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일본 SPA 기업 ‘크로스컴퍼니’] 20년 뒤 유니클로 뛰어넘겠다
[떠오르는 일본 SPA 기업 ‘크로스컴퍼니’] 20년 뒤 유니클로 뛰어넘겠다
화려한 TV 광고와 뛰어난 재고 회전율, 높은 정규직 비중 등 크로스컴퍼니는 일본 패션·유통 업계에서 이단아로 꼽힌다. 이 회사를 이끄는 44세 사장 역시 좀 독특하다. 평소 대담한 언동으로 유명한 야나이 다다시 퍼스트 리테일링(유니클로) 회장 겸 사장과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그는 ‘포스트 야나이’로 불리고, 그와 자주 교류한다. 바로 이시카와 야스히루 크로스컴퍼니 창업자다. 크로스컴퍼니는 ‘어스 뮤직&이콜로지(earth music&ecology)’라는 브랜드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내년 도쿄증권거래소1부 신규 상장을 목표로 하는 크로스컴퍼니의 성장세는 무시무시하다. 과거 10년 간 매출은 약 20배나 늘었다. 그룹 매출(연결 기준)은 지난해 1000억엔(약 9600억원)을 돌파했고, 전 세계 매장 수도 1100개를 돌파했다. 무엇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이 돋보인다. 1999년 설립한 주력 브랜드 ‘어스 뮤직&이콜로지’는 영캐주얼 부문에서 매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시카와 사장의 야심은 식을 줄 모른다. 그는 ‘세계로 더 뻗어 나갈 것이다. 자라나 갭, 유니클로를 지향한다’고 단언한다.
크로스컴퍼니의 성장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업계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타인과 다른 것을 한다’는 자세다. 어렸을 때부터 옷을 좋아했던 이시카와 사장은 고향인 오카야마에서 23세의 나이로 회사를 창업했다. 미국에서 수입한 화려한 옷을 판매하는 편집숍이었다. 그러다 창업 4년째인 1999년 당시로선 매우 드물었던 SPA(제조유통일괄의류)로 전환했다. 이때 탄생한 것이 바로 귀여운 콘셉트로 캐주얼하고, 심플한 의상을 지향하는 ‘어스 뮤직&이콜로지’였다. 기존 사업이 잘 되던 때라 대담한 사업 전환이었지만, 그의 예상대로 도전은 성공했다. 1호점은 개점 첫날부터 수백명의 행렬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자리를 잡자 판매 채널에 변화를 주며 공세에 나섰다. 2003년 이시카와 사장은 도쿄 신주쿠역 신주쿠 미로드 빌딩에 ‘어스 뮤직&이콜로지’ 매장을 열었다. 당시엔 파르코나 라포레 등 패션 빌딩이 인기였고, 역 근처 빌딩은 주부를 겨냥하거나 저가격 상품을 취급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주위에서는 반대했지만 이시카와 사장은 역 근처 빌딩 출점을 단행했다. 그 후 역 근처 빌딩은 패션 빌딩을 대신하는 인기 쇼핑 장소로 떠올랐다. 타사보다 앞서 역세권에 진출한 크로스컴퍼니는 2005년 무렵, 유동인구가 많은 대부분의 역을 선점했다. 가족 고객을 노린 교외 쇼핑센터(SC)도 적극적으로 개척했다. 매장 매출은 매년 파죽지세로 늘어갔다. 하지만 2009년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라이벌 업체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매출이 전년을 밑돌았다.
바로 그 때 이시카와 사장은 또 다시 모험을 택한다. 영캐주얼 브랜드 중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TV 광고로 눈을 돌린 것이다. 당시 경쟁사들은 ‘그만두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사내에서도 투자 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견해가 많았다. 무엇보다 비용이 막대했다. 당시 연간영업이익은 29억엔 정도였는데 이시카와 사장은 약 12억엔을 TV 광고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 비중을 8%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의류 업계 평균이 2% 정도였으니 ‘비정상적인 수치’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단아 이시카와 사장은 ‘반대가 많다는 건 찬스’라는 생각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국영기업에서 민영화한 JR(일본 철도)그룹이 초기 대규모 광고 투자를 통해 이용자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인 사실에 주목했다. 이는 자사 직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서비스 품질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한다. “어차피 광고의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다. 당시 ‘어스 뮤직&이콜로지’의 인지도는 17%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을 70%로 끌어올린다면 직원들이 부모나 지인들을 대할 때 분명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설령 실패해도 회사는 기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또 성공이었다. 크로스컴퍼니는 TV 광고 모델로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가 높은 여배우 미야자키 아오이를 발탁했다. ‘내일은 뭘 입고 살래?’라는 도발적인 카피에 미야자키 아오이가 직접 아카펠라로 ‘더 블루하츠’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엮은 이 광고는 방송 직후 큰 화제를 모았고, ‘어스 뮤직&이콜로지’의 브랜드 인지도는 크게 높아졌다. 그리고 곧장 실적에 반영됐다. TV 광고를 시작한 2010년 크로스컴퍼니의 매출은 410억엔으로 2009년(266억엔)보다 50%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은 무려 2.5배로 증가했다. 이시카와 사장은 이때 매출 1000억엔의 꿈을 구체화했고, 실제로 4년 뒤인 2014년 꿈은 현실이 됐다.
