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한 6곳 모두 1순위 마감 … 시장 달아올라 투자 주의해야

#1. 지난 여름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아파트 청약에서 떨어진 이정환(41)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할지, 좀 더 기다린 후 인근의 다른 뉴타운 단지에 청약하는 게 나을지 판단이 안 서기 때문이다. 이씨는 “원래 새 아파트에 당첨될 자신이 없어서 분양권을 사려고 했는데, 웃돈(프리미엄)이 2000만원 이상 붙어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지 계속 저울질 중”이라고 말했다.

#2. 경기도 분당에 사는 한모(49)씨는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내 재개발 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을 팔려고 내놨다가 거둬들였다. 지난 여름 인근 7·8구역이 ‘청약 대박’을 터뜨리면서 소형 빌라의 지분 가격이 3.3㎡당 수백만원씩 올랐기 때문이다. 한씨는 “지분 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여 당분간 갖고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권의 새 주택 공급원인 뉴타운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올 초부터 불어온 강남 재건축발(發) 훈풍이 뉴타운으로 확산하면서 주택 수요자의 발길이 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가 강남권 ‘블루칩’이라면 뉴타운은 강북지역 중심의 비강남권 ‘대장주’인 셈이다.

뉴타운은 이웃한 여러 재개발 구역을 한데 묶어 계획적으로 개발하는 대규모 주거지로, 도심 속 신도시로 불린다. 교통·교육 등 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주로 대형 건설사가 지어 브랜드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거나 낡은 아파트에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장 분위기도 괜찮다. 올해 서울에서 청약을 받은 뉴타운 단지는 6곳으로, 모두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지난 8월 말 성북구 장위뉴타운 1구역에서 분양한 래미안 장위1은 1순위 평균 21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강북권 분양물량 중 최고 경쟁률이다. 계약도 기대 이상이었다. 계약 시작 닷새 만에 ‘완판(완전 판매)’됐다. 대림산업이 7월 동작구 흑석뉴타운 7구역에 선보인 아크로리버하임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평균 89대 1에 달했다.

최근 분양한 단지들의 청약이 호조를 보이자 뉴타운 사업장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이 대표적이다. 신길5구역은 기존 건물 철거에 들어갔고 신길9, 12구역은 주민 이주가 진행되고 있다. 신길3, 8구역은 관리처분계획(최종 재개발 계획) 단계에 있다, 준강남권인 흑석뉴타운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흑석3구역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9구역은 내년 초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시공사 간 물밑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재개발 지분 가격이나 아파트 분양권 웃돈도 오름세다.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소형 빌라 지분값은 3.3㎡당 5500만~60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장위뉴타운에서 분양한 꿈의숲 코오롱 하늘채 분양권에는 2500만~3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흑석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지분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며 “지난 여름에 2개 단지가 분양했는데 아직 전매 제한이 풀리지도 않았지만, 5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은 매물이 수두룩하다”고 귀띔했다. 뉴타운 물량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돈’이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마케팅담당 임원은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재건축이나 뉴타운 단지는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씩 웃돈이 붙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지자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세력이 조합원 지분을 사들이거나 청약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심에 집을 지을 땅이 많지 않고 대기 수요가 풍부해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큰 것도 한 이유다. 여기에 2014년 말부터 이어진 규제 완화와 저금리 기조 역시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데다 대출 받아 돈을 빌리기도 쉬워 투자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일반분양에 돌입하는 뉴타운 아파트가 속속 나온다. 부동산정보업체와 건설사 등에 따르면 연말까지 서울 뉴타운에서 7개 단지, 4000여 가구(일반분양분 기준)가 분양될 예정이다. 대부분 현대건설·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가 시공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데다 지하철역 인근이어서 교통도 편리하다. 전용 60㎡ 이하 소형 주택이 적지 않아 청약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연내 분양물량을 선보이는 뉴타운은 도심권인 북아현(서대문구)과 동북권의 장위(성북구), 서남권인 신길(영등포구), 서북권의 수색증산(은평구), 강남권인 거여마천(송파구) 등이다. 장위뉴타운에선 삼성물산이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를 분양하고 있다. 총 1562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875가구(전용 59~116㎡)다. 신길뉴타운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10월 중 신길뉴타운 아이파크 369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모두 중소형인 전용 59~84㎡형으로 구성된다. 전용 59㎡형이 전체의 50%(187가구)를 차지한다. 수색증산뉴타운에선 롯데건설이, 북아현뉴타운에서는 현대건설이 각각 분양에 나선다.

분양가는 지역에 따라 차이 난다. 장위는 3.3㎡당 1500만원대, 신길은 1800만~1900만원대, 북아현은 1900만~2000만원 선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분양가가 계속 오르는 추세여서 가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장위뉴타운에 나오는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 분양가는 3.3㎡당 평균 1560만원으로, 두 달 전 인근에서 분양된 래미안 장위1(3.3㎡당 1540만원)보다 20만원 정도 높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은 과열된 상태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시장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어 분위기에 휩쓸려 청약을 고민하는 수요자가 많은데, 무리한 투자보다는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약 전에는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러 일반분양 분양가와 조합원 입주권(동·호수 추첨이 끝난 조합원 지분) 시세를 비교해 보는 게 좋다. 입주권은 일반분양과 달리 분양가를 나눠 낼 수 없어 자금 부담이 큰 만큼 일반분양 분양가보다 싼 매물이 나오기도 한다. 또 같은 뉴타운 안에서도 구역에 따라 입주 후 가격이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지하철역과 학교·편의시설이 가까운 단지가 유리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