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춘 이글루시큐리티 대표
이득춘 이글루시큐리티 대표
이노비즈협회가 네 번째 추천하는 혁신강소 기업은 통합보안관리 기업 이글루시큐리티다. 1999년 설립 후 매출액의 13% 이상을 R&D에 투자하면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솔루션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보복 공격을 해주세요. 그럼 계약을 진행하겠습니다.” “안됩니다. 우리 회사는 법을 위반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이버 해킹을 막는 회사지, 공격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3년 전 일이다. 중동의 A 국가와 우주센터에 들어가는 보안관제센터 구축 계약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1차 계약 규모만 800만 달러(약 93억원)였다. 1년에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꼭 따내야만 하는 계약이다. A국은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로부터 해킹을 당해 정부기관 사이트가 무력화된 상황이었다. 이에 화가 난 A국이 상대국에 보복 공격을 채근한 것이다.
통합보안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에게 위법 행위를 요구했으니 난감한 일이었다. 눈 감고 요구를 들어주면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단번에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원칙을 깨는 일이었다. A국가는 나중에 ‘그럼 상대국가 정부기관의 홈페이지라도 위변조를 해달라’라고 하거나 ‘상대 국가 지도자에 대한 비방을 해달라’ 같은 요구로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그 역시 위법 행위였다. 이 사연을 얘기해준 통합보안관리 기업 이글루시큐리티 이득춘(53) 대표는 “어쩔 수 없이 그 계약은 포기했다. 나중에 보니까 두 나라끼리 심한 사이버 전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한국에서 독특한 통합보안관리 기업이다. 이 회사 제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나라는 중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모로코, 르완다, 에티오피아가 포함되어 있다. 르완다의 경우 정보보호 구축 프로젝트, 에티오피아는 국가사이버안전센터 구축 등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이글루시큐리티에 맡겼다. 2006년 카타르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통합 보안관제 서비스를 담당했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가 정보보안 분야의 글로벌 기업을 제쳐두고 먼 한국의 중견기업 제품과 서비스를 채택한 이유는 뭘까. “전 세계에서 뛰어난 보안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이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나라가 많아서 그런지 이글루시큐리티를 찾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설명만으로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가 한국의 기업을 선택하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글루시큐리티의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존 보안관련 기업들은 솔루션만 제공하거나, 보안관제 서비스만 제공한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솔루션과 보안관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면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전략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통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10년 전부터 수출 국가에 교육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에티오피아 국가사이버안전센터 구축 프로젝트를 따냈을 때 에티오피아가 자국의 공무원들에게 교육을 요구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를 왔다갔다 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그쪽의 공무원들을 한국에 불러 4개월 동안 교육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 교육에만 투자한 금액이 20만 달러. 이를 통해 보안을 책임지는 공무원들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이 대표는 얻게 됐다. 해외에 이글루시큐리티가 알려진 것은 한국 정부기관의 정보보안 시스템을 많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사이버안전센터, 우정사업본부 보안관제센터, 국회사무처, 안행부 같은 공공기관이 채택하는 통합보안솔루션은 이글루시큐리티의 제품이다. 500여 개의 공공기관과 기업이 이글루시큐리티와 손을 잡은 고객이다. 이 대표는 “고객의 80%가 공공기관”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행자부 정부통합전산센터 보안통신인프라 유지관리사업도 따내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보안 관련 분야가 뒤떨어진 국가들은 국정원이나 우정사업본부를 찾아서 교육을 받거나 현장 시찰을 많이 한다. 기관이 사용 중인 시스템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 마련. 이글루시큐리티의 이름은 이런 식으로 해외에 많이 알려지게 됐다. “우리 직원이 600명 정도 되는데, 영어·중국어·일어·프랑스어로 교육을 할 수 있는 요원들이 있다. 이런 환경 때문에 기관에서 우리를 많이 소개시켜줬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해외에서 온 정부 관료들은 이글루시큐리티에서 제품 개발이나 운용 방법 등을 배우고 돌아간다. 후에 이 인연이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루마니아 정부 인사는 국정원의 소개로 만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인맥을 쌓았다고 해서 사업 결실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보보안 분야의 특수성 때문에 계약 하나를 체결하는 데는 보통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대표가 능력을 인정받던 직장인에서 창업에 뛰어든 것은 사업성을 내다본 덕분이다. 