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블로거들 ‘내 밥그릇 챙기기’
비디오 블로거들 ‘내 밥그릇 챙기기’
중개업자와 네트워크에 이용당하던 유튜브 콘텐트 제작자들 조합 결성해 인터넷에선 모든 일이 초고속으로 벌어진다. 동영상 클립을 공유하는 소규모 웹사이트로 시작된 유튜브는 10년 전 첫돌을 지나면서 곧바로 사용자 2000만 명 선을 돌파했다. 지금 유튜브는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그들은 매일 수억 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공유한다. 헌신적인 아마추어와 전업 비디오 블로거들이 제작한 수준급 동영상이다.
유튜브에서 인기 스타인 행크 그린은 “요즘의 인터넷 크리에이터(콘텐트 제작자)는 전문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디오 블로거이자 하이틴 소설 작가 존 그린의 동생이다.
유튜브는 인기가 치솟으면서 몇 분 간의 스트레스 해소용 눈요기에서 케이블 TV보다 더 널리 도달할 수 있는 방송의 일종으로 진화했다. 그와 함께 유튜브 콘텐트 제작도 주목 받는 경력으로 인정 받는다. 처음엔 비디오 블로거라면 자기 방에서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십대가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HD 카메라, 전문 조명장치, 브랜드 전략으로 무장한 20대가 주류를 이룬다. 연예 기획자, 프로듀서, 마케팅 전문가들이 그들을 취미 블로거에서 전문 방송인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공짜는 없다. 이처럼 인터넷 크리에이터와 그들로부터 수익을 나눠 가지려는 업자들이 크게 늘었지만 중개자가 아니라 비디오 블로거가 직접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하부구조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인터넷 크리에이터스 길드(ICG)의 사무총장으로 연례 비디오 블로거 모임 ‘비드컨’을 주최하는 로라 처니코프는 “독자적으론 서로 소통할 방법이 없고 조언을 받으려면 매니저나 중개자, 네트워크 같은 외부에 의존해야 하는 집단이 있을 땐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미국 개척시대의 거친 서부와 같다.”
유튜브 콘텐트 제작자가 사업자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연예계라는 약육강식의 상어 수족관 안에서 그들은 착취당할 위험이 크다. 행크는 그런 환경을 완전히 뜯어 고칠 생각으로 지난 6월 ICG를 설립했다. 처니코프가 사무총장을 맡고 행크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유튜브 콘텐트 제작자가 착취를 피하고 사업 감각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크리에이터 조합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1930년대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와 연예 기획사는 집단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배우들에게 노예 계약을 강요했다. 1933년 보리스 칼로프와 에디 캔터를 비롯한 유명 배우들이 배우조합(SAG)을 결성해 배우를 헐값에 동원하려는 프로듀서들의 담합에 맞섰다. 5년 뒤엔 잭 베니와 빙 크로스비의 주도로 미국 방송인연맹(AFTRA)이 설립돼 단체협상이 자리 잡으면서 회원들의 임금이 125% 인상됐다. 2012년 두 조직이 통합돼 미국 배우·방송인조합(SAG-AFTRA)이 탄생했다. 현재 활동하는 11만5000명 이상의 조합원들은 1930년대보다 훨씬 나은 조건에서 일한다.
ICG는 21세기의 SAG-AFTRA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크는 “전통적인 노조와는 다르다”고 뉴스위크에 설명했다. “인터넷 크리에이터는 일반 근로자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다. 우린 사용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다. 아무도 그 연결을 차단할 수 없다. 따라서 전통적인 노조의 구조는 우리에게 적합치 않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커뮤니티는 효과적인 협력이 어렵고 정의도 모호하다. 그래서 오해가 생기기 쉽다.”
ICG 설립 첫 달에 4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적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ICG는 아무리 취지가 유튜브 콘텐트 제작자를 돕는 것이라고 해도 그들을 무조건 받아들이진 않는다.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 유튜브 전문 연예 기획·광고사)와 계약한 크리에이터들은 ICG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처니코프 사무총장은 말했다.
