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 최대 양로원’
중국은 ‘세계 최대 양로원’
고압적인 국가의 상징으로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을 능가할 만한 것은 별로 없을 듯하다. 개인의 가장 사적인 문제를 두고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는 권위주의 정부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한 자녀 정책으로 4억 명의 출생을 억제했다고 밝혔다. 그 정책을 시작할 당시 중국은 2000년 인구 목표를 12억 명으로 잡았다. 그리고 12억6000만 명으로 비슷하게 억제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한 자녀 정책이 성공한 듯하지만 그 정책이 아니었더라도 중국의 인구증가세가 멈췄으리라고 일부 인구통계학자는 주장한다. 그 가혹한 규칙은 국가와 국민에 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흔을 남겨 오랫동안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중국 전역에 그 영향이 미쳤다. 특히 종종 한 자녀 원칙을 무자비하게 집행한 가난한 농촌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주목 받은 사건이 있었다.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의 농민 왕광룽(37)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지 당국으로부터 한 자녀 규정을 위반한 가정에 부과되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공립학교 등교를 허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뒤였다. 왕씨 부부는 4명의 자녀를 뒀다(중국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딸만 셋을 나은 뒤 아들을 얻으려고 애쓴 끝에 마침내 성공했다(중국 같은 가부장적 유교 사회에선 남아 선호사상이 깊게 뿌리 박혀 있다). 왕씨는 2만2500위안(약 400만원)의 벌금을 맞았지만 그만한 돈이 없었다. 지난해 3월 3일 그는 손목을 칼로 그었다. 네 자녀가 졸지에 아비 없는 자식이 되고 말았다.
많은 시골 마을에서 둘째를 가진 임부들에게 당국자들이 낙태를 강요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강제 불임시술도 다반사였다. 한 자녀 정책의 광적인 집행으로 중국 정부는 수시로 원치 않는 주목을 받게 됐다. 2005년에는 독학으로 법을 공부한 시각장애인 변호사 천광청이 강제낙태를 당한 산둥성의 농촌 여성들을 대신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정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천을 구속하고 ‘기물파손과 폭도조직’ 혐의로 기소했다. 4년간 징역을 산 뒤 2년간 가택연금을 당한 그는 2012년 탈출해 미국 대사관으로 도피했다. 중국 정부는 마지 못해 천의 미국 이주를 허용했다.
한 자녀 정책은 중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중국은 가부장제 사회이기 때문에 영아살해(갓 태어난 여아의 제거)가 유행처럼 확산됐다. 그 한 가지 결과가 남녀 어린이의 불균형이었다. 2009년 태어난 여아 100명 당 남아 수는 119명을 웃돌았다. 이 같은 성비 불균형 때문에 2020년에는 2400만 명 이상의 남성이 배우자를 만나지 못한다고 정부 산하 싱크탱크 중국사회과학원이 전망했다.
한 자녀 정책에서 비롯된 더 커다란 인구구성상의 왜곡은 중국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다(중국 정부도 이번 발표에서 언급했다). 전체 인구 중 10%가 65세 이상이다. 그 비율이 2027년에는 15%, 2035년에는 20%로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의 미래는 “세계 최대 양로원”이라고 상하이의 투자은행 ‘차이나 르네상스’의 판바오 최고경영자가 말했다.
그 ‘양로원’ 입주자들을 돌보는 부담은 한 자녀 세대가 상당 부분 짊어지게 된다. 1980년대 태어난 부부는 4명의 부모, 자신들, 그리고 자녀들을 돌봐야 한다. 이 같은 이유에서 정부의 목표와는 상관없이 이번의 정책변화가 단시일 내 중국 인구에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단시일 내의 인구변화를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은 중국 도시의 높은 생활비다. 가족 부양 책임에 덧붙여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는 초년생들은 중국 대도시의 높은 집값에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 10년에 걸쳐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상당부분 가신 상황인데도 그렇다. 인기 뉴스 포털 시나 뉴스에서 실시한 한 간이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16만 명 이상의 응답자 중 둘째를 갖지 않겠다는 비율이 43%인 반면 갖겠다는 답변은 29%였다. 나머지는 좀 더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동부 항저우시의 기계공학 엔지니어인 천리(28)는 한 자녀 정책 폐지에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는 그룹에 속한다. “나는 아파트 한 채 살 능력도 없고 아이가 하나 있다. 두 자녀는 환상이다.”
