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중국·인도 車가 프리미엄이 되는 길 인수합병(M&A)
[COLUMN] 중국·인도 車가 프리미엄이 되는 길 인수합병(M&A)
인도의 타타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중국의 질리는 볼보를 인수했다. 부정적 예측과 달리 이들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이러한 사실은 고급차시장에 진출하고 싶어하지만 실현하지 못한 현대차그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6년형 볼보 XC90, 신형 재규어 XE, 그리고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및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차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여러 가지가 나온다. 우선, 초심자 수준에서는 모두 유럽 브랜드 차종이라는 답이 나온다. 자동차산업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일 경우, 각각 중국(질리자동차) 및 인도(타타 그룹) 업체가 이들을 인수했다고 말할 것이다. 셋째, 마니아급 독자라면 이 차들이 모두 새로운 소유주가 경영을 할 때 개발된 차종이라고 답한다. 마지막으로, 이 차종들의 판매 및 수익성까지 안다면 마니아를 넘어서는 전문가다. XC90의 경우 이미 8월 기준으로 올해 예상 판매량을 10% 이상 초과했다.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랜드로버 브랜드의 영업이익률을 2014년 2분기 기준 18%라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놨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큰 메시지를 전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뒤 뜰’ 수준으로만 여기던 신흥국 시장의 완성차 업체들이 이러한 브랜드들을 인수하면서 난공불락 고급차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중 브랜드가 강했던 일본 및 한국 완성차 업체들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독일, 프랑스, 이태리,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이라는 6개 국가 소속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시장 점유율의 70%를 차지했다. 강력하고 대규모적인 과점이다. 하지만 2006년 보잉 출신의 앨런 멀랠리가 포드에 취임하면서 고급차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포드의 고급차 브랜드 그룹인 ‘프리미어 자동차 그룹’(Premier Auto Group, 이하 PAG)이 해체되기 시작했다. 유럽 브랜드인 애스턴 마틴,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등 4개 브랜드들이 매각대상으로 나왔다. 포드는 업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유력한 구매자들을 직접 찾아갔다. 그 중에는 현대차도 있었다. 이들은 유럽 공장 노조 및 여기에 동조하는 해당 국가 정부 때문이었는지, 매물로 나온 업체들을 ‘계륵’으로 여기고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반면, 중국과 인도의 완성차 업체들은 부족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는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인도의 타타그룹은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중국의 질리자동차는 볼보를 각각 인수했다. 물론 경쟁사들은 이들의 인수 결과에 부정적이었다. 포드가 인수해서 뛰어난 인력과 수십조 원의 자본을 투자했지만 실패했고, 이들 업체들이 포드보다 뛰어난 점이 단 한 가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타와 질리의 잠재력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미국의 권위있는 중고차 평가 전문매체인 ‘켈리 블루북’의 2015년 8월 30일자 볼보 XC90 평가 동영상은 그러한 사실을 잘 말해준다. 유투브의 7분12초 동영상에서 단 한 번도 볼보가 중국 소유거나 질리의 자회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뛰어난 북유럽풍 외관 및 내장 디자인,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등과 모두 잘 융합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훌륭한 인간공학적 설계 등만 소개할 뿐이다. 결과는 독일 경쟁차종(BMW X5나 메르세데스-벤츠 GLE)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다는 평이었다. 더 나아가 평가자의 마지막 문장, ‘볼보가 고급차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제 XC90으로 인해 그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질리라는 중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완성차 업체가 볼보를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확실히 고급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질리는 어떻게 이러한 놀라운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그들은 이웃나라 인도에서 성공의 벤치마킹 대상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타타그룹이다.