‘어스 뮤직&이콜로지’는 ‘귀여운 옷’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10~20대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아 나갔다. ‘고교생이나 대학생이 되면 처음으로 사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도 생겼다. 아다스트리아의 ‘로리즈팜’과 함께 영캐주얼 부문에서 1~2위를 다투는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판매 전략은 경쟁사와 완전히 다르다. 타사보다 소규모 매장에 집중하고, 적은 재고로 회전 속도를 높여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어스 뮤직&이콜로지’의 재고 회전은 타사보다 훨씬 빠르다.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한 다른 SPA 업체가 70일 정도로 재고를 회전시키는 데 반해, ‘어스 뮤직&이콜로지’는 26일 안에 재고를 처리한다. ‘타임 세일을 시작하겠습니다!’ 쇼핑센터에서는 이렇게 외치는 ‘어스 뮤직&이콜로지’ 점원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이면에 있는 것이 바로 철저한 재고 관리다. 매일 수량 체크를 한다. 예를 들어 3주 동안 정가로 판매해 소화율이 30%를 밑돌면 판매가격을 한 단계 낮추고, 6주가 지나면 또 낮춘다. 초반부터 가격 인하를 계속 하는 것이다.
상품 발주도 뭔가 다르다. 1500벌만 만드는 제품이 있는 반면, 25만벌을 한꺼번에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것을 주력 상품으로 할지 공들여 생각한다. 반은 감각, 반은 과거 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일단 주력 상품이 결정되면 한눈 팔지 않고 사람·광고·돈을 집중 투자한다. 정가 판매 소화율은 낮지만, 상품을 최종적으로 팔아 치우는 완전 소화율은 100%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렇게 재고를 해치우는 힘은 압도적이다. ‘어스 뮤직&이콜로지’와 상업시설에 입점한 타 매장에서 ‘언제나 가격을 낮춰 팔기 때문에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원망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다. 하지만 개발업자(건물주)들은 ‘이러한 공격적인 세일 때문에 매장이 활기를 띈다’며 좋아한다. 이시카와 사장은 이 업계 대부인 야나이 회장과 자주 만난다. 야나이 회장은 이시카와 사장을 종종 퍼스트 리테일링 본사로 종종 부른다. 시간은 항상 아침 8시다. 그 때마다 “매장이 너무 작다. 세계는 규모의 경제다. 30평을 200평으로 만들어라”며 이시카와 사장에게 조언을 건네지만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시장엔 이토요카도(일본의 대형 수퍼마켓)도 있지만 세븐일레븐도 있다. 우리는 세븐일레븐과 같이 세계 제일의 재고 회전율을 지향하는 캐쉬플로(현금 창출) 경영을 하고자 한다.” 또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쓸데없는 재고를 만드는 이토요카도는 되고 싶지 않다. 신흥기업이 20년 동안 부채 없이, 공격적인 확대 전략을 취하며 매출 1000억엔까지 일궈냈다는 자신감이 있다. 나는 대형화하라는 야나이 회장의 조언에 공감하지 못한다.”
