심사업의 투자를 매듭지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최초 기획자이기도 한 김한욱 이사장은 2013년 6월 취임 이후 내부 경쟁력 강화, 해외기업 투자유치 등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김한욱 JDC 이사장은 나고 자란 곳에서 자신이 구상한 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의 상방산 자락 사계리가 고향인 그의 ‘~예’로 끝나는 제주도 방언이 독특했다.
1997년 말 당시 김한욱 제주도청 기획관리실장은 제주도의 장기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어느 날 신문을 보다 ‘1997년 홍콩 반환에 이어 1999년 마카오도 중국에 귀속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그의 머리를 때렸다. 그는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고민한 결과를 하나의 보고서로 작성했다. ‘동북아에 홍콩과 마카오를 대신할 국제자유 도시가 필요할 것이다. 제주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와 같은 중국의 1국가 2체제를 예상치는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주도의 위상을 제대로 짚은 보고서였다. 이듬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지방 업무보고차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이를 보고했고, 곧 청와대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는 그렇게 탄생했다.

김한욱(67) JDC 이사장은 제주도 국제도시 개발의 제안자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장, 제주도 행정부시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 2013년 자신이 산파역을 맡았던 JDC에 이사장으로 취임해 제주도를 관광과 휴양, 교육, 의료, 첨단지식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 영업이익을 증가시키고 부채비율을 줄이는 등 경영 성과는 물론이고 조직의 경쟁력도 강화시켰다는 평가다.

3월 중순, 서울 여의도 JDC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구상한 것을 실제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어서 나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제주만의 독특한 여건을 기반으로 잘 사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JDC의 임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정확한 수치를 들며 논리적으로 말했다. 오랜 관료생활 탓이기도 하겠지만 업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2월 신화역사공원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오래 끌었던 사업이라 감회가 남다를 텐데요.


2013년 6월 취임 당시 6개 주요사업 중 3개 사업에서 민자 유치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사업 규모가 큰 신화역사공원은 10년 동안 16차례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도 이를 본격적인 사업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었어요. 호텔에서 밥 먹으며 진행하는 리셉션 투자설명회를 접고 투자할만한 대상을 직접 찾아가 일대일로 컨설팅을 했습니다. 그 결과 홍콩의 란딩과 싱가포르의 겐팅사가 사업에 참여해 합작법인 람정제주개발을 세웠습니다. 오랜 숙원사업을 이뤘으니 뿌듯할 수밖에요.



신화역사공원은 어떻게 조성됩니까.


신화역사공원 내 3개 지구인 리조트월드제주에는 잉카·이집트·페르시아·중세유럽을 테마로 한 테마파크와 한·중·일·터키·스페인의 건축물과 음식 등 문화를 선보이는 테마스트리트, 컨벤션·숙박시설을 갖춘 MICE산업 지구가 들어섭니다. 나머지 1개 지구는 중국 자본에서 따로 떼어 놓았습니다. JDC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제주의 독특한 신화와 역사, 전통이 담긴 문화단지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현재 조선시대 4대 사고처럼 제주도에 국가기록원의 분원을 유치하려 노력 중이고, 국립국악원에도 공연사업을 제안한 상태입니다.
 영어교육도시 중국 상류층에 인기
JDC의 핵심프로젝트는 신화역사공원, 영어교육도시, 헬스케어타운, 항공우주박물관, 첨단과학기술단지 등이다. 여기에 여래동휴양형주거단지, 제주곶자왈도립공원 등 2개의 관리사업과 서귀포관광미항, 오션마리나시티, 국제문화복합단지, 제2첨단과학기술단지 등을 전략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어교육도시는 목표한 7개 학교 중 3개 학교가 이미 개교했고, 항공우주박물관도 지난해 오픈했다. 헬스케어타운은 중국의 녹지그룹이 상반기 내에 의료시설 사업계획을 확정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고,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투자한 여래동휴양형 주거단지는 이미 1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김 이사장은 “JDC 본사 입구엔 미국, 캐나다, 영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며 “제주가 교육, 관광, 의료의 글로벌도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그만큼 투자매력이 있는지요


국제도시로서의 제주도 이점은 크게 4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지정학적인 이점, 둘째 공항·항만·관광시설 등 기본 인프라 구축, 셋째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없는 천혜의 관광자원, 넷째 독특한 섬 전통문화 등이죠. 지난해 3월 27일엔 역대 우리나라 관광산업에서 가장 큰 투자 규모인 3억달러(약 3300억원)가 제주도 내 은행에 입금됐어요.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지만 제주도의 지리적 이점을 그들도 본 것이죠.



최근 영어교육도시가 중국 상류층에게 인기라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NLCS(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학교의 첫 졸업생 중 외국대학 진학 희망자 52명 전원이 미국 예일, 스탠포드, 영국 옥스퍼드 등 세계 100대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현재 외국인 학생이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중국인 학생이 많은 것은 그래도 긍정적입니다. 특히 상하이 등 중국인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아요. 교육환경이 좋고, 치안이 완벽하며, 기숙사 급식에 ‘짝퉁’이 없어 안심된다는 반응입니다. 또 시간대가 비슷해 아이들과 통화하기 좋고, 노비자 지역이라 오전에 와서 아이들 얼굴 보고 저녁에 돌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주도가 영어를 중심으로 한 교육허브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죠.