타타그룹은 인도인들에게 가장 존경 받는 인도 재벌로 지난 1868년 설립됐다. 뭄바이에 본사가 있고, 전세계에 100여개 자회사를 운용한다. 2014년 연간 매출은 109조 원으로, 삼성그룹 전체매출의 약 3분의 1 규모다. 삼성그룹보다 작아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착각을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타타는 수많은 M&A를 통해 성장한 M&A 강자다. 이미 지난 2000년에는 영국의 ‘테틀리 티’, 한국의 대우상용차(2004년), 영국의 코러스 철강그룹(2007년), 재규어·랜드로버(2008년) 등 지난 15년 동안 23건의 M&A를 성사시켰다. 그들의 인수 철학에 있어서 특이한 점은 인수 후 본사 인원을 대거 투하기보다는 능력 위주의 인력 투입에 초점을 맞춘다. ‘불간섭주의’를 표방하는 자율적인 경영방식은, 인수 후 자신의 사람들을 심어서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방식과 많이 다르다. 높은 신뢰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주가에 꼭 긍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당시 타타그룹의 회장이었던 라탄 타타는 M&A에 있어 이러한 방식을 고수했다. 재규어·랜드로버(이하 JLR) 또한 타타그룹의 자동차사업부인 타타자동차와 별도로 운용되면서 빠르게 정상화됐다. 특히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저유가는 SUV의 강자인 랜드로버 판매에 큰 힘을 실어줬다. 사실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에 형성된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유가는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계속 떨어졌다. 지금은 거래가격이 절반 수준에 머문다. 새 주인을 맞이한 랜드로버는 자사의 강점이자 수익률이 승용차보다 높은 SUV 판매에 있어 최적의 시장환경을 맞이했다.
신제품 출시시기 또한 아주 적절했다. 2011년 완전 신차종인 이보크, 2012년에는 4세대 레인지로버, 2013년에는 2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출시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레인지로버의 강점이었던 뛰어난 디자인 감각이 한층 발전하면서 2014년 모두 38만1108대를 판매, 전년대비 9% 성장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수익률도 크게 나아져서 2014년 2분기 기준으로 업계 최고인 영업이익률 20.3%를 기록했다. 이는 승용차보다 수익률이 높은 SUV의 제품적 특성에 기인한다. JLR은 랜드로버의 수익을 바탕으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재규어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9월 중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재규어의 첫 SUV인 F-페이스는 그러한 시도의 첫 산물이다. 질리는 타타의 이러한 JLR 운용 방식을 그대로 벤치마킹, 볼보의 부활을 이끌어 냈다.
타타그룹이 JLR을 인수한 지 1년만인 2009년, 포드는 볼보를 중국의 질리그룹에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도의 경우 타타나 다른 재벌그룹인 마힌드라 등 다양한 업체들의 글로벌 M&A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해외업체 인수는 많지 않았기에 특히 화제가 됐다. 질리의 경우 초반에 볼보 경영진과 불화가 많이 발생했다는 루머 때문에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타타라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생기면서 질리 또한 유사한 운용방식을 도입했다. 투자 또한 공격적이어서 인수가격보다 10배나 더 많은 11조 원의 투자가 진행 중이다. 그 첫 결과가 바로 앞에서 언급한 2세대 XC90이다. 흥미롭게도 볼보 또한 승용차보다 수익성이 좋고 현재 시장의 핫 트렌드인 SUV에 초점을 맞췄다.
신형 XC90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6기통 이상의 중대형 엔진을 더 이상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엔진 개발은 XC90 개발과 동시에 진행했다. 원래 볼보의 소유주였던 포드와 엔진 공급 계약이 2015년 끝나기 때문에 신형 엔진 개발이 불가피했다. 볼보 엔지니어들은 앞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볼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미국과 유럽 정부가 요구하는 높은 연비와 적은 오염물질 배출 추세에 맞춰 6기통보다 큰 엔진 개발을 포기했다. 대신 4기통 엔진에 두 개 이상의 터보차저 및 한 개의 수퍼차저를 달아 407마력이라는 최고출력을 구현했다. 이러한 개발 방향은 고연비, 저매연을 모두 충족시킨다. 동시에 모든 차들이 이 엔진을 함께 쓰기 때문에 파워트레인에서 큰 폭의 원가절감을 이뤘다.
놀랍게도 볼보는 여기에서 아낀 돈을 인테리어 및 인포테인먼트에 투자했다. 앞 좌석의 중앙에 9인치 터치스크린을 달아 라디오,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모두 집어 넣었다. 테슬라 모델 S를 벤치마킹했다. JLR의 신차들이 인포테인먼트 분야가 취약한 점과 매우 대비된다. 뿐만 아니라 실내외 디자인은 전형적인 북유럽 풍의 절제미와 자연스러움을 부각해 과거 볼보의 장점을 더욱 살렸다. 덕분에 2세대 XC90은 2015년 판매 목표인 5만대를 넘어, 8월 기준 모두 5만7000대 주문을 확보했다. 행복한 비명이 터져나올 만한 상황이다.
