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크렐리 문제, 미국 제약업계는 어떻게 풀어갈까
슈크렐리 문제, 미국 제약업계는 어떻게 풀어갈까
미국인이 가장 혐오하는 기업가지만, 그 만의 방식으로 기여를 하긴 했다. 제약업계의 뿌리를 흔드는 구조적 결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보였기 때문이다.지난해 12월 뉴욕 포브스 헬스케어 회담에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의료 산업에서 1조 달러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화이자와 머크 CEO가 보였고, 레제네론의 억만장자 설립자도 보였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셀젠 대표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보다 많은 관심을 끈 초대 손님은 따로 있었다. “100% 참석”이라는 답장을 친히 보내왔지만, ‘설마 올까’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사람, 마틴 슈크렐리(Martin Shkreli · 32)가 후드티를 입고 나타났다.
전직 헤드펀드 매니저 슈크렐리는 증권사기 혐의로 구속되기 전에도 이미 제약업계의 악당이었다.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도널드 트럼프가 유일하게 동의하는 게 있다면, 슈크렐리의 행동이 참으로 “역겹다(트럼프의 표현)”는 점일 것이다. 9월까지만 해도 생명공학 관계자를 제외하면 슈크렐리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9월에 그의 회사 튜링 제약(Turing Pharmaceuticals)은 에이즈 환자나 장기이식 환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드물지만 치명적인 톡소플라스마증 감염 치료제 다라프림(Daraprim) 특허권을 5500만 달러에 인수하고, 13.50달러였던 약값을 하루 아침에 750달러로 인상했다. 그는 삽시간에 인터넷에서 “미국이 가장 미워하는 남자”로 부상했다.
‘가장 뻔뻔한 남자’이기도 하다. 스니커즈와 청바지, 후드티를 입고 회의장에 나타난 그는 정장을 입은 기업가들과 마주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우리 회사에도 주주가 있으며, 우리는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홍보 에이전시 에델만에서 의료산업을 대표하는 킴 화이트가 지금이라도 바꾸고 싶은 게 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가격을 더 올릴 걸 그랬다.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가격을 더 올렸을 거다.” 그 말을 들은 청중은 경악했고, 그의 말을 인용한 뉴스 기사는 다시 한 번 전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도대체 왜? “의료 시장의 가격 탄성이 너무 낮다”고 슈크렐리는 냉정하게 말했다. “가격을 더 인상해서 주주 이익을 높이는 것이 나의 임무다. 물론 그런 말을 하고픈 사람은 없고,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 자본주의 제도, 자본주의 규칙 속에서 살아간다. 투자자는 내가 수익을 최대화해주길 바란다. 최소화가 아니고, 절반도 아니고, 70%도 아니다. MBA 수업에서 배웠던 대로 수익 곡선의 100%를 실현해야 한다.” (참고로 슈크렐리에겐 MBA 학위가 없다.)
분노를 사는 데에는 분명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제약업계가 마틴 슈크렐리 같은 사람으로 가득하다는 건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다. 좀더 고급 구두를 신고, 세련된 매너를 구사하고, 조금 덜 탐욕스러울 뿐이다. 약값도 5000% 인상하기 보다 50%, 500% 정도를 올린다. 의료산업을 연구하는 컨설팅 업체 SSR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간 약값 인상은 머크 매출 신장의 29%를 담당했다. 화이자는 34%고, 애브비(AbbVie)는 112%다.
이게 바로 ‘슈크렐리 문제’다. 신약은 비쌀 수밖에 없다. 비싸지 않으면 수 년의 시간과 수십 억의 돈을 투자할 사람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슈크렐리뿐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출시 후 62년이 지난 약값을 5000% 올리는 게 가능해야 했을까? 가격을 200%만 올렸다면? 그의 주장대로 약을 살 돈이 없는 환자에게 무료로 제공했다면? 아님, 수익의 일부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약속(그러겠다고 주장은 한다)했다면? 그럼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 있었을까?
이제 약물 가격을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이 생겨났다. ‘슈크렐리 테스트’다. 약값 인상에 대한 각종 변명이 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신중히 선택된 표현을 빌리지 않고 마틴 슈크렐리의 거친 입을 통해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혁신적 신약처럼 가격 인상이 용인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대중의 분노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포브스가 마틴 슈크렐리를 처음 만난 해는 2012년이다. 인터뷰를 위해 점심 때 만난 우리는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유럽식 농어요리를 먹었다. 당시 그는 정장을 입고 있었고, 신약 개발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다. 오래된 약의 특허권을 인수해 폭리를 취하는 수법을 쓰기 전이었다.
