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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중흥기 맞은 NBA의 비결] SNS·글로벌화로 스타 부재 메우다

[제2 중흥기 맞은 NBA의 비결] SNS·글로벌화로 스타 부재 메우다

NBA의 ‘살아있는 전설’로 꼽히는 코비 브라이언트(오른쪽)가 2월 14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로 에어캐나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뛰고 있다.
#1. “앞 좌석에서 아이들이 방해받지 않고 숙제를 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 2000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농구 전문 해설가가 묘사한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장의 모습이다. 수퍼스타 마이클 조던을 앞세워 199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인 미국 프로미식축구(NFL)의 아성을 넘볼 만큼 인기를 누리던 NBA가 조던 은퇴 후 쇠퇴의 길로 들어섰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2. 2016년 2월 캐나다 토론토는 ‘농구의 도시’였다.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에도 3만 명이 넘는 팬이 토론토 에어캐나다 센터에서 열린 2015~2016 시즌 NBA 올스타전을 찾았다. NBA의 ‘살아있는 전설’로 꼽히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관객들은 “코비, 코비”를 연호하며 선수로서 마지막 올스타전 코트를 밟은 브라이언트에게 경의를 표했다.

NBA가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NBA라는 상품을 전 세계에 알린 조던이 은퇴한 뒤 NBA는 ‘스타 부재’를 메우지 못하며 하향세를 보였다. NBA를 기업으로 치면 핵심 상품은 농구 경기다. 조던 은퇴 이후 이 상품은 잘 팔리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이상민·현주엽과 같이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닌 스타들을 앞세워 겨울철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던 한국 농구가 인기가 시들해진 것과 비슷하다. 스포츠는 한 번 인기가 추락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경기 규칙은 바꿀 수 있지만 경기의 근본적 성격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핵심 상품의 성격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인기도 되돌리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NBA는 달라졌다. 인기의 주요 척도인 TV 중계 시청자 수가 이를 보여준다. 시청률 조사업체 호라이즌 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NBA 챔피언결정전의 평균 시청자 수는 199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7년 전인 1998년 시카고 불스-유타 재즈의 챔피언결정전 시청자 수 2900만 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성기였던 1990년 대 후반의 인기와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회복세에 들어섰음은 분명히 보여준다.

인기 회복은 돈으로 직결된다. NBA는 지난해 말 MLB 이상의 TV 중계권료 계약을 했다. TV 중계권료는 프로 스포츠 리그의 가장 큰 수입원이다. NBA는 지난해 말 새 중계권료 계약을 하면서 2016~2017년 시즌부터 9년 동안 매년 26억 달러(약 3조2000억원)를 벌어들이게 됐다. MLB의 중계권료 수익은 15억 달러(약 1조8000억원)다. NBA의 중흥기를 맞은 이유가 있다. 성공적인 SNS 마케팅과 이를 통한 글로벌화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SNS 활용한 유통망:
“NBA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10억 건의 ‘좋아요(likes)’와 ‘팔로워(follower)’를 기록한 첫 번째 프로스포츠 리그가 됐다.” 아담 실버 미국 프로농구(NBA) 커미셔너가 2월 13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NBA 올스타전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첫 마디다. NBA 사무국뿐 아니라 리그 소속 30팀과 선수가 운영하는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팔로워 수 등을 모두 합친 게 10억 건을 넘겼다는 얘기다. 미국의 다른 주요 스포츠 리그인 MLB나 미 프로미식축구(NFL) 등은 이런 수치 자체를 집계하지 않는다. NBA가 기울이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NBA는 소셜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스포츠 리그로 꼽힌다. 농구라는 상품을 파는 ‘유통망’을 혁신한 셈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해 12월 스포츠 이벤트 또는 단체에 관한 페이스북 ‘좋아요’ 클릭 수를 비교한 결과 NBA는 전체 세계 스포츠 리그 중 4위에 올랐다. UEFA 챔피언스리그, 월드컵축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1~3위를 차지했다. 축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스포츠다. 농구에 비해 저변이 넓다. 축구 이외의 종목에서는 NBA가 페이스북 이용자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분야에서 다른 주요 미국 스포츠 리그는 NBA에 크게 못 미친다. 실제 NBA 사무국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만 2800만 건을 기록했다. NFL(1300만 건)의 2배 수준을 넘는다. MLB보다는 4.5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비해선 7배 많은 수치다. 다른 SNS 계정에서도 양상은 비슷하다. NBA 트위터는 195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NFL은 1600만 명 수준이다. NBA와 NHL은 각각 540만 명, 440만 명에 그친다. 적어도 스포츠 리그 중에서는 농구가 SNS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BA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시장도 넘보고 있다. 지난해 ‘라인(LINE)’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NBA를 ‘친구’로 추가하면 지역 이벤트와 다양한 선수의 소식을 실시간 뉴스 속보로 접할 수 있다. 또 유명 NBA 선수의 이모티콘도 친구에게 메신저 대화를 통해 보낼 수 있다. 올 1월에는 스테판 커리를 비롯한 현역 스타 40명의 캐릭터를 담은 ‘스티커 팩’을 출시해 라인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톰 리차드슨 콜럼비아 대학 스포츠경영학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NBA의 SNS 팬 규모는 놀라운 숫자(amazing numbers)”라고 말했다.



세계화 전략:
SNS는 경계가 없다.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페이스북·트위터 등에서의 NBA 바람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12~14일 NBA 올스타전은 경계를 넘어선 NBA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NBA는 글로벌화를 표방하며 사상 처음으로 미국 밖에서 올스타전을 열었다. 경기장은 물론 토론토 시내에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삼성은 이 기간 동안 토론토 에너케어 센터에 부스를 마련하고 NBA 라커룸을 4차원(D)으로 가상체험할 수 있는 기술을 시연했다.

특히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팬들이 올스타전을 보기 위해 토론토를 많이 찾은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올스타전 본 경기가 열린 2월 14일 3만 명을 넘게 수용하는 에어 캐나다 센터에는 상당수의 아시아인들이 찾아와 코비 브라이언트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관람했다. 아시아 취재진도 대거 참석했다. 인도네시아의 스포츠 전문 온라인 매체 소속으로 이번 올스타전을 찾은 토마스 기자는 “인도네시아에서 농구는 축구보다 다소 인기가 떨어지지만 최근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추세”라며 “코비 브라이언트나 스테판 커리와 같은 수퍼스타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명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아시아 시장 공략의 첨병도 SNS다. 중국팬들은 자국의 SNS에 개설된 NBA 계정을 통해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조성식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스포츠리그와 선수가 기존 미디어와 달리 콘텐트를 직접 생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며 “NBA가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해 세계화에 성공하고 스타 선수와 팬 사이의 거리도 좁혔다”고 평가했다.

- 토론토=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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