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대기업 DNA,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찾아서(4) GS그룹 허창수 회장
한국 10대기업 DNA,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찾아서(4) GS그룹 허창수 회장
포브스코리아와 한국경영사학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특별기획 ‘한국 10대기업 핵심 DNA, 창업자들의 기업가정신을 찾아서’의 네 번째는 창업 10년 만에 재계 서열 7위에 오른 GS그룹이다. 특히 GS그룹의 실질적인 창업자이자 전경련 회장으로 ‘재계의 얼굴’인 허창수 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을 조명했다. 전남 여수시 중흥동 여수국가산업단지에는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상징인 GS칼텍스 여수공장이 있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GS그룹의 주력 사업장이다. 지난 6월 2일 여수시 덕충동에 GS그룹의 신사업을 상징할 또 하나의 사업장이 생겼다. GS그룹이 주도해 설립한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다. GS와 전라남도가 손잡고 농수산 벤처 창업과 웰빙관광, 친환경 바이오화학 산업의 거점으로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다.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GS칼텍스가 150억원을 투자해 여수시 덕충동 GS칼텍스 밸류센터 전체를 리모델링해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최대인 2978㎡(901평) 규모로 세워졌다. 지난 6월 2일 여수엑스포 그랜드홀에서 열린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낙연 전남 지사가 센터를 찾아 축하했다. GS그룹의 오너인 허창수(67) 회장이 이날 초청자 격으로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개소식 두 달 전인 지난 4월부터 여수를 찾아 창조경제혁신센터 준비상황을 직접 점검했다고 한다. GS 관계자에 따르면, 허 회장은 중남미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장기간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직접 챙기기 위해 현장을 찾은 적도 있다고 했다.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치밀한 허 회장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전남창조혁신센터는 에너지·유통·무역·건설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GS그룹 각 부문의 역량을 집결해 추진하는 신사업이다.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GS의 모든 계열사가 역량과 노하우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GS그룹이 여수화학산업단지 등 자체 인프라와 풍부한 친환경 농수산원료를 갖춘 전남지역 특성을 활용해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추진하기로 한것이 바로 바이오화학 분야다. 이에 따라 조만간 드론이 농약을 살포하고 자율주행하는 제초로봇이 잡초를 솎아내는 첨단농업이 선보일 예정이다.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은 온도와 습도 등을 알아서 맞춰주는 센싱 기술을 활용해 재배된다고 한다. 또, 섬이 많은 전남 지역을 국제적인 웰빙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 GS의 전국 유통망과 GS홈쇼핑의 여행전문가가 상품개발과 홍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GS 계열사들이 여수에서 집결해 머리를 맞대고 시너지효과를 도모하는 셈이다. 아이디어가 빛나는 대목은 ‘GS닥터제’다. GS계열사의 현업 전문가 6명이 센터에 상주하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창업자에게 상시 컨설팅을 제공하는 제도다. 여기에는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GS글로벌, GSITM 등 6개 계열사 전문가들이 주민들에게 농수산 상품에 대한 시장성 및 상품화 가능성에 대한 심층 컨설팅을 해줄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수산업단지 내에 석유화학 기업들과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유망 중소·벤처 기업을 선정하는 동반성장 사업도 진행한다. GS그룹은 이 같은 농수산·관광·바이오화학 벤처창업 활성화와 지역 친환경 농수산 기업 및 지역 창업·벤처·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사업화 자금으로 전라남도와 공동으로 총 139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단순히 정부의 창조경제에 부응하는 의미의 창조혁신센터 개소를 넘어서 그룹의 비즈니스모델이 될 미래사업 발굴, 그룹 계열사들과의 융합과 시너지 효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지역사회 공헌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은 이것이 포브스코리아가 주목하는, 다른 그룹에서는 보기 힘든 GS 만의 강점이다. 그 중심에 허창수 회장이 있다.