그는 인하대 전자계산 학과를 나온 뒤 삼보컴퓨터에서 일하면서 정보보안 관련 분야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1995년 삼보컴퓨터가 출자한 싸이버텍홀딩스에서 정보보안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사업차 만난 이스라엘 기업 관계자가 “보안 솔루션이 너무 많은데, 하나로 모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알아보니 그 관계자의 말대로 방화벽 관련 솔루션, 데이터베이스 보안 솔루션, 서버 보안 솔루션 등 정보보안 관련 솔루션들이 너무나 다양했다. “당시에는 시장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보안 솔루션 제공이 사업성이 높다는 판단을 했다.” 이렇게 해서 1999년 이글루시큐리티가 설립됐다. 30여 명의 직원으로 창업한 후 1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통합보안관리 솔루션 SPiDER-1을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이 제품은 SPiDER TM으로 버전업이 됐고, 16년 동안 한국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코스닥에 진출한 것은 SPiDER TM 덕분이다. 이 솔루션은 시장을 선도하는 보안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SPiDER 외에도 이메일 보안 솔루션 eSCORT 같은 제품도 계속 출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 기관이 신뢰하는 정보보안 전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회사 설립 이후 R&D 투자비용이 매년 매출액 대비 13%를 차지한다. “상장 이후 1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했다. 선행기술연구소, 융복합연구소, 인터넷보안연구소를 운영 중인데 연구소 예산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행기술연구소와 융복합연구소는 5년 동안 거의 돈을 벌지 못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신념으로 개발비를 줄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이글루시큐리티 침해사고 전문대응팀 ‘이글루-서트(IGLOO-CERT)’가 세계 최대 침해사고 대응협의회인 FIRST에 가입한 것도 끊임없는 투자 덕분이다. “FIRST는 보안 침해 관련 단체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회원의 가입 추천 및 실사 인증 없이는 회원 자격 획득이 어려울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교육이다.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는 회사를 나가지 않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오히려 나이가 젊은데 공부하지 않으면 회사에 다니기 힘든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웃었다. 매년 5~6명의 직원을 선정해 대학원 학비를 지원하는 것도 연구개발만이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글루 스쿨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직원을 위한 사내도서관 ‘빙고’를 마련해 독서 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이 대표의 관심사다. 2013년부터는 ‘어린이의 꿈을 보호하자’는 주제로 캄보디아 켑안통소르 마을에 있는 어린이 교육기관인 ‘아워스쿨’에서 임직원들의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지사가 있는 대전, 광주, 나주 지역의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임직원의 30%를 지역 인재로 채용하는 것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2016년 이 대표의 목표는 해외수출 국가를 7개에서 10개로 확대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몽골이 대상이다. “수출 국가가 10개 정도는 되어야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 글 최영진 기자·사진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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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일이다. 중동의 A 국가와 우주센터에 들어가는 보안관제센터 구축 계약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1차 계약 규모만 800만 달러(약 93억원)였다. 1년에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꼭 따내야만 하는 계약이다. A국은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로부터 해킹을 당해 정부기관 사이트가 무력화된 상황이었다. 이에 화가 난 A국이 상대국에 보복 공격을 채근한 것이다.
통합보안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에게 위법 행위를 요구했으니 난감한 일이었다. 눈 감고 요구를 들어주면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단번에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원칙을 깨는 일이었다. A국가는 나중에 ‘그럼 상대국가 정부기관의 홈페이지라도 위변조를 해달라’라고 하거나 ‘상대 국가 지도자에 대한 비방을 해달라’ 같은 요구로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그 역시 위법 행위였다. 이 사연을 얘기해준 통합보안관리 기업 이글루시큐리티 이득춘(53) 대표는 “어쩔 수 없이 그 계약은 포기했다. 나중에 보니까 두 나라끼리 심한 사이버 전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한국에서 독특한 통합보안관리 기업이다. 이 회사 제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나라는 중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모로코, 르완다, 에티오피아가 포함되어 있다. 르완다의 경우 정보보호 구축 프로젝트, 에티오피아는 국가사이버안전센터 구축 등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이글루시큐리티에 맡겼다. 2006년 카타르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통합 보안관제 서비스를 담당했다.
