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볼 만한 코코본드] 10년간 연 4% 이자 받아
[묵혀볼 만한 코코본드] 10년간 연 4% 이자 받아
BNK금융지주는 지난 8월 5일 1100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대구은행도 처음으로 1000억원의 코코본드를 8월 안에 발행할 계획이다. 코코본드는 은행권에서 올 상반기에만 2조원 넘게 발행됐다. 코코본드(CoCo Bond)란 은행권 재무건전성 강화제도인 바젤III 체제에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코코본드는 부실 금융기관 지정과 같은 특정 조건이 발생하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채무가 상각되는 조건의 채권으로 조건부자본증권으로 부르기도 한다. 바젤Ⅲ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위기 때도 손실을 흡수할 수 있도록 고안한 새로운 자기자본 비율 규제법이다. 위험자산에 대해 평균 8%의 자기자본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은행들은 코코본드를 자본을 늘릴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입법예고된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통해 코코본드 발행 요건을 완화했다. 코코본드는 금리 상향 조정 요건이 없는 만기 5년 이상 후순위채나 만기 30년 이상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발행된다. 이에 지난해 9월 JB금융지주가 처음으로 2000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한 이후 발행 규모는 8월 19일까지 3조원에 달한다. 코코본드는 은행뿐 아니라 자산가에게도 인기가 높다. 지난 6월 25일 신한금융지주는 30년 만기의 2000억원어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이 때 발행 예정 한도를 넘는 282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5월 말 코코본드 2700억원을 발행한 하나금융도 모집 물량의 2배 많은 기관의 수요가 몰릴 정도로 관심이 컸다. 인기가 높은 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때문이다. 코코본드의 금리는 은행 예금금리보다 2% 이상 높다. 신한금융지주 코코본드 금리는 연 4.38%, 하나금융은 4.44%였다.
금리도 높지만 다른 금융상품과 다르게 코코본드 이자는 분기별로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프리미엄블루 부장은 “연 이자가 1년에 4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며 “코코본드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고 분리과세가 되기 때문에 자산가에게 더욱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코코본드는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면서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만기가 10년 이상의 장기 금융상품인 만큼 돈을 오래 묵혀놔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연 4%의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유통시장에서 중도에 팔 수도 있다.
코코본드 발행 형태는 대부분 신종자본 증권이다. 코코본드 발행 규모 3조원 가운데 70%를 차지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처럼 매년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식처럼 만기가 없으면서도 매매가 가능해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띤다. 그러나 은행이 파산하면 채권 투자자 가운데 원리금을 돌려받는 변제 순위가 가장 뒤로 밀리고 정기예금과는 달리 원금을 찾을 수 없다. 후순위채권(은행이 파산할 경우 일반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다음에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채권)보다도 변제순위가 밀리지만 이자는 더 높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코코본드 발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코코본드 발행액은 1740억 달러(약 196조원)로 지난 2013년 발행 액(510억 달러)과 비교해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국내에서 코코본드 발행 수요는 향후 매년 3조~5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투자자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다.
지난해 9월 처음 코코본드를 발행한 JB금융은 2000억원을 공모했지만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대규모 미매각분이 발생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코코본드 30년물 2000억원 규모를 발행하고자 수요조사를 했으나 청약 희망자가 적어 발행 규모를 1600억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1.5%로 내려간 이후 시장금리도 하락하면서 코코본드 발행 열기를 더하고 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코본드는 국고채나 예금 같은 안전자산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너무 높은 리스크를 떠안기는 싫은 중위험·중수익 추구형”으로 “5~10년 이상 장기간 고정이자가 필요한 투자자에게 적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형 금융사가 발행하는 채권인 만큼 투자자들도 기업 부도와 같은 리스크가 낮다고 판단해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구경회 연구원은 “은행 부실이 나면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그간 국내 금융권과 정부가 금융시스템 안정 노력을 기울여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코코본드는 바젤Ⅲ를 충족하는 금융사만이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손실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단, 코코본드 발행 금액이 적어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규모가 많아야 2000억~3000억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가입하려면 은행들이 언제 발행하는지, 규모가 얼마인지 등을 미리 알아보고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신용 위험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거나 금융 당국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예정된 사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주식 전환이나 상각되는 구조다. 예정된 사유는 발행회사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 명령을 받는 경우다. 경영개선 권고·요구 조치만 받아도 이자 지급이 중단된다.
조재영 부장은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AA-~AA+로 부도율은 거의 없어 코코본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이라면서도“절대적으로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상품이 아닌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하고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가능 시기 등을 잘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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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코코본드를 자본을 늘릴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입법예고된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통해 코코본드 발행 요건을 완화했다. 코코본드는 금리 상향 조정 요건이 없는 만기 5년 이상 후순위채나 만기 30년 이상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발행된다. 이에 지난해 9월 JB금융지주가 처음으로 2000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한 이후 발행 규모는 8월 19일까지 3조원에 달한다.
예금금리보다 2% 이상 높아
금리도 높지만 다른 금융상품과 다르게 코코본드 이자는 분기별로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프리미엄블루 부장은 “연 이자가 1년에 4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며 “코코본드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고 분리과세가 되기 때문에 자산가에게 더욱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코코본드는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면서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만기가 10년 이상의 장기 금융상품인 만큼 돈을 오래 묵혀놔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연 4%의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유통시장에서 중도에 팔 수도 있다.
코코본드 발행 형태는 대부분 신종자본 증권이다. 코코본드 발행 규모 3조원 가운데 70%를 차지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처럼 매년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식처럼 만기가 없으면서도 매매가 가능해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띤다. 그러나 은행이 파산하면 채권 투자자 가운데 원리금을 돌려받는 변제 순위가 가장 뒤로 밀리고 정기예금과는 달리 원금을 찾을 수 없다. 후순위채권(은행이 파산할 경우 일반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다음에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채권)보다도 변제순위가 밀리지만 이자는 더 높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코코본드 발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코코본드 발행액은 1740억 달러(약 196조원)로 지난 2013년 발행 액(510억 달러)과 비교해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국내에서 코코본드 발행 수요는 향후 매년 3조~5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투자자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다.
지난해 9월 처음 코코본드를 발행한 JB금융은 2000억원을 공모했지만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대규모 미매각분이 발생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코코본드 30년물 2000억원 규모를 발행하고자 수요조사를 했으나 청약 희망자가 적어 발행 규모를 1600억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1.5%로 내려간 이후 시장금리도 하락하면서 코코본드 발행 열기를 더하고 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코본드는 국고채나 예금 같은 안전자산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너무 높은 리스크를 떠안기는 싫은 중위험·중수익 추구형”으로 “5~10년 이상 장기간 고정이자가 필요한 투자자에게 적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형 금융사가 발행하는 채권인 만큼 투자자들도 기업 부도와 같은 리스크가 낮다고 판단해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구경회 연구원은 “은행 부실이 나면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그간 국내 금융권과 정부가 금융시스템 안정 노력을 기울여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코코본드는 바젤Ⅲ를 충족하는 금융사만이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손실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경영개선 조치 받으면 이자 지급 중단
조재영 부장은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AA-~AA+로 부도율은 거의 없어 코코본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이라면서도“절대적으로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상품이 아닌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하고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가능 시기 등을 잘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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