노동자 계층의 이민 가정에서 자란 슈크렐리는 당시 소규모 헤지펀드 MSMB 캐피탈을 운영하고 있었고, 공매도로 기업을 공격하는 수법으로 소소한 악명을 쌓고 있었다. 억만장자 알 맨(Al Mann)이 개발한 흡입용 인슐린 아프레자도 그의 공격을 받았다. 슈크렐리는 아프레자를 개발한 맨카인드 주식을 공매도했고, 약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식약청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약은 결국 판매 허가를 받았지만, 매출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투기꾼에 머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약을 개발하고 싶었던 그는 레트로핀(Retrophin)이란 제약사를 설립했다. 근이영양증 치료약 라이선스를 위해 자금을 내준 투자자 중에는 거대 제약사 셔링-플로(Schering-Plough)의 전설적 CEO 프레드 하산과 하산의 측근 브렌트 손더스가 있었다. (슈크렐리와의 관계는 금세 끝났으며 그가 투자 의미를 과장하고 있다고 둘은 선을 그었다.) “인정 받고 싶었던 유일한 사람이 바로 프레드 하산”이라고 슈크렐리는 말했다. 그는 리간드 제약에서도 희귀 신장질환 치료제 라이선스를 인수했다. 그런데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 눈에는 상당히 급작스럽게 레트로핀은 슈크렐리를 해고했다. 2014년 9월의 일이다. 그리고 1년 뒤에는 그를 고소했다. 회사 자금과 지분을 유용하고 레트로핀에서 받은 계약금을 헤지펀드 환매로 써버렸다는 혐의였다. 연방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 조사, 민사·형사소송이 뒤를 이었다. 그러자 더 충격적인 혐의가 쏟아져 나왔다. 2010년 1000달러도 안 됐던 MSMB 캐피탈 펀드의 운용자산을 3500만 달러로 뻥튀기해 투자자를 기만하고, 2012년 비만 치료제 오렉시젠 테라퓨틱스(Orexigen Therapeutics) 공매도 불발로 7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는 내용이었다. 슈크렐리는 레트로핀이 퇴직금을 지급하기 싫어 사실을 날조했다고 주장했고, 연방 검찰이 자신의 회계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그가 주장했던 대로 “정치인은 ‘공공의 적’으로 보이는 사람을 보란 듯이 때려댄다. 그래야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포브스 회담에서 이 말을 하고 2주 뒤 이른 새벽 검찰의 급습으로 체포됐다. 그리고 12월의 차가운 비를 맞으며 포토라인에서 플래시 세례를 받는 치욕스러운 순간을 맞이했다.레트로핀에서 쫓겨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슈크렐리는 다시 권좌에 앉았다. 그리고 튜링 제약 설립을 위해 1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전화 몇 통 돌리고 나니 은행에 1억 달러가 입금됐다”고 그는 포브스 헬스케어 회담에서 말했다. “투자자들은 내가 그 돈으로 뭘 할지 잘 안다. 나는 그 돈을 몇 배로 불려준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아주 잘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게 바로 자본주의 미국의 정신이다.”
대체 어떻게? 가격을 한계선까지 올렸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약값을 아무리 올려도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는다. 신기할 정도다. 주의할 점은 단 하나, 가입자 분담금을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유지하면 된다. 그럼 나머지 금액은 보험사가 내준다.
새로울 건 한 개도 없는 방식이다. 슈크렐리는 선배들을 지켜보며 가격 인상을 어떻게 하는지 배웠다. 방산업체 CEO를 역임했던 기계 공학자 돈 베일리는 퀘스트코 제약(Questcor Pharmaceuticals)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후 2007년 유아 발작장애 치료제 악타 젤(Acthar Gel) 가격을 50달러에서 2만 8000달러로 인상했다. 그리고 효능 증거가 충분치 않은데도 같은 약물을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로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결국 퀘스트코는 2014년 더블린에 본사를 둔 말린크로트(Mallinckrodt)가 56억 달러에 인수했다.