야나이 회장은 이시카와 사장이 구축한 인사제도는 높이 평가하는 듯하다. 의류 업계는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인재 유출도 잦다. 하지만 크로스컴퍼니는 창업 초기부터 정규직 채용 확대라는 이례적 경영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시카와 사장은 이에 대해 “정규직 직원 비중이 꾸준히 상승했으며 환경 변화로 올해 2월부터 파트타임 사원을 늘렸지만, 정규직 비중은 87%로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여성 임원 비중을 늘려가는 것도 야나이 회장이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유니클로는 야마구치현, 크로스컴퍼니는 오카야마현을 기반으로 한 지방 출신 기업이다. 스피드 경영이 신조이며, ‘블랙기업’이란 비판을 받는 것도 닮았다. 지난해 10월 크로스컴퍼니의 새 브랜드인 ‘KOE(코에)’ 매장이 소매점 격전지인 니가타시 주오구에 오픈했다. 유니클로 전국 매출 최상위권에 속하는 매장의 바로 옆이다. ‘잘 나가는 유니클로 매장과 맞붙는 것은 공부가 된다’는 생각에 일부러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중국에 100개 이상의 ‘어스 뮤직&이콜로지’ 점포를 보유한 크로스컴퍼니는 지금처럼 중국이나 아시아를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코에’로 미국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유니클로나 자라, 갭과 진검 승부를 펼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매장 수를 늘리는 것에는 큰 욕심이 없다. 그는 “우리는 유니클로보다 IT에 상당한 힘을 쏟을 것이다. 히트텍과 같은 제품 혁명이 아닌, 유통 자체로 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한다. “2조엔을 팔지 못하면 1000억엔의 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게 아니다. IT를 이용해 5000억엔의 매출로도 1000억엔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다. 나는 그 길로 갈 생각이다. 이제부터는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판매 후에 가장 소비자와 가까운 유통, 서비스업을 키워 매출을 늘려야 한다. 차를 판 후에 보증수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크로스컴퍼니가 최근 IT를 활용한 세탁물 택배 벤처기업을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평상복 렌털 비즈니스도 검토 중이다. 정리하면 크로스컴퍼니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3가지 키워드는 IT·M&A·글로벌이다. 돈이 부족하면 곤란하다. 상장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이시카와 사장은 “지금의 유동성으로는 부족하다. 향후 10년에 승부를 걸겠다. 상장으로 최저 200억엔은 조달하고 싶다”고 말한다. “유니클로는 현 단계까지 50년이 걸렸다. 우리는 22년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금은 일본 고교 야구와 뉴욕 양키스 정도의 격차가 있지만 20년 후에 그들과 견줄 만한 조직이 되고 싶다.” 아마 이시카와 사장의 머릿속에는 유니클로를 뛰어넘는 것, 그 이상의 비전이 있을 것이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전통의 강자는 몰락, SPA는 급부상일본 의류 소매 업체는 소비세 인상 연기의 영향으로 회복세를 탔지만 엔화 하락의 역풍과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경쟁 격화로 대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실적만 봐도 대충 알 수 있다. ‘디플레이션의 승자’로 불릴 만큼 승승장구했던 시마무라는 198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영업이익 감소에 직면했다. 편집숍의 대명사였던 유나이티드 애로우즈 역시 가격 인상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6년만에 영업이익이 줄었다.
또한 고전을 거듭하던 대형 종합 의류 업체 월드는 정리해고에 들어 갔다. 올해 내로 전 점포의 약 15%인 400~500점을 폐쇄하고, 90개 브랜드 중 10~15개 브랜드를 철수한다.
이런 가운데 캐주얼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SPA 업체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크로스컴퍼니는 2014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유니클로’를 주력으로 한 퍼스트 리테일링이나 ‘차오패닉’ 등 다수 브랜드를 전개하는 팔도 실적이 좋았다. ‘로리즈팜’이 주력인 아다스트리아도 회복세다.
SPA는 기획부터 제조, 판매까지 모든 공정을 한 회사가 모두 담당하는 형태다. 미국의 대형 의류회사 갭(GAP)의 피셔 회장이 제창했다. 재고 리스크를 자사가 끌어안는 반면, 중간 마진을 없애 소비자에겐 더 싸게 팔고, 영업이익률도 높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유니클로와 함께 ‘ZARA’나 ‘H&M’ 등 해외 대형 SPA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유니클로는 올여름 약 3년 만에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했다. 확실한 1등이 없는 군웅할거 상황이다.
