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경쟁’ 최후의 승자는] 50조원 시장 놓고 양보없는 ‘1원 전쟁’
[‘최저가 경쟁’ 최후의 승자는] 50조원 시장 놓고 양보없는 ‘1원 전쟁’
유통가 1등의 ‘최저가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초부터 기저귀·분유 등 생필품 가격을 놓고 벌이는 이마트와 쿠팡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두 업체는 각각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호탄은 올해 초 신세계그룹이 출시한 자체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인 ‘쓱(SSG)페이’다. 서비스 광고를 만드는 데만 20억원을 들이는 등 모바일 쇼핑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본격적인 전쟁은 이마트가 2월 중순 ‘가격의 끝’ 상품을 차례로 선보이면서부터다. 이마트는 기저귀·분유를 시작으로 생리대·샴푸·휴지 등 평소 판매가 많은 생필품을 ‘전략 품목’으로 정해 온·오프라인 최저 가격을 제시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최저가 품목을 추가하고, 다른 업체 가격을 모니터링해 일주일에 한번씩 가격을 조정한다. 쿠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마트가 하기스(매직팬티 대형) 기저귀를 장당 310원으로 정하자, 쿠팡도 310원으로 낮췄다. 이어 이마트가 308원으로 가격을 낮추니 쿠팡이 305원으로 내렸다. 쿠팡 역시 소극적 가격 조정을 넘어 맞대응에 나섰다. 내부적으로 ‘전 품목 최저가 판매’라는 정책을 강조하는 한편 현재 9800원 이상에만 적용되는 로켓배송(주문 후 24시간 내 배송)을 쿠팡이 직접 매입한 전 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관계자는 “이마트가 일주일에 한 번 가격을 조정하는 반면 우리는 최소한 하루에 한 번 전담팀이 가격을 조정하고 있어 최저가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 외에도 모바일 쇼핑에 최적화된 시스템의 편의성, 친절하고 빠른 배송서비스 등 특화된 전략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롯데마트를 비롯해 티몬·위메프·G마켓 등도 줄줄이 경쟁에 가세해 불씨를 댕겼다.
겉으로 보기에 업계는 ‘1원 전쟁’ 중이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어느 업체에서 물건을 주문하든 가격차가 크지 않다. 이번 경쟁의 본질은 결국 연간 50조원을 넘어선 온라인 소매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펼치는 힘겨루기로 볼 수 있다. 신세계그룹 한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업체의 급격한 성장으로 내부에서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쇼핑족을 잡지 못하면 향후 유통 업계의 선두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소셜커머스 이용자의 상당수가 젊은 소비자층인 점을 감안하면 잠재적인 미래 고객을 잃을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이마트의 쿠팡 잡기는 단순히 가격만 낮추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간 소셜커머스 업계가 차별화된 배송서비스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판단해 신세계는 김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가동하기도 했다. 총 5만여개의 상품을 취급하는 이곳에선 하루 최대 2만 건의 배송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응해 이마트몰도 당일배송 서비스인 ‘쓱(SSG)배송’을 강화했다. 현재 이마트 온라인몰 매출은 총 13조원 중 약 5%인 7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쿠팡은 2014년 매출이 3485억원에서 2015년 4.3배인 1조 5000억원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온라인몰 방문자 역시 이마트몰은 주간 평균 100만 명 대에 불과하나, 쿠팡은 700만 명대에 달하고 있다.
이마트몰과 쿠팡이 가격 경쟁을 벌이곤 있지만 아직까지 서로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저가 마케팅 이후 양사 모두 매출과 방문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오히려 윈윈하는 모양새다. 쿠팡에 따르면 모바일 방문자 수는 2월 넷째 주에 470만7000여명, 3월 초에는 450만 명을 기록했다. 평소 주간 평균 방문자 400만~420만 명에서 가격 전쟁 이후 평균 10% 이상 방문자 수가 증가했다. 가격 전쟁 1호 제품인 기저귀와 분유의 경우 최저가 선언 이후 한달 간(2월 18일~3월 18일)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50%,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가 경쟁의 신호탄이 터진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이제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 간 신경전은 제 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저마진을 넘어 역마진으로 치닫는 경쟁을 계속해나가기에 소셜커머스 업체의 적자폭은 적지 않다.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소셜커머스를 겨냥해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어 오히려 방문객과 매출이 늘어났다”며 “대형마트에 비해 소셜커머스 시장 자체가 작은 만큼 당분간은 시장을 키우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적자가 계속 쌓이는 문제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아직은 투자단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마트는 기세를 몰아 참치캔과 스팸·샴푸·세제 등으로 최저가 품목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물량공세를 펼쳐 ‘그래도 대형마트’라는 점을 소비자에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장영진 이마트 마케팅담당 상무는 “기저귀와 분유 최저가 선언이 온라인과 소셜커머스 가격에 영향을 받아 이뤄졌다면 여성위생용품 최저가부터는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제적 대응의 차원”이라며 “당일 배송 서비스, 대규모 상품구색 등으로 이마트몰의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전쟁 이후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 모두 매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제품은 팔아도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노마진’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매출은 늘었으나 실속은 차리기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막대한 자금력에 기반한 이마트가 노마진을 감수하면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소셜커머스 업계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최저가 경쟁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중소 협력 업체들에 대한 납품가 인하 압박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유통 업체가 마진을 줄이는 구조지만 가격 위주의 경쟁이 지속된다면 결국 납품업계 전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가격보다는 신상품 발굴 등 다양한 차원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업계의 최저가 경쟁은 유통산업이 온라인·모바일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지배자들이 반격에 나선 ‘혁신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인구가 도시에 집중돼 있고, 정보기술(IT)이 발달했으며 물류비가 저렴해 오프라인 회사가 온라인화하는 데 유리한 구조”라며 “결국 누가 더 고객에게 혁신적인 가치를 제안하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소셜커머스: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셜(Social) 미디어’를 활용해 물건을 공동 구매하는 형태의 전자상거래다. 특정 지역의 음식점이나 공연 표 등 상품·서비스를 할인 판매하는 형식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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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 업계 위기감 고조
쿠팡 관계자는 “이마트가 일주일에 한 번 가격을 조정하는 반면 우리는 최소한 하루에 한 번 전담팀이 가격을 조정하고 있어 최저가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 외에도 모바일 쇼핑에 최적화된 시스템의 편의성, 친절하고 빠른 배송서비스 등 특화된 전략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롯데마트를 비롯해 티몬·위메프·G마켓 등도 줄줄이 경쟁에 가세해 불씨를 댕겼다.
