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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기반 웨어러블 전문기업 | 가민

GPS 기반 웨어러블 전문기업 | 가민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앱으로 길을 잃을 뻔한 가민, 생존을 위해 웨어러블 시장으로 유턴을 했다. 지금은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역량을 바탕으로 추격에 집중하는 중이다.나무가 우거진 캔자스시티 교외의 도보, 아침이면 클리프 펨블(Cliff Pemble·51)이 런닝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1세의 나이지만, 마른 몸집을 가진 그는 1마일(1.6)을 8분에 주파할 정도로 빠르다. 가민(Garmin) CEO인 펨블은 회사가 출시한 최신 웨어러블 워치로 자신의 기록을 재고 있다.

한 쪽 손목에 녹색의 가민 포러너(Forerunner) 235 스포츠 워치를 찬 펨블은 다른 한 손에는 블랙의 가민 비보스마트(Vivosmart) HR+를 찬 채 공원의 호수를 돌았다. 포러너는 거리와 속도를 측정하고, 비보스마트는 심박수와 걸음수를 측정한다. 달리는 중에는 음악을 듣지 않는다. 런닝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음악을 듣다가 큰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차에 한 번 치였다”고 호수의 요트 정박지에서 잠시 숨을 고르던 그는 말했다. “주변 상황에 귀를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얄궂게도 그의 회사 또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다가 큰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 가민은 자동차 GPS 네비게이션 시장을 개척한 선도업체다. 전성기에는 자동차 네비게이션에서 회사 전체 매출의 75%에 달하는 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회사 주가는 2007년 10월 주당 120달러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그보다 4개월 전인 6월에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작은 기기를 출시했다. 무료 네비게이션 앱 구글지도가 설치된 아이폰은 네비게이션 기기를 사야 할 필요성 자체를 없애 버렸다. 가민의 GPS 사업부 매출은 3년 만에 10억 달러나 급감했고, 회사의 시가총액은 90% 가까이 떨어졌다.
 고가의 웨어러블을 운동 선수에 판매하는 전략
회사가 필사적으로 다른 생존경로를 모색하던 2013년, 펨블은 공동창업자인 억만장자 민 카오(Min Kao)의 뒤를 이어 가민 CEO로 취임했다. 프로세서와 메모리, 연결 기능을 통합한 저가의 집적칩이 개발되면서 각종 센서가 들어간 웨어러블 등의 소형기기 개발이 가능해졌고, 제조비용도 크게 감소했다. 덕분에 핏빗(Fitbit)이나 조본(Jawbone)처럼 몸집이 작은 기업이 웨어러블 시장의 선두주자로 뛰어오를 수 있었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웨어러블 경주에 함께 뛰어든 가민은 저가 웨어러블 시장을 스타트업에 넘기는 대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가진 고가의 웨어러블을 운동선수 등에게 판매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후 가민의 매출은 웨어러블 사업의 선전에 힘입어 성장세로 돌아섰다. 휴대기기를 담당하는 가민의 사업부는 지난해 웨어러블에서 약 5억65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두었다. 2년 만에 8배 성장한 수치다. 주당 15달러17센트에 거래되던 주가는 2016년 들어서 33% 증가해 49달러8센트까지 올라왔다.

가민은 1989년 캔자스주 올레이스(Olathe)에 있는 레드랍스터 레스토랑에서 만들어졌다. 공동창업자 민 카오와 개리 버렐(Gary Burrell)은 자신들이 일하던 회사 얼라이드시그널(AlliedSignal)에서 GPS 기술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다가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의했다. 둘은 지금까지 모은 돈과 가족, 친구,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사업자금 400만 달러를 마련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처음 고용한 직원이 바로 수학천재 클리프턴 A. 펨블이다. 일찍부터 회사에 합류한 펨블은 가민의 초기 소프트웨어를 설계했다. “회사가 문을 열고 둘째 날부터 함께 했다고 보면 된다”고 그는 말했다.

다른 업체와 달리, 가민은 어떤 업무도 아웃소싱하지 않는다. 당시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은 이런 수직적 통합은 가민을 다른 기업과 구분하는 중요한 특징이 됐다. 2000년 IPO는 시기상 좋지 않았지만, 가민은 닷컴 거품이 꺼질 때에도 살아남았다. 매출은 2003년 5억73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카오와 버렐의 자산은 각각 9억7000만 달러와 8억1000만 달러로 불어나 포브스 400대 부자 순위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각각 246위, 353위)

같은 해 가민은 첫 웨어러블 기기 포러너 201을 선보였다. 무선 호출기 크기에 GPS가 들어간 런닝용 시계로 가격은 160달러70센트였다. 이후 비슷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지만, 웨어러블 사업의 크기는 별다른 성장 없이 이전 규모를 유지했다. 크기만으로 보면 자동차 네비게이션 사업부가 훨씬 컸다. 당시만 해도 웨어러블의 제조비용은 상당히 높았다. 칩의 크기가 커서 기기도 클 수 밖에 없었고, 이는 디자인에도 한계를 안겨줬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이라 고객은 개인의 움직임을 GPS로 추적하는 기술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나 요구가 없었다.

