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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위 빅뱅

54위 빅뱅

아이돌 그룹 빅뱅이 한국 연예인 중 처음으로 포브스 100대 셀러브리티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에만 44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빅뱅은 독특한 K-팝 장르를 소개하는 통로가 되어주는 동시에 전세계 어디에서든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창출 모델의 청사진을 제시한다.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있는 1만 9000석 규모의 실내경기장 혼다 센터(Honda Center)가 군중으로 꽉 찼다. YG 엔터테인먼트 미국 사무소 대표 조주종은 한국 보이그룹 빅뱅을 보러 온 사람들을 헤치고 지나가다가 울고 있는 러시아 소녀를 발견했다. 왜 우는지 말을 잇지 못했지만,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고 확신한 그는 다시 갈 길을 재촉했다.

“백스트리트 보이즈 때와 비슷하다”고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는 사람이 많다.” 중성적 느낌의 한국 소년 5명이 러시아인도 매혹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팝 장르 중에서도 요즘 가장 ‘핫’하다는 독특한 스타일의 K-팝 파급력이 그 정도로 강해졌다.
 빅뱅을 기획한 YG 엔터테인먼트
K-팝이라는 틈새시장에서 ‘탑’을 차지한 빅뱅은 지난 1년간 4400만 달러의 세전수입을 가져 갔다. 실내경기장 콘서트에 적합한 아레나팝을 부르는 남성 밴드 중 가장 잘 나간다는 마룬 5(Maroon 5)의 수입 335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선 금액이다. 빅뱅은 포브스 셀러브리티 100위 순위에서 54위를 차지했다. 빅뱅 멤버의 사업적 감각보다는 높은 음원 인기가 성공에 더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지만, 랩퍼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닥터 드레(63위, 4100만 달러), 지미 버핏(66위, 4050만 달러)보다 높은 수입이다. “마룬 5보다 많이 벌었다구요?” 빅뱅 리더 ‘지드래곤’ 권지용(27)이 통역사를 통해 말했다. “몰랐어요. 수입은 어머니가 관리하거든요.”

다행히 그룹의 재무는 가족 매니저보다 훨씬 체계적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다. 빅뱅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 사람은 한때 K-팝 아이돌이었던 ‘YG’ 양현석(47)과 그의 이름을 딴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6억 3000만 달러 가치의 상장기업 YG 엔터테인먼트는 음반사이자 기획사, 콘서트 홍보 에이전시 역할을 하며 패션부터 마케팅, 영화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YG 엔터테인먼트와 양현석은 빅뱅을 기획했을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 한정됐던 한국 대중음악의 세계무대 진출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현대 K-팝 흐름을 만들어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YG 소속 가수 면면을 보면 비슷한 사례가 많다. 걸그룹 2NE1의 콘서트 투어는 세계 곳곳에서 매진을 이어갔고, 최근에는 니키 미나즈와 함께 아디다스 글로벌 광고를 찍었다. 래퍼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2012년 음원 공개 이후 유튜브 조회수 26억 뷰를 돌파하며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10년 전만 해도 K-팝은 아시아를 벗어나면 불법 다운로드나 희귀음반 전문매장을 통해서나 접할 수 있었다. 그 때라면 지금과 같은 전파력은 불가능했을 거다. “과거에는 음원 배포와 접속에 제한이 있었다”고 양현석이 말했다. 지금까지 추세를 기준으로 봤을 때 YG 엔터테인먼트는 올해에만 2500억 달러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시대에는 지리적 경계가 중요치 않다.”

K-팝의 인기를 상대적으로 최근에 알게 됐다면, 그건 정말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미국 문화의 영향이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친 때는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부터였다. 당시 미군 주둔지에 살던 한국인들을 필두로 서구의 팝 음악과 로큰롤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팝과 유럽의 일렉트로닉 뮤직, 힙합과 기존 아시아 음악 장르가 한데 어우러지며 현대적 K-팝이 탄생한 건 1990년대 이후다.
 ‘서태지와 아이들’ 양현석의 성공신화
양현석은 이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고등학교 때에는 소울트레인 음악을 모방하고 마이클 잭슨의 안무를 연습하며 시간을 보냈다. 1992년 가수 서태지가 춤을 배우기 위해 양현석을 찾아왔고, 둘은 제3의 멤버를 영입해 3인조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을 결성했다. 그리고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힙합을 결합한 곡을 선보였다. 첫 히트곡 “난 알아요”는 롤링스톤즈에서 역대 최고 보이밴드 노래 중 하나로 선정됐다.

