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DITION (2) 수퍼카도 SUV 바람
SPECIAL EDITION (2) 수퍼카도 SUV 바람
재력가 중에 SUV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들은 자신의 부(富)를 과시할 수 있는 값비싼 SUV를 원했다. 시장에는 그런 차들이 몇 없었다. 먼저 개발해 내놓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이 됐다. 달리기 성능에 목숨을 거는 수퍼카 브랜드조차도 앞다퉈 SUV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품위를 누리거나, 스피드를 즐기거나. 지금까지 수퍼카 브랜드의 자동차 수요는 둘 중 하나였다. 럭셔리하고 편안한 세단을 찾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일부 재력가들은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최상의 스피드를 만끽하고자 했다. 자연스럽게 고급·고성능차 시장은 세단과 쿠페가 주류를 이뤘다. 최근 들어 이 공식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고급차 시장에 불고 있는 SUV(스포츠유틸리티 차) 바람이다.
SUV의 최대 강점은 실용성이다. 널찍한 수납공간에 많은 짐을 싣고, 오프로드를 거뜬히 달린다. 높은 시야 때문에 여성 운전자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차가 SUV다. 오프로드의 이미지 때문에 주로 디젤 엔진을 장착해, 고성능·고급차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 어색해 보이는 조합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우선 재력가 중에 SUV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들은 자신의 부(富)를 과시할 수 있는 값비싼 SUV를 원했다. 시장에는 그런 차들이 몇 없었다. 먼저 개발해 내놓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이 됐다. 달리기 성능에 목숨을 거는 수퍼카 브랜드조차도 앞다퉈 SUV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고급 SUV 시장의 선도차는 랜드로버다. 랜드로버 자체가 원래 고급 SUV 시장에 특화된 브랜드였다. 우람하게 벌어진 어깨와 두툼한 바퀴 강력한 힘으로 오프로드를 헤치며 달리는 차로 명성을 날렸다. 그런데 2008년 인도 타타자동차가 랜드로버를 인수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매니어층에 한정된 팬을 확보했던 랜드로버가 대중적인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 뒤를 갸름하게 깎아 예쁘게 단장한 레인지로버·이보크 같은 모델이 폭 넓은 사랑을 받았다. 험한 계곡이나 거친 사막이 아니라 빌딩이 즐비한 도심에서 어울리는 차로 탈바꿈했다. 기존 랜드로버의 팬들에게는 상처를 남겼지만, 자동차 브랜드로써 랜드로버는 외향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중후한 양복을 입은 남성, 심지어 세련된 오피스룩을 차려 입은 여성까지 우람한 랜드로버에 올라타 출퇴근 하는 모습을.
비슷한 시기 BMW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매력을 가진 X6를 내놓았다. SUV의 차체에 쿠페를 결합시켜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차를 출시해 예상외의 성공을 거뒀다. 콘셉트카에 머물 줄 알았던 차가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표를 달고 도로를 누비게 된 것이다. 2008년 1세대를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5만대가 넘는 X6를 팔았다.
럭셔리 SUV로 재미를 본 또다른 브랜드가 포르쉐다. 지난해만 전 세계에서 22만5000여대의 차를 팔았는데, 이 가운데 68%인 15만3000여대가 SUV였다. 스포츠카 브랜드로 SUV를 개발할 때만 해도 ‘변절자’라는 비난을 들었지만, 지금은 그 선택이 현명했음을 증명했다. 대표 SUV 모델은 카이엔이다. 배기량 3.0L에서 4.8L까지, 가솔린과 디젤 라인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다. 포르쉐 특유의 곡선을 강조한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고, 성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카이엔의 성공에 매료된 포르쉐는 최근 동생 SUV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3.0L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마칸’이다. 작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 판매 중인 마칸 GTS는 최고 출력 360마력, 최대 토크 51㎏·m의 쏠쏠한 성능을 발휘한다. 가격은 1억원 정도로, 포르쉐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몇몇 럭셔리 SUV의 성공에 수퍼카 업체들의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는 최고급 SUV 벤테이가를 선보였다. 지난해 말 양산체제를 구축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벤테이가를 개발하는데 무려 8억 파운드(약 1조4000억원)의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6.0L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SUV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웬만한 스포츠카도 따라가기 힘든 608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최고 시속 301㎞, 제로백은 4.1초다. 벤틀리 특유의 점잖고 두툼한 본체에 날렵하고 섹시한 쿠페형 엉덩이가 붙었다. 고급 SUV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자리잡고 있다. 마세라티는 한국에서 호평을 얻고 있는 기블리의 프레임을 공유하는 SUV 르반떼를 3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기블리에 탑재된 6기통 3.0L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과 580마력의 힘을 내는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모델 등으로 라인업을 꾸릴 예정이다. 한국에는 6월에 열리는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후 출시할 예정인데, 아직 어떤 모델을 국내에 들여올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영국 롤스로이스도 SUV 컬리넌을 2017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컬리넌이라는 이름은 남아공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3106캐럿)에서 따왔다. 자세한 사양이나 개발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알루미늄 소재를 대거 탑재할 예정이라는 정도만 알려졌다. 이탈리아 수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SUV 우르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2012년 베이징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SUV 콘셉트카 ‘우르스’를 2018년까지 양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람보르기니 측은 우르스를 개발해 연 3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해 람보르기니가 1년간 판 대수와 맞먹는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고급 SUV로 승부를 거는데, 국내 브랜드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고급 SUV 시장의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당시 라인업 계획을 함께 발표했는데, 그 중 럭셔리 SUV에 대한 계획이 포함됐다. 