허 회장은 일찍부터 전남창조경제센터의 사업과 관련해 프로그램과 사업추진 내용을 꼼꼼히 보고받고 독려했다고 한다. 허 회장이 6월 2일 개소식에서 참석자들 앞에서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이앙기를 직접 운전하는 시범까지 보이는 정성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웃음 짓게 한 것도 이 같은 치밀한 준비와 보이지 않는 노력의 산물이다. 박 대통령은 “여수의 화학산업 인프라에 중소ㆍ벤처 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바이오매스 및 친환경 농약ㆍ비료 등 바이오화학 분야를 전남의 미래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줄 것을 당부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서 시대의 코드를 읽는 데 빠르고, 재계의 현안을 선도적으로 주도해가는 리더십의 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허창수 회장은 이처럼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짬을 내 GS그룹의 총수로서 국내외 GS 주요 계열사들의 연구, 생산, 판매시설이나 건설현장 등을 자주 찾는다. 지난해 5월에는 ‘GS 밸류 크리에이션 포럼’ 행사를 마치고, 곧바로 강원도 동해시에 건설 중인 GS동해전력 석탄화력발전소 현장을 찾는 강행군을 하기도 했다. 허 회장이 평소 “현장이 강한 GS를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해온 현장경영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현장경영은 젊은 시절부터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 그는 단순한 재벌가 후계자가 아니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전문 경영인이다. 그는 LG가에서 독립해 2005년 GS그룹을 창업하기 전까지 LG그룹의 사원으로 밑바닥부터 경험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한 이래 글로벌경영을 체득하기 위해 LG상사 간부사원으로서 홍콩지사, 도쿄 지사에서 근무했다. 국내로 돌아온 뒤에는 LG상사 관리본부 전무, LG화학 부사장, LG산전 부사장, LG전선 회장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풍부한 실무경험을 쌓아왔다. GS그룹 창업에 앞서 2002년에는 LG건설(현 GS건설) 회장으로서 대그룹의 공동경영자로서 능력도 보여준 바 있다.
GS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허 회장은 틈만 나면 이란이나 카타르 등지로 날아가 중동의 건설 현장을 찾아 현지 정부 발주처의 고위 관계자들과 미팅을 갖고 식사를 같이 하며 상대방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직접 경청했다고 한다. 현장 근로자들이 일하는 사막의 오지 현장을 방문할 때는 폭염을 무릅쓰고 직접 걸어서 현장 곳곳을 일일이 찾아가 격려했다. 근로자 누구라도 그룹의 오너가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와 현장 직원들을 찾아 손을 맞잡아주면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 회장은 게다가 소탈한 성픔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분 좋게 해주는 인간적인 장점이 있다.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늘 한결같이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젠틀하고 온유한 성품 때문에 ‘재계의 신사’로 불릴 정도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2005년 그룹 출범 이후 10년 만에 재계 7위에 오른 GS그룹의 기업가정신을 심층취재하기 위해 GS그룹에 허창수 회장과의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정중히 거절당했다. 전경련 회장으로서 국내외 잦은 행사와 출장으로 바쁠뿐더러 GS그룹 회장으로서 지금까지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이었다. 아쉽지만 허창수 회장의 공개된 발언과 주변 사람들을 통한 취재, 그리고 GS그룹이 제공한 각종 자료 등 다각적인 취재를 통해 그의 기업가정신을 탐구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GS그룹 오너인 허창수 회장은 어떤 스타일의 경영자이고 그가 보여주는 기업가정신의 내용이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허창수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고 허준구 전 LG건설(현 GS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48년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서 태어나 경남고등학교,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세이트루이스 대학이 그의 경영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허창수 회장은 허(許)·구(具) 양 가문이 동업체제를 형성했던 LG그룹 내 허씨 가문을 대표하는 경영인으로서 GS로 분할 독립하기 전까지 구본무 LG 회장과 공동으로 LG그룹을 이끌어 왔다. GS와 LG의 허·구씨 양가 동업은 1947년 LG그룹의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현LG화학) 창립과 함께 창업 1세대인 고 구인회 창업회장과 고 허만정 씨에서 시작해 2세대인 구자경 LG 명예회장과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그리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에 이르기까지 57년간 3대에 걸쳐 잡음 없이 이뤄져 왔다. 허·구 양가간 화합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동업을 통해 LG를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킨, 한국 재계의 아름다운 역사로 남아있다.
허 회장은 LG그룹과의 계열분리 후 2004년 7월 GS홀딩스(현 ㈜GS)를 설립했고, 2005년 3월 새로운 그룹 CI를 선포하며 GS그룹의 정식 출범을 알렸다. 그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허씨 가문의 추대를 받아 GS그룹의 대표로 선임됐고,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의 이사회 의장 및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10년째 GS그룹을 이끌어 오고 있다.
GS그룹은 에너지, 유통, 건설을 중심으로 기존의 주력 사업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미래의 지속성장의 원천이 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허창수 회장은 ‘모두가 선망하는 Value No.1 GS’라는 그룹의 비전을 설정하고 지속적인 가치성장과 존경받는 신뢰경영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선도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애써왔다.
