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진통 겪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논란] 반올림 고집에 유가족만 운다
[막판 진통 겪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논란] 반올림 고집에 유가족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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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진일보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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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조정위가 제시한 권고안의 기금 규모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대신 사내 기금 형태를 제안했다. 공익법인을 만들어 보상을 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법인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들어갈 재원을 실제 보상에 보태 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냈다. 기금과 관련해 별도의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가능한 이른 시간 안에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보상 대상의 범위도 넓혔다. 삼성전자 직원뿐만 아니라 상주 협력사 퇴직자까지 포함시키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근무에 따른 재해인지 여부 등)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조정위가 권고한 방식에 따른 질병을 포함한 보상의 원칙과 기준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사회적 부조’ 차원의 기금이란 취지를 살려 삼성전자가 법적으로 책임질 의무가 없는 사람까지 삼성전자 퇴직자와 동일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 챙기겠다는 얘기다. 곧 공식 사과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사과문에는 조정위가 권고안을 통해 제시한 취지를 반영하고 근로자들의 건강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공익법인을 만들면 피해자 가족들이 오히려 손해라는 입장이다. 법인을 운영하려면 별도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걸 보상에 보태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또 법인을 만들고, 법인이 보상 심사를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보상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기금이 애초 취지와 달리 낭비될 우려도 있다. 고려대 법과대학 지원림 교수는 “사단법인(공익법인)은 사람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사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기금 출연의 목적이 당초 의도와 달리 바뀔 수 있다”면서 “민법상 (삼성전자가 내는) 출연금이 (공익법인의) 기부금이 될 수 있어 증여세를 부과해야 하는데, 재원의 상당 부분이 세금으로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 교수는 또 “사단법인은 감독 업무를 부담스러워 하는 주무관청 공무원들이 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 편이고, 기금의 목적에 맞는 발기인을 3개월 내에 모으는 것이 현실적으론 어려워 실제 보상이 이뤄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면서 “사단법인 사원들이 단합해 총회로 기금 목적을 바꿔버릴 수도 있어 실제 기금을 출연한 쪽에 대한 참여나 배려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삼성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보상을 하루라도 더 빨리 받길 바라고 있다. 가족위 송창호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래 빠른 보상과 사과를 받는 게 가족위와 반올림의 공통 목표였다”면서 “병이 재발하거나 질환이 악화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어 한시라도 급히 보상을 받는 것이 가족들에겐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삼성이 잘못한 걸 인정했으면 이후 절차는 삼성과 함께 만들어가야 문제가 해결되는 거라고 본다”면서 “공익법인이 만들어지면 정작 보상을 받아야 하는 가족들은 목소리를 못 낼 것 같아서 삼성과 ‘당사자 직접 협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익법인 만들면 기금 일부 낭비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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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은 가족위와 조금 다른 입장이다.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씨는 “이미 8년째 이어진 논의인데, 삼성전자가 해법을 내놨으면 벌써 해결됐을 일”이라고 말했다. 반올림은 사태 해결의 핵심을 공익법인으로 보고 있다. 이종란씨는 “조정위 권고안 내용을 보면 공익법인을 3개월 안에 만들고 보상을 12월 말까지 1차 마무리 한다는 일정까지 잡아뒀는데, 삼성은 법인을 만들면 시간이 지체된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반박했다.
가족위와 반올림은 지난해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사과와 보상 수용 발표 이후 결별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족위에 따르면 가족들은 당시 삼성전자 대표가 사과했고, 경제적 문제도 힘드니 이제 보상 문제를 돌아보자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반올림 활동가들과 의견이 엇갈렸다. 그래서 현재 가족 대표 8명 중에서 황상기씨 등 2명만 반올림엔 참여하고 있다. 가족위가 반올림과 결별한 가장 큰 이유는 사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이나 가족위가 일부 합의점을 찾을 때마다 반올림이 원점으로 되돌려 놓아 논의가 공전하는 일이 잦았다. 이번 공익법인 설립건을 두고도 과거의 아픔이 되풀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타결 직전에 또 다른 논란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서다.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은 10년 전쯤 시작됐다. 2005년 6월 당시 21세이던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3라인 오퍼레이터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부터다. 그 해 12월엔 황씨와 함께 2인 1조로 일하던 동료 이숙영씨도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진단 후 한 달 만에 숨졌다. 황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같이 일하던 직원이 같은 희귀병에 걸린 것은 산업장의 문제라고 보고 산업재해를 의심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황상기씨는 유미씨처럼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6명을 찾아냈다. 이후 법정 소송이 시작된 2007년 병이 재발한 유미씨는 2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황상기씨는 반올림을 발족하고 삼성전자에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공론화했다.
가족위 “빠른 보상과 사과 받는 게 애초 목표”
한편, 조정위는 8월 6일 후속 조정절차에 착수했다. 조정위는 입장자료를 통해 “각 교섭 주체 입장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소한의 준비 기간을 거쳐 8월 17~21일 사이 각 교섭 주체와 비공개로 개별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가족위는 추가 조정 참여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습 국면의 막판에 다시 진통을 겪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지켜볼 일이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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