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딱하면 돈 못 받아...‘돌연 폐업’ 상조업계 괜찮나
2022년부터 8곳 폐업...상조시장 문제 없나
부실 회사 정리되는 수순, 오히려 시장 건전성 상승
[이코노미스트 김정훈·이지완 기자] 초고령화와 웰다잉(품위 있게 생을 마감하는 일) 트렌드로 상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몇년간 상조회사들이 계속 폐업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작 '필요할 때 상조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거 아니냐'는 인식이 생기고 있어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부실 상조회사들이 정리되고 있어 시장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지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기초 체력이 탄탄한 업체들이 토털 라이프케어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상조업 진출을 예고하고 있어 소비자 신뢰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초고령화 사회, 상조 가입 늘어난다
상조서비스는 관혼상제(관례·혼례·상례·제례)에 대비하기 위해 상조회사가 제공하는 유·무형적 가치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장례 서비스에 집중됐지만, 최근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여행·유학· 통신 등 다양한 비상조 상품이 결합되고 있다.
상조서비스업 시장은 누적 가입자 수 900만명 시대를 코앞에 두는 등 여전히 성장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삼정KPMG 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상조서비스업 가입자 수(각 연도 3월 기준)는 2015년 404만명에서 올해 892만명 규모로 커졌다. 같은 기간 선수금 규모는 3조5200억원에서 9조4500억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상조서비스업 시장 성장의 가장 큰 원인은 초고령화·다사사회(사망자가 순간적으로 급증하는 시기) 도래가 꼽힌다. 조만간 한국은 본격적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통계청·행정안전부 등은 오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수가 전체 인구의 20.6%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2040년에는 관련 수치가 34.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령화 사회의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되는 독거노인 가구도 늘고 있다. 통계청·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1인 노인가구는 2015년 514만명에서 2023년 734만명으로 증가했다. 오는 2025년에는 766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삼정KPMG는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초고령 사회로 분류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령인구 증가, 다사사회 도래, 웰다잉 문화 확산 등으로 상조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조서비스업 시장이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일부 기업의 갑작스러운 폐업 소식은 시장 신뢰도 하락을 유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상조업계 상위권 회사인 위드라이프가 폐업했다. 이 회사는 가입자 2만5000명을 보유한 업계 30위권 회사였다. 장례 서비스뿐 아니라 크루즈 여행, 해외유학 패키지 등을 함께 팔던 이 회사는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4일자로 폐업 처리됐다.
위드라이프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상조 상품 선수금 규모는 지난 3월 기준 370억여원이다. 이 중 비상조 상품에 대한 선수금 규모는 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조 상품의 경우 상조보증공제조합을 통해 총액의 50%를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비상조 상품은 돌려받을 길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위드라이프 폐업 피해자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에 모여 소송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상조회사가 돌연 폐업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8곳의 상조회사가 폐업했다. 이들이 보상해야 할 보상금 규모는 1214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280억여 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잇따른 폐업, 상조시장엔 오히려 좋다?
상조업계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프리드라이프나 보람상조, 교원, 대명 등 선수금이 1조원을 넘는 대형업체들은 성장하고 있지만, 영세업체들은 폐업하거나 부도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상조업계에서는 현재의 업권 분위기에 대해 ‘소비자들이 걱정할 만한 수준은 전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난립하던 상조회사들이 정리되는 수순이라는 얘기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상조업체 수는 약 50여개에 불과했지만 2010년대 들어 400여개까지 늘었다. 당시에는 자본금 5000만원만 있으면 상조업 창업이 가능했다. 상조업체들이 우후죽순 난립하게 된 계기다.
상조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상조업체들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업체가 70여개 정도로 줄었다"면서 "부실 회사들이 더 정리돼 50여개까지 줄어드는 것이 상조시장 건전성이나 활성화 측면에서 오히려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코웨이와 대교도 상조업 진출을 선언했다. 양사 모두 업력이 오래된 안정된 업체라는 점에서 상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코웨이는 지난달 시니어케어 사업 강화를 위해 자회사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설립했다. 회사는 프리미엄 실버타운 및 실버케어 사업을 주력으로 장례는 물론, 여행이나 숙박, 결혼, 펫 관련 사업도 진행한다. 본격적인 사업 추진은 내년부터 진행된다.
특히 코웨이는 정수기부터 안마의자, 매트리스 등 렌털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렌털업계 강자다. 상조상품이 렌털업체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코웨이는 이 부분에서 차별화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교육브랜드를 운영 중인 대교도 자회사 대교뉴이프를 통해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12월 중에는 상조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교 관계자는 "현재 시니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자회사를 통해 이 부문을 더 강화한다는 선에서 상조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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