그러나 아이폰이 출시되고 가민의 GPS 매출이 큰 타격을 입기 시작하자 당시 최고운용책임자이자 카오 대표(버렐은 2004년 은퇴)의 최고 오른팔이었던 펨블은 웨어러블을 잡아서 벼랑 끝 위기에서 탈출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웨어러블 트렌드는) 한동안 지속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2013년 카오의 뒤를 이어 펨블이 CEO로 취임하면서 웨어러블은 더 큰 지원을 받기 시작했고, 가민은 런닝 워치에서 사이클, 육상, 철인 3종, 수영, 골프 및 등산 등의 운동 영역으로 기기의 범위를 확대했다.
 방수 기능 갖추고 배터리 수명도 길어 인기
가민은 이들 제품의 가격을 높게 잡고,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350달러에 판매되는 어프로치(Approach) S6의 경우 골프 선수의 스윙 속도를 측정하고 4만 개 이상의 골프 코스 지형을 파악한다. 철인 3종용으로 출시된 포러너 735XT(판매가 450달러)는 이동 거리와 심박수 측정 등의 기본 기능과 함께 수영 스트로크 수, 자전거 기록 및 산소 소모 효율성도 측정한다. “운동선수나 운동에 매진하는 사람이라면 별다른 갈등 없이 가민 제품을 살 것”이라고 오펜하이머(Oppenheimer)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얼크위츠(Andrew Uerkwitz)는 말했다. “달리기나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가민 기기에 대해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 운동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기 대부분 방수 기능(수영 및 철인 3종용으로는 필수)을 갖추고 있으며, 배터리 수명도 다른 경쟁제품보다 길다. 제품은 대만에 있는 가민의 3개 공장에서 생산된다. 가민의 대표적 사업구조인 수직적 통합 전략의 일환이다. 제품 창고와 콜센터도 자체적으로 운용하며, 마케팅과 디자인, 엔지니어링 업무도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간접비가 높지만, 결국 회사의 강점이 된다고 펨블은 주장했다. 애플이나 핏빗이 협력사 일정과 역량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반면, 가민은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을 신속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출시 준비가 완료되면, 가민은 “유통업체 및 최종 시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를 활용한다”고 얼크위츠는 말했다. 이를 위해 가민은 작은 하이킹 가게부터 전국에 지점을 둔 대형 소매업체까지 모든 유통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얼크위츠는 조사 결과 가민의 고객들은 “카운터 뒤 실질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소비자 유형이라고 말했다.

활동량 트래커 시장은 한동안 실리콘밸리의 라이벌 핏빗이 장악하고 있었다. 핏빗의 트래커는 가민의 스포츠 워치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기능이 단순해서 경주용 속도 측정보다 게으름 타파를 위한 일상 속 운동량에 관심이 많은 보통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2009년 활동량 측정 팔찌를 첫 출시한 핏빗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조본이 경쟁업체로 있는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급부상했다.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관전하던 가민은 2년 전부터 일반인을 위한 활동량 트래커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선보인 트래커는 기본 기능을 담은 비보핏(Vivofit·99달러)과 고급 기능을 추가한 비보스마트(Vivosmart·219달러)다. “우리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고 느꼈다”고 펨블은 말했다. “일상의 활동량 측정기로 시작해 전문 운동 트래커로 옮겨가도록 소비자를 유도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 자료에 따르면, 활동량 트래커를 함께 출시한 후 2015년 가민의 웨어러블 출하량은 60% 증가했고, 매출은 2배 가까이 늘었다.

피트니스 데이터를 보려는 고객은 인기가 많은 가민의 스마트폰 앱 ‘가민 커넥트’를 다운받아야 한다. 2011년 출시된 가민의 앱은 15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 중 3분의 1은 2015년부터 앱 사용을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에 따라 가민은 2014년 자체 앱스토어 커넥트IQ를 선보였다. 덕분에 독립 개발자들도 가민용 앱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아직 핏빗도 갖추지 못한 장점이다. 커넥트IQ에는 지금까지 2000여 개의 앱이 올라왔고, 다운로드 수는 1000만 회를 돌파했다.

“‘가민이 쇠퇴하고 있다’는 말을 그냥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에게는 새로운 성장엔진이 있다”고 펨블은 말했다. 중년에도 열심히 런닝을 하는 그는 새로움을 기꺼이 수용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요즘 세상에서는 자기계발이 필수다.”

- ALEX KNAPP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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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가민이 선보인 웨어러블
가민의 웨어러블 기기는 독창적 디자인을 자랑한다.



바리아 비전(Varia Vision)




399달러99센트


선글라스 프레임에 끼우면 렌즈로 측정 기록을 볼 수 있다.



포러너 235




329달러99센트


가장 인기가 좋은 런닝 워치로 거리와 속도, 걸음수 등 전반적 피트니스 데이터를 제공한다.



비보스마트 HR




129달러99센트


핏빗의 경쟁제품으로 걸음수와 심박수,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피닉스3 HR




599달러99센트


하이킹과 오픈워터 수영, 패들보딩에도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스마트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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