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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싸우는 전사

추위와 싸우는 전사

팀 보일 컬럼비아 스포츠웨어 CEO는 꽁꽁 얼었던 회사에 봄을 가져다줬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아우터웨어와 ‘터프’한 어머니 덕분이다.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위치한 컬럼비아 스포츠웨어 본사 이사회 회의실에 앉은 팀 보일(Tim Boyle, 66) CEO는 기업 중역이라기보다 낚시를 즐기러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단추로 된 버튼다운 셔츠에는 미끼를 꿰는 동안 낚싯대를 고정해주는 작은 벨크로 고리가 달려있었다. 지금껏 보일의 회사를 되살려준 창의적 제품 중 하나다.

10년 전만 해도 컬럼비아는 대형 할인점에서 유통하는 저렴한 플리스 의류로 알려져 있었다. 1938년 창업 이후 출원한 특허는 1건에 불과하고, 노스페이스나 파타고니아 등 경쟁사에 비해 저렴한 가격밖에 내세우지 못하던 브랜드다. 이를 타파하고자 보일은 2007년 괴짜 과학자 우디 블랙포드를 고용해 신제품을 개발하도록 했다. 이후 블랙포드와 개발팀이 보온 재킷과 쿨링 티셔츠 등 무려 200여 개의 글로벌 특허를 출원했다.

혁신적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컬럼비아 매출은 2014년에 21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순수익은 1억3700만 달러로, 매출의 6.5%를 차지했다. 회사 주가 또한 최근 1년간 39% 상승했다. 컬럼비아 지분 40%를 보유한 보일의 자산가치는 이제 17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회의실 의자에서 불편한 듯 몸을 뒤틀던 보일의 얼굴에서는 미국 최고 부호 중 한 명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만족감이 보이지 않았다. “세월에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면, 모두 눈 깜짝할 새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기업 정체성 잊어버리자 위기 닥쳐
과거에 가족과 함께 겪었던 시련이 이런 사고관을 만들었다. 보일의 조부 폴램프롬(Paul Lamfrom)은 독일에서 부유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주택 외벽에 “여기 유대인이 산다”는 글자가 페인트로 칠해졌다. 1937년, 램프롬은 가족, 딸(팀의 어머니 거트)과 함께 단돈 20달러만 들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포틀랜드에 도착한 램프롬은 돈을 빌려 조그만 모자 가게를 인수했고, 이름을 ‘컬럼비아’라 지었다. 가게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고, 1964년 램프롬은 딸 거트(Gert)와 사위 닐(Neal)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세상을 떠났다.

6년이 흐른 1970년 12월 4일, 출근 준비를 하던 팀의 아버지 닐은 아내에게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가장 가까운 소방서에 도착했을 때 47세였던 닐의 상태는 되돌릴 수 없이 악화되어 있었다. 닐이 대출을 했던 은행 직원이 찾아와 유감을 표했다. 그리고 거트에게 남편이 얼마 전 중소기업청에서 15만 달러의 대출을 받았다고 전했다. 오리건 대학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던 팀은 즉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회사를 운영했다. 그러나 첫해 회사 매출이 25% 급감하며, 파산 직전으로 내몰렸다. 은행에서는 회사 매각을 제안했다. 인수자들은 회사를 둘러보고 1400달러라는 헐값을 제시했다. 보일 가족은 제안을 거절하고 회사를 살리는데 주력했다.

팀이 일상 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거트는 은행을 상대했다. 1984년 흰 머리의 거트가 ‘터프 마더(Tough Mother)’가 되어 극한 상황 속에서 제품을 테스트하는 유머러스한 광고가 시작됐다. 거트는 “잔소리하려고 태어났다”는 문신을 이두박근에 새기고 광고에도 출연했다.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했다. 컬럼비아 제품이 회사를 경영하는 할머니만큼 터프하고 오래간다는 뜻이었다. 매출이 치솟았다. 지퍼로 연결된 안감 플리스를 교체하는 부가부(Bugaboo) 재킷 등의 신제품과 재미있는 광고 덕분이었다. 91세의 나이에도 컬럼비아 회장직을 수행하는 거트와 팀은 1998년 컬럼비아를 증시에 상장했다. 2004년이 되자 컬럼비아의 수익성은 전 세계 의류 회사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매출은 11억 달러, 영업이익은 19%였다.

컬럼비아 플리스와 셔츠 공급을 대폭적으로 늘려달라는 대형 의류매장 콜스(Kohl’s)의 요구에 보일은 첨단기술 재킷 및 우의에서 눈을 돌리고, 저렴한 아이템 생산을 늘려나갔다. 하지만 새로운 전략은 실패했다. 2009년까지 매출은 제자리만 맴돌았고, 영업이익도 19%에서 7%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노스페이스는 전문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서 컬럼비아를 밀어낼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때 된통 당했다.” 보일의 말이다. “우리 정체성을 잊어버린 대가였다.” 그러나 시련에 굴하지 않는 근성이야말로 보일 가문의 피에 흐르는 저력이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현실의 무게를 느꼈다.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팀은 회상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면, 하게 된다.”

오랜 노력 끝에 보온 담요 기술을 적용한 재킷이 출시됐다. 수십 년 만에 최고 히트작이 된 효자 제품이다. 마라톤을 끝낸 선수들이 몸에 두르는 담요와 비슷한 마일러(Mylar) 발열 담요로 몸을 감싸면, 순식간에 몸이 따뜻해진다. 조금 더 기다리면 땀이 나고 은박지로 몸을 감싼 통 감자구이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비밀은 재킷 안감에 있다. 숨쉴 수 있는 섬유 안에 반사소재를 넣어 체온을 반사해 옷 안에 잡아두고, 숨쉴 수 있는 섬유로 땀을 증발시켜서 상큼한 옷 상태를 유지한다. 이 재킷의 가격은 250달러로, 노스페이스 코트와 비슷하고 캐나다구스 파카 825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첫해에만 8600만 달러가 팔렸고, 덕분에 2010년 회사 전체 매출은 19% 증가했다.
 기술·리더십 혁신으로 재건에 성공
보일은 컬럼비아의 제품만 새롭게 혁신한 것이 아니다. 그는 리더십도 혁신했다. 지나치게 확대된 유럽 사업에서 집중할 부문을 재정립했고, 요가 브랜드 프라나(prAna)를 인수했으며, 재정난에 시달리는 부츠 브랜드 소렐(Sorel)을 새롭게 런칭해서 매출 1억6600만 달러, 연 성장률 29%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오랜 기간 가족기업으로 운영되며 아주 안정적인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투자은행 D.A.데이비슨의 아우터웨어 분석가 앤드류 번즈(Andrew Burns)는 말했다. “사업 입지를 제대로 다지기 위한 수년 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성장의 여지는 더 있다. 컬럼비아의 영업이익은 아직 평균 이하(유럽 사업의 지나친 확대가 원인)이며, 보유 현금은 3억7100만 달러 정도다. 보일은 이번 가을 및 봄 시즌에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광고 예산을 책정해두고 있다. 광고 출연이 예정된 거트는 누구보다 신난 모습이었다. “과거만 돌아보고 있으면 무엇도 이룰 수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어제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일 더 잘 하는 게 낫다.”

- DAN ALEXANDER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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