특히 허 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임원들에게 기업가정신의 핵심인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강조해왔다. 지난 3월 제주도 엘리시안 제주리조트에서 열린 GS 신임임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창의적 도전과 실행을 통해 GS가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앞장서 달라... 어떠한 상황에 닥치더라도 반드시 해결해 내겠다는 악착 같은 실행의지를 갖춘 리더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말로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허창수 회장이 도전과 실행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도전했다가 설사 실패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끝까지 지원해주는 배려와 신뢰경영을 실천하는 경영자라는 평가다. 김 모(67) 전 GS건설 사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전 사장은 베트남 건설 시장을 개척해 열정적으로 뛰어든 도전적인 CEO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베트남 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베트남 사업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 여느 기업이라면 한 임원의 어쩔 수 없는 쓸쓸한 퇴장 정도로 끝났겠지만 허창수 회장은 달랐다. 평소 “GS(그룹)에는 부회장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허 회장은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면서까지 김 전 사장을 위해 부회장 직제를 신설했다. 그리고는 회사를 위해 고생한 김 전 사장을 상당 기간 예우해주었다고 한다.
한 경영학자는 이와 관련해 “기업인은 누구나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도전하는 것인데, 허창수 회장과 같은 믿음과 배려가 있으면 오너를 믿고 과감하게 도전하게 되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 배려가 임직원들로 하여금 자기 일터에서 더 진취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철수했지만 GS건설은 그대로 베트남에 남아 손해를 감수했다. 그래서 건설업계에서는 앞으로 베트남 경제가 호황기를 맞게 되면 특히 GS건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포석을 두고 도전하는 허창수 회장의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을 읽을 수 있다. 허 회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 같은 신뢰와 배려가 일상생활에서도 몸에 밴 성품이 허 회장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GS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지낸 모 인사가 실제 겪었던 이야기다. 허 회장이 사외이사들과 부부동반으로 가벼운 여행을 하게 됐다. 그런데 한 사외이사의 부인이 트래킹을 하면서 미처 신발을 준비하지 못해 걷는 데 조금 불편해했다고 한다. 그것을 눈여겨본 허 회장이 조용히 그 부인을 위해 운동화를 준비해 감동을 주었다는 일화다. 허창수 회장의 섬세함과 배려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허 회장은 임원회의 등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자극하고 기업인들에게 자신감과 영감을 주는 발언을 던지는 ‘화두경영’에도 능하다. GS그룹은 2005년 그룹 출범 이후 매년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를 한차례씩 열고 있다. 주요 계열사 CEO와 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해 최고경영자의 역할 및 경영활동 전반에 대해 점검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허창수 회장이 최근 전략회의에서 던진 가장 중요한 화두는 “100년 장수기업의 DNA를 찾아라” 였다. 허 회장은 ㈜GS 서경석 부회장, GS리테일 허승조 부회장, GS칼텍스 허진수 부회장, GS에너지 나완배 부회장, GS건설 허명수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와 사업본부장 등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100년 이상 장수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하에서 더 많은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로 100년 가는 장수기업을 그룹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후 GS그룹 임원들은 변화와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강도높은 그룹 임원 교육을 가졌다. 유명 경영학자를 초빙해 마케팅 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는 협상 수업,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훈련을 받는 등 허 회장의 요청에 적극 화답하며 지혜를 모았다고 한다.
앞서 전남창조경제센터의 신사업 추진과 비즈니스모델 개발도 허창수 회장의 화두경영에 자극받은 바 크다. 센터 개소를 준비하던 지난 4월 허 회장은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을 화두로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허 회장은 경영진 150명이 참석한 임원회의에서 “전쟁의 징후를 간과하고 국제정세 변화에 둔감하게 대응했던 조선은 임진왜란 초기에 무기력한 패배를 거듭했다”며 “(경영자는)이 같은 역사를 교훈 삼아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두고 환경변화를 적기에 포착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선제적으로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해 나갈 것을 당부한 것이다.
