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찜과 잘 어울리는
꼬리찜과 잘 어울리는
종로 경희궁길 골목에 위치한 한옥 스타일 레스토랑 ‘단아’는 20여년 경력의 안충훈 셰프가 요리하는 레스토랑이다. 평소 와인과 음식 매치가 ‘취미’라고 말하는 안 셰프와 함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꼬리찜에 어울리는 세 가지 와인을 함께 맛봤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고기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부위가 120가지도 넘고 조리법과 요리 이름도 다채롭다. 그중에서도 꼬리찜은 소 한 마리에 하나밖에 안 나오는 귀한 부위다. 소고기가 흔해진 요즘도 그건 변함없다. 꼬리찜은 사태찜이나 갈비찜과 비슷한 방식으로 조리한다. 핏물을 빼고, 잡내를 제거하는 갖은 향채를 넣어 푹 익힌 다음 양념을 더해 맛이 배도록 오래 조리한다.
동·서양 요리에 모누 능한 안충훈 셰프는“맛있는 음식에는 지역적인 구분이 크게 없다”고 말했다. 국산 재료로 만드는 한국 요리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과 고소하게 씹히는 맛은 서양 술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꼬리찜에 어떤 와인이 어울릴지 궁금하다며 샴페인,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까지 전혀 다른 타입의 세 가지 와인을 앞에 두고 앉았다. 바롱드로칠드 샴페인은 보르도그랑크뤼 와인으로 유명한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라피트로칠드’, 그리고 친척뻘 되는 ‘바롱에드먼드로칠드’ 세 개 그룹이 합작해서 만든 샴페인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세 와이너리의 협업답게 이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시리즈는 모두 평이 좋다. 그중에서도 엔트리급이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바롱드로칠드 NV(None- Vintage) 샴페인은 갓 구운 빵과 은은한 아몬드 향이 부드럽게 피어 오르고 섬세한 기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잘 만든 샴페인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한진 텐진호에 타고 있던 이 샴페인은 예민하고 여성스러운 보통의 샴페인과 달리 맷집 있는 ‘근육질’ 스타일이다. 안 셰프는 “좋은 샴페인은 드라이 에이징한 스테이크와도 잘 어울리는데 이 샴페인이 딱 그렇다”고 평가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고기 맛에 샴페인의 청량함이 더해지면서 입안이 깔끔해진다”는 것이다.
안 셰프는 메르솔레이샤르도네를 두고 “좋아해서 평소에도 즐겨 마시는 와인”이라고 말했다. 메르솔레이샤르도네는 흔히 말하는 보편적인 미국 화이트 와인과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오크 숙성을 오래 해서 바닐라와 달콤한 열대과일 향이 폭발적인 게 일반 미국 화이트 와인이라면, 캘리포니아 하이랜드에 위치한 케이머스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이 와인은 그보다 가볍고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묘하게 어우러진 세련된 스타일이다. 산도도 기분 좋고 청량하게 치고 올라와 피니시가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다.
소스가 과하게 들어가지 않고 은은한 풍미를 보여주는 꼬리찜은 고기 요리다. 고기 요리에 화이트 와인이라니, 궁합이 어떨까. 한 입 먹고 한 모금 마시자 테이블에서 의외의 탄성이 새어 나왔다. 나라셀라 신경미 홍보팀장은 “한식 고기찜, 프랑스식 소고기찜뵈프부르기뇽에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미국 샤르도네가 잘 어울리는 걸 여러 번 경험했다”고도 말했다. 안 셰프는“화이트 와인이지만 적당한 오크 숙성을 통한 구조감과 바디가 고기 맛을 잘 받쳐주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프랑스 론 지역의 생산자 폴 자불레가 만드는 라 샤펠 와인은 애호가들 사이에 ‘꿈의 와인’으로 통한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961·1978·1990년 빈티지에 100점을 줬고, 세계적인 경매 회사 크리스티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 경매 낙찰가를 기록한 와인이다. 이 와인은 쉬라로만 만든다. 경사가 가팔라 와인 산지 중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에르미타주 언덕에서 50년 넘게 자란 포도나무에서 선별한 포도다.
