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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강압 사이

낭만과 강압 사이

공개 청혼이 매우 감동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상대방에게 수락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있어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중국의 여자 다이빙 선수 허쯔는 시상식이 끝난 뒤 연인이자 동료 선수인 친카이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
리우 올림픽 다이빙 여자 3m 스프링보드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중국의 허쯔는 시상식이 끝난 뒤 연인이자 동료 선수인 친카이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 친카이가 무릎을 꿇고 청혼하자 울음을 터뜨린 허쯔는 청혼을 받아들이면서 그를 포옹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관중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총 5건의 프로포즈가 이뤄져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공개적인 청혼이 낭만적인지, 강압적인지, 혹은 사생활의 지나친 공개인지를 둘러싼 논란이다. 청혼은 한 커플의 인생에서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순간 중 하나다. 그런데 왜 공개 청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까?

요즘은 별생각 없이 시시콜콜한 사생활까지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사적인 순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경향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집착과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싱글드 아웃’ 등의 저서를 펴낸 사회심리학자 벨라 디폴로는 “공개 청혼은 과시 문화”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 때는 자신을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다. 그래서 소셜미디어와 TV ‘인간극장’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공유한다.”

레스토랑이나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청혼하는 것이 낭만적인지 끔찍한 일인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렸다. 어떤 사람들은 쇼핑센터에서 이뤄지는 플래시몹 형태의 청혼을 전통에서 탈피한 신선한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상적인 관계를 제시하는 낭만적인 영화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캐나다 빅토리아대학에서 청혼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리사 홉록은 “일부 구혼자는 TV에서 공개 청혼을 보고 모든 사람이 그런 청혼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거창한 공개 청혼이 지붕 위에 올라가 사랑을 고백하는 것처럼 낭만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파트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공개 청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홉록은 말한다.

하지만 디폴로는 공개 청혼이 불안감의 표시라고 주장한다. 사적인 순간을 두 사람만의 것으로 간직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데 더 마음을 쓰는 이유는 확신이 없어서라는 설명이다. “더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공개석상에서 하고 싶어 하는 사적인 이벤트가 특정 분야에 국한돼 있다는 사실이다. 청혼과 졸업무도회의 파트너가 돼달라는 요청이 그런 분야다. 난 사람들이 거창한 공개 청혼을 하는 이유는 결혼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올림픽 청혼에 대해 논평한 많은 사람이 공개 청혼은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확신이 없는 남성이 긍정적인 대답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공개석상에서 하는 청혼은 받는 사람에게 ‘예스’라고 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준다. 올림픽 같은 세계적인 무대에서 이뤄지는 청혼은 특히 그렇다.

사람들은 허쯔가 친카이에게 반지와 붉은 장미를 받은 뒤 오랫동안 뜸을 들이다가 청혼을 수락한 사실에 주목했다. “상대방이 청혼을 수락하도록 압력을 넣으려고 공개 청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고 홉록은 말했다. “공개석상에서는 ‘예스’라고 대답하고 나서 사적으로 거절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예 공개적으로 ‘노’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 또 대답을 회피하고 도망치는 사람도 있다.”

공개 청혼에는 문화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일부 문화에서는 남자나 여자가 부모나 가족, 친구나 이웃 앞에서 청혼하는 게 일반적이다. “공개 청혼의 풍습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홉록은 말한다. “일부 문화에서는 구혼자가 가족 앞에서 청혼하는 공식 행사가 존재한다.” 약혼식의 전통을 지닌 나라도 많다. 일례로 베트남에서는 신랑과 신부 가족이 모두 참석하는 약혼식에서 청혼을 한다.

홉록은 청혼과 결혼의 방식을 상대방과 상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공개 청혼보다는 사적인 청혼을 좋아하는 듯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많은 사람 앞에서 청혼한 파트너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홉록은 말한다. “상대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그 말을 믿어라. 또 어떤 방식으로 청혼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반지를 준비해서 사적으로 하는 게 좋다.”

- 리디아 스미스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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