GS칼텍스가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소하면서 여수화학산업 단지 등 자체 인프라와 풍부한 친환경 농수산원료를 갖춘 전남의 지역 특성을 활용해 바이오화학 분야를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도 허 회장이 “창조경제의 시대에는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개방과 협력,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발언이나 “지금과 같은 컨버전스(융합) 시대에는 기존 틀에 한정된 근시안적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한 것에 대한 실행파일 이라는 설명이다. 허창수 회장은 발언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그의 발언은 꼭 실천을 담보한다. “기업의 투명성 없이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시장의 신뢰가 없으면 기업이 유지 발전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허창수 회장이 지난 4월 임원회의 때 한 발언이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2004년 GS 출범부터 대주주를 대표하면서 출자를 전담하는 지주회사 의장 및 대표이사 회장으로서의 일에만 전념하고 모든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이사회 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허 회장은 주위에 “조직을 바르고 투명하게 가져가야 하며 지주회사뿐만 아니라 자회사 및 계열사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며 무엇보다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범적인 기업지배구조를 정착시켜 세계 최고의 선진 지주회사 체제로 발전해 나갈 것임을 천명해왔다.
허 회장은 이에 따라 자신은 출자 포트폴리오 관리와 사업자회사 성과관리 등 지주회사 경영에 전념하면서 매월 한 차례씩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분기별로 전 계열사 임원들이 참여하는 GS 임원모임을 주재하고 중장기 비전에 맞게 사업계획을 조율하면서 그룹 경영을 소리없이 진두 지휘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실제 이사회에 참석한 사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허 회장은 이사회를 운영할 때면 특히 기업 감시의 책임이 큰 사외이사들에게 “좋은 의견 없으십니까?”하고 일일이 공손한 말투로 물어본다고 한다. 오너와 사외이사의 관계라면 흔히 불편해할 수 있는데도, 비판적인 얘기를 늘 듣고자 귀를 여는 경청의 자세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GS그룹의 사외이사들은 ‘참석만 하고 도장만 찍는’ 여타의 사외이사와는 다르다는 얘기도 한다. GS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낸 한 인사는 이와 관련해 “GS의 사외이사를 하고 나면 허창수 회장의 따뜻한 배려나 존경심 때문에 회사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인지 GS그룹 사외이사를 지낸 사람들은 매년 한 두 차례씩 기수별로 정기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지난 2008년 11월, GS건설이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인해 악성 루머에 휩싸이며 주가가 3만7250원으로 급락했을 때 김종빈 전 검찰총장 등 사외이사 5명이 자사주를 300주씩을 매입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신뢰관계를 고려할 때 이해되는 대목이다. 허 회장은 “책임감을 가지고 정도를 걸어감으로써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자랑스러운 기업을 만들자”며 항상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지속적인 기부를 실천하고 솔선수범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우선 허 회장 자신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
허 회장은 2006년 12월 사재를 출연해 ‘남촌재단’을 설립하고, ‘저소득 소외 계층의 자립기반 조성 지원’을 목적으로 소외계층 환자를 위한 의료사업, 저소득 가정 자녀의 교육, 장학 지원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남촌은 허 회장의 부친인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아호다. 허 회장은 재단 설립 당시 매년 지속적으로 GS건설 주식 등을 출연해 재단을 500억원 이상 규모로 키워나가겠다고 약속했고, 실제 지금까지 약 360억원 규모에 달하는 총 37만 주의 주식을 남촌재단에 출연했다.
허 회장의 이런 활동은 대외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지난 2008년 2월 포브스가 ‘아시아 이타주의자 48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허 회장의 이같은 ‘나눔 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GS그룹의 모든 계열사로 퍼져 나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허창수 회장이 2011년 2월 전경련 회장단과 경제계 원로들의 추대 의지에 따라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는데 미력하나마 봉사하겠다는 마음에서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한 이후 지금까지 회장직을 맡아온 것도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의지의 소산이라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GS그룹이 2005년 3월 GS의 경영이념과 CI를 선포하며 GS그룹의 출범을 알린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GS그룹은 지난 10년의 창업사를 100년 기업을 향한 창조와 혁신의 10년으로 규정했다. 출범 이후 에너지, 유통, 건설 등 주력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였을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발전 등 에너지사업 전반, 나아가 무역 상사와 중공업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한 GS EPS, GS글로벌, GS엔텍, GS E&R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 GS에너지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통한 성장기반 확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GS그룹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실제 지난 10년 동안 GS그룹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현재 GS그룹은 지주회사인 ㈜GS와 GS에너지,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GS EPS, GS글로벌, GS E&R, GS스포츠, GS건설 등의 주요 자회사 및 계열사를 포함해 국내 79개 