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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친 바이두 총재

장야친 바이두 총재

연간 80조원이 넘는 대륙의 소셜커머스(O2O: online-tooffline)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중국의 IT 빅3(약칭 BAT,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마윈 회장의 메이투안과 마화텅 회장의 다종디엔핑의 합병은 리옌훙 바이두 회장이 이끄는 눠미의 성장을 견제할 뿐만 아니라 언어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중국 IT기업의 야심이 드러난다. 리옌훙 회장이 설득해 현재 O2O를 포함한 신사업 부문을 총괄하게 된 천재 과학자 장야친 바이두 총재를 만나 직접 바이두의 비전을 들어봤다.
장야친 바이두 총재는 “ O2O 생태계는 글로벌 협력 파트너가 오갈 수 있는 통로”라고 말한다.
“ O2O는 중대(critical)한 사항입니다. 첫째…” 아이폰6 골드를 꺼내 보이며 자신이 사용하는 모바일 앱을 보여주는 장야친(張亞勤, 49) 바이두 총재는 ‘야심’보다는 재미있는 실험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그럼에도 차분했다) 괴짜 과학자 같았다. “바이두는 O2O가 실현되는 글로벌 모바일 제품(Du apps)을 통해 7억 명의 사용자가 있습니다. 10여 개 국가에서는 안드로이드 시스템이 모두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지요.” 지난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포브스 글로벌 CEO 콘퍼런스 직전, TV 인터뷰를 막 마치고 프레스룸을 나온 장야친 총재는 호텔 야외 테라스에서 마주 앉은 기자에게 “편하게 이야기하듯(chit chat) 인터뷰를 진행하자”라는 첫마디를 건냈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그는 기자의 한 가지 질문에 간략한 논지를 늘 세 가지로 정돈해 풀어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6억4300만 명(3분기 네이버 라인의 글로벌 MAU는 2억1200만 명)을 자랑하는 바이두가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O2O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미국에서는 주문형 서비스, 한국에서는 소셜커머스로 알려진 사업 모델은 중국인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지난 2월 맥킨지 설문조사에서는 중국인 온라인 소비자의 71%가 O2O 앱을 이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수가 이미 미국을 앞질렀을 정도로 성장 곡선도 가파르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수는 5억5700만 명, 모바일 인터넷 보급률은 8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무부는 올해 상반기 중국의 O2O 시장규모가 3049억4000만 위안(약 5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80%가량 성장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연구개발(R&D)을 책임지던 장야친은 바이두에 온 이후 줄곧 이런 신(新)영토를 개척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이를 위해 리옌훙 회장은 O2O 분야에 올해만 200억 위안을 베팅했다. 리옌훙이 목전의 이윤을 희생해 미래 성장에 투자하는 전략은 투자자들이 반기를 들 리스크를 안고 있다. 올해 포브스가 뽑은 중국 부자순위 6위에 오른 리옌 훙은 실제로 이런 주주들 때문에 주가가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난 10월 29일 발표한 올해 3분기 매출은 동기대비 36% 늘어난 183억8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특히 온라인 마케팅 매출이 32% 급증해 176억8000억위안을 기록했고, 온라인 상에서 활동하는 고객수는 62만3000명으로 21% 늘었다.

