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회와 민들레국수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 3종
도미회와 민들레국수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 3종
신사동 ‘권숙수’에서 권우중 셰프의 봄철 신메뉴인 ‘솔잎으로 훈연한 도미회와 민들레 국수’에 어울리는 세 가지 화이트 와인을 테이스팅했다. 한식과 화이트와인의 궁합을 찾는 과정은 흥미진진했다. “민들레 무침은 숨이 죽어서 만들자마자 바로 맛봐야 해요. 그게 민들레 무침의 생명이에요.” 권숙수에 들어서자마자 권우중 셰프가 다급하게 말을 건네며 정확한 촬영 시간을 여러 번 물었다. 아무리 맛있어도 타이밍을 놓치면 제구실을 못하는 게 음식이라고 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권 셰프에게 와인 매칭을 위한 신메뉴로 솔잎으로 훈연한 도미회와 민들레 국수를 고른 이유를 물었다. 권셰프는 “산과 바다, 땅이라는 세 가지 자연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메뉴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시장이나 마트 채소 코너에서 흔하게 찾기 어려운 게 민들레지만 권셰프에게 민들레는 친숙한 식재료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주 무쳐준 나물이기 때문이다.
민들레는 노란색 서양 민들레와 흰색 토종 민들레로 나뉘는데 서양 허브 못지 않게 향긋하면서도 쌉싸래한 풍미가 있다. 이걸 무쳐서 비빔국수로도 먹고 밥 반찬으로도 먹는데 봄철 깔깔한 입맛에 식욕을 더하는 데는 최고라고 했다.
민들레는 가평 산기슭에서 수확한 들깨를 일주일치 짜서 쓰는 들기름으로 무친다. 3년 숙성한 하동 매실청과 전통 방식으로 빚은 막걸리 식초가 더해서 고소한 맛, 깊은 단 맛, 신 맛이 민들레 무침에서 우러난다.
여기에 잘 불지 않는 서양 파스타 카펠리니(Capellini)를 한 뭉텅이 얹어 함께 내는데 소면과 비슷한 생김새에 맛도 비슷하다. 함께 나오는 도미회는 사과나무와 솔잎으로 훈연해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더했다. 권 셰프는 “이 메뉴 하나가 나오는 순간 아, 봄이구나, 손님들이 그런 기분을 느꼈으면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권숙수에서 와인을 총괄하는 한욱태 소믈리에는 “이렇게 복잡한 과정이 한데 섞인 고급한식일수록 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고급한식은 단맛이나 짠 맛 등 자극적인 소스 맛이 덜해요. 재료가 조화를 이루며 한 가지 음식이라도 다양한 맛을 지니게 되는데,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와인이야말로 최고의 궁합을 이루는 술이지요.”
한소믈리에는 메뉴 하나에도 수십 가지 술과 마리아주(Mariage·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뜻하는 프랑스어)가 가능하다고 했다. 한소믈리에와 함께 신메뉴에 어울리는 최고의 와인을 직접 테이스팅해보기로 했다.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스파클링 와인 샤토 수쉐리(Ch.Soucherie),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도멘 쇼피트 샤슬라(Domaine Schoffit Chasselas), 독일 나헤 지역의 돈호프 리슬링(Donnhoff Riesling)까지 세 가지 와인을 준비해 -6~8℃로 칠링(Chilling, 와인 온도를 차갑게 식히는 것)했다. 샤토 수쉐리는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 위치한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성이 포도밭 한가운데 있어 관광객도 많이 오는 이곳에서는 스파클링·화이트·레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와인을 만든다. 그중에서도 스파클링 와인은 단단한 바디감을 주는 슈냉블랑, 풍미와 부드러운 맛을 더해주는 샤르도네 두 가지 품종을 섞어 만든다. 갓 구운 빵과 흰 꽃, 복숭아, 배 같은 화려한 아로마를 품고 있다.
민들레무침과 회 한 점, 국수 한 젓가락을 한입에 넣고 와인 한모금을 마셨다. 세 가지 재료가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와인과 함께 조화롭게 씹히는 맛이었다. 부드럽고 섬세한 기포는 들기름으로 텁텁할 수 있는 끝 맛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테이스팅에 참여한 권난희 캡틴은 “기분 좋게 입안을 온통 휘감는 맛”이라고 표현했고, 한소믈리에는 “단 맛이 전혀 없지만 다 먹고 나면 입안에 감칠맛이 남는 궁극의 마리아주”라고 말했다. 도멘 쇼피트는 1599년부터 포도재배를 시작한 쇼피트 가문이 가족경영하는 와이너리다. 이집에서 만드는 도멘 쇼피트 샤슬라는 스위스 최고급 화이트와인을 만들 때 쓰는 샤슬라 포도로 빚는다. 이 포도로 만든 와인은 대개 복숭아나 사과 같은 핵과일 향이 많이 나는 청량한 스타일이 많다.
한소믈리에의 설명에 따르면 감미가 살짝 있고, 향신료 같은 이국적인 아로마가 있어 자칫하면 음식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개성 있는 품종이 바로 샤슬라다. 도멘 쇼피트 샤슬라는 민들레무침과 놀라운 궁합을 보여줬다. 민들레의 알싸한 쓴 맛을 부드러운 감미로 중화시켜 전혀 다른 맛을 만들어냈다. 화이트 와인 자체가 갖고 있는 묵직한 바디는 들기름 소스의 유질감과도 잘 어울렸다. 권난희 캡틴은 “입안에서 다소 튈 수 있는 재료 맛을 완벽히 보완해주는 와인”이라고 평했다. 돈호프는 독일에서도 타지역에 비해 가장 척박한 나헤 지역의 슈퍼스타다. 2001년 돈호프에서 만든 아이스바인이 독일 와인 최초로 미국 와인평론가 로버트파커에게 100점을 받으며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돈호프 리슬링은 독일 포도품종인 리슬링 100%로 만든다. 미네랄이 느껴지는 깔끔한 맛과 날카로운 산도를 갖춰 오래 두고 마셔도 좋은 명품 화이트 와인이다.