이 둘의 사례를 볼 때, 과거 포드의 PAG 브랜드 인수제의를 거절했던 현대차의 선택은 옳았을까? 자체 브랜드에 수많은 신차와 돈, 시간을 투자해도 고급 브랜드가 되기는 대단히 어렵다. 일본의 혼다(아큐라), 닛산(인피니티) 그리고 도요타(렉서스)의 역사가 보여준다. 사실 현대·기아차가 PAG 브랜드를 인수했다 하더라도 성공사례로 발전했을 가능성은 낮다. 현대차그룹의 경영방식이나 철학을 볼 때 타타와 질리가 보여준 ‘자율’적인 경영방식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타타와 질리 덕분에 JLR과 볼보는 매력적인 고급차 브랜드로 부활했다. 이 사실은 대중차 시장에서는 성공했지만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현대차그룹에 경종을 울린다. 현재 동일한 방법으로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면, PAG 소속이었다가 이태리 사모펀드로 넘어간 애스턴 마틴, 그리고 스포츠카로 유명한 영국의 로터스 브랜드 정도밖에 없다. 과연 한국 자동차산업은 이러한 신흥국 업체들에게 고급차 시장을 계속 내줄 것인가? 고민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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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 해체로 촉발된 고급차 시장의 지각변동
미국의 권위있는 중고차 평가 전문매체인 ‘켈리 블루북’의 2015년 8월 30일자 볼보 XC90 평가 동영상은 그러한 사실을 잘 말해준다. 유투브의 7분12초 동영상에서 단 한 번도 볼보가 중국 소유거나 질리의 자회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뛰어난 북유럽풍 외관 및 내장 디자인,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등과 모두 잘 융합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훌륭한 인간공학적 설계 등만 소개할 뿐이다. 결과는 독일 경쟁차종(BMW X5나 메르세데스-벤츠 GLE)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다는 평이었다. 더 나아가 평가자의 마지막 문장, ‘볼보가 고급차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제 XC90으로 인해 그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질리라는 중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완성차 업체가 볼보를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확실히 고급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질리는 어떻게 이러한 놀라운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그들은 이웃나라 인도에서 성공의 벤치마킹 대상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타타그룹이다.
타타그룹은 인도인들에게 가장 존경 받는 인도 재벌로 지난 1868년 설립됐다. 뭄바이에 본사가 있고, 전세계에 100여개 자회사를 운용한다. 2014년 연간 매출은 109조 원으로, 삼성그룹 전체매출의 약 3분의 1 규모다. 삼성그룹보다 작아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착각을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타타는 수많은 M&A를 통해 성장한 M&A 강자다. 이미 지난 2000년에는 영국의 ‘테틀리 티’, 한국의 대우상용차(2004년), 영국의 코러스 철강그룹(2007년), 재규어·랜드로버(2008년) 등 지난 15년 동안 23건의 M&A를 성사시켰다. 그들의 인수 철학에 있어서 특이한 점은 인수 후 본사 인원을 대거 투하기보다는 능력 위주의 인력 투입에 초점을 맞춘다. ‘불간섭주의’를 표방하는 자율적인 경영방식은, 인수 후 자신의 사람들을 심어서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방식과 많이 다르다. 높은 신뢰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주가에 꼭 긍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당시 타타그룹의 회장이었던 라탄 타타는 M&A에 있어 이러한 방식을 고수했다.
