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는 지금] 2020년 이후 대중화 속도 붙을 듯
[‘궁극의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는 지금] 2020년 이후 대중화 속도 붙을 듯
‘8월 어느 날 아침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 출근시간대라 수많은 승용차와 택시·버스가 복잡하게 오고 가지만 차량 흐름을 살피는 경찰은 마스크 하나 착용하지 않았다. 네거리의 공기는 마치 시골길처럼 맑기만 하다. 오가는 차량의 배기구에서는 매연 대신 물만 똑똑 떨어진다.’
앞으로 9년 후인 2025년쯤 수소연료전지 전기차(수소전기차)가 일반화하면서 서울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프로스트 앤 글리반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수소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2018년부터 앞다퉈 차량을 출시하고, 더불어 세계 각국 정부도 관련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이미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독자 개발한 현대차는 2018년 차세대 전용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도 시장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현재 전 세계를 대상으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에는 기아차도 신차를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든다. 이 밖에도 올해 초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수소 전기차 콘셉트카를 공개한 아우디, 도요타와 ‘연료전지(FC) 시스템 공동 개발’ 계약을 한 BMW도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혼다와 수소전기차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GM도 차량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포드의 경우엔 닛산·메르세데스-벤츠 등과 수소전기차 공동 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폴크스바겐도 캐나다 수소전기차 전문업체 발라드파워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궁극(窮極)의 전기차’로 불린다. 현재 전기차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대부분을 수소전기차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전기차가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 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차라면,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전기차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가 만나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로 움직이는 차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전극에서 수소와 산소가 발생되는데, 연료전지는 이러한 전기분해의 역반응을 이용한 것이다. 일반 배터리와 달리 수소연료와 공기가 공급되는 한 계속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의지하고 있는 지금의 전기차는 1회 충전시 갈 수 있는 최대 거리가 400㎞에 못 미친다. 전기차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 테슬라의 모델S가 380㎞, 모델3는 346㎞의 주행거리를 기록한다. 국산 전기차 중 최대 주행거리를 자랑한다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91㎞에 불과하다. 더구나 에어컨을 틀 경우 주행거리는 이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가려면 도중에 한 번 이상 충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차의 용도는 시내 출퇴근이나 가까운 근교 나들이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충전에도 어려움이 있다. 아이오닉의 경우 시설을 갖춘 곳에서 급속 충전을 할 때 24분, 가정에서 충전할 때는 4시간 이상 걸린다. 한국의 주거형태가 대부분 아파트인 점을 고려하면, 가정 충전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테슬라 모델S의 경우 일반 공용 완속 충전기에서는 13시간 이상, 테슬라 전용 급속 충전소인 수퍼차저 스테이션에서도 75분이 걸린다.
수소전기차는 차원이 다르다. 현대차의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한 번 수소를 충전하면 최대 594㎞까지 주행할 수 있다. 충전도 간편하다. LPG차량처럼 충전소에서 짧은 시간 안에 간단히 충전만 하면 된다. 수소전기차는 발전소와 에너지 저장소 역할도 한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로 모터를 돌리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연료전지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수소연료탱크 자체가 일종의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역할을 한다. 재난 등 비상 시에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고, 캠핑 등 야외 레저활동에서 전기 공급원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로 수소전기차 10만대를 연결한다면, 1GW급 발전용량의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전력량을 확보할 수 있다. 환경정화 기능은 수소전기차만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이다. 배기가스 대신 순수한 물만을 배출해서가 아니다. 수소전기차는 구조상 공기필터를 통해 외부 공기를 정화해 연료전지 스택(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와 물을 만드는 주요 장치)에 공급한다. 공기 필터가 걸러내지 못하는 미세먼지가 있다 하더라도, 전기 생산 촉진을 위한 가습(加濕) 과정에서 추가로 먼지가 줄어든다.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한 대가 1㎞를 달리면 미세먼지를 최대 20mg 줄이는 효과가 있다. 디젤 중형 승용차가 1㎞ 주행 때 배출가스를 통해 미세먼지를 약 10mg 발생시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소전기차 한 대가 최대 디젤차 두 대분의 배출가스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셈이다. 특히 수소전기버스의 경우엔 최대 디젤 중형 승용차 40~50대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수소전기차가 많이 달릴수록 도심 공기의 질이 더 좋아진다는 얘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전기차의 공기필터는 대기중의 미세먼지(PM)를 99.9% 정화할 수 있다”며 “황산화물을 포함한 화학물질도 상당 부분 정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수소전기차가 왜 여태껏 상용화되지 못했을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잖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수소전기차의 핵심인 연료전지 시스템의 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연료전지는 전기를 생산하는 촉매로 1㎏에 1억원이 넘는 귀금속인 백금을 사용한다. 수소차 한 대에는 백금 50∼70g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투산 연료전지차의 현재 판매가는 8500만원에 달한다. 전기차 아이오닉이 세제 지원을 받기 전 판매가가 4000만원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배 이상으로 비싸다.
