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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세율 인상 앞두고 혼란 겪는 일본] 포장하면 8%, 매장서 먹으면 10%

[소비세율 인상 앞두고 혼란 겪는 일본] 포장하면 8%, 매장서 먹으면 10%

2017년 4월부터 일본의 소비세율은 10%로 인상된다. 다만, 식료품에는 8%의 경감세율을 적용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테이크아웃(포장)’이냐 ‘매장 내 취식’이냐에 따라 적용 하는 세율이 달라진다. / 사진:뉴시스
1989년 만들어진 일본 소비세에 처음으로 복수 세율이 설정됐다. 2017년 4월부터 일본 소비세율은 10%로 인상된다. 그러나 주류나 외식을 제외한 식료품에 대해서는 8%의 경감세율을 적용한다. 식품을 취급하는 수퍼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 폭넓은 업종이 두 종류의 세율에 대응하게 됐다. 소비세 인상까지 1년 3개월가량 남았지만 제도의 상세 내용이 결정되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진 않다. 우선 업종 구분 문제로 소비자와 도소매업자, 외식업자가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경감세율 대상인가 아닌가의 구분은 ‘외식이냐 아니냐’로 결정된다. 언뜻 보면 명쾌한 잣대 같지만 같은 음식이라도 ‘테이크아웃(포장)’이냐 ‘매장 내 취식’이냐에 따라 적용하는 세율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규동(소고기덮밥)을 사 먹을 경우 매장에서 먹으면 세율 10%가, 포장해서 나가면 8%가 적용된다. 마찬가지로 소바(메밀면) 가게나 피자 가게에서 매장 내 취식은 10%지만, 배달을 해서 먹으면 8%가 붙는다. 좋아서 10%를 지불하는 소비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경감세율 도입을 계기로 외식보다는 자택으로 배달하는 쪽으로 소비 패턴이 바뀔지도 모른다. 비행기 기내식이나 호텔 룸서비스와 같이 외식 여부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도 있다. 일본 재무성은 서둘러 결정을 내리고 싶어하지만 ‘식사 제공의 의미’ 등 법률적으로 정의를 내리는 게 결코 간단하지 않다. 모든 외식 업종을 완벽히 법의 테두리에 넣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4월 경감세율 도입 후에도 상당한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2017년 4월부터 소비세율 인상
개별 사업자의 경감세율 대응 또한 문제다. 예를 들어 마트다. 바뀐 세율을 적용하려면 매장 내 계산대를 교체하고, 회계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먹고 가느냐 가서 먹느냐에 따라 결제금액이 달라지니 아무래도 복잡하다. 일본 정부는 이런 시스템 개선 지원 예산으로 1166억엔(약 1조2000억원)을 책정했다. 돈으로 해결될 문제만은 아니다. 파는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누군가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상담 창구 설치나 전문가 파견도 검토 중이다. 일본 POS(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 판매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도시바테크의 나카지마 타카시 상품 마케팅 총괄부장은 “지침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소프트웨어 대응을 생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감세율 관련법이 결정되는 것은 올해 3월 말이다. 그 때까지는 움직일래야 움직일 수가 없어 실질적으로 남은 준비 기간은 1년 밖에 없다.

패스트푸드점은 상품마다 단품 매출 실적을 POS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포장이냐 매장 내 취식이냐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해야 한다. 같은 햄거버를 포장용과 점내용으로 구별해 다른 상품 코드를 지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렇게 되면 식자재 관리나 공장 구조도 통째로 바꿔야 한다. 효율적이지 않다. 일단 같은 상품을 팔고, 포장이냐 매장 내 취식이냐에 따라 그때 그때 세액이 바뀌는 시스템이 유력하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소비세를 포함해 가격을 표시하는 경우와 소비세를 뺀 가격을 표시하는 경우가 혼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메뉴가 세금 포함 방식인 경우라면 포장 및 매장 내 취식 여부에 따라 판매 가격을 재계산해야 한다. 소비세 10% 인상을 계기로 적정 가격을 어떻게 설정할지 기업의 가격 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기업은 그렇다 치고 중소기업이 시스템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토모다 노부오 도쿄상공리서치 상무는 “과거 소비세율이 3%에서 5%, 5%에서 8%로 인상될 때마다 중소기업의 실적은 나빠졌다”며 “이번에는 과거 소비세율 인상 때와 달리 시스템 교체 등 추가 비용이 더해질 것으로 보여 서비스업이나 도소매업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도쿄상공리서치가 자본금 1억엔 미만의 15만8000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2014년 실적이 전년보다 나빠진 업종에 소매·도매·서비스업이 포함돼 있다. 실적이 좋아진 기업과 더 나빠진 기업 간의 양극화도 뚜렷해졌다. 1990년대 이후 파산하는 기업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소비세 인상을 계기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토모다 상무는 “정책적인 금융지원책이 기업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어, 급격한 파산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제 침체가 차츰차츰 중소기업의 체력을 갉아먹을 것이란 걱정은 여전하다.