본사는 뉴저지에 있지만 세법상 근거지는 캐나다인 밸리언트 제약(Valeant Pharmaceuticals) 또한 약물 가격을 걸핏하면 올린다. 지난 2월 밸리언트는 심장약 니트로프레스(Nitropress)와 이수프렐(Isuprel) 특허를 매입해 가격을 각각 500%, 200% 인상했다. 항우울제 웰부트린(Wellbutrin) XL를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서 인수한 회사는 해당 약의 제너릭 버전에 효능이 없을 수 있다는 FDA 판정이 나온 직후 약값을 4배로 전격 인상했다.
2005년 스티븐 하르(Steven Harr)라는 은행가는 항암제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걸 막아주는 유일한 족쇄가 제약사의 “선의와 부정적 이미지를 피하려는 마음” 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그의 고객인 제약사들이 약값을 마구 올려대다가는 규제 강화와 함께 가격 통제가 시작될 수 있다며 자중을 권고했다. (하르는 현재 시애틀 생명공학사 주노 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 최고재무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가격 인상시 제약사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게 대중의 눈초리라는 걸 그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가격인상 전략을 취하는 거의 모든 제약사는 언론 보도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그러나 슈크렐리는 달랐다. 그는 저명한 생명공학 언론인을 “멍청이”라고 욕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힐러리 클린턴이 트위터에서 약값 인하 정책을 홍보하며 슈크렐리를 여러 번 언급하자 “LOL(lots of laugh: 진짜 웃기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심지어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도 했다. 비디오게임을 하거나 온라인 소개팅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중계하며 구독자 질문에 답하는 방송이다. 12월에는 힙합그룹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앨범 한 장을 손에 넣으려고 200만 달러를 썼는데, 아직 앨범을 듣지도 않았지만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한테 오럴섹스를 해주면 우-탱 클랜 랩을 하겠다고 랩 웹사이트 힙합 DX에 대고 말하기도 했다. 홍보라기 보다 하나의 ‘쇼’였다.
이 정도다 보니 명망 있는 제약사들이 ‘슈크렐리 서커스’와 거리를 두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를 우리 중 하나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걸 업계에서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케네스 프레이지어(Kenneth Frazier) 머크 CEO는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연구 기반 제약업계를 뜻한다.”
“그 사람은 우리와 같은 비즈니스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레제네론 창업자이자 CEO인 억만장자 레오나르드 슐레이퍼(Leonard Schleifer)는 말했다. 그는 사태의 원인이 보험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시술과 약물의 보험 적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가족 중 한 명이 15만 달러짜리 심장 우회술을 받았을 때에는 수술비를 선뜻 지불했던 보험사가 재발 방지를 위해 복용하는 6달러짜리 약 리피터(Lipitor)에는 돈을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제약산업을 증오하게 되고, 정치인은 유권자 환호를 받기 위해 제약업계에 무차별 사격을 한다”고 슐레이퍼는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 논리를 아주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 약값 통제를 대선 정책의 일부로 삼은 그녀는 제약사가 수입의 일정 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효성이 없음은 차치하더라도 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슈크렐리의 다라프림 가격 인상을 막지 못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슈크렐리 주장에 따르면, 그의 회사는 이미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이 어디에 투자할지, 어떤 연구개발에 가치가 있는지 정부가 결정하는 세상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방향일까?
지금의 시스템은 가격 인상을 야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좋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투명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뇨병이나 심장병, 우울증처럼 환자가 많고 흔한 질환의 경우 효과가 아주 뛰어나며 저렴한 제너릭 약물(미국 조제 약물의 80% 차지)이 이미 출시되었기 때문에 제약사는 값비싼 희귀병 치료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약값을 지불하는 실질적 고객은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아니라 그들의 고용주나 보험사다. 그래서 약의 실제 가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 보니 협상력은 보험사나 익스프레스 스크립트(Express Scripts, 연매출: 1000억 달러), CVS 케어마크(CVS Caremark, 1400억 달러) 등의 제약수가관리자(Pharmacy Benefits Manager)에게 있다. 이들은 약물의 보험 수가와 환자 본인부담금을 결정한다. 자사 의약품을 많이 사용하라고 제약사가 나서서 60%의 높은 할인을 제공할 때도 있다. 할인된 가격만큼 다른 곳에서 돈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제약사가 약값을 최대한 많이 인상하도록 압박하는 요소가 된다.