지난해 초 ‘현대차가 베라크루즈의 후속으로 제네시스 SUV를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잠깐 돌기도 했다. 조만간 국산 럭셔리 SUV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쌍용자동차도 대형 세단 체어맨 W를 기반으로 한 SUV 개발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계획과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체어맨 브랜드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SUV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UV의 최대 강점은 실용성이다. 널찍한 수납공간에 많은 짐을 싣고, 오프로드를 거뜬히 달린다. 높은 시야 때문에 여성 운전자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차가 SUV다. 오프로드의 이미지 때문에 주로 디젤 엔진을 장착해, 고성능·고급차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 어색해 보이는 조합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우선 재력가 중에 SUV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들은 자신의 부(富)를 과시할 수 있는 값비싼 SUV를 원했다. 시장에는 그런 차들이 몇 없었다. 먼저 개발해 내놓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이 됐다. 달리기 성능에 목숨을 거는 수퍼카 브랜드조차도 앞다퉈 SUV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고급 SUV 시장의 선도차는 랜드로버다. 랜드로버 자체가 원래 고급 SUV 시장에 특화된 브랜드였다. 우람하게 벌어진 어깨와 두툼한 바퀴 강력한 힘으로 오프로드를 헤치며 달리는 차로 명성을 날렸다. 그런데 2008년 인도 타타자동차가 랜드로버를 인수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매니어층에 한정된 팬을 확보했던 랜드로버가 대중적인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 뒤를 갸름하게 깎아 예쁘게 단장한 레인지로버·이보크 같은 모델이 폭 넓은 사랑을 받았다. 험한 계곡이나 거친 사막이 아니라 빌딩이 즐비한 도심에서 어울리는 차로 탈바꿈했다. 기존 랜드로버의 팬들에게는 상처를 남겼지만, 자동차 브랜드로써 랜드로버는 외향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중후한 양복을 입은 남성, 심지어 세련된 오피스룩을 차려 입은 여성까지 우람한 랜드로버에 올라타 출퇴근 하는 모습을.
비슷한 시기 BMW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매력을 가진 X6를 내놓았다. SUV의 차체에 쿠페를 결합시켜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차를 출시해 예상외의 성공을 거뒀다. 콘셉트카에 머물 줄 알았던 차가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표를 달고 도로를 누비게 된 것이다. 2008년 1세대를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5만대가 넘는 X6를 팔았다.
럭셔리 SUV로 재미를 본 또다른 브랜드가 포르쉐다. 지난해만 전 세계에서 22만5000여대의 차를 팔았는데, 이 가운데 68%인 15만3000여대가 SUV였다. 스포츠카 브랜드로 SUV를 개발할 때만 해도 ‘변절자’라는 비난을 들었지만, 지금은 그 선택이 현명했음을 증명했다. 대표 SUV 모델은 카이엔이다. 배기량 3.0L에서 4.8L까지, 가솔린과 디젤 라인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다. 포르쉐 특유의 곡선을 강조한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고, 성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카이엔의 성공에 매료된 포르쉐는 최근 동생 SUV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3.0L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마칸’이다. 작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 판매 중인 마칸 GTS는 최고 출력 360마력, 최대 토크 51㎏·m의 쏠쏠한 성능을 발휘한다. 가격은 1억원 정도로, 포르쉐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몇몇 럭셔리 SUV의 성공에 수퍼카 업체들의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는 최고급 SUV 벤테이가를 선보였다. 지난해 말 양산체제를 구축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벤테이가를 개발하는데 무려 8억 파운드(약 1조4000억원)의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6.0L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SUV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웬만한 스포츠카도 따라가기 힘든 608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최고 시속 301㎞, 제로백은 4.1초다. 벤틀리 특유의 점잖고 두툼한 본체에 날렵하고 섹시한 쿠페형 엉덩이가 붙었다. 고급 SUV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자리잡고 있다.
포르쉐, 벤틀리, 마세라티도
영국 롤스로이스도 SUV 컬리넌을 2017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컬리넌이라는 이름은 남아공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3106캐럿)에서 따왔다. 자세한 사양이나 개발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알루미늄 소재를 대거 탑재할 예정이라는 정도만 알려졌다. 이탈리아 수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SUV 우르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2012년 베이징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SUV 콘셉트카 ‘우르스’를 2018년까지 양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람보르기니 측은 우르스를 개발해 연 3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해 람보르기니가 1년간 판 대수와 맞먹는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고급 SUV로 승부를 거는데, 국내 브랜드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고급 SUV 시장의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당시 라인업 계획을 함께 발표했는데, 그 중 럭셔리 SUV에 대한 계획이 포함됐다. 지난해 초 ‘현대차가 베라크루즈의 후속으로 제네시스 SUV를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잠깐 돌기도 했다. 조만간 국산 럭셔리 SUV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쌍용자동차도 대형 세단 체어맨 W를 기반으로 한 SUV 개발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계획과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체어맨 브랜드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SUV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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