하지만 재정 여건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제주지역에 한해 영리법인을 허용했지만 해외 민간자본의 투자가 더딥니다. JDC가 학교 기반시설을 만들고 운영비도 일부 지원하느라 많은 빚을 졌어요. 보통 사립학교가 개교 후 정상화(학생 정원 80% 충원)에 이르기까지는 4~5년이 걸립니다. 최근 학생 수가 늘고 있어 내년이면 정상화할 것으로 봅니다.
 내핍경영으로 2년만에 경영평가 최고등급
201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위였던 JDC는 최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이사장 취임 이후 진행된 비상경영의 결과다. 2014년엔 전년 대비 매출이 1477억원, 영업이익 524억원, 당기순이익 412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37.1%포인트 감소해 33.3%로 낮아지는 등 경영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김 이사장 취임 전 2860억원이던 금융부채는 2013년에 500억원, 2014년에 1560억원을 각각 상환해 800억원이 남았다. 이외에도 JDC는 정부 공기업 경영평가 최고등급 달성과 청렴도·고객만족도 우수기관, 부패방지시책평가 최우수기관으로 평가받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취임 2년 동안 이룬 성과가 눈에 띕니다.


2013년 6월 7일 취임해 보니 ‘이런 기관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경영상태가 참담했습니다. 경영평가 최하등급을 맞아 직원들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부채는 많은데 이를 상환할 전략은 부재했거든요. 게다가 매년 200억~300억원을 꾸어다가 운영비로 쓰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민자 유치는 답보상태를 넘어 포기상태였고요. 3년 임기동안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극약처방을 꺼냈습니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후 200억 차입 결정을 반려하고 내핍 경영을 시작했어요. 그 결과 6개월 만에 323억원을 절약했습니다. 당시 ‘생존’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썼어요. 직원들이 협조해 준 덕에 좋은 성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수행비서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내핍경영의 일환입니다. 2013년 여름은 정말 더웠습니다. 하지만 전 직원이 사무실에서 에어컨 한 번 틀지 않고 지냈습니다. 대신 전기요금이 싼 심야시간대 얼음을 얼렸다가 한낮에 이를 선풍기 앞에 놓고 찬바람을 쐬었습니다. 그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준 직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스스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수행비서를 없앴고, 출장시 공기업 이사장에게 배정된 항공기 비즈니스 석을 반납했습니다. 또 교통비 외엔 출장비도 받지 않았습니다. 전 직원의 노력으로 이제 JDC가 정상궤도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자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감사원에서 항공우주박물관의 방만 경영을 지적했는데요.


항공우주박물관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지난해 4월 24일 개장을 앞두고 전국의 중고등학교, 각 시도교육청의 수학여행 담당 장학관, 그리고 여행사들을 방문해 열심히 마케팅을 했습니다. 그런데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겁니다. 그 뒤로 수학여행객이 있을 리가 없었죠. 올해도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1500억원이라는 투자비용이 너무 컸고, 중앙부처의 지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본사 직원 27명을 파견했는데 이것이 방만 경영으로 지적됐습니다. 항공우주박물관은 청소년을 위한 교육박물관 성격으로 가야 합니다. 정부의 결정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주도민에겐 개발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가 중요합니다. 민·관·산·학의 공동 노력은 무엇입니까.


고용주인 기업, 고용인, 지역주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개발이 되어야 합니다. 신화역사공원의 경우 직접고용이 7000명, 간접고용까지 합하면 9600명이 예상됩니다. 이중 80% 이상을 현지주민으로 고용하도록 못 박았습니다. 투자기업이 자국이나 서울에서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이는 주택과 교통 문제를 야기해 오히려 기업에겐 부담이 됩니다. 문제는 양질의 인력인데, 사실 그동안 제주도가 관광사업을 해오면서 핵심인력을 육성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2013년말 버자야그룹, 람정제주개발, 녹지그룹, 이랜드그룹, 대동공업 등 투자기업의 대표들과 제주도 소재 4개 대학의 총장이 합의해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기업이 시기별로 필요한 인력을 미리 공지하고, 이를 대학에서 받아 그에 맞는 인재 훈련을 시키는 구조입니다.
 보존을 기반으로 개발하겠다
최근 제주도에 들어오는 외자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 난개발, 리조트시설 등 중복투자 문제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나는 보존주의자에 가깝다. 제주도는 보존을 기반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일화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제주도 기획관리실장을 마치고 서울에서 근무할 당시였다. 하루는 모기업의 회장이 찾아와 제주도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며 현지 책임자를 소개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어디에 지을 계획이냐고 묻자 그 회장은 제주도 곶자왈 인근의 조감도를 보여주었다. 김 이사장은 ‘죄송하지만 추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1년 강수량 중 56%가 하천으로 흐르거나 증발하고 44%만이 지하수로 흡수 된다. 그 중 물이 가장 잘 흡수되는 곳이 곶자왈이다. 골프장을 지을 경우 그 결과는 뻔했다. 하지만 몇 해가 지나 제주도 행정부지사로 부임하니 그 골프장이 건설되어 운영 중이었다. 다음날 아침 실국장회의를 하면서 그의 입에서 큰소리가 나왔다. 이후 도청에서는 김 부지사를 ‘환경보존론자’라고 불렀다.



환경보존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것 같습니다.


개발과 보존 사이에 정답은 없습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보존해야 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발해야 합니다. 시대와 지역의 조건,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1970년대 후반까지 환경이라는 말이 어색했던 우리나라도 이후 환경청이 환경처가 됐다가 환경부가 되지 않았습니까. 저는 행정부지사로 일하면서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의 무분별한 개발을 보고 제주도에 경관, 지하수 보존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9급 공무원에서 1급 행정부지사까지 역임했습니다. 비결은.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공직생활하면서 두 가지 원칙은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하나는 공부하자입니다. 소관업무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자신과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습니다. 다른 하나는 머리맡엔 항상 메모지를 둔다는 것입니다. 자다가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 보고서 10장보다 나은 때가 많습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때 조금만 더 노력할 걸’이라는 후회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습니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는 “10년 후의 제주는 한국경제를 견인하는 비중 있는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값을 하는 제주도가 될 수 있도록 JDC가 앞장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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