라 샤펠 1998년 빈티지와 꼬리찜을 맛 본 안 셰프는“더 이상의 조합이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한 궁합”이라며 극찬했다. “쉬라는 알코올도 높고 구조감도 무거운 묵직한 와인이예요. 라 샤펠은 오크 숙성을 과하게 하는 대신 타닌과 과일 향의 조화에 초점을 맞춰서 고급 와인인데도 마시기 편안해요.” 안 셰프가 라 샤펠 1998의 특징을 설명했다. 갖은 재료가 들어간 소스가 더해졌지만 고기 자체의 담백함을 살린 꼬리찜을 과하게 압도하거나, 요리에 밀려 맛이 덜하지 않다는 것이다. 끝 맛에서는 짭짤한 소금기와 미네랄이 어우러지며 감칠맛이 증폭됐다. 안 셰프는 “복잡한 설명 필요 없이 그냥 먹자마자 맛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게 마리아주인 것 같다”고 평했다.
- 글·사진 이영지 강남통신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서양 요리에 모누 능한 안충훈 셰프는“맛있는 음식에는 지역적인 구분이 크게 없다”고 말했다. 국산 재료로 만드는 한국 요리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과 고소하게 씹히는 맛은 서양 술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꼬리찜에 어떤 와인이 어울릴지 궁금하다며 샴페인,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까지 전혀 다른 타입의 세 가지 와인을 앞에 두고 앉았다.
고기찜과 바롱드로칠드 샴페인의 상쾌한 조합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한진 텐진호에 타고 있던 이 샴페인은 예민하고 여성스러운 보통의 샴페인과 달리 맷집 있는 ‘근육질’ 스타일이다. 안 셰프는 “좋은 샴페인은 드라이 에이징한 스테이크와도 잘 어울리는데 이 샴페인이 딱 그렇다”고 평가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고기 맛에 샴페인의 청량함이 더해지면서 입안이 깔끔해진다”는 것이다.
고기와 깔끔하게 어울리는 케이머스 메르솔레이샤르도네
소스가 과하게 들어가지 않고 은은한 풍미를 보여주는 꼬리찜은 고기 요리다. 고기 요리에 화이트 와인이라니, 궁합이 어떨까. 한 입 먹고 한 모금 마시자 테이블에서 의외의 탄성이 새어 나왔다. 나라셀라 신경미 홍보팀장은 “한식 고기찜, 프랑스식 소고기찜뵈프부르기뇽에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미국 샤르도네가 잘 어울리는 걸 여러 번 경험했다”고도 말했다. 안 셰프는“화이트 와인이지만 적당한 오크 숙성을 통한 구조감과 바디가 고기 맛을 잘 받쳐주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꼬리찜과 환상의 궁합을 보여준 폴 자불레 라 샤펠
라 샤펠 1998년 빈티지와 꼬리찜을 맛 본 안 셰프는“더 이상의 조합이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한 궁합”이라며 극찬했다. “쉬라는 알코올도 높고 구조감도 무거운 묵직한 와인이예요. 라 샤펠은 오크 숙성을 과하게 하는 대신 타닌과 과일 향의 조화에 초점을 맞춰서 고급 와인인데도 마시기 편안해요.” 안 셰프가 라 샤펠 1998의 특징을 설명했다. 갖은 재료가 들어간 소스가 더해졌지만 고기 자체의 담백함을 살린 꼬리찜을 과하게 압도하거나, 요리에 밀려 맛이 덜하지 않다는 것이다. 끝 맛에서는 짭짤한 소금기와 미네랄이 어우러지며 감칠맛이 증폭됐다. 안 셰프는 “복잡한 설명 필요 없이 그냥 먹자마자 맛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게 마리아주인 것 같다”고 평했다.
- 글·사진 이영지 강남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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