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룹의 핵심 중추인 GS칼텍스는 하루 7만 배럴이던 고도화 시설 규모를 지속적으로 증설하여 현재는 국내 최대 규모인 하루 27만4천 배럴 시설을 갖추고 있고, 원유정제시설 능력은 65만 배럴에서 78만5천 배럴로 확충, 단일 공장 기준으로는 세계 4위다. GS건설은 국내 외 수주액이 지난해 5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해외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선 그룹의 캐시카우다. GS25는 연평균 15%의 매출 증가세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 GS홈쇼핑은 모바일쇼핑 강자로 올라선 데 이어 인도 시장에 진출했고 태국,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터키 등의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GS에너지는 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미국 네마하, UAE의 아부다비의 3개 탐사광구에서 유전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2005년 출범 당시 매출 23조원, 자산 18조7천억원이었던 GS그룹의 외형은 지난해 기준 매출 63조 3천억원, 자산 58조 2천억원으로 3배 성장했다. GS그룹은 LG그룹에서 계열분리돼 창업한 지 10년 만에 재계 순위 7위(공기업 제외)에 진입하게 됐다. 2004년 30%였던 수출 비중이 2014년에는 수출 및 해외 매출 34조3천억원을 달성, 그 비중이 54%에 이르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했다. GS그룹의 성장은 출범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 그리고 장기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 등 수많은 환경변화 속에서도 질적·양적 성장에 성공한 사례다. 달리 말해 허창수 회장의 리더십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재계에서는 GS그룹이 대내외적 어려운 여건속에서 창업 10년만에 10대 그룹 반열에 오른 것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평가한다. 그러고보면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 분주하게 활동하면서도 GS그룹의 총수로서 자신의 집안을 잘 다스려 소리없이 기적을 쓰고 있었던 셈이다. 마치 GS칼텍스가 모두가 잠든 밤에도 불을 밝히고 한국 석유화학공업의 불침번을 서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경제침체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 GS그룹의 전망은 밝다.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가 지난해 3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회복되는 시그널이 역력하다. 그룹의 양 날개인 GS건설도 부동산 경기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어닝쇼크를 극복했다. GS건설은 올해 신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플랜트에서 토목, 건축분야까지 수주시장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GS그룹의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구성원 모두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수립된 목표는 반드시 달성해 내겠다는 의지와 실행력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GS그룹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온 지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허창수 회장의 다짐처럼 100년 장수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 한가운데에 조용하지만 묵직한 울림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허창수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기에 그 기대가 더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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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GS칼텍스가 150억원을 투자해 여수시 덕충동 GS칼텍스 밸류센터 전체를 리모델링해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최대인 2978㎡(901평) 규모로 세워졌다. 지난 6월 2일 여수엑스포 그랜드홀에서 열린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낙연 전남 지사가 센터를 찾아 축하했다. GS그룹의 오너인 허창수(67) 회장이 이날 초청자 격으로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개소식 두 달 전인 지난 4월부터 여수를 찾아 창조경제혁신센터 준비상황을 직접 점검했다고 한다. GS 관계자에 따르면, 허 회장은 중남미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장기간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직접 챙기기 위해 현장을 찾은 적도 있다고 했다.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치밀한 허 회장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전남창조혁신센터는 에너지·유통·무역·건설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GS그룹 각 부문의 역량을 집결해 추진하는 신사업이다.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GS의 모든 계열사가 역량과 노하우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GS그룹이 여수화학산업단지 등 자체 인프라와 풍부한 친환경 농수산원료를 갖춘 전남지역 특성을 활용해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추진하기로 한것이 바로 바이오화학 분야다. 이에 따라 조만간 드론이 농약을 살포하고 자율주행하는 제초로봇이 잡초를 솎아내는 첨단농업이 선보일 예정이다.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은 온도와 습도 등을 알아서 맞춰주는 센싱 기술을 활용해 재배된다고 한다. 또, 섬이 많은 전남 지역을 국제적인 웰빙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 GS의 전국 유통망과 GS홈쇼핑의 여행전문가가 상품개발과 홍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GS 계열사들이 여수에서 집결해 머리를 맞대고 시너지효과를 도모하는 셈이다.
GS의 역량 집중될 창조경제혁신센터
단순히 정부의 창조경제에 부응하는 의미의 창조혁신센터 개소를 넘어서 그룹의 비즈니스모델이 될 미래사업 발굴, 그룹 계열사들과의 융합과 시너지 효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지역사회 공헌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은 이것이 포브스코리아가 주목하는, 다른 그룹에서는 보기 힘든 GS 만의 강점이다. 그 중심에 허창수 회장이 있다.