중국은 근년 들어 이미 한 자녀 정책을 완화했다. 둘 다 외둥이인 부부는 여러 해 전부터 두 자녀를 낳을 수 있었다. 이제껏 드러난 증거를 보면 둘째 출산을 주저하는 추세는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다. 옥스퍼드대학 인구통계학자 스튜어트 배스턴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양쪽 다 외둥이인 부부의 출산 율은 2003년 0.64명이었고 2007 년에도 0.89명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NPFPC)가 2008년 3만800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두 자녀 이상을 원한 비율이 19%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정책변화에서 논란 많은 인구정책을 담당했던 NPFPC도 폐지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한 자녀 정책을 그저 두 자녀 정책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가족계획의 규제적이고 강압적인 근본 성격은 바뀌지 않았다”고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의 마야 왕 연구원이 말했다.
하지만 수백 만 명의 중국인이 기쁜 마음으로 둘째를 가질 것이다. 지난 30년에 걸쳐 중국 경제가 부상하는 동안 둘째를 가질 수 있는 탄탄한 중류층과 중상층 계급이 대규모로 형성됐다. 따라서 그런 점에선 정부의 공을 인정해줄 만하다. 그러나 중국의 암울한 인구 구성은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이번 개혁은 벌써 오래 전에 실시돼야 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다. 인구 고령화 문제의 해결은 요원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 BILL POWELL NEWSWEEK 기자 / 번역 차진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표면적으로 한 자녀 정책이 성공한 듯하지만 그 정책이 아니었더라도 중국의 인구증가세가 멈췄으리라고 일부 인구통계학자는 주장한다. 그 가혹한 규칙은 국가와 국민에 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흔을 남겨 오랫동안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중국 전역에 그 영향이 미쳤다. 특히 종종 한 자녀 원칙을 무자비하게 집행한 가난한 농촌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주목 받은 사건이 있었다.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의 농민 왕광룽(37)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지 당국으로부터 한 자녀 규정을 위반한 가정에 부과되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공립학교 등교를 허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뒤였다. 왕씨 부부는 4명의 자녀를 뒀다(중국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딸만 셋을 나은 뒤 아들을 얻으려고 애쓴 끝에 마침내 성공했다(중국 같은 가부장적 유교 사회에선 남아 선호사상이 깊게 뿌리 박혀 있다). 왕씨는 2만2500위안(약 400만원)의 벌금을 맞았지만 그만한 돈이 없었다. 지난해 3월 3일 그는 손목을 칼로 그었다. 네 자녀가 졸지에 아비 없는 자식이 되고 말았다.
많은 시골 마을에서 둘째를 가진 임부들에게 당국자들이 낙태를 강요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강제 불임시술도 다반사였다. 한 자녀 정책의 광적인 집행으로 중국 정부는 수시로 원치 않는 주목을 받게 됐다. 2005년에는 독학으로 법을 공부한 시각장애인 변호사 천광청이 강제낙태를 당한 산둥성의 농촌 여성들을 대신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정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천을 구속하고 ‘기물파손과 폭도조직’ 혐의로 기소했다. 4년간 징역을 산 뒤 2년간 가택연금을 당한 그는 2012년 탈출해 미국 대사관으로 도피했다. 중국 정부는 마지 못해 천의 미국 이주를 허용했다.
한 자녀 정책은 중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중국은 가부장제 사회이기 때문에 영아살해(갓 태어난 여아의 제거)가 유행처럼 확산됐다. 그 한 가지 결과가 남녀 어린이의 불균형이었다. 2009년 태어난 여아 100명 당 남아 수는 119명을 웃돌았다. 이 같은 성비 불균형 때문에 2020년에는 2400만 명 이상의 남성이 배우자를 만나지 못한다고 정부 산하 싱크탱크 중국사회과학원이 전망했다.
