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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맞수 열전 (3) 쿠팡 VS 티켓몬스터

기업 맞수 열전 (3) 쿠팡 VS 티켓몬스터

2014년 기준 거래규모 5조원을 돌파한 소셜커머스 시장.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쿠팡과 소셜커머스의 시작을 알렸던 티몬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쿠팡과 티몬을 이끄는 30대 창업가들의 혁신 움직임도 들여다봤다.
쿠팡은 상품판매부터 배송까지 책임지는 ‘ 로켓배송’을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쿠팡이면 이젠 모든 게 해결되네.” 서울에 사는 주부 박 모 씨는 가족 나들이를 준비하면서 스마트폰의 쿠팡 앱을 이용해 한번에 해결했다. 예전에는 여행 한번 가려면 숙박, 아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 티켓 등을 따로 예약해야 했다. 요즘에는 쿠팡, 티몬 등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면 훨씬 편하다. 펜션이나 리조트를 예약하면 그 부근에 있는 유명 여행지의 티켓이나 유명 식당 이용권 등을 함께 얻을 수 있다. 가족 여행 일정을 짜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 박 씨는 “요즘 소셜커머스는 생필품부터 여행상품까지 필요한 것은 모두 있다. 국내 여행을 갈 때는 소셜커머스의 패키지 상품을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가 진화하면서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소셜커머스가 모바일 시대를 선도한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소셜커머스의 시작은 2008년 미국에서 등장한 스타트업 그루폰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젊은 청년 김범석(37, 쿠팡 창업자)과 신현성(31, 티몬 창업자)은 그루폰의 성공에 자극받고, 한국에 돌아와 2010년 티몬(5월)과 쿠팡(7월)을 창업했다.

한국에 첫 선을 보인 소셜커머스의 시작은 공동구매 비즈니스였다. 지역에 있는 식당이나 레스토랑의 식사권을 공동구매 형태로 파는 것이다. 당시엔 낯선 비즈니스였다. 영업이 쉽지 않았던 것. 시간이 지나면서 대규모 마케팅과 ‘반값 쿠폰’이라는 입소문 효과가 결합하면서 소셜커머스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공동구매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은 점차 옥션이나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 형태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2010년 소셜커머스 시장 규모는 1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1년 7900억원으로 80배가 성장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2015년 소셜커머스 시장 규모가 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티몬은 지난 6월 24일 온라인 최저가보다 2~10% 가량 더 싼 ‘티몬마트’를 론칭했다.
소셜커머스가 한국에 상륙한지 5년 만에 성장세가 가장 빠른 서비스가 된 셈이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서비스로 꼽히면서 쿠팡, 티몬은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다. 알토스벤처스 한김 대표는 “소셜커머스는 이제 이커머스로 불러야 할 정도로,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이제는 전자상거래 시장 전부에 도전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쿠팡과 티몬은 여전히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출혈경쟁이라는 말도 나온다. 요즘 뜨고 있는 배달 앱 서비스가 유일한 수익원인 수수료를 0%로 책정하면서까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모습과 비슷한 셈이다.
 ‘로켓배송’ 카드로 1위 굳건하게 수성한 쿠팡
쿠팡은 2014년 총매출액 3485억원으로 한국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은 55.2%로 2위 업체인 티몬(24.9%)을 압도했다. 티몬이 선점했던 시장에서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대규모 투자를 받아내 혁신적인 서비스를 론칭한 덕분이다.

쿠팡의 시작은 미미했다. 서비스 시작 첫 달 매출액은 1억원에 불과했다. 1년이 지난 후 월 매출은 500억원으로 500배 성장했다. 쿠팡의 가파른 성장세가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다. 매버릭 캐피탈, 알토스벤처스, 빌 애크만 등이 두 차례에 걸쳐 500억원을 투자했다. 2014년 5월에는 미국 세쿼이아 캐피탈로부터 1억 달러(약 100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같은 해 12월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으로부터 3억 달러 투자를 받았다. 2015년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업계 최대 규모의 투자금액으로 쿠팡의 저력이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쿠팡은 대규모 투자금을 무기로 그동안 업계에서 보기 힘든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서비스 초반에 ‘7일 내 100% 환불 정책’, ‘미사용 쿠폰 환불제’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2년 김범석 대표는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7일 환불 시스템’에 대해 “7일 안에 환불을 요청하면 어느 경우든 100% 환불한다. 소비자 만족은 쿠팡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쿠팡을 부동의 1위로 만든 것은 2014년 3월 시작한 ‘로켓배송’ 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1조원을 투자한 이유가 이 서비스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전자상거래 업계 최초로 도입한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로켓배송은 쿠팡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면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이 무료로 직접 상품을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한 후 늦어도 다음 날이면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쿠팡 관계자는 “소비자가 물건을 받는 마지막 배송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쿠팡이 처음부터 끝까지 소비자에게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3000여 명에 달하는 쿠팡맨은 쿠팡의 정직원이다. 쿠팡맨의 평균 연봉은 4000만원 정도. 연령에는 제한이 없지만 일의 특성상 20~30대가 많다. 쿠팡은 쿠팡맨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직원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배송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쿠팡은 전국 각 지역에 물류센터를 확대하고 있다. 2015년 현재 쿠팡은 인천·대구 등을 포함해 8개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투자액 중 상당 부분은 물류센터 확대에 투자하게 된다. 김범석 대표는 물류센터를 16개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류 배송을 쿠팡이 직접 챙기면서 고용창출의 효과도 크다. 로켓배송과 물류센터 확충으로 쿠팡의 직원은 7000여 명이나 된다”고 쿠팡 관계자는 설명했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티몬은 초창기 시장을 주도했다. 서비스 시작 7개월 만에 누적 매출 20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선점 효과는 투자로 이어졌다. 스톤브리지캐피털과 인사이트벤처스에서 33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갔다. 경쟁사를 인수합병한 것이다.