중국 검색 시장 점유율 70%를 자랑하는 바이두가 성공적으로 O2O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장야친 총재는 올해 상반기 바이두의 신흥업무 사업군을 조정했다. 신흥 업무 체계를 6개 사업부와 양대(수직과 수평) 사업군으로 나눴다. 사업부는 웹 네비게이션·음악·게임 같은 기존 업무를 포함해 장야친 총재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의료·금융·교육 등의 분야를 아우른다. 그는 이런 조직개편을 통해 여러 수직 분야에서 모두 바이두를 ‘재건’할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그는 “이미 개발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사용자 수익을 어떻게 창출(monetize)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야친 총재는 바이두뿐만 아니라 IT기업이 맞닥뜨린 가장 큰 기회이자 위기를 “빠른 속도 변화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아는 정확한 방향성”으로 꼽았다. 인터넷 산업 자체가 O2O로 구조전환하는 시기라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맞딱뜨리는 순간인) 접속점·데이터·기술·서비스가 모두 융합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고 있다고 이를 위해 “바이두의 양대 사업군을 가로와 세로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눴는데, 이는 하나의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을 형성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세로 방향은 클라우드 컴퓨팅·데이터 분석 기술·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의 사업군은 바이두의 기술을 활용해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의 융합을 촉진한다.
 6개 사업부와 양대 사업군으로 조직 개편
“인터넷은 사람과 서비스를 다차원적으로 연결합니다. 바이두가 연결해야 하는 것은 제가 일부 언급했던 백여 개의 업종이 아닌, 그 10배 이상의 수 천개의 업종입니다. 이것은 조 단위의 글로벌 시장입니다.” 인터넷은 서로 다른 유형의 많은 서비스를 통합해 음식·교통·가사 관리·의료·금융·교육 등 각 분야의 서비스를 형성하기 때문에 서비스는 갈수록 수직화하고 갈수록 세분화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가로 방향’의 전략을 제시한다. “특히 지난 1, 2년 동안 우리는 세계화 분야에서 많은 탐색을 했습니다. 바이두는 세분된 각 수직 분야에서 하나의 지점(포인트)을 돌파하려고 합니다. 즉, 업종에서 하나의 포인트에 포커스를 맞추고 점차 옆으로 확충해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바이두가 “처음부터 무엇이든 다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의료를 예로 들면, 중요한 제품 콘텐트는 해방군총병원과 협력해 내놓은 앱 ‘바이두의사(百度醫生)’다. 바이두의사에는 접속점·검색·지도 접속점과 매칭 기술이 있어 사용자가 가장 가까운 병원을 찾을 수 있다. 바이두가 의료 분야에 커다란 생태계를 배치한 셈이다. 즉, 바이두의 역할은 병원·의사·사회보험·약국 등을 하나의 클로즈드 서클로 융합시키는 것이다. 이 클로즈드 서클에서 등록·진찰 예약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다만 하나의 통로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의료와 인터넷을 잇는 바이두의 사업은 의료 기업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기업에 더 많은 새로운 고객을 데려다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야친은 또 다른 1조 규모 O2O 시장으로는 인터넷 금융에서 기회를 보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소위 ‘○○페이’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모바일 사업자인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중국 바이두의 행동이 정체돼 보이기도 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모두 민영 은행 영업허가증을 신청했고 신용조회 영업허가증도 취득했다. 장야친 총재는 “바이두는 인터넷 금융 분야에서 소비금융·신용조회 능력 강화 등 바이두 생태계에 있는 상점을 위한 금융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깊이 있고 철저하게 하는 것
바이두의 O2O 앱은 음식배달, 택시호출, 숙박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이두 지도에서 KTV(노래방)를 예약하면 1시간에 단돈 28위안으로, 정상가인 380위안에서 70%나 할인된다.
바이두의 신용조회는 대부분 바이두의 신용결제와 소액대출 업무를 위한 서비스의 토대로 이뤄지는데, 이는 그룹 내 소셜커머스 ‘눠미’에 입점해있는 많은 상점들을 포함한다. 개인 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두 요우첸’은 첸펑·월스트리트 잉글리시 등 여러 교육 기관과 협력 관계를 수립했다. 신용조회 능력을 이용하면 사용자의 학력 조작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즉, 사용자의 신분증 정보 및 개인 신용 상황을 검증해 대출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다.

장야친은 O2O와 더불어 ‘세계화’라는 또 다른 임무와 관련해서도 막중한 역할을 맡고있다. 국내의 의료와 금융 분야 등이 오히려 ‘장기 전투’라면 바이두가 당면한 세계화는 더 빨리 진행해야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인도는 인터넷 시장이 중국보다 몇 년 늦지 않습니다. 3년이나 5년 후에는 첫 단계 배치가 완료될 겁니다.” 따라서 바이두 신흥업무 사업군을 위해 국내에서 ‘토지 구획’을 한 장야친은 빠르게 신흥시장의 땅따먹기 전투에서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했다.