겉으로 보기에 업계는 ‘1원 전쟁’ 중이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어느 업체에서 물건을 주문하든 가격차가 크지 않다. 이번 경쟁의 본질은 결국 연간 50조원을 넘어선 온라인 소매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펼치는 힘겨루기로 볼 수 있다. 신세계그룹 한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업체의 급격한 성장으로 내부에서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쇼핑족을 잡지 못하면 향후 유통 업계의 선두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소셜커머스 이용자의 상당수가 젊은 소비자층인 점을 감안하면 잠재적인 미래 고객을 잃을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이마트의 쿠팡 잡기는 단순히 가격만 낮추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간 소셜커머스 업계가 차별화된 배송서비스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판단해 신세계는 김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가동하기도 했다. 총 5만여개의 상품을 취급하는 이곳에선 하루 최대 2만 건의 배송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응해 이마트몰도 당일배송 서비스인 ‘쓱(SSG)배송’을 강화했다. 현재 이마트 온라인몰 매출은 총 13조원 중 약 5%인 7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쿠팡은 2014년 매출이 3485억원에서 2015년 4.3배인 1조 5000억원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온라인몰 방문자 역시 이마트몰은 주간 평균 100만 명 대에 불과하나, 쿠팡은 700만 명대에 달하고 있다.
이마트몰과 쿠팡이 가격 경쟁을 벌이곤 있지만 아직까지 서로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저가 마케팅 이후 양사 모두 매출과 방문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오히려 윈윈하는 모양새다. 쿠팡에 따르면 모바일 방문자 수는 2월 넷째 주에 470만7000여명, 3월 초에는 450만 명을 기록했다. 평소 주간 평균 방문자 400만~420만 명에서 가격 전쟁 이후 평균 10% 이상 방문자 수가 증가했다. 가격 전쟁 1호 제품인 기저귀와 분유의 경우 최저가 선언 이후 한달 간(2월 18일~3월 18일)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50%,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가 경쟁의 신호탄이 터진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이제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 간 신경전은 제 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저마진을 넘어 역마진으로 치닫는 경쟁을 계속해나가기에 소셜커머스 업체의 적자폭은 적지 않다.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소셜커머스를 겨냥해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어 오히려 방문객과 매출이 늘어났다”며 “대형마트에 비해 소셜커머스 시장 자체가 작은 만큼 당분간은 시장을 키우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적자가 계속 쌓이는 문제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아직은 투자단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마트는 기세를 몰아 참치캔과 스팸·샴푸·세제 등으로 최저가 품목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물량공세를 펼쳐 ‘그래도 대형마트’라는 점을 소비자에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장영진 이마트 마케팅담당 상무는 “기저귀와 분유 최저가 선언이 온라인과 소셜커머스 가격에 영향을 받아 이뤄졌다면 여성위생용품 최저가부터는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제적 대응의 차원”이라며 “당일 배송 서비스, 대규모 상품구색 등으로 이마트몰의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전쟁 이후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 모두 매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제품은 팔아도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노마진’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매출은 늘었으나 실속은 차리기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막대한 자금력에 기반한 이마트가 노마진을 감수하면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소셜커머스 업계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최저가 경쟁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중소 협력 업체들에 대한 납품가 인하 압박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유통 업체가 마진을 줄이는 구조지만 가격 위주의 경쟁이 지속된다면 결국 납품업계 전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가격보다는 신상품 발굴 등 다양한 차원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마진→역마진으로 출혈경쟁 우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소셜커머스: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셜(Social) 미디어’를 활용해 물건을 공동 구매하는 형태의 전자상거래다. 특정 지역의 음식점이나 공연 표 등 상품·서비스를 할인 판매하는 형식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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