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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코끼리를 죽을 때까지 돌본다

아시아 코끼리를 죽을 때까지 돌본다

두 살짜리 수컷 코끼리 마이크(왼쪽)와 어미 젤리카(오른쪽). CEC 직원들은 마이크의 상아가 어미 안젤리카를 다치게 할까봐 서로 떼어놨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자칭 ‘정액의 여왕(Queen of Semen)’ 웬디 키소(41)는 일주일에 두 번씩 코끼리들의 음경을 살펴본다. “부모님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고 그녀는 말했다. “우린 일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키소는 포크 시티에 있는 ‘링글링 브라더스, 바넘 & 베일리 코끼리 보호소(CEC)’의 연구·보존 과학자다. 멸종위기에 처한 아시아 코끼리를 전공했으며 특히 정액 생물학과 냉동보존을 전문으로 한다.

1995년 설립된 CEC는 80만9371㎡ 대지에 2~7세의 코끼리 28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서반구 최대의 아시아 코끼리 보호소다. 이곳에서 새끼 26마리가 태어났다. CEC 최초로 인공수정을 통해 탄생한 바락(현재 6세의 수컷)이 그중 하나다.

CEC는 링글링 브라더스 서커스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서커스 공연을 위해 훈련 중이거나 이미 은퇴한 코끼리를 돌본다. 그곳엔 기질상 혹은 시기를 놓쳐 서커스 공연이 불가능한 코끼리도 있다. 2015년 3월에는 링글링 브라더스의 모회사 펠드 엔터테인먼트가 수년간 계속된 대중의 항의를 받아들여 공연 중인 모든 코끼리를 2018년까지 은퇴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향후 2년에 걸쳐 CEC에 수용된다. 그렇게 되면 CEC의 코끼리 수는 42마리로 늘어난다.

CEC에서는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코끼리들끼리 팀을 짜서 관리한다. 두 살짜리 마이크는 베이비, 루디와 함께 지낸다. 베이비와 루디는 마이크가 트랙터 타이어에 코를 박고 꼼짝 못하는 모습을 나른하게 지켜본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CEC에서 가장 나이 많은 마이소어와 사라가 있다(올해 70세인 마이소어는 미국에 있는 아시아 코끼리 중 최연장자다). PT와 군터는 각각 별도의 우리에 수용됐다(야생에서도 수컷들은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군터가 코로 모래를 집어 우리가 있는 쪽으로 튕기자 링글링 브라더스의 동물 관리 감독 재니스 아리아는 그 코끼리가 커다란 고무공 2개를 발로 밟아 터뜨린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리아와 키소를 만난 지 10분도 안 돼 우리는 수컷 코끼리의 정자가 언제 채취되는지(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키소는 CEC에 있는 코끼리들의 음경만 봐도 어떤 코끼리인지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CEC는 엄청난 양의 코끼리 배설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오갔다. 아리아 감독은 가장 큰 우리의 ‘배설물 구덩이’를 보여주면서 배설물 처리에만 매주 8000달러가 든다고 말했다. CEC에서 서커스장까지, 혹은 한 서커스장에서 다른 서커스장까지 코끼리를 운반할 때 이용하는 차량에서는 조련사가 코끼리의 대소변을 비닐봉투에 담아 처리한다. 차량 안의 조련사석에서 코끼리 엉덩이가 보이도록 돼 있다.

CEC 직원 18명의 업무목록을 보니 마치 새내기 부모가 할 일을 적어놓은 것 같다. 자신이 돌보는 코끼리들을 이야기하는 직원들의 말투에서 아기를 돌볼 때와 마찬가지로 두려움과 애정, 피곤함이 뒤섞인 감정이 묻어난다(펠드 엔터테인먼트는 코끼리 1마리의 관리 비용을 연간 6만5000달러로 책정했다). 직원들은 코끼리들이 정해진 시간에 먹이를 먹고 목욕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며 배변과 낮잠 습관도 기록해야 한다. 또 코끼리들의 특이한 성격(마이크는 모래 묻은 당근을 먹기 싫어하며 마이소어는 담요를 덮지 않는다)과 누가 누구를 싫어하며 어떤 코끼리들이 서로 사이가 나쁜지를 파악한다.