불투명하고 복잡하게 뒤엉키긴 했지만, 현재 시스템에 장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2014년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는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Sovaldi) 가격을 치료 코스당 8만 4000달러로 책정했고, 여론이 악화되자 의회 조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소발디와 그 뒤를 잇는 약 하보니(Harvoni, 하루 1알 복용)는 환자의 90% 이상을 치료할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애브비가 경쟁약 비에키라 팩(Viekira Pak)을 출시했고, 길리어드는 매출의 40%를 리베이트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치료약 덕분에 드라마 <베이왓치(baywatch)> 로 유명한 배우 파멜라 앤더슨을 비롯해 30여 만 명이 바이러스에서 완쾌됐다. 향후 간 이식술 수요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초반 약물 가격에 대해 길리어드는 별 선택권이 없었다. 경쟁약이 곧 출시되리란 걸 알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던 것이다.
최대 난제는 비싼 신약이 아니라 오래된 약의 가격 조정이다. 마틴 슈크렐리나 밸리언트로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연구가 없고, 혁신이 없다. 약값 인상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고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최고의약책임자 스티브 밀러(Steve Miller)는 말했다.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자료에 따르면, 2008~2014년 브랜드 약물의 평균 비용은 127% 증가했다. (224쪽 그래프 참조) 미국의 모든 제약사가 약값을 인상한다. 약물 인상폭은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1996년 출시된 바이오젠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아보넥스(Avonex)는 테바(Teva)의 코팍손(Copaxone)과 머크 세로노(Merck Serono, 미국의 머크사와 다르다)의 레비프(Rebif)와 경쟁하고, 3개 약물 모두 효과가 비슷하다. 그러나 경쟁은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았다. 제약 애널리스트들은 아보넥스 공시 가격이 2005년 연간 1만 6000달러에서 7만 달러로 인상됐다고 말했다. 효능이 더 좋은 신약 MS 약물과 비슷한 가격이다. 투명한 자유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약 종류와 구매자가 한정된 시장에서 아무도 자기 돈으로 약물을 구매하지 않는 구조라면 가격 경쟁은 역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글리벡(Gleevec)이 대표적인 경우다. 2001년 출시 당시 글리벡으로 환자 1명을 1년간 치료하는데 2만 4000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그러자 2006년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이 글리벡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를 위해 스프라이셀(Sprycel)을 출시했다. 노바티스는 도리어 글리벡 가격을 인상했다. 지금 글리벡으로 치료를 받으려면 연간 9만 달러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제약사는 약값 인상을 이렇게 변호한다. “신약을 출시할 때에는 데이터베이스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화이자 CEO 이안 리드(Ian Read)가 포브스 헬스케어 회담에서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판매되고 투자를 지속할 수록, 새로운 사용과 주의사항, 복용지침이 생겨나고 가치가 증가한다. 약은 가치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그게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이고, 그래야 연구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항암제는 특히 더 그렇다. 2006년 진테크(Genetech)의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Avastin)은 복용량을 높여 폐암에도 처방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았다. 복용량이 많아졌기 때문에 가격 또한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대중의 비난을 막기 위해 진테크는 치료제 가격의 상한선을 5만5000달러로 책정했다. 지미 카터 전대통령의 종양 완치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보이는 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는 환자 1명을 1년간 치료하는데 15만 달러가 든다. 앞으로 여러 약물을 조합해 암을 치료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람보르기니만큼 비싼 약물이 서로 조합된다면 늘어나는 비용은 대체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1년이 될 지, 2년, 5년이 될 지 모르겠다. 결국 적당한 가격은 혁신만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앤드류 위티(Andrew Witty) CEO는 말했다. “균형을 찾아야 한다. 해답은 모르겠다. 그러나 합리적인 대화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 MATTHEW HEPPER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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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제약 산업의 가격 책정 문제는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을까? 힐러리 클린턴은 연구개발 투자가 충분치 않은 제약사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정책으로는 약값을 낮추기 힘들다. 여기 좀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시스템은 투명하게
지금은 약물의 실제 가격을 알 수가 없다. 오로지 리베이트를 통해서 협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참가자가 가격을 알 수 있을 때 시장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제약사 수익과 협상력은 감소하겠지만, 기업 이미지 제고에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특허가 만료되고 약값이 대폭 인상될 경우 수입을 허락하자
이 제도가 있었다면 마틴 슈크렐리는 다라프림 가격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올리지 못했을 거다. 글락소가 판매권을 가진 영국에서 다라프림 가격은 20달러다. 의약품 부족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면, FDA는 약물 수입 허가를 내줄 수 있다. 지금은 의약품 부족(이나 기타 비상상황)을 결정할 때 가격이 고려되지 않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약값이 갑작스레 큰 폭으로 인상됐을 때 이를 대체하는 제너릭 약이 개발됐다면 FDA가 이를 신속히 승인하는 절차를 신설하자.
