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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보유 부동산 리츠에 '줄매각' 나선 배경은

빠른 유동화·운용보수 수취 장점
그룹 우량 자산 재조정 측면도

삼성이 보유 자산을 계열사인 삼성FN리츠에 매각한다. [사진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삼성이 최근 보유한 부동산 매각에 한창이다. 그룹사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에 계열사들도 자금을 투입하며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경기 성남 판교사옥을 삼성그룹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 계열사인 삼성FN리츠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화재는 판교사옥을 삼성FN리츠에 매각한 뒤 건물을 임차하는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형태로 유동성을 확보한다. 매각 규모는 약 1259억원이다. 

이번 매각 작업에는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대거 참전한다. 삼성증권은 9월 중으로 실시 예정인 삼성FN리츠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이사회 의결을 마쳤다. 이번에 출자 예정금액은 524억1500만원 규모다. 

삼성증권 외에도 삼성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삼성생명은 128억원, 삼성화재는 123억원을 출자한다. 유상증자 외에도 삼성FN리츠는 삼성생명에 2500억원, 삼성화재에 1100억원 규모 대출을 신청했다. 차입기간은 2년 정도로 9월에 대출이 실행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삼성FN리츠는 1259억원 규모의 삼성화재 판교 사옥과 토지를 9월 중에 매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수도권 주요 자산을 정리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빌딩,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을 일찌감치 처분한데 이어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일부도 매각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그룹이 자산을 부동산에 묶어 두기보다 건물을 정리해 현금을 비롯한 유동성 자산을 선호하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룹 리츠 활용한 자산 매각…“자산 재조정”

특히 이번 삼성화재 판교사옥처럼 외부가 아닌 그룹사 리츠에 건물을 매각하는 것은 최근 신세계, SK, 한화 등 대기업이 많이 취하는 전략이다. 그룹 자산을 리츠에 편입시키면 부동산에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 돼 있다 보니 외부에 매각하는 것보다 계열사 리츠에 매각하는 것이 빠른 유동화 측면에서도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특정 대상없이 그냥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다기보다는 삼성 그룹 내에 삼성 FN리츠에 자산을 넘기는 형태로 유동화시키고 있다”며 “그거(삼성화재 판교사옥)보다 가치가 조금 낮은 거는 일부 시장에 내놓기도 하지만 그래도 좀 지켜야 할 자산이나 향후 자산 가치가 늘어날 걸로 보이는 거는 계열사 리츠로 자산을 넘기는 자산 재조정의 형태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리츠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리츠를 설립해 유동화하려는 건 옛날부터 움직임이 있었다”며 “계열사 각각의 본연의 업무들이 있는데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 비업무용 자산이기 때문에 여러 지표도 안 좋아지기 때문에 유동화 계획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동화할 때 다른 회사에 팔아버리면 매각 차익은 취할 수 있지만 다시 세일 앤드 리스백으로 했을 때 비용을 지출하는 구조가 된다”며 “하지만 계열사 리츠에 넘기면 유동화는 했지만 거기서 나오는 운용보수를 계속 수취할 수 있고, 리츠에서 또 한 번 매각하거나 할 때 한 번 더 매각 차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FN리츠는 삼성 금융계열사 4개사(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SRA자산운용·삼성증권)가 모인 스폰서형 리츠다. 스폰서리츠는 대기업 또는 전문운용사가 지분을 보유한 리츠로 통상 시장에선 건전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번 증자를 마치면 삼성FN리츠에 대한 지분율은 삼성증권이 1.8%에서 12.6%로 높아진다.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19.51%, 삼성화재는 18.73%로 양사의 지분율 변동은 없을 예정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삼성 FN리츠 자체가 기존에도 삼성이 많은 지분을 들고 있고 또 이번에도 삼성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기존에 들어가 있던 일반 기관 투자자나 일반 개미 투자자에게 지분이 희석되는 그런 부정적인 영향은 사실 크지는 않을 거로 보고 있다”며 “그것보다는 향후 리츠의 자산 가치가 늘어나게 될 좋은 자산을 편입시킨 측면에서 배당의 안정성 등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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