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한판 붙으면 미국만 손해
중국과 한판 붙으면 미국만 손해
엄격한 통화정책과 느슨한 재정정책 혼합하려는 트럼프노믹스는 좋지 않은 결과 가져올 수 있어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몇 주 동안 미국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소망’이 ‘상식’을 누르고 승리했음을 반영했다. 주요 주가지수가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는 ‘멜트업(melt-up)’ 현상이 나타났다. 투자자가 공포에 질려 주식을 팔아 치우는 ‘멜트다운(melt-down, 붕괴)’과 반대되는 현상으로 투자자들이 상승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달려들면서 일어나는 극적인 급등 장세를 가리킨다.
거기엔 미국 경제가 서서히 호조를 보인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막연한 낙관주의도 한몫했다. 트럼프 신임 대통령이 선거운동에서 공약한 대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하고,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보유하는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며, 인프라(사회기반시설) 개발에 1조 달러를 투자하고, 많은 경제 부문의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말한다. 전부 미국 기업들이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금융시장은 그와 다른 요인도 반영했다. 바로 ‘두려움’이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정책)가 안겨다 줄 혜택에 대한 기대감으로 곧바로 미국의 금리가 인상됐다(미국 재무부 10년물 국채금리가 선거 하루 전 1.8%에서 현재 2.4%로 상승했다). 미국 달러화의 가치도 급등했다. 이런 현상은 신흥시장, 특히 중국 같은 경제에 심한 스트레스를 가했다. 허약해지는 자국 통화를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추진되는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강해지면 어느 정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업계가 투자를 늘리면서 자금 수요가 증가하고 성장률이 높아지면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높아지면 더 많은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에 투자하려고 몰려들어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언젠가 본 영화다. 분명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미국에선 엄격한 통화정책[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두세 차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과 느슨한 재정정책을 혼합하면 반드시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달러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너무 강해지면 해외에서 영업하는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피해를 입는다. 매출이 달러화 가치로는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과거 그런 정책 혼합으로 펀더멘탈(거시경제 지표로 기초 경제 여건을 뜻한다)에 입각한 기준에 비해 달러화 가치가 과다하게 상승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미국 기업들의 수익이 줄었다. 레이건 행정부 때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 열렬한 트럼프 팬들은 지금이 레이건 시절과 닮았다고 믿는다. 198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는 ‘슈퍼달러 시대’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일본 엔이나 독일 마르크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일본과 독일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였다).
당연히 미국의 무역 적자가 급속히 불어났다. 수입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해졌고 해외에서 미국의 수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 시대는 제임스 베이커 재무장관이 뉴욕 맨해튼 플라자 호텔(얄궂게도 나중에 트럼프가 소유하게 됐다)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해 달러화 대비 엔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크게 올림으로써 막을 내렸다.
그게 지금과 무슨 상관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미국의 국가 부채를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부채가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하고 국방비와 인프라 지출을 늘리고 싶어 한다. 예산 적자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키우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복지 프로그램을 개혁하는 것이다. 사회보장과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장)의 예산 삭감이 그 대상이다. 연방하원의 공화당이 바라는 바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복지 프로그램의 지출을 줄일 생각이 별로 없다. 따라서 예산 적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미국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에서 더 많은 자금을 차입해야 한다. 이 역시 달러화 가치의 추가적인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레이건 시대처럼 무역 적자를 늘릴 수 있다. 트럼프가 손해 보는 무역은 하지 않겠다는 공약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건 그가 절대로 바라지 않는 일이다.
트럼프노믹스가 재앙으로 바뀔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보자.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계속 비난한다(그는 중국이 무역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고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에 비해 낮추려고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러나 사실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가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애쓴다. 중국 국내의 허약한 경제와 강한 달러화 때문에 중국 투자자들은 해외로 자금을 가져나가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한다.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 700억 달러가 줄어 6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평가 절하의 두려움 때문에 감축 압력은 더 강해진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 정책위원을 지낸 위융딩 중국 사회과학원 학부위원은 최근 위안화가 올해 25% 이상 평가 절하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장이 요동쳤다. 투자자들은 위안화를 떠받치려는 중국 인민은행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 있으며 그 정도 수준의 위안화 평가 절하가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그의 언급을 해석했다.
그럴 경우 미국에서 중국산 상품 수입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워싱턴의 정치를 고려하면 그건 중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얼마 전 중국 정부는 중국산 상품을 미국이 차별하면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는 실제로 미국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과 세금 탈루를 조사하겠다고 은근히 압박하고 나섰다. 그런 불길한 조짐에 미국 기업 다수가 전전긍긍한다.
