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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킹’을 찾아라

‘카테고리 킹’을 찾아라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기존 산업을 흔들기보다는 새로운 업종을 창조한다
브라이언 체스키의 에어비앤비 같은 ‘카테고리 킹’은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고 새 서비스를 창조한 뒤 그 신시장을 지배했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와해성 혁신(disruption)은 아주 오래 전 얘기다. 요즘엔 창조(Creation)가 대세다. 뭐가 다르냐고 할지 모르지만 요즘 어떤 비즈니스에서나 카테고리(서비스나 제품 항목)를 새로 창조해 지배해야 성공한다.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은 기존 시장에서의 신제품에 관한 사고방식에 혁명을 가져왔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혁신가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는 노후화하는 시장의 혁신에 관해 우리에게 새로운 안목을 줬다. 그러나 요즘엔 내가 공동 저술한 저서 ‘창조 기업(Play Bigger)’에서 묘사하듯이 시장을 창조하고 고객의 사고방식을 바꿔놓는 방식이 오래 살아남는 성공 비즈니스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새로운 생활방식·사고방식·사업방식을 우리 앞에 제시한다. 존재하는조차 몰랐던 문제, 다른 방법은 생각지도 못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일을 해결한 예가 많다. 택시 호출 앱 우버가 등장하기 전 우리는 위태롭게 차도로 몸을 내밀고 택시를 불렀다. 우버 출현 후 그처럼 어리석은 행동도 없는 듯이 보였다.

이들 기업은 우리에게 판매할 제품만 발명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무엇이 됐든 기존의 것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파는 건 개선이 아니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우리에게 ‘다름’을 판다. 그들은 새 제품이나 서비스 카테고리를 선보인다. 예를 들어 한 세기 전 클래런스 버즈아이가 냉동식품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 내거나 근년 들어 우버가 주문형 교통수단을 새로 정의하는 식이다. 그런 기업들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한다. 그들은 기존의 것들을 낡고 거추장스럽고 비효율적이고 비싸고 불편해 보이게 만든다.
업종을 창조·개발·지배하는 기업 ‘카테고리 킹’으로 테슬라 모터스(사진), 에어비앤비, 스냅챗, 트위터가 손꼽힌다.
IT 업계에서 ‘혁신’은 신성한 단어였다. 그러나 와해성 혁신은 부산물이지 목표가 아니다. 전설적인 기업들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해 자석처럼 소비자를 끌어들인다. 고객은 거기에 공감해 새 카테고리로 몰려든다. 몇몇 경우 기존 카테고리는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면서 활력을 잃고 소멸한다.

그런 식으로 확실한 새 카테고리가 기존 카테고리를 와해시킨다. 그러나 세계의 가장 현명한 혁신가들은 결코 와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당초 목표는 재즈의 와해가 아니었다. 자신의 영혼에서 나오는 사운드, 로큰롤의 창조였다. 록음악은 재즈와 다를 뿐 더 나은 건 아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젊은 음악 팬들이 록음악을 받아들이면서 대형 밴드 재즈와 가수들을 외면했다. 엘비스가 일군 창조의 부산물이 와해였다.