그로 인해 ICG의 도움이 절실한 인터넷 크리에이터 일부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2013년 그레이스 헬비그는 ‘마이 댐 채널’이라는 MCN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제작하는 콘텐트가 자신이 아니라 마이 댐 채널의 소유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헬비그는 그 후 가입자 300만 명을 거느린 독자적인 채널을 설립했다. 행크도 그녀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이래 다른 인터넷 크리에이터들의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유튜브 계약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샘 몰레이는 “내가 보기엔 MCN이 개인 유튜브 콘텐트 제작자들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부당한 계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크리에이터가 적지 않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계약과 관련해 법적인 조언을 구하려고 몰레이에게 연락한 유튜브 콘텐트 제작자는 약 115명이다. 몰레이는 “유튜브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정착되지 않은 게 너무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보 부족도 문제다.”
행크도 온라인 동영상 제작자의 정보 결핍이 문제라는 점에 동의했다. “광고료 정가 같은 일부 정보는 의도적으로 숨기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 회사들이 콘텐트 제작자를 속이고 광고 수입을 더 많이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유튜브가 너무 새로운 매체라서 얻기 어려운 정보도 있다.”
처니코프 사무총장은 “온라인 동영상을 두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모델을 적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중에는 크리에이터에게 유리한 것도 있고 아주 불리한 것도 있다.”
따라서 ICG 같은 크리에이터의 공식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얼마 전 뉴스·연예 전문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의 비디오 사업부문인 버즈피드 모션픽처스가 관련된 사건이 개인 크리에이터와 대기업 사이의 분쟁으로 큰 주목을 끌었다. 버즈피드 모션픽처스의 지 프랭크 대표는 핵심 인력이 경쟁 회사로 옮길 수 없다는 경쟁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직원 브리터니 애슐르와 제니 로렌조를 해고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기존의 할리우드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디어 관행을 만들고 있다”며 합의와 협력을 중시하는 창의적인 직장 문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회사가 개인의 아이디어를 집산화하려는 의도이며, 퇴직자가 이력서에 특정 인기 콘텐트를 자신이 제작했다고 적지 못하게 하려는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회사의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 때문에 과거 그곳에 소속됐던 콘텐트 제작자가 다른 곳에 올리는 자신의 작품에 자기 이름을 넣지도 못한다고 그들은 말했다.
버즈피드 모션픽처스에서 일했던 개비던도 ‘경쟁금지’ 조항이 필요하다는 회사의 입장에 반대했다. 그녀는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독립하면 일하기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서 계약서에 덥석 서명해선 안 된다. 수많은 백인이 이끄는 회사에 몸담아야 조금이라도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그렇다면 버즈피드 모션픽처스와 일부 크리에이터 사이의 분쟁이 ICG 탄생에 직접적인 계기였을까? 행크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ICG의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거의 매주 콘텐트 제작자들의 조직화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사례가 나온다. 수년 전부터 그랬다.”
- 크리스 스토클-워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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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인기 스타인 행크 그린은 “요즘의 인터넷 크리에이터(콘텐트 제작자)는 전문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디오 블로거이자 하이틴 소설 작가 존 그린의 동생이다.
유튜브는 인기가 치솟으면서 몇 분 간의 스트레스 해소용 눈요기에서 케이블 TV보다 더 널리 도달할 수 있는 방송의 일종으로 진화했다. 그와 함께 유튜브 콘텐트 제작도 주목 받는 경력으로 인정 받는다. 처음엔 비디오 블로거라면 자기 방에서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십대가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HD 카메라, 전문 조명장치, 브랜드 전략으로 무장한 20대가 주류를 이룬다. 연예 기획자, 프로듀서, 마케팅 전문가들이 그들을 취미 블로거에서 전문 방송인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공짜는 없다. 이처럼 인터넷 크리에이터와 그들로부터 수익을 나눠 가지려는 업자들이 크게 늘었지만 중개자가 아니라 비디오 블로거가 직접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하부구조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인터넷 크리에이터스 길드(ICG)의 사무총장으로 연례 비디오 블로거 모임 ‘비드컨’을 주최하는 로라 처니코프는 “독자적으론 서로 소통할 방법이 없고 조언을 받으려면 매니저나 중개자, 네트워크 같은 외부에 의존해야 하는 집단이 있을 땐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미국 개척시대의 거친 서부와 같다.”