2011년 1월 티몬은 업계 3위를 기록하고 있던 데일리픽을 인수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티몬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회원을 확대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높았다. 그해 5월에는 말레이시아 소셜커머스 업체인 에브리데이닷컴을 인수하는 깜짝 카드도 선보였다. 당시 신현성 티몬 대표는 “아시아 지역의 유망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스톤브리지캐피털과 인사이트벤처스로부터 1백억원에 가까운 2차 투자를 받았다.

신현성 대표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티몬의 성장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2011년 8월, 당시 세계 2위 소셜커머스 기업인 ‘리빙소셜’에 티몬을 매각한 것. 신 대표는 티몬 지분 50%를 리빙소셜에 넘겼고, 대신 리빙소셜의 지분을 받았다. 리빙소셜의 자본력을 통해 티몬을 성장시키기 위한 카드였던 셈이다. 하지만 리빙소셜도 불황을 겪으면서 기대했던 대규모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 8월, 리빙소셜은 티몬을 그루폰에 다시 매각했다. 그루폰 역시 사업 악화로 티몬에 많은 지원을 하지 못했다. 이런 부침을 겪으면서 티몬의 위세도 점점 약해져갔다.

신현성 대표는 다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 4월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과 손을 잡고 그루폰으로부터 회사 경영권을 인수한 것. 그루폰이 보유한 티몬 지분 중 신 대표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컨소시엄이 59%의 지분을 찾아온 것. 신 대표는 이중 13%의 지분을 가지게 됐고, 경영 전면에 다시 나섰다. 신 대표는 티몬의 경영권 인수를 발표하면서 “창업 5주년이 되는 올해 서비스 혁신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퀀텀 점프’(대약진)를 이뤄내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인수로 티몬은 7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생필품 최저가 판매 ‘슈퍼마트’로 승부수 건 티몬
신 대표가 경영권을 다시 찾아온 후 공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6월 시작한 ‘슈퍼마트’가 대표적인 서비스다. 3000여 가지 생필품을 온라인 최저가 보다 최대 10% 저렴하게 판매하는 서비스다. 티몬은 최저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전담팀을 만들어 매일 전수조사를 한 후에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슈퍼마트는 티몬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티몬을 찾은 고객이 다른 상품도 고를 수 있는 게이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패션과 여행을 티몬의 핵심 서비스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티몬은 국내 외 호텔과 리조트 등의 숙박업체를 실시간 예약할 수 있는 ‘호텔의 신’ 서비스를 론칭했다. 전 세계 50만 개 호텔과 리조트,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숙소를 검색해 실시간 예약할 수 있다. 신 대표가 티몬 경영권을 되찾은 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2014년 티몬은 1574억원의 총매출을 거둬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쿠팡 김범석 대표와 티몬의 신현성 대표는 여러모로 닮았다. 김 대표와 신 대표는 모두 한국에서 출생했지만,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유명 대학에 입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대표는 7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하버드대 정치학부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한 성공신화를 썼다. 신 대표도 9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유펜 와튼 경영스쿨을 졸업했다.
 30대 창업가들, 기업 문화 혁신에 공들여
연쇄창업자라는 공통점도 주목을 끈다. 김 대표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대학잡지인 <커런트> 를 창간했고,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 본사에서 2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다. 이후 다시 명문대 졸업생을 타깃으로 하는 ‘빈티지미디어’라는 잡지회사를 창업해 애틀란틱 미디어에 매각하는 수완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쿠팡을 창업해 성공신화를 이어나갔다. 신 대표도 대학 재학 시절 학생들에게 빈방을 소개하는 ‘사이버부동산’을 운영했고, 광고 플랫폼 사업에도 도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맥킨지&컴퍼니라는 유명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고, 한국에 돌아와 티몬을 창업했다. 두 대표가 한국에서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는 그루폰의 성공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30대 젊은 창업가들은 젊은 분위기가 흐르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진정한 고객 감동은 직원들의 만족에서 나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매월 1회 아침 출근길에 경영진과 해당 본부가 회사 입구에서부터 직접 직원을 맞이하는 ‘굿모닝 쿠팡’, 타 부서원과 점심 식사를 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Make Friends’, 입사 1주년이 된 임직원이 함께 모여 서로를 축하하고 동지애를 나누는 ‘쿠팡 돌잔치’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김 대표는 경직된 기업이 아닌 유연한 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도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족팡매야(중국어로 ‘밥먹었니’라는 의미)’는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사내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친분이 없는 직원끼리 4인 1조로 점심 식사를 하면 식비를 회사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연간 4번은 2시간 정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슈퍼패스’, 신 대표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메일인 ‘보이스투댄(Voice to Dan, Dan은 신 대표의 영어이름이다)’, 재미있는 사내방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티몬 TV’ 등을 운영하면서 임직원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티몬은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 직책 대신 ‘님’이라는 호칭을 부르는 것도 평등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고 자랑했다.

쿠팡과 티몬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많다.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로 소셜커머스 활용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장경석 책임 연구원은 “국내 소셜커머스사들은 모바일을 적극 활용했고, 그 결과 오픈마켓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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