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월세살이] 꼬마 아파트·오피스텔 빌려 살아도 충분해요
[늘어나는 월세살이] 꼬마 아파트·오피스텔 빌려 살아도 충분해요
비혼족인 직장인 박정현(여·33)씨는 서울 영등포구 일대의 소형 오피스텔에 거주한다. 당초 은행 대출을 받아 소형 아파트를 한 채 구입할까 생각했지만, 외벌이로는 감당하기 버거울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 그는 고심 끝에 월세를 선택했다. 전용면적 19㎡(옛 11평)짜리로 방 한 개에 거실·주방까지 갖춰져 있어 혼자 지내는 데 큰 불편함은 없다. 임대료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정도다. 박씨는 “전세도 찾긴 했지만 전셋값이 비싼데다 물건도 거의 없어 월세를 골랐다”며 “매달 300만원씩 벌고 있어 월세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비혼족 주거패턴의 한 단면이다. 이들은 대체로 매매나 전세보다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비혼족이 많은 20~30대 1인 가구의 경우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거주 비율이 45.2%에 달했다. 자기 집을 가진 1인 가구는 11.6%에 그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비혼족은 주택 구입보다 임대를 선호하고, 특히 월세살이를 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월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목돈 마련에 대한 부담이 작아서다. 지난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거래된 전체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3371만원이다. 월 평균 200만원을 번다고 한다면 꼬박 13년 간 한 푼도 안 쓰고 월급을 모아야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결혼을 하게 되면 대체로 맞벌이가 가능해 대출을 받더라도 주택 매입에 따른 원리금(원금과 이자)을 납부하는 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지만, 비혼족에게는 큰 무리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극심한 전세난도 한몫한다.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이다. 저금리가 길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수익성 높은 월세를 선호하는 데 따른 영향이다. 전세 물건이 있다고 해도 전셋값은 너무 비싸기만 하다. 소득은 찔끔 느는 데 반해 전세보증금은 수천만원씩 뛰어 비혼족이 전세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비혼주의자인 이모(34)씨는 “집 사는 건 상상도 못하겠고 전셋값 부담도 만만치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살이 중”이라고 전했다.
내 집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는 비혼족이 줄어드는 것도 그 원인이다. 출산과 양육 등의 문제로 주거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또 집을 구입할 때 취득세와 재산세 등 세금을 내야 하고, 집값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떨어질까 걱정하는 것보다 그냥 월세 내며 속 편히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혼족인 유 모(39)씨는 “거액의 돈을 집을 사거나 전세 계약하느라 묶어 놓을 이유를 못 느끼겠다”며 “직장과 가까운 곳에 월셋집을 마련하고, 남는 돈으로 재테크를 하거나 여가생활 용도로 쓰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비혼족의 월세살이가 늘면서 주거공간의 트렌드도 변화하는 추세다. 초소형 주택 임대수요가 증가하면서 10평대 ‘꼬마 아파트’의 인기가 뜨겁다. 꼬마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이하인 소형 아파트보다 작은 50㎡ 미만의 아파트를 의미한다. 주로 원룸이나 투룸 형태다.
최근 신규 분양한 단지 중에선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65개 동, 총 680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이 중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 44㎡형이 전체의 10%(686가구)나 된다. 1억4000만원 대에 분양된 이 아파트는 침실 두 개와 주방, 거실을 갖춰 주택 수요자의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청약 접수 결과 전용 44㎡B타입은 최고 1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서울 녹번동에 나온 ‘힐스테이트 녹번’ 전용 49㎡형도 9가구 모집에 182명이 지원해 1순위에서 평균 2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실수요뿐 아니라 임대 목적으로 한 투자 수요도 몰린 결과라고 분양 관계자는 전했다.
기존 아파트 중에선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리센츠가 초소형을 낀 대표 단지다. 총 5563가구 중 868가구가 전용 27㎡형으로 이뤄져 있다. 잠실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27㎡형은 물건이 없어서 거래를 못할 정도로 인기”라며 “결혼을 하지 않은 1인 가구 수요가 많다”고 귀띔했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여성 전용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 과거와 달리 난방시설과 욕실이 기본적으로 설치된데다 아파트 못지 않은 편의시설·보안시스템 등을 갖추는 곳이 늘어서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분양된 광교 더샵 오피스텔 안에는 피트니스센터·실내골프연습장·게스트룸 등이 마련된다. 분양대행회사의 한 관계자는 “주로 소득 수준이 비교적 높은 비혼족 사이에서 주거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꼬마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전문직 종사자나 대기업 직원 등 고소득 비혼족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면,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이들에겐 셰어하우스(share house)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아파트나 빌라, 단독주택 같은 집을 여러 명이 함께 빌려 사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공동주택으로 침실을 제외한 거실이나 부엌, 욕실 등 공용 공간을 함께 쓰는 게 특징이다. 입주자는 주로 20대 후반~30대 중반으로, 비혼족도 적지 않다는 게 한 셰어하우스 운영 업체 측 설명이다. 임대료는 지역과 방 면적 등에 따라 한 사람당 30만~60만원 정도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집 안의 방 한 칸을 빌려 사는 개념이라 보증금이 없거나 적고 일반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보다 월세가 싼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비혼족의 월세살이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자가 소유나 전세에 비해 가격 부담이 작고 자가 소유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어서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오피스텔 등의 공급이 월세 형태로만 머무르고 전세 공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비혼 인구의 증가는 월세 가속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월세시장이 커지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초소형 아파트 등에 대한 수요도 늘어 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비혼족 주거패턴의 한 단면이다. 이들은 대체로 매매나 전세보다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비혼족이 많은 20~30대 1인 가구의 경우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거주 비율이 45.2%에 달했다. 자기 집을 가진 1인 가구는 11.6%에 그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비혼족은 주택 구입보다 임대를 선호하고, 특히 월세살이를 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20~30대 1인 가구 월세 거주 비율 45%
극심한 전세난도 한몫한다.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이다. 저금리가 길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수익성 높은 월세를 선호하는 데 따른 영향이다. 전세 물건이 있다고 해도 전셋값은 너무 비싸기만 하다. 소득은 찔끔 느는 데 반해 전세보증금은 수천만원씩 뛰어 비혼족이 전세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비혼주의자인 이모(34)씨는 “집 사는 건 상상도 못하겠고 전셋값 부담도 만만치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살이 중”이라고 전했다.