한소믈리에는 “와인만 마시면 날카롭고 시큼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음식과 함께 먹으면 그 산도가 중화된다”고 표현했다. 특히 맛 자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도미회와 돈호프의 궁합이 좋았다.
“와인과 음식의 어울림을 찾는 이유는 음식을 두 배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비법을 찾는 여행입니다.” 한소믈리에가 설명했다.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언제 어느 때라도 새로운 궁합을 찾을 수 있는 것, 그게 마리아주의 매력입니다.”
- 글 이영지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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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권 셰프에게 와인 매칭을 위한 신메뉴로 솔잎으로 훈연한 도미회와 민들레 국수를 고른 이유를 물었다. 권셰프는 “산과 바다, 땅이라는 세 가지 자연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메뉴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시장이나 마트 채소 코너에서 흔하게 찾기 어려운 게 민들레지만 권셰프에게 민들레는 친숙한 식재료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주 무쳐준 나물이기 때문이다.
민들레는 노란색 서양 민들레와 흰색 토종 민들레로 나뉘는데 서양 허브 못지 않게 향긋하면서도 쌉싸래한 풍미가 있다. 이걸 무쳐서 비빔국수로도 먹고 밥 반찬으로도 먹는데 봄철 깔깔한 입맛에 식욕을 더하는 데는 최고라고 했다.
민들레는 가평 산기슭에서 수확한 들깨를 일주일치 짜서 쓰는 들기름으로 무친다. 3년 숙성한 하동 매실청과 전통 방식으로 빚은 막걸리 식초가 더해서 고소한 맛, 깊은 단 맛, 신 맛이 민들레 무침에서 우러난다.
여기에 잘 불지 않는 서양 파스타 카펠리니(Capellini)를 한 뭉텅이 얹어 함께 내는데 소면과 비슷한 생김새에 맛도 비슷하다. 함께 나오는 도미회는 사과나무와 솔잎으로 훈연해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더했다. 권 셰프는 “이 메뉴 하나가 나오는 순간 아, 봄이구나, 손님들이 그런 기분을 느꼈으면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권숙수에서 와인을 총괄하는 한욱태 소믈리에는 “이렇게 복잡한 과정이 한데 섞인 고급한식일수록 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고급한식은 단맛이나 짠 맛 등 자극적인 소스 맛이 덜해요. 재료가 조화를 이루며 한 가지 음식이라도 다양한 맛을 지니게 되는데,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와인이야말로 최고의 궁합을 이루는 술이지요.”
한소믈리에는 메뉴 하나에도 수십 가지 술과 마리아주(Mariage·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뜻하는 프랑스어)가 가능하다고 했다. 한소믈리에와 함께 신메뉴에 어울리는 최고의 와인을 직접 테이스팅해보기로 했다.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스파클링 와인 샤토 수쉐리(Ch.Soucherie),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도멘 쇼피트 샤슬라(Domaine Schoffit Chasselas), 독일 나헤 지역의 돈호프 리슬링(Donnhoff Riesling)까지 세 가지 와인을 준비해 -6~8℃로 칠링(Chilling, 와인 온도를 차갑게 식히는 것)했다.
음식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샤토 수쉐리
민들레무침과 회 한 점, 국수 한 젓가락을 한입에 넣고 와인 한모금을 마셨다. 세 가지 재료가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와인과 함께 조화롭게 씹히는 맛이었다. 부드럽고 섬세한 기포는 들기름으로 텁텁할 수 있는 끝 맛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테이스팅에 참여한 권난희 캡틴은 “기분 좋게 입안을 온통 휘감는 맛”이라고 표현했고, 한소믈리에는 “단 맛이 전혀 없지만 다 먹고 나면 입안에 감칠맛이 남는 궁극의 마리아주”라고 말했다.
민들레의 알싸한 맛과 어울리는 도멘 쇼피트 샤슬라
한소믈리에의 설명에 따르면 감미가 살짝 있고, 향신료 같은 이국적인 아로마가 있어 자칫하면 음식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개성 있는 품종이 바로 샤슬라다. 도멘 쇼피트 샤슬라는 민들레무침과 놀라운 궁합을 보여줬다. 민들레의 알싸한 쓴 맛을 부드러운 감미로 중화시켜 전혀 다른 맛을 만들어냈다. 화이트 와인 자체가 갖고 있는 묵직한 바디는 들기름 소스의 유질감과도 잘 어울렸다. 권난희 캡틴은 “입안에서 다소 튈 수 있는 재료 맛을 완벽히 보완해주는 와인”이라고 평했다.
산도를 중화시켜주는 돈호프 리슬링
한소믈리에는 “와인만 마시면 날카롭고 시큼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음식과 함께 먹으면 그 산도가 중화된다”고 표현했다. 특히 맛 자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도미회와 돈호프의 궁합이 좋았다.
“와인과 음식의 어울림을 찾는 이유는 음식을 두 배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비법을 찾는 여행입니다.” 한소믈리에가 설명했다.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언제 어느 때라도 새로운 궁합을 찾을 수 있는 것, 그게 마리아주의 매력입니다.”
- 글 이영지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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