제정신을 가진 정책 입안자라면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은 반드시 피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정책은 전부 중국과 한판 붙자는 식이다. 어느 순간 미국의 주식 투자자들이 그런 낌새를 알아채면 현재의 주가 ‘급등’ 행진은 완전히 그 반대로 변할 것이다. 멜트업이 한순간 멜트다운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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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미국 경제가 서서히 호조를 보인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막연한 낙관주의도 한몫했다. 트럼프 신임 대통령이 선거운동에서 공약한 대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하고,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보유하는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며, 인프라(사회기반시설) 개발에 1조 달러를 투자하고, 많은 경제 부문의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말한다. 전부 미국 기업들이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금융시장은 그와 다른 요인도 반영했다. 바로 ‘두려움’이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정책)가 안겨다 줄 혜택에 대한 기대감으로 곧바로 미국의 금리가 인상됐다(미국 재무부 10년물 국채금리가 선거 하루 전 1.8%에서 현재 2.4%로 상승했다). 미국 달러화의 가치도 급등했다. 이런 현상은 신흥시장, 특히 중국 같은 경제에 심한 스트레스를 가했다. 허약해지는 자국 통화를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추진되는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강해지면 어느 정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업계가 투자를 늘리면서 자금 수요가 증가하고 성장률이 높아지면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높아지면 더 많은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에 투자하려고 몰려들어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언젠가 본 영화다. 분명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미국에선 엄격한 통화정책[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두세 차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과 느슨한 재정정책을 혼합하면 반드시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달러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너무 강해지면 해외에서 영업하는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피해를 입는다. 매출이 달러화 가치로는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과거 그런 정책 혼합으로 펀더멘탈(거시경제 지표로 기초 경제 여건을 뜻한다)에 입각한 기준에 비해 달러화 가치가 과다하게 상승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미국 기업들의 수익이 줄었다. 레이건 행정부 때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 열렬한 트럼프 팬들은 지금이 레이건 시절과 닮았다고 믿는다. 198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는 ‘슈퍼달러 시대’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일본 엔이나 독일 마르크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일본과 독일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였다).
당연히 미국의 무역 적자가 급속히 불어났다. 수입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해졌고 해외에서 미국의 수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 시대는 제임스 베이커 재무장관이 뉴욕 맨해튼 플라자 호텔(얄궂게도 나중에 트럼프가 소유하게 됐다)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해 달러화 대비 엔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크게 올림으로써 막을 내렸다.
그게 지금과 무슨 상관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미국의 국가 부채를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부채가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하고 국방비와 인프라 지출을 늘리고 싶어 한다. 예산 적자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키우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복지 프로그램을 개혁하는 것이다. 사회보장과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장)의 예산 삭감이 그 대상이다. 연방하원의 공화당이 바라는 바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복지 프로그램의 지출을 줄일 생각이 별로 없다. 따라서 예산 적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미국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에서 더 많은 자금을 차입해야 한다. 이 역시 달러화 가치의 추가적인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레이건 시대처럼 무역 적자를 늘릴 수 있다. 트럼프가 손해 보는 무역은 하지 않겠다는 공약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건 그가 절대로 바라지 않는 일이다.
트럼프노믹스가 재앙으로 바뀔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보자.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계속 비난한다(그는 중국이 무역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고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에 비해 낮추려고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러나 사실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가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애쓴다. 중국 국내의 허약한 경제와 강한 달러화 때문에 중국 투자자들은 해외로 자금을 가져나가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한다.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 700억 달러가 줄어 6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평가 절하의 두려움 때문에 감축 압력은 더 강해진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 정책위원을 지낸 위융딩 중국 사회과학원 학부위원은 최근 위안화가 올해 25% 이상 평가 절하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장이 요동쳤다. 투자자들은 위안화를 떠받치려는 중국 인민은행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 있으며 그 정도 수준의 위안화 평가 절하가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그의 언급을 해석했다.
그럴 경우 미국에서 중국산 상품 수입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워싱턴의 정치를 고려하면 그건 중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얼마 전 중국 정부는 중국산 상품을 미국이 차별하면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는 실제로 미국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과 세금 탈루를 조사하겠다고 은근히 압박하고 나섰다. 그런 불길한 조짐에 미국 기업 다수가 전전긍긍한다.
제정신을 가진 정책 입안자라면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은 반드시 피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정책은 전부 중국과 한판 붙자는 식이다. 어느 순간 미국의 주식 투자자들이 그런 낌새를 알아채면 현재의 주가 ‘급등’ 행진은 완전히 그 반대로 변할 것이다. 멜트업이 한순간 멜트다운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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