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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도시 중국 청두(成都)

예술의 도시 중국 청두(成都)

중국 쓰촨성의 성도 청두(成都)는 차의 중심 도시이자 시선 이백과 시성 두보가 머물렀던 예술의 도시다. 청두의 예술과 차 문화를 맛보러 떠나보자.
청두는 차 마시기에 좋은 고장이다. 정성으로 우려낸 차 한 잔씩을 나누어 마시니 그 맛이 일품이다.
청두는『삼국지』에 등장하는 촉나라의 수도였다. 2천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청두는 중국 정부의 서부 대개발 영향으로 내륙의 중심 도시 충칭과 함께 급속히 현대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원시적 자연 비경을 간직한 황룽(黃龍)과 주자이거우(九寨溝)와 국가의 보호를 받는 워룽(臥龍) 판다 서식지, 그리고 두장옌(都江堰)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러산대불(樂山大佛), 어메이산(峨眉山) 등 수려한 자연경관이 많다. 한국인도 좋아하는 고량주 수정방의 산실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차 문화가 발달된 도시이기도 하다. 예술적인 기질이 풍부해 개교 120주년 된 쓰촨대학교는 중국 4대 예술대학으로 꼽을 정도로 훌륭한 미술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청두에서의 첫 발걸음은 도심에서 벗어난 두보초당(杜甫草堂)으로 향했다. 시성(詩聖)이라 일컬어지는 두보(杜甫, 712~770)가 4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다. 초당의 입구에서부터 원시림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습한 기운과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로 인해 청량한 공기를 듬뿍 마실 수 있다. 수도자를 닮은 듯한 두보의 석상(石像)에서 두보의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듯 하다. 두보초당에는 남도 땅 강진의 다산초당을 찾는 사람들처럼 평범한 여느 민초들의 모습들이 있다. 단소를 연주하는 백발의 노신사, 넓다랗고 둥근 돌로 된 탁자 한 쪽에서 음식을 나누는 부부, 아이들과 함께 소풍 온 가족, 그리고 여인들….
두보초당에 자리한 시성문화원과 두보의 조각상.
두보초당에는 <춘야희우(春夜喜雨)> 등 240여 편에 달하는 두보의 대표 시와 창작했던 기록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 두보는 중국의 후대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중국의 대표 작가인 석도(石濤)나 장다첸(張大千), 푸바오스(傅抱石)가 두보 시에 영감을 받아 두보시의도(杜甫詩意圖)를 제작할 정도였다. 석도는 석도화론(石濤畵論)을 쓸 정도로 이론에도 해박했는데, 두보시의도책(杜甫詩意圖冊)을 제작할 정도로 두보 시의 세계를 탐닉했다.


바람 급하고 하늘 높은데 슬픈 잔나비 울음, 물은 맑고 모래 흰데 새는 선회한다. 가없는 낙엽이 우수수 지고 끝없는 장강은 도도히 흘러온다. 만리타향에서 가을 슬퍼하며 늘 떠도는 신세라, 평생 병 많은 몸으로 홀로 누대에 오른다. 어려움 속에 서리 앉은 머리털 괴롭고 한스러운데 지쳐 쓰러져 탁주도 이제 끊는다.


두보 시 중 화가들에게 자주 인용되는 <높은 데 올라> 의 전문이다. 흔히 두보의 시풍을 ‘침울돈좌(沈鬱頓挫)’로 지칭한다. 비장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충실하게 담은 내용이라는 뜻이다.


 푸바오스 작품가 150억원
차인이 차호에 적당량의 차를 넣은 뒤 뜨거운 물을 붓고 5분 정도 우려내는 모습과 그의 뒷배경에 화려한 그림이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기업가들이 세계 경매시장에서 근현대 중국화를 내밀어 엄청난 경매가로 낙찰받고 있다. 그중 광후이그룹(廣匯集團) 쑨광신(孫廣信) 회장이 중국 근현대 거장들의 작품을 대거 컬렉션한 부자로 유명한데, 그의 소장품 중에 푸바오스 작품이 있다. 푸바오스(1904~1965)는 산수화에 능했다. 특히 샘, 폭포, 비, 안개 그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의 작품은 최근 미술시장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거래된다. 특히 최근 푸바오스의 <두보시의도(composition of dufu’s poem)> 는 8000만 위안(약 150억 원)에 낙찰되었다.