허 회장은 일찍부터 전남창조경제센터의 사업과 관련해 프로그램과 사업추진 내용을 꼼꼼히 보고받고 독려했다고 한다. 허 회장이 6월 2일 개소식에서 참석자들 앞에서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이앙기를 직접 운전하는 시범까지 보이는 정성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웃음 짓게 한 것도 이 같은 치밀한 준비와 보이지 않는 노력의 산물이다. 박 대통령은 “여수의 화학산업 인프라에 중소ㆍ벤처 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바이오매스 및 친환경 농약ㆍ비료 등 바이오화학 분야를 전남의 미래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줄 것을 당부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서 시대의 코드를 읽는 데 빠르고, 재계의 현안을 선도적으로 주도해가는 리더십의 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허창수 회장은 이처럼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짬을 내 GS그룹의 총수로서 국내외 GS 주요 계열사들의 연구, 생산, 판매시설이나 건설현장 등을 자주 찾는다. 지난해 5월에는 ‘GS 밸류 크리에이션 포럼’ 행사를 마치고, 곧바로 강원도 동해시에 건설 중인 GS동해전력 석탄화력발전소 현장을 찾는 강행군을 하기도 했다. 허 회장이 평소 “현장이 강한 GS를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해온 현장경영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현장경영은 젊은 시절부터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 그는 단순한 재벌가 후계자가 아니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전문 경영인이다. 그는 LG가에서 독립해 2005년 GS그룹을 창업하기 전까지 LG그룹의 사원으로 밑바닥부터 경험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한 이래 글로벌경영을 체득하기 위해 LG상사 간부사원으로서 홍콩지사, 도쿄 지사에서 근무했다. 국내로 돌아온 뒤에는 LG상사 관리본부 전무, LG화학 부사장, LG산전 부사장, LG전선 회장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풍부한 실무경험을 쌓아왔다. GS그룹 창업에 앞서 2002년에는 LG건설(현 GS건설) 회장으로서 대그룹의 공동경영자로서 능력도 보여준 바 있다.
GS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허 회장은 틈만 나면 이란이나 카타르 등지로 날아가 중동의 건설 현장을 찾아 현지 정부 발주처의 고위 관계자들과 미팅을 갖고 식사를 같이 하며 상대방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직접 경청했다고 한다. 현장 근로자들이 일하는 사막의 오지 현장을 방문할 때는 폭염을 무릅쓰고 직접 걸어서 현장 곳곳을 일일이 찾아가 격려했다. 근로자 누구라도 그룹의 오너가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와 현장 직원들을 찾아 손을 맞잡아주면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 회장은 게다가 소탈한 성픔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분 좋게 해주는 인간적인 장점이 있다.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늘 한결같이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젠틀하고 온유한 성품 때문에 ‘재계의 신사’로 불릴 정도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몸에 밴 현장 중심의 경영활동
허창수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고 허준구 전 LG건설(현 GS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48년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서 태어나 경남고등학교,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세이트루이스 대학이 그의 경영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허창수 회장은 허(許)·구(具) 양 가문이 동업체제를 형성했던 LG그룹 내 허씨 가문을 대표하는 경영인으로서 GS로 분할 독립하기 전까지 구본무 LG 회장과 공동으로 LG그룹을 이끌어 왔다. GS와 LG의 허·구씨 양가 동업은 1947년 LG그룹의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현LG화학) 창립과 함께 창업 1세대인 고 구인회 창업회장과 고 허만정 씨에서 시작해 2세대인 구자경 LG 명예회장과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그리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에 이르기까지 57년간 3대에 걸쳐 잡음 없이 이뤄져 왔다. 허·구 양가간 화합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동업을 통해 LG를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킨, 한국 재계의 아름다운 역사로 남아있다.
허 회장은 LG그룹과의 계열분리 후 2004년 7월 GS홀딩스(현 ㈜GS)를 설립했고, 2005년 3월 새로운 그룹 CI를 선포하며 GS그룹의 정식 출범을 알렸다. 그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허씨 가문의 추대를 받아 GS그룹의 대표로 선임됐고,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의 이사회 의장 및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10년째 GS그룹을 이끌어 오고 있다.
GS그룹은 에너지, 유통, 건설을 중심으로 기존의 주력 사업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미래의 지속성장의 원천이 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허창수 회장은 ‘모두가 선망하는 Value No.1 GS’라는 그룹의 비전을 설정하고 지속적인 가치성장과 존경받는 신뢰경영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선도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애써왔다.