가격 인하보단 판매량을 높이는 게 모든 업체의 숙제다. 유나이티드 애로우즈는 상품 투입시기를 세분화하고, 투명성을 높여 정가 판매를 늘리는 방침을 내놨다. 유니클로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가능 상품의 가격을 약 10%가량 인상할 계획이다. 가격 세일을 실시해도 원하는 상품이 없으면 사지 않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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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TV 광고 집행해 인지도 급상승
크로스컴퍼니의 성장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업계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타인과 다른 것을 한다’는 자세다. 어렸을 때부터 옷을 좋아했던 이시카와 사장은 고향인 오카야마에서 23세의 나이로 회사를 창업했다. 미국에서 수입한 화려한 옷을 판매하는 편집숍이었다. 그러다 창업 4년째인 1999년 당시로선 매우 드물었던 SPA(제조유통일괄의류)로 전환했다. 이때 탄생한 것이 바로 귀여운 콘셉트로 캐주얼하고, 심플한 의상을 지향하는 ‘어스 뮤직&이콜로지’였다. 기존 사업이 잘 되던 때라 대담한 사업 전환이었지만, 그의 예상대로 도전은 성공했다. 1호점은 개점 첫날부터 수백명의 행렬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자리를 잡자 판매 채널에 변화를 주며 공세에 나섰다. 2003년 이시카와 사장은 도쿄 신주쿠역 신주쿠 미로드 빌딩에 ‘어스 뮤직&이콜로지’ 매장을 열었다. 당시엔 파르코나 라포레 등 패션 빌딩이 인기였고, 역 근처 빌딩은 주부를 겨냥하거나 저가격 상품을 취급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주위에서는 반대했지만 이시카와 사장은 역 근처 빌딩 출점을 단행했다. 그 후 역 근처 빌딩은 패션 빌딩을 대신하는 인기 쇼핑 장소로 떠올랐다. 타사보다 앞서 역세권에 진출한 크로스컴퍼니는 2005년 무렵, 유동인구가 많은 대부분의 역을 선점했다. 가족 고객을 노린 교외 쇼핑센터(SC)도 적극적으로 개척했다. 매장 매출은 매년 파죽지세로 늘어갔다. 하지만 2009년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라이벌 업체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매출이 전년을 밑돌았다.
바로 그 때 이시카와 사장은 또 다시 모험을 택한다. 영캐주얼 브랜드 중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TV 광고로 눈을 돌린 것이다. 당시 경쟁사들은 ‘그만두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사내에서도 투자 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견해가 많았다. 무엇보다 비용이 막대했다. 당시 연간영업이익은 29억엔 정도였는데 이시카와 사장은 약 12억엔을 TV 광고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 비중을 8%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의류 업계 평균이 2% 정도였으니 ‘비정상적인 수치’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단아 이시카와 사장은 ‘반대가 많다는 건 찬스’라는 생각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국영기업에서 민영화한 JR(일본 철도)그룹이 초기 대규모 광고 투자를 통해 이용자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인 사실에 주목했다. 이는 자사 직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서비스 품질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한다. “어차피 광고의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다. 당시 ‘어스 뮤직&이콜로지’의 인지도는 17%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을 70%로 끌어올린다면 직원들이 부모나 지인들을 대할 때 분명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설령 실패해도 회사는 기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재고 회전 속도 경쟁사의 절반 이하
‘어스 뮤직&이콜로지’는 ‘귀여운 옷’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10~20대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아 나갔다. ‘고교생이나 대학생이 되면 처음으로 사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도 생겼다. 아다스트리아의 ‘로리즈팜’과 함께 영캐주얼 부문에서 1~2위를 다투는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판매 전략은 경쟁사와 완전히 다르다. 타사보다 소규모 매장에 집중하고, 적은 재고로 회전 속도를 높여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어스 뮤직&이콜로지’의 재고 회전은 타사보다 훨씬 빠르다.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한 다른 SPA 업체가 70일 정도로 재고를 회전시키는 데 반해, ‘어스 뮤직&이콜로지’는 26일 안에 재고를 처리한다. ‘타임 세일을 시작하겠습니다!’ 쇼핑센터에서는 이렇게 외치는 ‘어스 뮤직&이콜로지’ 점원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이면에 있는 것이 바로 철저한 재고 관리다. 매일 수량 체크를 한다. 예를 들어 3주 동안 정가로 판매해 소화율이 30%를 밑돌면 판매가격을 한 단계 낮추고, 6주가 지나면 또 낮춘다. 초반부터 가격 인하를 계속 하는 것이다.
상품 발주도 뭔가 다르다. 1500벌만 만드는 제품이 있는 반면, 25만벌을 한꺼번에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것을 주력 상품으로 할지 공들여 생각한다. 반은 감각, 반은 과거 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일단 주력 상품이 결정되면 한눈 팔지 않고 사람·광고·돈을 집중 투자한다. 정가 판매 소화율은 낮지만, 상품을 최종적으로 팔아 치우는 완전 소화율은 100%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렇게 재고를 해치우는 힘은 압도적이다. ‘어스 뮤직&이콜로지’와 상업시설에 입점한 타 매장에서 ‘언제나 가격을 낮춰 팔기 때문에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원망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다. 하지만 개발업자(건물주)들은 ‘이러한 공격적인 세일 때문에 매장이 활기를 띈다’며 좋아한다.