소비세 인상의 효과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옥신각신 논쟁을 벌인 끝에 소비세에 경감세율 도입을 결정했다. 명목상 저소득자 대책이지만 ‘고소득자에게도 혜택이 미친다’ ‘경감세율 대상인가 아닌가의 구분이 너무 자의적이다’ 등 제도 도입에 관한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가계는 식료품(주류와 외식 제외)에 매달 약 4만6000엔을 지출한다. 이는 지출액 전체에서 약 18%를 차지한다. 하지만 주류와 외식을 제외한 식료품비는 소득이 많은 세대일수록 금액이 커진다. 경감세율의 혜택도 고소득자가 더 많이 받게 된다는 뜻이다. 업종 구분의 자의성도 확실히 드러난다. 아사히신문이나 요미우리신문 등 주요 일간지는 경감세율 대상에 포함됐지만 역에서 판매되는 스포츠신문이나 석간지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같은 신문인데 정치적 파워에 따라 격차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일간지는 경감세율 적용, 스포츠신문은 미적용?
가장 큰 문제는 핵심인 재원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자민당과 공명당이 경감세율 도입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준비된 건 종합합산제도를 연기하기로 한 게 전부다. 의료나 노인간호, 보육 등에 관한 가계의 자기부담액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제도다. 이를 연기해 4000억엔의 재원을 마련할 전망이지만 경감세율 도입에 필요한 총 재원은 1조엔이다. 6000억엔이 부족하다. 정부와 여당은 ‘앞으로 1년 동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할 뿐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추가 재원 마련 후보로 ‘담배세 인상’이나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6000억엔이나 되는 돈을 충당하긴 쉽지 않다. 만약 재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소비세 인상분을 재원으로 추진하려면 사회보장지출 확대에 손을 대는 수밖에 없다. 미야자키 세제조사회장은 “기존의 재원을 포함해 사회보장에 대한 성역 없이 세출 삭감을 하지 않고, 세입 증가에만 기댈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세율을 10%로 인상하면, 정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세수는 약 14조엔이다. 이 중 ‘사회보장충실책’에 2조8000억엔이 쓰인다. 구체적으로 저소득자 양호보험료 경감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충실책을 포기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원 마련을 위해 이를 보류한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소비세를 인상하는 것인지 명분이 흔들릴 수 있다.
 경감세율에 따른 세수 부족 대응 방안 없어
만약 경감세율 재원을 찾지 못하면 지금도 어려운 형편인 재정 재건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진다. 지난해 말 결정된 정부의 세제 개정 대강령에는 ‘재정 건전화 목표를 견지한다’ ‘2016년까지 안정적인 항구 재원을 확보한다’와 같은 문구가 명기돼 있다. 아베 정권은 경감세율을 도입해도 2020년 프라이머리밸런스(PB, 기초재정지수)를 흑자화하겠다는 목표는 버릴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감세율과 재정 건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정부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일본 경제가 매년 3%(명목 기준)씩 성장해도 2020년에 6조2000억엔가량의 적자가 남는다. 이 적자를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 현재까지 정부의 명확한 설명은 없다. 사실 이 시나리오 자체도 매우 무리한 것이다. 현재 일본의 경제력을 고려했을 때 1% 중반 정도의 성장률을 전제로 하는 게 맞다. 이 경우 2020년도의 PB 적자는 11조9000억엔(국내총생산의 2.2%)으로 커진다.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경감세율을 도입해 1조엔이나 되는 재원 감소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이런 현실을 제대로 본다면 소비세율을 10%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것도 선택지에 포함된다. 타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해 말 ‘소비세를 10% 이상 인상하는 것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장래 과제에는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정치인이 추가 증세 가능성을 언급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감세율을 강하게 주장한 공명당에서도 소비세 10% 이상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이 나왔다. ‘장래 소비세율이 13, 15, 20%로 올랐을 때 비로소 경감세율 제도의 의미가 나타날 것’이란 내용이다. 