타타와 M&A 이후 중흥기 맞이한 랜드로버
신제품 출시시기 또한 아주 적절했다. 2011년 완전 신차종인 이보크, 2012년에는 4세대 레인지로버, 2013년에는 2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출시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레인지로버의 강점이었던 뛰어난 디자인 감각이 한층 발전하면서 2014년 모두 38만1108대를 판매, 전년대비 9% 성장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수익률도 크게 나아져서 2014년 2분기 기준으로 업계 최고인 영업이익률 20.3%를 기록했다. 이는 승용차보다 수익률이 높은 SUV의 제품적 특성에 기인한다. JLR은 랜드로버의 수익을 바탕으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재규어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9월 중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재규어의 첫 SUV인 F-페이스는 그러한 시도의 첫 산물이다. 질리는 타타의 이러한 JLR 운용 방식을 그대로 벤치마킹, 볼보의 부활을 이끌어 냈다.
타타그룹이 JLR을 인수한 지 1년만인 2009년, 포드는 볼보를 중국의 질리그룹에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도의 경우 타타나 다른 재벌그룹인 마힌드라 등 다양한 업체들의 글로벌 M&A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해외업체 인수는 많지 않았기에 특히 화제가 됐다. 질리의 경우 초반에 볼보 경영진과 불화가 많이 발생했다는 루머 때문에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타타라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생기면서 질리 또한 유사한 운용방식을 도입했다. 투자 또한 공격적이어서 인수가격보다 10배나 더 많은 11조 원의 투자가 진행 중이다. 그 첫 결과가 바로 앞에서 언급한 2세대 XC90이다. 흥미롭게도 볼보 또한 승용차보다 수익성이 좋고 현재 시장의 핫 트렌드인 SUV에 초점을 맞췄다.
신형 XC90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6기통 이상의 중대형 엔진을 더 이상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엔진 개발은 XC90 개발과 동시에 진행했다. 원래 볼보의 소유주였던 포드와 엔진 공급 계약이 2015년 끝나기 때문에 신형 엔진 개발이 불가피했다. 볼보 엔지니어들은 앞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볼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미국과 유럽 정부가 요구하는 높은 연비와 적은 오염물질 배출 추세에 맞춰 6기통보다 큰 엔진 개발을 포기했다. 대신 4기통 엔진에 두 개 이상의 터보차저 및 한 개의 수퍼차저를 달아 407마력이라는 최고출력을 구현했다. 이러한 개발 방향은 고연비, 저매연을 모두 충족시킨다. 동시에 모든 차들이 이 엔진을 함께 쓰기 때문에 파워트레인에서 큰 폭의 원가절감을 이뤘다.
놀랍게도 볼보는 여기에서 아낀 돈을 인테리어 및 인포테인먼트에 투자했다. 앞 좌석의 중앙에 9인치 터치스크린을 달아 라디오,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모두 집어 넣었다. 테슬라 모델 S를 벤치마킹했다. JLR의 신차들이 인포테인먼트 분야가 취약한 점과 매우 대비된다. 뿐만 아니라 실내외 디자인은 전형적인 북유럽 풍의 절제미와 자연스러움을 부각해 과거 볼보의 장점을 더욱 살렸다. 덕분에 2세대 XC90은 2015년 판매 목표인 5만대를 넘어, 8월 기준 모두 5만7000대 주문을 확보했다. 행복한 비명이 터져나올 만한 상황이다.
이 둘의 사례를 볼 때, 과거 포드의 PAG 브랜드 인수제의를 거절했던 현대차의 선택은 옳았을까? 자체 브랜드에 수많은 신차와 돈, 시간을 투자해도 고급 브랜드가 되기는 대단히 어렵다. 일본의 혼다(아큐라), 닛산(인피니티) 그리고 도요타(렉서스)의 역사가 보여준다. 사실 현대·기아차가 PAG 브랜드를 인수했다 하더라도 성공사례로 발전했을 가능성은 낮다. 현대차그룹의 경영방식이나 철학을 볼 때 타타와 질리가 보여준 ‘자율’적인 경영방식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타타와 질리 덕분에 JLR과 볼보는 매력적인 고급차 브랜드로 부활했다. 이 사실은 대중차 시장에서는 성공했지만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현대차그룹에 경종을 울린다. 현재 동일한 방법으로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면, PAG 소속이었다가 이태리 사모펀드로 넘어간 애스턴 마틴, 그리고 스포츠카로 유명한 영국의 로터스 브랜드 정도밖에 없다. 과연 한국 자동차산업은 이러한 신흥국 업체들에게 고급차 시장을 계속 내줄 것인가? 고민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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