같은 항암제라도 암 종류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하자
항암제로 환자 수명이 얼마나 연장되든 상관 없이 환자는 같은 가격을 지불한다. 이는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Memorial sloan kettering)의 피터 바흐는 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바스틴이 대장암 치료로 처방될 때와 폐암 치료로 선택될 때 가격을 달리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스프레스 스크립트는 시험 삼아 실시해 보겠다고 밝혔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규제를 더 엄격히 하자
미 정부에서 논의 중인 아이디어다. 신약은 대부분 희귀한 ‘고아병(orphan disease)’ 치료를 위해 개발된다. (과거 제약사가 희귀질환 치료약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고아’라고 불렀다.) 1983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투자를 위해 고아병 치료약법(Orphan Drug Act)이 입안되면서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사는 세금 혜택과 함께 더 오랜 특허기간을 보장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거대 제약사도 희귀질환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특정 수준 이상으로 지나치게 가격을 인상하면 보호를 받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메디케이에 약값 협상권을 주자
미 정부의 구매력을 이용해 가격을 낮추자는 뜻이다. 실제적 가격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하다.
비용 절감을 이룬 제약사에게 혜택을 주자
노바티스는 최근 심장질환 치료제 엔트레스토(Entresto)를 출시했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환자 입원 위험을 21% 낮춰주는 것으로 입증된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조셉 지메네즈(Joseph Jimenez) 노바티스 CEO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추가로 회사에 돈을 지불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약물의 가치 일부가 시스템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동시에 노바티스 주주 가치도 창출한다면 주주는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메네즈는 말했다.베이왓치(bay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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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헤드펀드 매니저 슈크렐리는 증권사기 혐의로 구속되기 전에도 이미 제약업계의 악당이었다.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도널드 트럼프가 유일하게 동의하는 게 있다면, 슈크렐리의 행동이 참으로 “역겹다(트럼프의 표현)”는 점일 것이다. 9월까지만 해도 생명공학 관계자를 제외하면 슈크렐리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9월에 그의 회사 튜링 제약(Turing Pharmaceuticals)은 에이즈 환자나 장기이식 환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드물지만 치명적인 톡소플라스마증 감염 치료제 다라프림(Daraprim) 특허권을 5500만 달러에 인수하고, 13.50달러였던 약값을 하루 아침에 750달러로 인상했다. 그는 삽시간에 인터넷에서 “미국이 가장 미워하는 남자”로 부상했다.
‘가장 뻔뻔한 남자’이기도 하다. 스니커즈와 청바지, 후드티를 입고 회의장에 나타난 그는 정장을 입은 기업가들과 마주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우리 회사에도 주주가 있으며, 우리는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홍보 에이전시 에델만에서 의료산업을 대표하는 킴 화이트가 지금이라도 바꾸고 싶은 게 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가격을 더 올릴 걸 그랬다.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가격을 더 올렸을 거다.” 그 말을 들은 청중은 경악했고, 그의 말을 인용한 뉴스 기사는 다시 한 번 전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증권사기 혐의로 구속된 제약업계의 악당
분노를 사는 데에는 분명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제약업계가 마틴 슈크렐리 같은 사람으로 가득하다는 건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다. 좀더 고급 구두를 신고, 세련된 매너를 구사하고, 조금 덜 탐욕스러울 뿐이다. 약값도 5000% 인상하기 보다 50%, 500% 정도를 올린다. 의료산업을 연구하는 컨설팅 업체 SSR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간 약값 인상은 머크 매출 신장의 29%를 담당했다. 화이자는 34%고, 애브비(AbbVie)는 112%다.
이게 바로 ‘슈크렐리 문제’다. 신약은 비쌀 수밖에 없다. 비싸지 않으면 수 년의 시간과 수십 억의 돈을 투자할 사람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슈크렐리뿐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출시 후 62년이 지난 약값을 5000% 올리는 게 가능해야 했을까? 가격을 200%만 올렸다면? 그의 주장대로 약을 살 돈이 없는 환자에게 무료로 제공했다면? 아님, 수익의 일부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약속(그러겠다고 주장은 한다)했다면? 그럼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 있었을까?