청두에서 중국 차를 만나기 위해서는 차를 거래하는 따쓰난차청(大西南茶城) 거리로 가야 한다. 우리 나라 인사동이나 황학시장처럼 보이차 등 각종 중국 차와 그와 연관된 다기 상점이 집중돼 있다. 청두는 음식 문화도 발달되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차(茶)를 애용하게 되었다. 물이 좋지 않은 환경이 역으로 서양에 차 문화를 전파하는 산파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추분에 중국 보이차의 본고장인 윈난성 다리(大理)에서 차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분들을 필자의 갤러리로 초청해 차를 맛본 적이 있다. 3시간 이상 차연회를 열어 2차례에 걸쳐 시음하면서 차의 깊은 맛과 향, 색을 음미하며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꼈다. 그 후로 차와 차문화에 대한 궁금증과 차와 예술의 결합을 도모했을 때의 시너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움츠려졌던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을 느꼈다. 북경대 출신의 중국인 차 전문가로부터 초대를 받아 청두 차 문화 탐방을 떠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공간과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차
두보의 시는 후대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키쳤다. 푸바오스의 <두보시의도>는 우리 돈 150억 원에 낙찰되었다.
차 문화 대국인 중국은 매년 10대 명차를 선정해 발표한다. 그중 저장성 서호 부근에서 생산되는 녹차 시후룽징(西湖龙井), 푸젠성 남쪽 안계현에서 생산되는 우롱차의 일종인 안시테관인(安溪铁观音) 차가 매년 빠지지 않고 으뜸으로 발표되고 있고, 쓰촨성의 명산과 아안현의 몽산에서 생산되는 몽산차(蒙山茶)도 리스트에 포함된다.

청두 역시 중국 차의 주요 생산지일 뿐만 아니라 도매이건 소매이건 차 거래가 많은 도시이다. 안내하는 일행과 거리를 걷다가 자스민 향에 이끌러 들어간 한 찻집에 들어갔다. 젊은 부부 다인이 다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단촐한 공간에도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찻집 주인이 권한 무이암대홍포차(Wu Yi Rock Da Hong Pao Tea) 차를 마셨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차인이 차호(茶壺)에 적당량의 차를 넣은 뒤 뜨거운 물을 붓고 5분 정도 우려낸다. 그의 품격 있는 모습과 뒷배경의 화려한 그림이 한폭의 그림을 이룬다. 정성으로 우려낸 차 한 잔씩을 나누어 마시니 그 맛이 일품이다. 차는 단지 맛과 향, 색만이 아니다. 차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처럼 공간과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차는 생명(生命)이자 생활의 일부”
청두는 차의 생산지뿐만 아니라 차 거래가 많은 도시이다. 곳곳에 차를 말리고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선심연 푸젠 차업유한주식회사(禅心缘福建 茶业股份有限公司)의 진육신(陈育鑫) 대표가 직접 차를 우려낸다는 찻집을 찾았다. 다실 운영자는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부부였다. 청두 차의 주요 고객은 기업이 30%, 개인은 40%를 차지하고 있다. 두 부부는 푸젠지역에 큰 규모의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데, 차는 맛과 온도, 지역, 그리고 차를 만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를 마시러 오는 고객을 차연(茶緣), 선연(善缘)이라며 귀하게 불렀다.

넉넉하게 살 만한 그는 왜 이런 차 사업을 하고 있을까?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저의 은사이신 조영립 선생님께서 ‘차는 생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생명은 이중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물질속성이고, 또 하나는 정신속성입니다. 물질속성은 자연과학과 관련되는 것이고 사람들의 생리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고, 정신속성은 인문과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정신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차는 자연계에서 생명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토목(土木)에서 자랐고 금화(金火)에서 고요히 있었으며, 수중(水中)에서 부활한 것입니다…. 차는 제 생활의 일부입니다”
찾아오는 차인들을 위한 차 시음장.
여운이 남는 대답이었다. 그가 달여준 차 한 잔을 마셨다. 그가 말한 차의 정신이 그가 내온 맑은 차에 담겨있는 듯했다. 두보초당에서 양생을 체험하고, 찻집에서 차의 그윽한 맛과 향과 예술에 취하고보니 마음이 따뜻해져온다. 그렇다. 오늘 心取好山水 (좋은 경치에 내 마음이 취하고), 心取好藝術(좋은 예술에 내 마음이 취하는)구나.

다시 번화가로 나오니 쓰촨대학에서 청두 시내까지 란콰이풍(蘭桂坊)과 허장팅(合江亭)의 화려한 불빛이 고고한 2000년의 역사를 머금은 채 빛나고 있었다. 아시아에서 루이비통 소비가 가장 많은 곳, 전통과 동시대 문화가 아름답게 혼용된 도시 청두.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화려한 야경을 보며 또 다시 차 한 잔을 음미했다. 청두의 2천여 년 역사와 문화가 그 한 잔에 다 들어있는 듯 했다.

- 글·사진 정영숙 갤러리세인 대표(문화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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