바이두는 지난 몇 년 동안 세계화를 시도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바이두는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시장의 배치를 가속화하고 택시 소프트웨어 우버(Uber), 브라질 온라인 할인쿠폰업체 페이세우르바노(Peixe Urbano), 일본 네이티브 광고 회사 팝인(popln) 등에 잇달아 투자했다. 바이두는 최근 인도에 사무실을 설립하고 적극적으로 현지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세계화는 장야친이 가장 좋아하는 화제 중 하나기도 하다. 그는 바이두의 세계화에는 3대 전략이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성장의 잠재력을 고려한 중점 지역 선택이다. 방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모바일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을 앞두고 있는 국가군이자 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 등의 시장에 집중한다. 두 번째는 제품과 전략의 선택이다. 바이두는 글로벌 통용성이 있어 중국에서 잘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전 세계에 신속하게 배급한다. 이러한 제품으로는 검색 앱과 모바일 보안 등을 꼽을 수 있는데 모바일 현금화 광고 플랫폼은 기업의 현금화뿐만 아니라 협력파트너의 중국 개발자가 현금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했다. 셋째는 일부 O2O 분야를 선택해 중점적으로 개척한다. 장야친은 “중국의 O2O 경험·기술·제품을 신흥 시장으로 이식하려 하지만 중국에서처럼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아닌 브라질·인도네시아·인도를 선택
그렇다면, 바이두는 왜 지난 1년 동안 갑자기 세계화의 속도를 높였을까? 장야친은 역시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중국 인터넷 회사의 발전이 일정 단계에 이르러 반드시 해외로 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중국 시장이 거대하더라도 바이두의 최종 희망은 현지 회사가 아닌 세계의 바이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둘째, BAT를 비롯한 글로벌 10대 IT 회사 중 4곳이 중국 회사다. 바이두는 좋은 해외 브랜드를 보유한 후 세계화를 고려할 수 있다. 셋째, 국내 인터넷 업계는 경쟁이 대단히 치열하다. 경쟁 정도가 국외보다 훨씬 심하다. 국내의 제품·기술·경쟁 경험을 수출하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바이두도 어느 정도 세계화의 단맛을 보고있다. 바이두가 투자에 참여한 페이세우르바노는 이미 현지에서 가장 큰 공동구매 사이트다. 이러한 신흥 시장에 먼저 들어가면 선발자 이익이 있으며 1년만 늦어도 현지의 기회를 많이 놓친다고 장야친은 말한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에 투자를 한 것도 손정의가 중국의 기회를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이 투자할 동일한 기회를 갖고 있다. 회사 창업자가 모두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고 과거에는 줄곧 미국 동종업계의 트렌드를 따랐다는 알렉산더 타보르(Alexander Tabor) 페이세우르바노 CEO는 바이두의 투자를 선택한 원인으로 중국의 인터넷 발전 가능성을 미국보다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페이세우르바노는 바이두에 인수된 후 이윤과 효율에 더 관심을 갖고 전체적인 중개 수수료 비중을 낮췄다. 장야친은 현지에서 바이두의 업무를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효율적인 협력을 이룰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10개 회사에 투자했고, 5개 지역에 모두 지사를 설립했다. 각 국가에는 모두 자신의 생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려면 반드시 현지 기업과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장야친 총재는 “각 국가에서 우리의 기술, 우리의 제품과 이러한 실력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국가에서 그 국가의 상황을 존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머지 업종은 모두 협력 파트너에 의지한다.

“바이두의 신흥업무 사업군에서 어떤 업무가 가장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업무는 모두 중요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건 접속점에서 통로까지 다 어떻게 연결하는지 입니다.” 장야친 총재는 수 천개에 이르는 많은 업종이 모두 중요하지만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몇 개 업종만을 선택해 깊이 있고 철저하게 하는 것이 바이두의 원칙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바이두는 왜 이걸 안 하고 저걸 안 하느냐고 늘 묻습니다. 바이두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차별성이 없는 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 임채연 포브스코리아 기자
 [박스기사] 12살에 대학 입학한 천재 과학자 장야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장야친: 지식을 춤추게 하라(张亚勤:让智慧起舞)』의 제목은 그를 잘 나타낸다. 장야친은 12세에 중국과학기술대학교에 입학한 천재로 기록돼 있다(왼쪽 사진). 23세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97년에는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 설립 100년 역사상 최연소(31세)로 최고 영예인 펠로(Fellow)에 선정됐다.

이후 16년 동안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MS에서 일하며 빌게이츠 MS 회장의 신임하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R&D센터를 총괄했다(오른쪽 사진). 바이두로 옮긴 까닭에 대해서는 장야친 총재는 “MS에서 일할 때부터 리옌훙 회장과 과학기술과 산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온 사이였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뭔가 색다른 걸 해보자는 뜻’에서 바이두에 합류하게 됐다”고 답했다. 세계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8월 알리바바는 마이클 에반스 전 골드만삭스 부회장을 총재(president)로 영입했지만, 장야친은 고국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했다는 맥락에서 주목받으며 중국 젊은이들에게 애국심과 기업가 정신을 동시에 불어넣었다. 바이두의 전반적인 사업은 여전히 리옌훙 회장이 총괄하고 있지만, ‘글로벌’과 관련한 신사업에는 전적으로 장야친 총재가 책임지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미 이틀째에 참석했던 ‘제8회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에는 BAT 대표로 장야친 총재와 마윈, 마화텅 회장이 얼굴을 비췄다. 최근 CCTV에 출연한 그는 천재 과학자가 기업에서 활약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냥 안정된 삶보다는 도전이 있는 편이 좋다. 그 편이 더 재미있으니까(我希望生活有一点不确定性,有一点挑战,这样才有乐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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