이제 약물 가격을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이 생겨났다. ‘슈크렐리 테스트’다. 약값 인상에 대한 각종 변명이 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신중히 선택된 표현을 빌리지 않고 마틴 슈크렐리의 거친 입을 통해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혁신적 신약처럼 가격 인상이 용인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대중의 분노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포브스가 마틴 슈크렐리를 처음 만난 해는 2012년이다. 인터뷰를 위해 점심 때 만난 우리는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유럽식 농어요리를 먹었다. 당시 그는 정장을 입고 있었고, 신약 개발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다. 오래된 약의 특허권을 인수해 폭리를 취하는 수법을 쓰기 전이었다.
노동자 계층의 이민 가정에서 자란 슈크렐리는 당시 소규모 헤지펀드 MSMB 캐피탈을 운영하고 있었고, 공매도로 기업을 공격하는 수법으로 소소한 악명을 쌓고 있었다. 억만장자 알 맨(Al Mann)이 개발한 흡입용 인슐린 아프레자도 그의 공격을 받았다. 슈크렐리는 아프레자를 개발한 맨카인드 주식을 공매도했고, 약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식약청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약은 결국 판매 허가를 받았지만, 매출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투기꾼에 머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약을 개발하고 싶었던 그는 레트로핀(Retrophin)이란 제약사를 설립했다. 근이영양증 치료약 라이선스를 위해 자금을 내준 투자자 중에는 거대 제약사 셔링-플로(Schering-Plough)의 전설적 CEO 프레드 하산과 하산의 측근 브렌트 손더스가 있었다. (슈크렐리와의 관계는 금세 끝났으며 그가 투자 의미를 과장하고 있다고 둘은 선을 그었다.) “인정 받고 싶었던 유일한 사람이 바로 프레드 하산”이라고 슈크렐리는 말했다. 그는 리간드 제약에서도 희귀 신장질환 치료제 라이선스를 인수했다.
회사 쫓겨나자 1억달러 투자받아 튜링제약 설립
대체 어떻게? 가격을 한계선까지 올렸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약값을 아무리 올려도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는다. 신기할 정도다. 주의할 점은 단 하나, 가입자 분담금을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유지하면 된다. 그럼 나머지 금액은 보험사가 내준다.
새로울 건 한 개도 없는 방식이다. 슈크렐리는 선배들을 지켜보며 가격 인상을 어떻게 하는지 배웠다. 방산업체 CEO를 역임했던 기계 공학자 돈 베일리는 퀘스트코 제약(Questcor Pharmaceuticals)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후 2007년 유아 발작장애 치료제 악타 젤(Acthar Gel) 가격을 50달러에서 2만 8000달러로 인상했다. 그리고 효능 증거가 충분치 않은데도 같은 약물을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로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결국 퀘스트코는 2014년 더블린에 본사를 둔 말린크로트(Mallinckrodt)가 56억 달러에 인수했다.
본사는 뉴저지에 있지만 세법상 근거지는 캐나다인 밸리언트 제약(Valeant Pharmaceuticals) 또한 약물 가격을 걸핏하면 올린다. 지난 2월 밸리언트는 심장약 니트로프레스(Nitropress)와 이수프렐(Isuprel) 특허를 매입해 가격을 각각 500%, 200% 인상했다. 항우울제 웰부트린(Wellbutrin) XL를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서 인수한 회사는 해당 약의 제너릭 버전에 효능이 없을 수 있다는 FDA 판정이 나온 직후 약값을 4배로 전격 인상했다.