물론 백금을 대신할 저렴한 촉매가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백금촉매를 대체할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지난해 5월에는 백종범 울산과기대(UNIST) 교수 연구팀이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뛰어난 안정성과 성능을 지닌 ‘탄소 기반 촉매’ 개발에 대한 논문을 세계 주요 과학 저널인 ‘케미컬 리뷰(Chemical Reveiws)’ 온라인 판에 발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백 교수는 “탄소 촉매는 1㎏당 100만원 이하에 공급이 가능하면서도 뛰어난 안정성과 성능을 보인다”며 “이 연구가 연료전지 상용화가 앞당겨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도 쉽지 않은 숙제다. 한국에서 수소 충전소 한 곳을 설치하려면 약 30억원이 든다. 수소전기차가 대중화하려면 기존 휘발유·경유 주유소처럼 전국 곳곳에 수소 충전소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마침 지난 봄과 초여름 사이 터진 미세먼지 논란이 수소전기차 인프라 보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수소차 누적 대수를 2020년까지 1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9개에 불과한 수소 충전소도 2020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보조금 외에 지자체 차원의 구매 보조금을 도입하고, 수소전기차 가격 인하도 유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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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9년 후인 2025년쯤 수소연료전지 전기차(수소전기차)가 일반화하면서 서울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프로스트 앤 글리반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수소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2018년부터 앞다퉈 차량을 출시하고, 더불어 세계 각국 정부도 관련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환경정화 기능에 주행거리도 길어
수소전기차는 ‘궁극(窮極)의 전기차’로 불린다. 현재 전기차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대부분을 수소전기차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전기차가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 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차라면,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전기차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가 만나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로 움직이는 차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전극에서 수소와 산소가 발생되는데, 연료전지는 이러한 전기분해의 역반응을 이용한 것이다. 일반 배터리와 달리 수소연료와 공기가 공급되는 한 계속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의지하고 있는 지금의 전기차는 1회 충전시 갈 수 있는 최대 거리가 400㎞에 못 미친다. 전기차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 테슬라의 모델S가 380㎞, 모델3는 346㎞의 주행거리를 기록한다. 국산 전기차 중 최대 주행거리를 자랑한다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91㎞에 불과하다. 더구나 에어컨을 틀 경우 주행거리는 이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가려면 도중에 한 번 이상 충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차의 용도는 시내 출퇴근이나 가까운 근교 나들이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충전에도 어려움이 있다. 아이오닉의 경우 시설을 갖춘 곳에서 급속 충전을 할 때 24분, 가정에서 충전할 때는 4시간 이상 걸린다. 한국의 주거형태가 대부분 아파트인 점을 고려하면, 가정 충전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테슬라 모델S의 경우 일반 공용 완속 충전기에서는 13시간 이상, 테슬라 전용 급속 충전소인 수퍼차저 스테이션에서도 75분이 걸린다.
수소전기차는 차원이 다르다. 현대차의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한 번 수소를 충전하면 최대 594㎞까지 주행할 수 있다. 충전도 간편하다. LPG차량처럼 충전소에서 짧은 시간 안에 간단히 충전만 하면 된다. 수소전기차는 발전소와 에너지 저장소 역할도 한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로 모터를 돌리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연료전지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수소연료탱크 자체가 일종의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역할을 한다. 재난 등 비상 시에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고, 캠핑 등 야외 레저활동에서 전기 공급원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로 수소전기차 10만대를 연결한다면, 1GW급 발전용량의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전력량을 확보할 수 있다.
연료전지 시스템 단가 낮추는 연구 한창
이처럼 장점이 많은 수소전기차가 왜 여태껏 상용화되지 못했을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잖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수소전기차의 핵심인 연료전지 시스템의 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연료전지는 전기를 생산하는 촉매로 1㎏에 1억원이 넘는 귀금속인 백금을 사용한다. 수소차 한 대에는 백금 50∼70g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투산 연료전지차의 현재 판매가는 8500만원에 달한다. 전기차 아이오닉이 세제 지원을 받기 전 판매가가 4000만원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배 이상으로 비싸다.
물론 백금을 대신할 저렴한 촉매가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백금촉매를 대체할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지난해 5월에는 백종범 울산과기대(UNIST) 교수 연구팀이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뛰어난 안정성과 성능을 지닌 ‘탄소 기반 촉매’ 개발에 대한 논문을 세계 주요 과학 저널인 ‘케미컬 리뷰(Chemical Reveiws)’ 온라인 판에 발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백 교수는 “탄소 촉매는 1㎏당 100만원 이하에 공급이 가능하면서도 뛰어난 안정성과 성능을 보인다”며 “이 연구가 연료전지 상용화가 앞당겨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도 쉽지 않은 숙제다. 한국에서 수소 충전소 한 곳을 설치하려면 약 30억원이 든다. 수소전기차가 대중화하려면 기존 휘발유·경유 주유소처럼 전국 곳곳에 수소 충전소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마침 지난 봄과 초여름 사이 터진 미세먼지 논란이 수소전기차 인프라 보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수소차 누적 대수를 2020년까지 1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9개에 불과한 수소 충전소도 2020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보조금 외에 지자체 차원의 구매 보조금을 도입하고, 수소전기차 가격 인하도 유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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