솔루션과 보안관제 서비스를 함께 제공
이 대표의 설명만으로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가 한국의 기업을 선택하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글루시큐리티의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존 보안관련 기업들은 솔루션만 제공하거나, 보안관제 서비스만 제공한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솔루션과 보안관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면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전략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통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10년 전부터 수출 국가에 교육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에티오피아 국가사이버안전센터 구축 프로젝트를 따냈을 때 에티오피아가 자국의 공무원들에게 교육을 요구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를 왔다갔다 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그쪽의 공무원들을 한국에 불러 4개월 동안 교육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 교육에만 투자한 금액이 20만 달러. 이를 통해 보안을 책임지는 공무원들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이 대표는 얻게 됐다.
500여 고객사 중 80%가 정부 기관
보안 관련 분야가 뒤떨어진 국가들은 국정원이나 우정사업본부를 찾아서 교육을 받거나 현장 시찰을 많이 한다. 기관이 사용 중인 시스템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 마련. 이글루시큐리티의 이름은 이런 식으로 해외에 많이 알려지게 됐다. “우리 직원이 600명 정도 되는데, 영어·중국어·일어·프랑스어로 교육을 할 수 있는 요원들이 있다. 이런 환경 때문에 기관에서 우리를 많이 소개시켜줬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해외에서 온 정부 관료들은 이글루시큐리티에서 제품 개발이나 운용 방법 등을 배우고 돌아간다. 후에 이 인연이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루마니아 정부 인사는 국정원의 소개로 만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인맥을 쌓았다고 해서 사업 결실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보보안 분야의 특수성 때문에 계약 하나를 체결하는 데는 보통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대표가 능력을 인정받던 직장인에서 창업에 뛰어든 것은 사업성을 내다본 덕분이다. 그는 인하대 전자계산 학과를 나온 뒤 삼보컴퓨터에서 일하면서 정보보안 관련 분야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1995년 삼보컴퓨터가 출자한 싸이버텍홀딩스에서 정보보안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사업차 만난 이스라엘 기업 관계자가 “보안 솔루션이 너무 많은데, 하나로 모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알아보니 그 관계자의 말대로 방화벽 관련 솔루션, 데이터베이스 보안 솔루션, 서버 보안 솔루션 등 정보보안 관련 솔루션들이 너무나 다양했다. “당시에는 시장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보안 솔루션 제공이 사업성이 높다는 판단을 했다.”
해외 수출 국가 10개로 늘리는 게 목표
한국 정부 기관이 신뢰하는 정보보안 전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회사 설립 이후 R&D 투자비용이 매년 매출액 대비 13%를 차지한다. “상장 이후 1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했다. 선행기술연구소, 융복합연구소, 인터넷보안연구소를 운영 중인데 연구소 예산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행기술연구소와 융복합연구소는 5년 동안 거의 돈을 벌지 못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신념으로 개발비를 줄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이글루시큐리티 침해사고 전문대응팀 ‘이글루-서트(IGLOO-CERT)’가 세계 최대 침해사고 대응협의회인 FIRST에 가입한 것도 끊임없는 투자 덕분이다. “FIRST는 보안 침해 관련 단체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회원의 가입 추천 및 실사 인증 없이는 회원 자격 획득이 어려울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교육이다.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는 회사를 나가지 않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오히려 나이가 젊은데 공부하지 않으면 회사에 다니기 힘든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웃었다. 매년 5~6명의 직원을 선정해 대학원 학비를 지원하는 것도 연구개발만이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글루 스쿨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직원을 위한 사내도서관 ‘빙고’를 마련해 독서 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이 대표의 관심사다. 2013년부터는 ‘어린이의 꿈을 보호하자’는 주제로 캄보디아 켑안통소르 마을에 있는 어린이 교육기관인 ‘아워스쿨’에서 임직원들의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지사가 있는 대전, 광주, 나주 지역의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임직원의 30%를 지역 인재로 채용하는 것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2016년 이 대표의 목표는 해외수출 국가를 7개에서 10개로 확대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몽골이 대상이다. “수출 국가가 10개 정도는 되어야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 글 최영진 기자·사진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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