2005년 스티븐 하르(Steven Harr)라는 은행가는 항암제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걸 막아주는 유일한 족쇄가 제약사의 “선의와 부정적 이미지를 피하려는 마음” 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그의 고객인 제약사들이 약값을 마구 올려대다가는 규제 강화와 함께 가격 통제가 시작될 수 있다며 자중을 권고했다. (하르는 현재 시애틀 생명공학사 주노 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 최고재무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가격 인상시 제약사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게 대중의 눈초리라는 걸 그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가격인상 전략을 취하는 거의 모든 제약사는 언론 보도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그러나 슈크렐리는 달랐다. 그는 저명한 생명공학 언론인을 “멍청이”라고 욕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힐러리 클린턴이 트위터에서 약값 인하 정책을 홍보하며 슈크렐리를 여러 번 언급하자 “LOL(lots of laugh: 진짜 웃기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심지어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도 했다. 비디오게임을 하거나 온라인 소개팅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중계하며 구독자 질문에 답하는 방송이다. 12월에는 힙합그룹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앨범 한 장을 손에 넣으려고 200만 달러를 썼는데, 아직 앨범을 듣지도 않았지만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한테 오럴섹스를 해주면 우-탱 클랜 랩을 하겠다고 랩 웹사이트 힙합 DX에 대고 말하기도 했다. 홍보라기 보다 하나의 ‘쇼’였다.
약값 인하 주장 클린턴에 “진짜 웃기네” 조롱
“그 사람은 우리와 같은 비즈니스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레제네론 창업자이자 CEO인 억만장자 레오나르드 슐레이퍼(Leonard Schleifer)는 말했다. 그는 사태의 원인이 보험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시술과 약물의 보험 적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가족 중 한 명이 15만 달러짜리 심장 우회술을 받았을 때에는 수술비를 선뜻 지불했던 보험사가 재발 방지를 위해 복용하는 6달러짜리 약 리피터(Lipitor)에는 돈을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제약산업을 증오하게 되고, 정치인은 유권자 환호를 받기 위해 제약업계에 무차별 사격을 한다”고 슐레이퍼는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 논리를 아주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 약값 통제를 대선 정책의 일부로 삼은 그녀는 제약사가 수입의 일정 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효성이 없음은 차치하더라도 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슈크렐리의 다라프림 가격 인상을 막지 못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슈크렐리 주장에 따르면, 그의 회사는 이미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이 어디에 투자할지, 어떤 연구개발에 가치가 있는지 정부가 결정하는 세상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방향일까?
지금의 시스템은 가격 인상을 야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좋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투명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뇨병이나 심장병, 우울증처럼 환자가 많고 흔한 질환의 경우 효과가 아주 뛰어나며 저렴한 제너릭 약물(미국 조제 약물의 80% 차지)이 이미 출시되었기 때문에 제약사는 값비싼 희귀병 치료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약값을 지불하는 실질적 고객은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아니라 그들의 고용주나 보험사다. 그래서 약의 실제 가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 보니 협상력은 보험사나 익스프레스 스크립트(Express Scripts, 연매출: 1000억 달러), CVS 케어마크(CVS Caremark, 1400억 달러) 등의 제약수가관리자(Pharmacy Benefits Manager)에게 있다. 이들은 약물의 보험 수가와 환자 본인부담금을 결정한다. 자사 의약품을 많이 사용하라고 제약사가 나서서 60%의 높은 할인을 제공할 때도 있다. 할인된 가격만큼 다른 곳에서 돈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제약사가 약값을 최대한 많이 인상하도록 압박하는 요소가 된다.
불투명하고 복잡하게 뒤엉키긴 했지만, 현재 시스템에 장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2014년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는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Sovaldi) 가격을 치료 코스당 8만 4000달러로 책정했고, 여론이 악화되자 의회 조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소발디와 그 뒤를 잇는 약 하보니(Harvoni, 하루 1알 복용)는 환자의 90% 이상을 치료할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애브비가 경쟁약 비에키라 팩(Viekira Pak)을 출시했고, 길리어드는 매출의 40%를 리베이트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치료약 덕분에 드라마 <베이왓치(baywatch)> 로 유명한 배우 파멜라 앤더슨을 비롯해 30여 만 명이 바이러스에서 완쾌됐다. 향후 간 이식술 수요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초반 약물 가격에 대해 길리어드는 별 선택권이 없었다. 경쟁약이 곧 출시되리란 걸 알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던 것이다.