특히 허 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임원들에게 기업가정신의 핵심인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강조해왔다. 지난 3월 제주도 엘리시안 제주리조트에서 열린 GS 신임임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창의적 도전과 실행을 통해 GS가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앞장서 달라... 어떠한 상황에 닥치더라도 반드시 해결해 내겠다는 악착 같은 실행의지를 갖춘 리더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말로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허창수 회장이 도전과 실행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도전했다가 설사 실패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끝까지 지원해주는 배려와 신뢰경영을 실천하는 경영자라는 평가다. 김 모(67) 전 GS건설 사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전 사장은 베트남 건설 시장을 개척해 열정적으로 뛰어든 도전적인 CEO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베트남 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베트남 사업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 여느 기업이라면 한 임원의 어쩔 수 없는 쓸쓸한 퇴장 정도로 끝났겠지만 허창수 회장은 달랐다. 평소 “GS(그룹)에는 부회장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허 회장은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면서까지 김 전 사장을 위해 부회장 직제를 신설했다. 그리고는 회사를 위해 고생한 김 전 사장을 상당 기간 예우해주었다고 한다.
한 경영학자는 이와 관련해 “기업인은 누구나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도전하는 것인데, 허창수 회장과 같은 믿음과 배려가 있으면 오너를 믿고 과감하게 도전하게 되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 배려가 임직원들로 하여금 자기 일터에서 더 진취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철수했지만 GS건설은 그대로 베트남에 남아 손해를 감수했다. 그래서 건설업계에서는 앞으로 베트남 경제가 호황기를 맞게 되면 특히 GS건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포석을 두고 도전하는 허창수 회장의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을 읽을 수 있다.
‘화두’ 던지며 변화와 혁신 주문
허 회장은 임원회의 등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자극하고 기업인들에게 자신감과 영감을 주는 발언을 던지는 ‘화두경영’에도 능하다. GS그룹은 2005년 그룹 출범 이후 매년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를 한차례씩 열고 있다. 주요 계열사 CEO와 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해 최고경영자의 역할 및 경영활동 전반에 대해 점검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허창수 회장이 최근 전략회의에서 던진 가장 중요한 화두는 “100년 장수기업의 DNA를 찾아라” 였다. 허 회장은 ㈜GS 서경석 부회장, GS리테일 허승조 부회장, GS칼텍스 허진수 부회장, GS에너지 나완배 부회장, GS건설 허명수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와 사업본부장 등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100년 이상 장수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하에서 더 많은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로 100년 가는 장수기업을 그룹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후 GS그룹 임원들은 변화와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강도높은 그룹 임원 교육을 가졌다. 유명 경영학자를 초빙해 마케팅 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는 협상 수업,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훈련을 받는 등 허 회장의 요청에 적극 화답하며 지혜를 모았다고 한다.
앞서 전남창조경제센터의 신사업 추진과 비즈니스모델 개발도 허창수 회장의 화두경영에 자극받은 바 크다. 센터 개소를 준비하던 지난 4월 허 회장은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을 화두로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허 회장은 경영진 150명이 참석한 임원회의에서 “전쟁의 징후를 간과하고 국제정세 변화에 둔감하게 대응했던 조선은 임진왜란 초기에 무기력한 패배를 거듭했다”며 “(경영자는)이 같은 역사를 교훈 삼아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두고 환경변화를 적기에 포착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선제적으로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해 나갈 것을 당부한 것이다.
GS칼텍스가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소하면서 여수화학산업 단지 등 자체 인프라와 풍부한 친환경 농수산원료를 갖춘 전남의 지역 특성을 활용해 바이오화학 분야를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도 허 회장이 “창조경제의 시대에는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개방과 협력,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발언이나 “지금과 같은 컨버전스(융합) 시대에는 기존 틀에 한정된 근시안적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한 것에 대한 실행파일 이라는 설명이다.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
허 회장은 이에 따라 자신은 출자 포트폴리오 관리와 사업자회사 성과관리 등 지주회사 경영에 전념하면서 매월 한 차례씩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분기별로 전 계열사 임원들이 참여하는 GS 임원모임을 주재하고 중장기 비전에 맞게 사업계획을 조율하면서 그룹 경영을 소리없이 진두 지휘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실제 이사회에 참석한 사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허 회장은 이사회를 운영할 때면 특히 기업 감시의 책임이 큰 사외이사들에게 “좋은 의견 없으십니까?”하고 일일이 공손한 말투로 물어본다고 한다. 오너와 사외이사의 관계라면 흔히 불편해할 수 있는데도, 비판적인 얘기를 늘 듣고자 귀를 여는 경청의 자세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GS그룹의 사외이사들은 ‘참석만 하고 도장만 찍는’ 여타의 사외이사와는 다르다는 얘기도 한다. GS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낸 한 인사는 이와 관련해 “GS의 사외이사를 하고 나면 허창수 회장의 따뜻한 배려나 존경심 때문에 회사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인지 GS그룹 사외이사를 지낸 사람들은 매년 한 두 차례씩 기수별로 정기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지난 2008년 11월, GS건설이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인해 악성 루머에 휩싸이며 주가가 3만7250원으로 급락했을 때 김종빈 전 검찰총장 등 사외이사 5명이 자사주를 300주씩을 매입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신뢰관계를 고려할 때 이해되는 대목이다.