코끼리의 사회적 습관도 염두에 둬야 한다. CEC가 코끼리들을 그룹 별로 흩어놓는 이유는 서로 해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마이크의 우리에서 축구장 몇 개 정도 떨어진 곳에 19세의 어미 코끼리 안젤리카가 있다. 또 반대편에는 마이크의 할머니 코끼리 2마리가 한 우리에서 산다. 이 가족이 가끔 만날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들은 전혀 교류가 없다. CEC 직원들은 어미 코끼리가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마이크의 상아에 다칠까 봐 그들을 떼어놨다(야생에서도 수컷은 어미로부터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보통 10세가 지난 후에 그렇게 한다).

하지만 어미에게서 새끼를 떼어놓은 정책은 국제동물 보호단체 페타(PETA)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코끼리들을 혹사시키는 바쁜 서커스 일정과 CEC가 그들에게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랬다(CEC는 요즘도 밤에는 코끼리들의 발목을 쇠사슬에 묶어 놓는다). 2011년 11월 펠드 엔터테인먼트는 연방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27만 달러의 벌금을 냈다. 동물복지법 관련 민사 소송 사상 최고 액수다. 같은 달 탐사보도 전문 잡지 마더 존스는 1년 동안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쇼(The Cruelest Show on Earth)’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링글링 서커스단이 서커스장과 CEC에서 코끼리들을 얼마나 조직적으로 야만스럽게 다루는지 고발했다.

펠드 엔터테인먼트의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스티븐 페인은 “회사 측은 마더 존스의 결론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동물 권리 옹호자는 아니지만 동물 복지를 적극 지지한다. 우리는 이 동물들을 평생 돌볼 책임이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2014년 정점에 이른 듯 보였다. 몇몇 동물 권리 옹호단체가 링글링 브라더스의 전 직원에게 이 회사가 코끼리들을 학대한다고 진술하도록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나 16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물어줬다. 하지만 홍보전에서는 링글링 브라더스가 패했다. 링글링 브라더스의 서커스가 열리는 곳마다 시위대가 나타난다. 동물 공연에 대한 대중의 반발(2013년 다큐멘터리 ‘블랙피시’가 범고래 학대를 비판한 뒤 시월드의 주가가 50%나 떨어졌다)은 링글링 브라더스 코끼리들의 서커스 공연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코끼리는 두뇌 구조가 복잡하고 지능이 높은 동물”이라고 PETA의 잉그리드 뉴커크 회장이 2015년 3월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서커스는 지저분하고 끔찍하고 잔인한 사업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본다.”

직원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정책들이 코끼리의 복지를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새끼와 어미를 따로 떼어놓은 것은 그들이 서로를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코끼리들은 밤 동안 서로 싸우거나 먹이를 훔쳐먹지 못하도록 발목을 묶어 놓는다. 그리고 갈고리 막대기를 사용해 코끼리를 부릴 때도 있지만 코끼리들은 그 도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서커스단과 CEC의 전반적인 코끼리 처우에 대한 불신을 씻기 어렵다.

하지만 CEC가 확실히 잘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1973년 멸종위기동식물법에 따라 미국에서 아시아 코끼리의 수입이 금지된 후 코끼리가 현지인과 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스리랑카 같은 곳에서는 코끼리의 안전이 위태로워졌다. 이에 따라 키소를 비롯한 CEC 직원들은 스리랑카의 코끼리 보호운동에 직접 관여한다. 또 CEC의 코끼리들은 코끼리의 낮은 암 발생률(약 2%)이 인간의 암 치료에 어떻게 이용될 수 있을까를 평가하는 최근 연구에 일조했다(2015년 11월 9일자 SPECIAL REPORT 참조).

CEC 직원들은 상냥하고 꼼꼼하게 코끼리를 돌보는 반면 조련사들은 코끼리를 가혹하게 다룬다는 증거가 많다. 페인 부사장은 조련사들이 갈고리 막대기를 너무 세게 내려치는 장면을 보여주는 비디오와 관련해 ‘시정 조치’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사례는 예외적인 경우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PETA 같은 단체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만 했지 무게가 3.5t이나 나가는 코끼리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는 전혀 모른다.”

- KIRA BINDRIM NEWSWEEK 기자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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