최대 난제는 비싼 신약이 아니라 오래된 약의 가격 조정이다. 마틴 슈크렐리나 밸리언트로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연구가 없고, 혁신이 없다. 약값 인상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고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최고의약책임자 스티브 밀러(Steve Miller)는 말했다.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자료에 따르면, 2008~2014년 브랜드 약물의 평균 비용은 127% 증가했다. (224쪽 그래프 참조)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약물 인상폭 문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약 종류와 구매자가 한정된 시장에서 아무도 자기 돈으로 약물을 구매하지 않는 구조라면 가격 경쟁은 역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글리벡(Gleevec)이 대표적인 경우다. 2001년 출시 당시 글리벡으로 환자 1명을 1년간 치료하는데 2만 4000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그러자 2006년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이 글리벡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를 위해 스프라이셀(Sprycel)을 출시했다. 노바티스는 도리어 글리벡 가격을 인상했다. 지금 글리벡으로 치료를 받으려면 연간 9만 달러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제약사는 약값 인상을 이렇게 변호한다. “신약을 출시할 때에는 데이터베이스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화이자 CEO 이안 리드(Ian Read)가 포브스 헬스케어 회담에서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판매되고 투자를 지속할 수록, 새로운 사용과 주의사항, 복용지침이 생겨나고 가치가 증가한다. 약은 가치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그게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이고, 그래야 연구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항암제는 특히 더 그렇다. 2006년 진테크(Genetech)의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Avastin)은 복용량을 높여 폐암에도 처방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았다. 복용량이 많아졌기 때문에 가격 또한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대중의 비난을 막기 위해 진테크는 치료제 가격의 상한선을 5만5000달러로 책정했다. 지미 카터 전대통령의 종양 완치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보이는 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는 환자 1명을 1년간 치료하는데 15만 달러가 든다. 앞으로 여러 약물을 조합해 암을 치료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람보르기니만큼 비싼 약물이 서로 조합된다면 늘어나는 비용은 대체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1년이 될 지, 2년, 5년이 될 지 모르겠다. 결국 적당한 가격은 혁신만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앤드류 위티(Andrew Witty) CEO는 말했다. “균형을 찾아야 한다. 해답은 모르겠다. 그러나 합리적인 대화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 MATTHEW HEPPER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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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스기사] 너무 비싼 약값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시스템은 투명하게
지금은 약물의 실제 가격을 알 수가 없다. 오로지 리베이트를 통해서 협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참가자가 가격을 알 수 있을 때 시장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제약사 수익과 협상력은 감소하겠지만, 기업 이미지 제고에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특허가 만료되고 약값이 대폭 인상될 경우 수입을 허락하자
이 제도가 있었다면 마틴 슈크렐리는 다라프림 가격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올리지 못했을 거다. 글락소가 판매권을 가진 영국에서 다라프림 가격은 20달러다. 의약품 부족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면, FDA는 약물 수입 허가를 내줄 수 있다. 지금은 의약품 부족(이나 기타 비상상황)을 결정할 때 가격이 고려되지 않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약값이 갑작스레 큰 폭으로 인상됐을 때 이를 대체하는 제너릭 약이 개발됐다면 FDA가 이를 신속히 승인하는 절차를 신설하자.
같은 항암제라도 암 종류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하자
항암제로 환자 수명이 얼마나 연장되든 상관 없이 환자는 같은 가격을 지불한다. 이는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Memorial sloan kettering)의 피터 바흐는 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바스틴이 대장암 치료로 처방될 때와 폐암 치료로 선택될 때 가격을 달리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스프레스 스크립트는 시험 삼아 실시해 보겠다고 밝혔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규제를 더 엄격히 하자
미 정부에서 논의 중인 아이디어다. 신약은 대부분 희귀한 ‘고아병(orphan disease)’ 치료를 위해 개발된다. (과거 제약사가 희귀질환 치료약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고아’라고 불렀다.) 1983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투자를 위해 고아병 치료약법(Orphan Drug Act)이 입안되면서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사는 세금 혜택과 함께 더 오랜 특허기간을 보장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거대 제약사도 희귀질환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특정 수준 이상으로 지나치게 가격을 인상하면 보호를 받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메디케이에 약값 협상권을 주자
미 정부의 구매력을 이용해 가격을 낮추자는 뜻이다. 실제적 가격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하다.
비용 절감을 이룬 제약사에게 혜택을 주자
노바티스는 최근 심장질환 치료제 엔트레스토(Entresto)를 출시했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환자 입원 위험을 21% 낮춰주는 것으로 입증된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조셉 지메네즈(Joseph Jimenez) 노바티스 CEO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추가로 회사에 돈을 지불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약물의 가치 일부가 시스템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동시에 노바티스 주주 가치도 창출한다면 주주는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메네즈는 말했다.베이왓치(bay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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