사회적 책임 실천 앞장서
허 회장은 2006년 12월 사재를 출연해 ‘남촌재단’을 설립하고, ‘저소득 소외 계층의 자립기반 조성 지원’을 목적으로 소외계층 환자를 위한 의료사업, 저소득 가정 자녀의 교육, 장학 지원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남촌은 허 회장의 부친인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아호다. 허 회장은 재단 설립 당시 매년 지속적으로 GS건설 주식 등을 출연해 재단을 500억원 이상 규모로 키워나가겠다고 약속했고, 실제 지금까지 약 360억원 규모에 달하는 총 37만 주의 주식을 남촌재단에 출연했다.
허 회장의 이런 활동은 대외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지난 2008년 2월 포브스가 ‘아시아 이타주의자 48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허 회장의 이같은 ‘나눔 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GS그룹의 모든 계열사로 퍼져 나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허창수 회장이 2011년 2월 전경련 회장단과 경제계 원로들의 추대 의지에 따라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는데 미력하나마 봉사하겠다는 마음에서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한 이후 지금까지 회장직을 맡아온 것도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의지의 소산이라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GS그룹이 2005년 3월 GS의 경영이념과 CI를 선포하며 GS그룹의 출범을 알린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GS그룹은 지난 10년의 창업사를 100년 기업을 향한 창조와 혁신의 10년으로 규정했다. 출범 이후 에너지, 유통, 건설 등 주력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였을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발전 등 에너지사업 전반, 나아가 무역 상사와 중공업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한 GS EPS, GS글로벌, GS엔텍, GS E&R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 GS에너지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통한 성장기반 확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GS그룹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실제 지난 10년 동안 GS그룹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현재 GS그룹은 지주회사인 ㈜GS와 GS에너지,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GS EPS, GS글로벌, GS E&R, GS스포츠, GS건설 등의 주요 자회사 및 계열사를 포함해 국내 79개 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룹의 핵심 중추인 GS칼텍스는 하루 7만 배럴이던 고도화 시설 규모를 지속적으로 증설하여 현재는 국내 최대 규모인 하루 27만4천 배럴 시설을 갖추고 있고, 원유정제시설 능력은 65만 배럴에서 78만5천 배럴로 확충, 단일 공장 기준으로는 세계 4위다. GS건설은 국내 외 수주액이 지난해 5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해외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선 그룹의 캐시카우다. GS25는 연평균 15%의 매출 증가세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 GS홈쇼핑은 모바일쇼핑 강자로 올라선 데 이어 인도 시장에 진출했고 태국,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터키 등의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GS에너지는 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미국 네마하, UAE의 아부다비의 3개 탐사광구에서 유전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2005년 출범 당시 매출 23조원, 자산 18조7천억원이었던 GS그룹의 외형은 지난해 기준 매출 63조 3천억원, 자산 58조 2천억원으로 3배 성장했다. GS그룹은 LG그룹에서 계열분리돼 창업한 지 10년 만에 재계 순위 7위(공기업 제외)에 진입하게 됐다. 2004년 30%였던 수출 비중이 2014년에는 수출 및 해외 매출 34조3천억원을 달성, 그 비중이 54%에 이르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했다.
글로벌 선도기업 도약 과제
경제침체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 GS그룹의 전망은 밝다.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가 지난해 3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회복되는 시그널이 역력하다. 그룹의 양 날개인 GS건설도 부동산 경기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어닝쇼크를 극복했다. GS건설은 올해 신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플랜트에서 토목, 건축분야까지 수주시장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GS그룹의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구성원 모두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수립된 목표는 반드시 달성해 내겠다는 의지와 실행력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GS그룹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온 지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허창수 회장의 다짐처럼 100년 장수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 한가운데에 조용하지만 묵직한 울림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허창수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기에 그 기대가 더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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