한 자녀 정책에서 비롯된 더 커다란 인구구성상의 왜곡은 중국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다(중국 정부도 이번 발표에서 언급했다). 전체 인구 중 10%가 65세 이상이다. 그 비율이 2027년에는 15%, 2035년에는 20%로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의 미래는 “세계 최대 양로원”이라고 상하이의 투자은행 ‘차이나 르네상스’의 판바오 최고경영자가 말했다.
그 ‘양로원’ 입주자들을 돌보는 부담은 한 자녀 세대가 상당 부분 짊어지게 된다. 1980년대 태어난 부부는 4명의 부모, 자신들, 그리고 자녀들을 돌봐야 한다. 이 같은 이유에서 정부의 목표와는 상관없이 이번의 정책변화가 단시일 내 중국 인구에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단시일 내의 인구변화를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은 중국 도시의 높은 생활비다. 가족 부양 책임에 덧붙여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는 초년생들은 중국 대도시의 높은 집값에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 10년에 걸쳐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상당부분 가신 상황인데도 그렇다. 인기 뉴스 포털 시나 뉴스에서 실시한 한 간이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16만 명 이상의 응답자 중 둘째를 갖지 않겠다는 비율이 43%인 반면 갖겠다는 답변은 29%였다. 나머지는 좀 더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동부 항저우시의 기계공학 엔지니어인 천리(28)는 한 자녀 정책 폐지에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는 그룹에 속한다. “나는 아파트 한 채 살 능력도 없고 아이가 하나 있다. 두 자녀는 환상이다.”
중국은 근년 들어 이미 한 자녀 정책을 완화했다. 둘 다 외둥이인 부부는 여러 해 전부터 두 자녀를 낳을 수 있었다. 이제껏 드러난 증거를 보면 둘째 출산을 주저하는 추세는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다. 옥스퍼드대학 인구통계학자 스튜어트 배스턴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양쪽 다 외둥이인 부부의 출산 율은 2003년 0.64명이었고 2007 년에도 0.89명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NPFPC)가 2008년 3만800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두 자녀 이상을 원한 비율이 19%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정책변화에서 논란 많은 인구정책을 담당했던 NPFPC도 폐지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한 자녀 정책을 그저 두 자녀 정책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가족계획의 규제적이고 강압적인 근본 성격은 바뀌지 않았다”고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의 마야 왕 연구원이 말했다.
하지만 수백 만 명의 중국인이 기쁜 마음으로 둘째를 가질 것이다. 지난 30년에 걸쳐 중국 경제가 부상하는 동안 둘째를 가질 수 있는 탄탄한 중류층과 중상층 계급이 대규모로 형성됐다. 따라서 그런 점에선 정부의 공을 인정해줄 만하다. 그러나 중국의 암울한 인구 구성은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이번 개혁은 벌써 오래 전에 실시돼야 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다. 인구 고령화 문제의 해결은 요원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 BILL POWELL NEWSWEEK 기자 / 번역 차진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토막살인’ 군 장교, 범행 덮으려고 女피해자 목소리까지 흉내
2“20.5㎏, 굶주린 채 숨져” 아내 감금유기 남편 징역 2년
3‘성전환’ 머스크 딸, 트럼프 당선에 “미국 떠나겠다”
4SOOP이 5년 만에 지스타 참석하는 까닭은?
5검찰, ‘여친 살해 의대생’에 1심 사형 구형…“평생 참회해야”
6 中 “지방부채 한도 1163조 증액…숨겨진 부채 대환용도”
7KT, 별도 서비스 매출 4조690억원...3분기 연속 4조원대
8NH농협카드, 배우 고윤정과 함께한 ‘NH페이’ 광고 영상 공개
9데일리페이, 설립 이래 최고 매출 기록…서비스 이용액도 ‘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