공명당은 설령 소비세율이 유럽 수준인 20%에 가까워져도 식료품만은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원 세율과의 격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경감세율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경감세율을 도입한다면 소비세 1%당 증가하는 세수(2조8000억엔) 중 약 20%(5000억엔)가 없어진다. 겨우 세율 인상에 성공해도 경감세율로 그 효과가 상쇄돼 사회보장 등의 세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소비세 인상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2016년 세제 개정은 소비세 경감세율 문제를 시작으로 경감세율 문제로 끝났다. 아직 논의할 게 많이 남았다는 의미다. 2017년 세제 개정은 소득세가 주요 테마가 될 듯하다. 자민당이 검토 항목 첫머리에 내건 것은 연금과세다. 연금과세는 오래되고도 새로운 테마다. 잠재적인 과제로 인식돼 왔으나, 고령자의 반발이 강해 정치인들이 좀처럼 손을 대지 못했다. 연금제도는 보통 현역 세대에게 보험료를 걷어서 운용하고, 은퇴한 뒤 연금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이 중 어느 단계에서 과세할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에서는 일단 연금을 받는 단계에서 세금을 낸다. 그러나 공제액 수준이 매우 높아 대부분의 연금 수급자가 비과세 대상이다. 과세 최저 한도는 현역 세대가 부부 연 156만엔인데 반해, 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부부 연 211만엔이다. 유족연금과 장애연금은 비과세다. 동일한 소득이 있어도 연금 수급자라는 이유만으로 현역 세대보다 우대를 받는다는 의미다. 물론 현역 세대와 달리 고령자는 고정적인 수입이 없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현역 세대 중에도 소득이 낮은 비정규직 사원이 많은 반면, 연금 수급자 중에서도 유복한 고령자가 있다. 향후 사회보장비 증가를 고려한다면 ‘연금 수급자=약자’라고 한데 묶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연금 수급자에게도 충분한 부담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최근의 변화다. 그러나 고령자에게 인기가 없는 연금과세 강화는 2004년 공적연금 공제 수준이 140만엔에서 120만엔으로 인하된 이후 변함이 없다. 참의원 선거 후인 2017년에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겠지만 큰 기대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종류 따라 다른 맥주 세율 일원화할 듯
세제 개편을 앞두고 일본 맥주 제조사는 가격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 사진:동양경제
치료비나 약값에 소비세를 붙이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현재까진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도 치료비나 약값엔 소비세가 붙지 않는다. 약국에서 구입하는 일반의약품과 다른 점이다. 사회정책적인 배려의 일환이지만 역으로 병원 경영에 큰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소비세를 전가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기자재 구입에 드는 소비세를 전부 부담한다. 의료계가 개선을 요청해온 부분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2016년 여당 세재 개정 대강령에서는 의료 소비세에 대해 ‘2017년 세제 개정 때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론짓겠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후생성도 ‘과세화하던지 비과세인 채로 갈 것인지 명확한 방향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주저한다.

맥주 애호가가 들으면 기뻐할 소식도 있다. 맥주 세율이 인하되기 때문이다. 맥주는 매우 귀중한 세금 수입원이다. 주세 수입의 60% 이상을 맥주류가 점한다. 일본은 맥주의 종류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 보리와 맥아를 이용해 만든 정통맥주가 제1맥주, 보리 원료의 사용량을 줄여 만든 발포주가 제2맥주, 발포주에 다른 음료를 섞어 만들거나 보리가 아닌 다른 원료를 사용해 만든 맥주맛 알코올 음료가 제3맥주다. 제2, 제3맥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1맥주 소비량은 1994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세율이 가장 높은 건 제1맥주다. 이 때문에 제1맥주는 세율을 낮추고, 제2맥주와 제3맥주는 세율을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각각의 세액은 350ml 1캔 당 제1맥주가 77엔, 제2맥주가 47엔, 제3맥주가 28엔이다. 그러나 세율을 갑자기 변경하면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최종적으로는 동일한 세율로 맞출 전망이다. 55엔 정도가 유력하다. 각 주류 업체는 세율 조정에 따른 수요 증감을 전망하면서 새로운 가격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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