유튜브 콘텐트 제작자가 사업자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연예계라는 약육강식의 상어 수족관 안에서 그들은 착취당할 위험이 크다. 행크는 그런 환경을 완전히 뜯어 고칠 생각으로 지난 6월 ICG를 설립했다. 처니코프가 사무총장을 맡고 행크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유튜브 콘텐트 제작자가 착취를 피하고 사업 감각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크리에이터 조합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1930년대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와 연예 기획사는 집단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배우들에게 노예 계약을 강요했다. 1933년 보리스 칼로프와 에디 캔터를 비롯한 유명 배우들이 배우조합(SAG)을 결성해 배우를 헐값에 동원하려는 프로듀서들의 담합에 맞섰다. 5년 뒤엔 잭 베니와 빙 크로스비의 주도로 미국 방송인연맹(AFTRA)이 설립돼 단체협상이 자리 잡으면서 회원들의 임금이 125% 인상됐다. 2012년 두 조직이 통합돼 미국 배우·방송인조합(SAG-AFTRA)이 탄생했다. 현재 활동하는 11만5000명 이상의 조합원들은 1930년대보다 훨씬 나은 조건에서 일한다.
ICG는 21세기의 SAG-AFTRA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크는 “전통적인 노조와는 다르다”고 뉴스위크에 설명했다. “인터넷 크리에이터는 일반 근로자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다. 우린 사용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다. 아무도 그 연결을 차단할 수 없다. 따라서 전통적인 노조의 구조는 우리에게 적합치 않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커뮤니티는 효과적인 협력이 어렵고 정의도 모호하다. 그래서 오해가 생기기 쉽다.”
ICG 설립 첫 달에 4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적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ICG는 아무리 취지가 유튜브 콘텐트 제작자를 돕는 것이라고 해도 그들을 무조건 받아들이진 않는다.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 유튜브 전문 연예 기획·광고사)와 계약한 크리에이터들은 ICG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처니코프 사무총장은 말했다.
그로 인해 ICG의 도움이 절실한 인터넷 크리에이터 일부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2013년 그레이스 헬비그는 ‘마이 댐 채널’이라는 MCN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제작하는 콘텐트가 자신이 아니라 마이 댐 채널의 소유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헬비그는 그 후 가입자 300만 명을 거느린 독자적인 채널을 설립했다. 행크도 그녀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이래 다른 인터넷 크리에이터들의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유튜브 계약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샘 몰레이는 “내가 보기엔 MCN이 개인 유튜브 콘텐트 제작자들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부당한 계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크리에이터가 적지 않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계약과 관련해 법적인 조언을 구하려고 몰레이에게 연락한 유튜브 콘텐트 제작자는 약 115명이다. 몰레이는 “유튜브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정착되지 않은 게 너무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보 부족도 문제다.”
행크도 온라인 동영상 제작자의 정보 결핍이 문제라는 점에 동의했다. “광고료 정가 같은 일부 정보는 의도적으로 숨기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 회사들이 콘텐트 제작자를 속이고 광고 수입을 더 많이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유튜브가 너무 새로운 매체라서 얻기 어려운 정보도 있다.”
처니코프 사무총장은 “온라인 동영상을 두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모델을 적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중에는 크리에이터에게 유리한 것도 있고 아주 불리한 것도 있다.”
따라서 ICG 같은 크리에이터의 공식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얼마 전 뉴스·연예 전문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의 비디오 사업부문인 버즈피드 모션픽처스가 관련된 사건이 개인 크리에이터와 대기업 사이의 분쟁으로 큰 주목을 끌었다. 버즈피드 모션픽처스의 지 프랭크 대표는 핵심 인력이 경쟁 회사로 옮길 수 없다는 경쟁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직원 브리터니 애슐르와 제니 로렌조를 해고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기존의 할리우드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디어 관행을 만들고 있다”며 합의와 협력을 중시하는 창의적인 직장 문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회사가 개인의 아이디어를 집산화하려는 의도이며, 퇴직자가 이력서에 특정 인기 콘텐트를 자신이 제작했다고 적지 못하게 하려는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회사의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 때문에 과거 그곳에 소속됐던 콘텐트 제작자가 다른 곳에 올리는 자신의 작품에 자기 이름을 넣지도 못한다고 그들은 말했다.
버즈피드 모션픽처스에서 일했던 개비던도 ‘경쟁금지’ 조항이 필요하다는 회사의 입장에 반대했다. 그녀는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독립하면 일하기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서 계약서에 덥석 서명해선 안 된다. 수많은 백인이 이끄는 회사에 몸담아야 조금이라도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그렇다면 버즈피드 모션픽처스와 일부 크리에이터 사이의 분쟁이 ICG 탄생에 직접적인 계기였을까? 행크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ICG의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거의 매주 콘텐트 제작자들의 조직화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사례가 나온다. 수년 전부터 그랬다.”
- 크리스 스토클-워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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