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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히어로 영화 놓고 고민하는 할리우드] 스크린 밖으로 사라진 서부극 전철 밟나

[수퍼히어로 영화 놓고 고민하는 할리우드] 스크린 밖으로 사라진 서부극 전철 밟나

오는 8월 개봉될 [판타스틱 4]. 최근 영화 업계는 수퍼히어로 영화가 포화상태에 이르지 않았는지 우려한다.
수퍼히어로 영화는 10년 이상 할리우드를 이끈 활력소였다. 영화관에 오라고 꾀기가 어느 때보다 힘든 요즘 [어벤져스] [아이언맨] [다크 나이트] 같은 제작비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랜차이즈 영화는 젊은 관람객을 계속 끌어들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디즈니의 마블 엔터테인먼트 같은 수퍼히어로 영화 제작사는 갈수록 틈새 캐릭터(예를 들면 곤충을 소재로 한 히어로를 등장시킨 [앤트맨] 7월 개봉)를 발굴하려고 안간힘이다. 이 장르도 이제 식상했다는 뜻일까? 미디어 리서치 업체 모펫네이선슨의 분석가들에 따르면 바로 그런 의구심이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진짜 고민이다. 모펫네이선슨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네이선슨은 지난 6월 9일 보고서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최근 영화 업계는 수퍼히어로 영화가 포화상태에 이르지 않았는지 우려한다. 그들은 요즘의 수퍼히어로 영화를 과거 인기 장르였던 서부극에 견준다. 흥행 보증수표였던 그런 장르도 시간이 흐르면서 여지 없이 쇠락했기 때문이다.”
 속편·리메이크작 줄줄이 대기
영화사의 이런 고민은 당연하다. 서부극의 경우 1920년 할리우드 초기부터 1950년대 황금기까지 영화산업을 이끌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는 서부극이 현시대 이야기와 독립영화 운동에 따른 사실주의 장르에 자리를 내줬다. 요즘 서부극은 예산만 많이 든 흥행실패작이 대부분이다. 디즈니의 [론 레인저]나 세스 맥팔레인 감독의 [밀리언 웨이즈] 같은 맥빠진 코미디가 대표적이다.

서부극에 비해 수퍼히어로 영화는 갈수록 진지해졌다. 그런 영화를 오락물이 아니라 일종의 신화로 떠받드는 광적인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제작사가 갈수록 복잡한 배경 설정과 난해한 플롯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거품이 언젠가는 꺼진다는 사실이다. 그럴 경우 영화사는 대책이 없다. 할리우드의 양대 수퍼히어로 영화사인 마블 엔터테인먼트과 워너브러더스의 DC 엔터테인먼트는 2020년까지, 심지어 그 다음 10년까지 개봉 계획을 세웠다.

그 먼 시일까지 만화책 기반의 속편, 파생 작품, 리메이크가 잔뜩 예정돼 있다. 영화사는 하나같이 그런 작품이 블록버스트가 되길 기대한다. 워너브러더스는 2011년 개봉한 [그린 랜턴]을 2020년 리메이크할 계획이다(9년만에 리메이크가 나온 사례는 매우 드물다). 같은 해 워너브러더스는 만화 [저스티스 리그]의 캐릭터를 내세운[사이보그]의 영화판도 선보일 예정이다.

관람객이 수퍼히어로 영화에 식상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그토록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둔 영화사가 관람객의 취향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네이선슨 분석가는 “관람객이 소셜미디어 덕분에 갈수록 똑똑해져 구성이 탄탄하지 못한 영화는 곧바로 외면당하지만 수준 높은 수퍼히어로 영화는 계속 경쟁 장르를 능가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탄탄한 구성 뒷받침 돼야
수퍼히어로 영화 열풍은 1978년 워너브러더스의 [슈퍼맨]에서 시작됐다. 당시엔 만화책을 2시간 반짜리 장편 영화로 만드는 것이 위험 부담이 큰 모험이었다. 그럼에도 [슈퍼맨]은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그리스] 다음으로 그해 흥행수입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선악의 대결에서 초인간적 히어로들이 막강한 악당과 싸우는 영화가 거의 40년 동안 이어지면서 팬들이 하품하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서 한 회원이 수퍼히어로 영화에 신물 났다고 털어놓자 판에 박은 듯한 줄거리와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로 만든 만화 같은 전투 장면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한 댓글은 이랬다. ‘CGI로 거대하게 부풀려진 전투로 끝나지 않는 수퍼히어로 영화가 나오면 신선할 것 같다.’ CGI 없는 수퍼히어로 영화라고?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아마도 최고의 위업이 될 것이다.

-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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