내 집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는 비혼족이 줄어드는 것도 그 원인이다. 출산과 양육 등의 문제로 주거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또 집을 구입할 때 취득세와 재산세 등 세금을 내야 하고, 집값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떨어질까 걱정하는 것보다 그냥 월세 내며 속 편히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혼족인 유 모(39)씨는 “거액의 돈을 집을 사거나 전세 계약하느라 묶어 놓을 이유를 못 느끼겠다”며 “직장과 가까운 곳에 월셋집을 마련하고, 남는 돈으로 재테크를 하거나 여가생활 용도로 쓰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비혼족의 월세살이가 늘면서 주거공간의 트렌드도 변화하는 추세다. 초소형 주택 임대수요가 증가하면서 10평대 ‘꼬마 아파트’의 인기가 뜨겁다. 꼬마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이하인 소형 아파트보다 작은 50㎡ 미만의 아파트를 의미한다. 주로 원룸이나 투룸 형태다.
최근 신규 분양한 단지 중에선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65개 동, 총 680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이 중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 44㎡형이 전체의 10%(686가구)나 된다. 1억4000만원 대에 분양된 이 아파트는 침실 두 개와 주방, 거실을 갖춰 주택 수요자의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청약 접수 결과 전용 44㎡B타입은 최고 1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서울 녹번동에 나온 ‘힐스테이트 녹번’ 전용 49㎡형도 9가구 모집에 182명이 지원해 1순위에서 평균 2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실수요뿐 아니라 임대 목적으로 한 투자 수요도 몰린 결과라고 분양 관계자는 전했다.
기존 아파트 중에선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리센츠가 초소형을 낀 대표 단지다. 총 5563가구 중 868가구가 전용 27㎡형으로 이뤄져 있다. 잠실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27㎡형은 물건이 없어서 거래를 못할 정도로 인기”라며 “결혼을 하지 않은 1인 가구 수요가 많다”고 귀띔했다.
여성 전용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도 꾸준
꼬마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전문직 종사자나 대기업 직원 등 고소득 비혼족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면,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이들에겐 셰어하우스(share house)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아파트나 빌라, 단독주택 같은 집을 여러 명이 함께 빌려 사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공동주택으로 침실을 제외한 거실이나 부엌, 욕실 등 공용 공간을 함께 쓰는 게 특징이다. 입주자는 주로 20대 후반~30대 중반으로, 비혼족도 적지 않다는 게 한 셰어하우스 운영 업체 측 설명이다. 임대료는 지역과 방 면적 등에 따라 한 사람당 30만~60만원 정도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집 안의 방 한 칸을 빌려 사는 개념이라 보증금이 없거나 적고 일반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보다 월세가 싼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비혼족의 월세살이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자가 소유나 전세에 비해 가격 부담이 작고 자가 소유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어서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오피스텔 등의 공급이 월세 형태로만 머무르고 전세 공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비혼 인구의 증가는 월세 가속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월세시장이 커지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초소형 아파트 등에 대한 수요도 늘어 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中 “엔비디아 중국에서 뿌리내리길”…美 반도체 규제 속 협력 강조
2충격의 중국 증시…‘5대 빅테크’ 시총 한 주 만에 57조원 증발
3이재용 ‘부당합병’ 2심도 징역 5년 구형…삼성 공식입장 ‘無’
4격화하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갈등…예화랑 계약 두고 형제·모녀 충돌
5“이번엔 진짜다”…24년 만에 예금자보호 1억원 상향 가닥
6로앤굿, 국내 최초 소송금융 세미나 ‘엘피나’ 성료
7카드사들, 후불 기후동행카드 사전 신청받는다…사용은 30일부터
8카카오페이증권, 간편하고 편리한 연금 관리 솔루션 출시
9한화투자증권, ‘증권업 최초’ 공공 마이데이터 활용 서비스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