유니클로 회장의 조언에도 “난 내 길을 간다”
야나이 회장은 이시카와 사장이 구축한 인사제도는 높이 평가하는 듯하다. 의류 업계는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인재 유출도 잦다. 하지만 크로스컴퍼니는 창업 초기부터 정규직 채용 확대라는 이례적 경영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시카와 사장은 이에 대해 “정규직 직원 비중이 꾸준히 상승했으며 환경 변화로 올해 2월부터 파트타임 사원을 늘렸지만, 정규직 비중은 87%로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여성 임원 비중을 늘려가는 것도 야나이 회장이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유니클로는 야마구치현, 크로스컴퍼니는 오카야마현을 기반으로 한 지방 출신 기업이다. 스피드 경영이 신조이며, ‘블랙기업’이란 비판을 받는 것도 닮았다. 지난해 10월 크로스컴퍼니의 새 브랜드인 ‘KOE(코에)’ 매장이 소매점 격전지인 니가타시 주오구에 오픈했다. 유니클로 전국 매출 최상위권에 속하는 매장의 바로 옆이다. ‘잘 나가는 유니클로 매장과 맞붙는 것은 공부가 된다’는 생각에 일부러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중국에 100개 이상의 ‘어스 뮤직&이콜로지’ 점포를 보유한 크로스컴퍼니는 지금처럼 중국이나 아시아를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코에’로 미국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유니클로나 자라, 갭과 진검 승부를 펼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매장 수를 늘리는 것에는 큰 욕심이 없다. 그는 “우리는 유니클로보다 IT에 상당한 힘을 쏟을 것이다. 히트텍과 같은 제품 혁명이 아닌, 유통 자체로 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한다. “2조엔을 팔지 못하면 1000억엔의 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게 아니다. IT를 이용해 5000억엔의 매출로도 1000억엔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다. 나는 그 길로 갈 생각이다. 이제부터는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판매 후에 가장 소비자와 가까운 유통, 서비스업을 키워 매출을 늘려야 한다. 차를 판 후에 보증수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 SPA ‘코에’로 미국서 자라·갭과 진검승부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박스기사] 급변하는 일본 의류 소매시장
전통의 강자는 몰락, SPA는 급부상일본 의류 소매 업체는 소비세 인상 연기의 영향으로 회복세를 탔지만 엔화 하락의 역풍과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경쟁 격화로 대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실적만 봐도 대충 알 수 있다. ‘디플레이션의 승자’로 불릴 만큼 승승장구했던 시마무라는 198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영업이익 감소에 직면했다. 편집숍의 대명사였던 유나이티드 애로우즈 역시 가격 인상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6년만에 영업이익이 줄었다.
또한 고전을 거듭하던 대형 종합 의류 업체 월드는 정리해고에 들어 갔다. 올해 내로 전 점포의 약 15%인 400~500점을 폐쇄하고, 90개 브랜드 중 10~15개 브랜드를 철수한다.
이런 가운데 캐주얼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SPA 업체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크로스컴퍼니는 2014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유니클로’를 주력으로 한 퍼스트 리테일링이나 ‘차오패닉’ 등 다수 브랜드를 전개하는 팔도 실적이 좋았다. ‘로리즈팜’이 주력인 아다스트리아도 회복세다.
SPA는 기획부터 제조, 판매까지 모든 공정을 한 회사가 모두 담당하는 형태다. 미국의 대형 의류회사 갭(GAP)의 피셔 회장이 제창했다. 재고 리스크를 자사가 끌어안는 반면, 중간 마진을 없애 소비자에겐 더 싸게 팔고, 영업이익률도 높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유니클로와 함께 ‘ZARA’나 ‘H&M’ 등 해외 대형 SPA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유니클로는 올여름 약 3년 만에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했다. 확실한 1등이 없는 군웅할거 상황이다.
가격 인하보단 판매량을 높이는 게 모든 업체의 숙제다. 유나이티드 애로우즈는 상품 투입시기를 세분화하고, 투명성을 높여 정가 판매를 늘리는 방침을 내놨다. 유니클로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가능 상품의 가격을 약 10%가량 인상할 계획이다. 가격 세일을 실시해도 원하는 상품이 없으면 사지 않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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