1996년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은 은퇴를 선언했고, 양현석이 세운 YG 엔터테인먼트는 K-팝 생산공장으로 성장했다. 초기에 키운 연습생 중 한 명이 지드래곤이다. 12세 무렵 YG 연습생으로 발탁된 지드래곤은 빅뱅의 멤버가 될 ‘태양’ 동영배와 함께 데뷔를 준비했다.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은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재능을 입증하자 양현석은 이후 사이먼 코웰이 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을 결성한 것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재능을 보인 참가자들을 조합해 서로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을 결성했다.

2006년 데뷔한 빅뱅은 이후 6년간 6개 앨범(한국어 앨범 2개, 일본어 앨범 4개)을 발매하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노래 곳곳에는 추가로 영어 가사도 뿌려 놓았다.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시장도 진출했다. “돈이 되진 않았다”고 조주종은 말했다. “그러나 인지도는 확실히 올려줬다.”

음반 발매 수익 회수부터 매니저, 콘서트 홍보, 연예 기획 및 관리를 모두 담당하는 YG는 수직으로 통합된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YG보다 뒤에 설립된 힙합 뮤지션 제이지(Jay Z)의 록 네이션(Roc Nation)도 비슷한 전략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사업모델 덕분에 YG는 회사 전체 매출의 25%밖에 차지하지 않는 음원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가 없다. 라이브 콘서트가 음원 수입에 버금갈 수 있는 건 빅뱅 덕분이다. 최근 있었던 빅뱅의 월드투어 ‘메이드(Made)’는 개최 도시당 평균 26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공연 시작 24시간 전부터 팬들이 줄을 서거나 콘서트장 근처에서 야영을 한다”고 콘서트 홍보업체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Live Nation Korea)의 조용배 전무이사는 말했다. “서구 가수의 콘서트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전 세계 어디서든 사랑받을 거라 확신”
싸이가 글로벌 무대를 뚫었고 빅뱅이 폭발적 수입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K-팝은 아직 아시아 시장에 많이 의존한다. 적어도 YG의 실질 수입을 살펴보면 그렇다. 한국 시장이 YG 수입의 40%를 차지하고, 일본(36%)과 중국(20%)이 나머지 해외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래도 LVMH가 2014년 YG 지분 12%를 8000만 달러에 매입하는 등 서구 브랜드는 이들의 곁을 맴돌고 있다. 한국 정부와 공동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추가적 수입원이 된다. 현재 YG는 한국 정부와 함께 서울 외곽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쇼핑몰과 콘서트장, 녹음 스튜디오를 완벽히 갖춘 ‘K-팝 스튜디오 시티’ 건설을 기획 중이다.

다음 수익을 약속하는 시장은 북미 지역이다. 현대적 실내경기장과 지출을 아끼지 않는 음악 팬이 넘치는 시장이다. 미국은 아직 YG 매출액에서 한 자릿수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최고 인기 가수들은 미국 서부와 동부에서 콘서트 매진을 기록하며 할리우드 유수 제작사의 러브콜을 이끌고 있다. 싸이와 2NE1 씨엘은 미국 최고 프로듀서 스쿠터 브라운과 손을 잡았다. 포브스 100대 셀러브리티에 단골로 등장하는 저스틴 비버와 ‘30세 미만 30대 지도자’에 이름을 올린 세계적 EDM DJ 마틴 개릭스(Martin Garrix) 등 슈퍼스타를 관리하는 제작자다. (미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두 한국 뮤지션의 활동은 여전히 YG가 관리한다.)

빅뱅의 수입은 개릭스를 훌쩍 뛰어넘고, 비버의 수입에도 뒤지지 않는다. 대부분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겠지만, 양현석 사장은 예외다. “빅뱅의 성공에 놀라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전세계 어디서든 큰 사랑을 받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 ZACK O'MALLEY GREENBURG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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