때로는 새 카테고리의 융성이 와해를 수반하지 않을 때도 있다. 에어비앤비는 주문형 숙소라는 새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그러나 물론 브라이언 체스키 공동창업자 겸 CEO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이것이 호텔 업계의 붕괴로 이어지리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새 업종을 창조·개발·지배하는 기업을 가리키는 용어가 카테고리 킹(category kings)이다. 때때로 (가령 지난해 그랬듯이) 스타트업의 치솟는 기업가치를 둘러싼 과도한 기대감이 IT 업계를 뒤덮는다. 그러나 와해성 혁신과 마찬가지로 기업가치는 결과이지 전략은 아니다. 카테고리 킹이 아닌 기업은 몸값이 10억 달러까지 오른다 해도 순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카테고리 킹의 10억 달러 몸값은 호황에서든 불황에서든 저평가된 경우가 많다. 아마존닷컴·세일즈포스닷컴·페이스북·구글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책을 쓰는 동안 2000~2015년 미국 벤처자본을 밑천 삼아 창업한 IT 스타트업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시장 업종 전체 시가총액의 76%를 카테고리 킹들이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캐나코드 제뉴이티의 IT 분석가 마이클 워클리는 2014년 후반 스마트폰 기업들의 실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해당 분기 업종 전체 순익 중 애플의 비중이 93%를 차지했다. 경영 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 그룹의 에디 윤 수석 애널리스트는 경제지 포춘 선정 2010년 성장률 최고 기업 톱20 리스트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기업 매출액이 1달러 늘어날 때마다 시가총액이 평균적으로 3.40달러씩 상승했다. 그중 절반은 카테고리를 창조한 기업이었다고 윤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그리고 10개 기업의 경우 매출액 1달러 증가에 시가총액은 5.60달러 상승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에선 카테고리 창조 기업에는 몇 배 이상의 가치를 부여한다’고 썼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날까? 네트워크의 보편화, 클라우드 기반의 저가 공급, 소셜 미디어를 통한 번개 같은 속도의 입소문으로 승자독식 경제 체제가 더욱 강화된다. 특히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에서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네트워크 덕분에 누구나 어디서든 어떤 카테고리의 1등으로 알려진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대다수가 1등을 선택하기 때문에 2등이나 3등은 외면당한다.일단 어떤 기업이 카테고리 킹 자리에 오르면 선두업체와 나머지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예컨대 선두 기업은 갈수록 최고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한다. 요즘 세상에선 데이터가 권력이다. 최고의 인재들은 카테고리 킹에서 일하고, 최고의 파트너들은 카테고리 킹과 거래하고 싶어 한다. 외부 개발자들도 카테고리 킹의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한다. 유력한 투자자들도 그들에게 자금을 대고 싶어 하고 일류 투자은행가들은 기업공개(IPO)를 맡기를 원한다. 카테고리 킹이 경제적으로 한참 앞서 나가며 불어나는 자금으로 기업을 사들여 격차를 더 크게 벌여나간다. 카테고리 킹의 경제력은 갈수록 커져간다.

경기가 상승할 때는 카테고리 킹 전략이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그리고 경기하강으로 뒤따르는 경쟁자들이 주저앉을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최악’의 불경기 중에 성장한 카테고리 킹도 있다. 구글은 닷컴 붕괴 직후인 2000년대 초반, 에어비앤비는 금융시장이 붕괴된 2008년, 냉동식품 업체 버즈 아이는 대공황기 속에서 꽃을 피웠다.

에어비앤비, 테슬라 모터스, 스냅챗, 트위터는 최근 소비자 시장에서 카테고리 킹으로 꼽힌다. 업무용 기술 시장에도 카테고리 킹들이 넘쳐난다. 세일즈포스닷컴은 클라우드 기반 판매 자동화 카테고리를 개발했다. VM웨어는 컴퓨터 가상화 카테고리를 구축하고 지배했다. 워크데이·넷스위트·슬랙도 업무용 서비스의 새로운 카테고리 킹으로 꼽힌다.

카테고리 킹은 대부분 창업자 일생일대의 업적이다. 카테고리 킹 창조자로서의 역량을 입증한 사람은 극소수다. 사상 최고로 손꼽히는 인물은 예상대로 스티브 잡스, 특히 애플의 두 번째 전성기 때였다. 그의 리더십 아래 3대 카테고리가 탄생했다. 디지털 음악(아이팟과 아이튠스), 스마트폰(아이폰), 그리고 태블릿(아이패드)이다.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전기자동차, 그리고 스페이스X를 민간 우주비행의 카테고리 킹으로 만들었다. 놀랍게도 두 회사에서 동시에 그런 업적을 일궈냈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닷컴을 온라인 소매유통의 카테고리 킹으로 만드는 업적에서 출발해 전자책 단말기(킨들)와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서비스(아마존 웹 서비스)로 그런 성과를 재현했다. 그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시애틀의 벤처창업가 릭 바턴도 실적만큼은 그에 못지 않은 카테고리 킹 창조자다. 그는 익스피디아·질로·글래스도어 창업에 관여했다.

네트워크 시대가 카테고리 킹 경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지만 카테고리 킹이 네트워크 시대의 현상만은 아니다. 1983년 크라이슬러는 미니밴을 선보이면서 개인 차량(personal vehicle) 카테고리를 새로 창조한 뒤 30년 동안 지배했다. 밥 피트먼의 MTV, 테드 터너의 CNN도 과거 카테고리 킹이었다. 보잉은 1958년 707기로 제트 여객기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그러니 유니콘(unicorn,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신생 벤처) 같은 데는 신경 쓰지 말자. 미래의 위대한 기업을 찾으려면 자칭 와해성 혁신가들에게서 눈을 돌려 창조기업을 찾아라. 엘비스를 발굴하라.



이 글은 지난 6월 14일 출간된 케빈 메이니와 알 래더먼, 데이브 페터슨, 크리스포터 록히드의 공저 ‘창조기업(Play Bigger: How Pirates, Dreamers, and Innovators Create and Dominate Markets)’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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