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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공유경제의 명암] 공유의 가치 잃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진화하는 공유경제의 명암] 공유의 가치 잃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표로 나타난 공유경제가 초심을 찾을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는 목표에 기반한 스타트업 ‘우버’는 설립 5년 만에 기업가치 500억 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 역시 웬만한 호텔 체인에 맞먹는 몸값을 자랑한다. 사업이 커지면서 공유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당초 방향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에 가치에 실속을 더한 ‘제 2의 공유모델’을 내놓으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후발주자 역시 더욱 진화한 방식의 공유모델을 앞세워 도전한다. 프랑스 승차공유서비스 ‘블라블라카’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일찍이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변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공유경제 시대, 나누면 배가 되는 가치가 기쁨만은 아니다.
지난 6월 1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수백명의 택시기사들이 우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뉴시스
‘공유경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공유차량 앱 ‘우버(Uber)’. 우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10년 6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58개국 300개 도시에서 활약 중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2만2000명), 뉴욕(2만6000명), 영국 런던(1만5000명), 프랑스 파리(1만명)를 비롯해 중국 청도(4만2000명)까지 전 세계에서 우버 이름으로 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자 수만 100만명에 달한다. 현재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약 55조4000억원)로 평가된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는 6월 3일 창립 5주년 행사에서 “올해 말까지 운전자가 2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칼라닉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 ‘우버풀(UberPOOL)’ 도입 계획을 밝히며 공유 경제의 또 다른 진화를 예고했다. 우버풀은 일종의 ‘합승’ 개념으로 목적지가 같은 여러 명의 손님이 같은 시간대에 한 차에 타서 승차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공유경제의 개념은 2008년 미국 하버드 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는 개인 소유가 아닌 타인과의 공유를 통한 ‘협력적 소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제 형태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규모 생산과 이를 소비하던 전통경제에서 벗어나 제품과 서비스 등을 서로 빌려 쓰고, 빌려 주는 경제활동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봤다.
 합승 형태의 ‘우버풀’ 도입 예정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면서 높은 실업률에 좌절하는 청년층이 공유경제를 이끄는 한 축이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절제하는 대신 남들과 공유하면서 실속을 챙기는 것이다. 집에서 남는 방을 공유하고, 공공 자전거나 공유 차량을 타고 출근해 공유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이 ‘공유족’에겐 이미 일상이 됐다. 이제는 공유의 대상이 물건이나 공간을 넘어 재능과 경험으로까지 이어지며 스스로 서비스를 창출하고, 공급을 주도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공유경제로 묶었을 때 세계 공유경제 규모는 100억 달러(약 11조2160억원, 2014년 기준)로 추산된다. 크라우드소싱 컨설팅기업 메솔루션에 따르면 2010년 8억5000만 달러 규모이던 공유경제는 연평균 80% 이상 가파르게 성장해 현재 수준에 이르렀다.

우버와 함께 공유경제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의 무서운 성장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내 집을 나눈다(home sharing)’의 개념에서 출발한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13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로 평가받는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창업한 이후 현재 190개국 3만4000여 도시에서 1만개 이상의 숙소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에어비앤비 측은 “2013년 초까지 에어비앤비에서 묵은 게스트 수는 전 세계 400만명이었는데, 1년이 지난 2014년 초에는 그 숫자가 3000만명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업체 아마존은 공유경제 배달 서비스와 관련 앱 개발에 나섰다. 아마존이 선보인 ‘온 마이 웨이’는 배달원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아마존 상품을 배송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배달 시스템이다. 아마존은 서비스가 실시될 경우 한해 87억 달러에 달하는 배송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매업체 공간 임대만으로 배달이 가능해져 대규모 물류센터를 지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다.
 공유경제 활용한 배달 서비스 나선 아마존
현재 공유경제는 집이나 자동차처럼 재화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범위를 넘어 지식이나 삶, 노하우를 공유하는 서비스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지식 공유 플랫폼인 ‘라이프 핵스’나 기업 채용 정보와 직장에 대한 재직자의 평가를 공유하는 ‘글래스도어’가 대표적이다. 1년에 네 번 거리나 공원, 해변 어디서든 자신만의 일일 레스토랑을 열어 음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핀란드 음식축제 ‘레스토랑 데이’나 자신의 집 앞 벤치 공간을 여럿이 공유해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월례행사는 좀 더 근본적이고도 자발적인 공유경제로 볼 수 있다.

공유경제의 범위가 확대되고 발달할수록 이에 대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월 보도에서 “공유 경제는 공유가 가능한 상품을 사업을 목적으로 판매하는데 지나지 않는다”며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아파트를 얻고 나서 부족한 임대료를 채우기 위해 타인에게 집을 빌려주는 행위가 대표적”이라고 비판했다. 공유경제가 추구하는 협력적 소비에 기반한 공유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사업적인 가치만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집을 나누며 다른 나라 문화를 경험한다’는 에어비앤비 호스트 중 일부는 임대료 수익을 높이기 위해 여러 군데 집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고, ‘운전자와 탑승자를 이어준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우버 역시 기존 취지와 달리 개인이 렌터카를 빌려 사업체처럼 운영하는 방식이 늘고 있는 점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공유경제가 혁신적인 경제모델에서 기존 사업자의 밥그릇을 뺏는 ‘민폐’ 모델로 전락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버 영업은 태국·인도·네덜란드 등에서 금지됐고, 한국에서도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유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 모델이 출현하면서 부정적인 측면 역시 부각되는 상황”이라며 “긍정적인 측면을 인식하기도 전에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으므로 기존 경제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유경제 : 자동차·숙소·자전거·책·옷은 물론 경험이나 노동력까지도 공유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이미 생산된 물건의 가용성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자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친환경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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