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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강화 나선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글로벌 생활산업 강자 노린다

[신사업 강화 나선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글로벌 생활산업 강자 노린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대한민국에서 ‘동원참치’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참치캔 소비량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우리나라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치캔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동원참치는 올해 상반기 기준 72.3%의 점유율로 다른 경쟁사 제품을 압도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참치캔 시장은 약 4300억원 규모로, 동원그룹이 매년 동원참치만으로 얻는 수익만 엄청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동원그룹의 최근 행보를 보면 참치캔 업계 1위 자리에만 만족하진 않으려는 듯 보인다. 잇단 신사업 발굴·강화에 나서면서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김남정(43) 동원그룹 부회장이다. 창업주인 김재철(80) 동원그룹 회장의 차남인 그는 1996년 동원산업에 생산직으로 입사한 뒤 동원산업 경영지원 실장, 동원시스템즈 건설부문 부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이후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을 거쳐 2013년 말 동원그룹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가 그룹의 차기 수장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승진이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남구(52)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금융 부문을 맡고,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수산(水産)과 식품 등의 부문을 맡는 구도다.

재계와 동원그룹에 따르면 김남정 부회장은 대인관계에서 친화력이 좋으면서도, 일을 할 때는 치밀하되 추진력이 강한 스타일이다. 김재철 회장의 매제로 김 부회장을 오래 지켜본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은 김 부회장에 대해 “앞장 서서 설치는 대신 뒤에서 묵묵히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평한 바 있다. ‘대충대충’이란 말을 가장 싫어하는 아버지의 경영 스타일을 빼닮았다는 전언이다. 그런 김 부회장은 취임 이후 부친을 보좌하며 동원그룹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3년 말 그룹 부회장 자리 올라
동원그룹은 스테디셀러
실제 그가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에서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2013년 12월 직후의 움직임을 보면, 동원그룹은 올해 11월 현재까지 6건의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2년간 투자한 금액만 4700억원이 넘는다. 동원그룹이 이전까지는 2년에 한 번 꼴로 M&A를 추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젊은 패기가 어우러진 발 빠른 행보다. 특히 포장재 분야에서 적극적이다. 그룹 내 종합포장재 기업인 동원시스템즈는 지난해 필름과 판지상자 등을 생산하는 한진피앤씨를 35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유리병을 만드는 테크팩솔루션을 2500억원에, 참치캔을 만드는 탈로파시스템즈를 300억원에 사들였다.

동원시스템즈의 M&A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됐다. 이번엔 해외 기업 인수에 나섰다. 지난 9월 베트남의 포장재 기업인 탄티엔패키징(TTP)과 미잉비에트패키징(MVP)을 각각 890억원, 25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저렴해 뛰어난 원가 경쟁력을 갖춘 베트남을 생산 거점으로 삼아, 이곳에서 만든 포장재를 동남아시와 미주 등지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동원참치를 보유한 그룹 내 종합식품 기업인 동원F&B도 M&A에 가세했다. 같은 달 온라인 축산물 유통 기업인 금천을 450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6개 기업을 인수하는 데 쓴 돈만 4740억원가량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매물 위주로 M&A를 진행했다”며 “아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이 글로벌 생활산업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데 도움을 줄 만한 M&A”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 부회장이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 그룹의 3대 핵심 사업으로 수산과 식품, 그리고 포장재를 지목하고 집중 육성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창업주가 창업 초창기에 원양어업으로 수산 부문에서 사업을 키워 오늘날의 그룹을 일궜다면, 2세인 김 부회장은 이를 넘어 식품과 포장재 부문에서 사업을 한층 키워 그룹을 글로벌 생활산업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밑그림을 현역에서 아직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재철 회장이 그렸다면, 김 부회장은 아버지의 구상을 현실화하는 역할을 맡아 이를 최근 2년 사이 잇단 M&A로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동원그룹은 최근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본 입찰에서 포기했고,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이자 김 부회장이 11월 현재 지분 67.98%를 보유한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최근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것도 이 같은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자금력이 탄탄한 동원그룹이 지주사 상장에 나선 것은 자금을 더 확보해 더 적극적으로 M&A에 뛰어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M&A 업계에 따르면 현재 동원그룹이 보유한 현금은 3000억~4000억원가량이지만, 그룹 측이 준비한 대로 동원엔터프라이즈와 그룹 계열사인 미국의 참치캔 제조사 스타키스트가 상장하면 추가로 수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여기에 김 부회장에게는 지분 매각이라는 회심의 카드도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F&B와 동원시스템즈 지분을 각각 71.25%, 85.53% 보유했는데, 김 부회장으로서는 그 일부를 매각해도 경영권 확보에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라 히든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 당분간 동원그룹의 M&A가 한층 왕성해질 것이라 전망해볼 수 있는 이유다.
 1년 사이 포장사업부 매출 2배로
다만, 김 부회장은 향후 수산과 식품, 포장재 사업 간 강약 조절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과제도 갖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원그룹의 주력 사업인 수산 부문은 세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측면이 있다”며 “동원그룹은 식품 부문에서도 CJ제일제당 등 업계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다소 고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포장재 부문에서는 전망이 밝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 6700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포장재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왔고 내년이면 8200억 달러 규모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흐름을 미리 읽고 미래 먹거리로 포장재를 점찍은 동원그룹과 김 부회장의 ‘선택’은 일단 맞아떨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그룹 내 포장사업부의 매출은 4210억원으로 전년 동기(2100억원) 대비 2배 수준이 됐다. 이에 힘입어 같은 기간 신성장사업부의 영업이익은 687억원으로 기존 사업부(604억원)의 성과를 앞질렀다. 연이은 M&A의 효과가 본격화한다면 더 많은 수익이 날 것으로 그룹 측은 보고 있다. 취임 2주년을 눈앞에 둔 김 부회장의 발걸음이 또 한 차례 빨라질 전망이다.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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