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달라서 더 아름다운 세상
모두가 달라서 더 아름다운 세상
애니메이션 영화 ‘트롤’, 귀엽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다름’과 ‘행복’의 의미 재미있게 전달해 “트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다.” 적어도 드림웍스의 새 만화영화 ‘트롤(Trolls)’(국내 개봉 2월 16일)에서는 그렇게 말한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인형에서 이름을 따온 이 캐릭터는 커다란 나무 안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단 하나 이들을 괴롭히는 건 못생기고 성미 고약한 버겐 일당이다. 선천적으로 불행한 버겐은 트롤을 잡아먹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
트롤들은 해마다 버겐 타운에서 열리는 ‘트롤타이스’ 행사에서 많은 수가 버겐에게 잡아먹혀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그곳을 탈출한다. 버겐 일당은 굶주려 화가 나고 셰프는 추방된다. ‘트롤’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지난 1년 동안 디즈니 픽사와 레이카, 일루미네이션 등 만화영화 제작사들이 증명했듯이 만화가 꼭 어린 관객만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감성 넘치는 ‘인사이드 아웃’부터 약간 으스스한 ‘쿠보와 전설의 악기’, 저속한 ‘소시지 파티’까지 작가들은 만화라는 수단을 최대한 이용해 실생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고도로 양식화된 세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트롤’은 스토리 측면에서 전통적인 접근법을 택해 어린 관객을 겨냥했다. 가수 겸 영화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성질 나쁜 생존주의자인 트롤 브랜치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브랜치는 보통 트롤들이 60분마다(각자가 손목에 찬 꽃 모양의 시계가 시간을 알려준다) 반복하는 노래와 춤, 포옹을 즐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는 곧 여왕이 될 포피 공주(목소리 연기 애나 켄드릭)를 싫어한다. 공주가 지나치게 낙천적이고 요란한 파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버디 코미디’(처음엔 서로 어울리지 못하다가 여러 사건을 경험하면서 화합해 가는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코미디)인 이 영화에선 (비록 화면엔 안 나오고 목소리만 출연하지만) 켄드릭과 팀버레이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행히 어린이 같은 두 사람의 목소리가 각자의 역할에 꼭 들어맞는다. 켄드릭의 활기 넘치는 목소리와 완벽한 노래는 포피 공주 역할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팀버레이크의 기분 좋은 목소리는 까칠하고 냉소적인 성격의 브랜치에게 호감을 불어넣는다.
트롤들이 버겐 일당으로부터 자유를 찾은 지 20주년을 맞아 포피 공주는 성대한 기념 파티를 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주의자인 브랜치는 요란한 파티를 벌일 경우 트롤의 피난처가 굶주린 버겐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포피 공주는 브랜치의 경고를 무시하고 친구들과 함께 떠들썩한 파티를 열어 신나게 논다. 브랜치의 경고대로 버겐 타운에서 추방돼 돌아갈 기회만 노리던 셰프(목소리 연기 크리스틴 바란스키)가 나타나 몇몇 트롤을 잡아간다. 그러자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브랜치와 포피 공주가 팀을 이뤄 그들을 구하러 간다. 이렇게 해서 버겐 타운을 향한 위험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여행이 시작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오리지널 곡들은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지만(예를 들어 포피 공주가 부르는 ‘Get Back Up Again’을 영화를 본 뒤에도 흥얼거리진 않을 듯하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기여했다. 팀버레이크가 책임 프로듀서를 맡았으니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반면 주니어 시니어(덴마크 남성 듀오)의 ‘Move Your Feet’와 폴 사이먼의 ‘The Sound Of Silence’, 다이애나 로스의 ‘I’m Coming Out’ 등 이 작품에 삽입된 기존의 노래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맴돌 듯하다.
하녀에서 신데렐라가 된 버겐 브리지트(목소리 연기 조이 데샤넬)가 환각적인 시각효과를 배경으로 라이오넬 리치의 ‘Hello’를 부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재미있지만 약간 슬프기도 하다. 왕자의 눈에 띄기만을 바라는 그녀가 왠지 애처롭다.
‘트롤’과 ‘개구쟁이 스머프’(2011)는 양쪽 다 숲 속에서 숨어 지내는 작고 행복한 존재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 두 작품이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트롤’이 ‘개구쟁이 스머프’가 보다 뛰어난 점은 작은 주인공들의 개성 넘치는 성격이다. 약간의 차이점을 빼곤 서로 비슷비슷한 스머프들과 달리 트롤들은 각각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가이 다이아몬드는 등 뒤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쿠퍼는 기린처럼 생겼으며 크리크(목소리 연기 러셀 브랜드)는 명상 때 하는 주문 같은 걸 외치면서 평화를 설파한다. 또 새틴과 셰닐은 머리카락이 서로 연결된 쌍둥이이며 수키(목소리 연기 그웬 스테파니)는 벌레를 장비로 이용하는 DJ다.
각각의 트롤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독특한 재미가 느껴진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 조너선 에이블과 글렌 버거가 솜사탕 색깔의 귀여운 주인공들을 이렇게 다양하게 묘사한 이유는 피상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트롤’은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영화다. 누군가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적이 되거나 좋아할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다.
버겐 일당은 기회만 되면 트롤을 잡아먹으려고 덤비는 사악한 존재로 나오지만 그들은 그저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우리 모두도 그렇지 않은가. 행복을 추구하는 그들의 방법이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행복을 바라는가, 또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를 생각할 때 단순해 보이는 이 영화는 갑자기 한 차원 더 깊이 들어간다. ‘트롤’이 최근 나온 만화영화 중 가장 독창적인 작품은 아닐지 몰라도 가장 재미있고 화려하며 귀여운 작품임엔 틀림없다.
- 에이미 웨스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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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들은 해마다 버겐 타운에서 열리는 ‘트롤타이스’ 행사에서 많은 수가 버겐에게 잡아먹혀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그곳을 탈출한다. 버겐 일당은 굶주려 화가 나고 셰프는 추방된다. ‘트롤’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지난 1년 동안 디즈니 픽사와 레이카, 일루미네이션 등 만화영화 제작사들이 증명했듯이 만화가 꼭 어린 관객만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감성 넘치는 ‘인사이드 아웃’부터 약간 으스스한 ‘쿠보와 전설의 악기’, 저속한 ‘소시지 파티’까지 작가들은 만화라는 수단을 최대한 이용해 실생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고도로 양식화된 세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트롤’은 스토리 측면에서 전통적인 접근법을 택해 어린 관객을 겨냥했다. 가수 겸 영화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성질 나쁜 생존주의자인 트롤 브랜치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브랜치는 보통 트롤들이 60분마다(각자가 손목에 찬 꽃 모양의 시계가 시간을 알려준다) 반복하는 노래와 춤, 포옹을 즐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는 곧 여왕이 될 포피 공주(목소리 연기 애나 켄드릭)를 싫어한다. 공주가 지나치게 낙천적이고 요란한 파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버디 코미디’(처음엔 서로 어울리지 못하다가 여러 사건을 경험하면서 화합해 가는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코미디)인 이 영화에선 (비록 화면엔 안 나오고 목소리만 출연하지만) 켄드릭과 팀버레이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행히 어린이 같은 두 사람의 목소리가 각자의 역할에 꼭 들어맞는다. 켄드릭의 활기 넘치는 목소리와 완벽한 노래는 포피 공주 역할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팀버레이크의 기분 좋은 목소리는 까칠하고 냉소적인 성격의 브랜치에게 호감을 불어넣는다.
트롤들이 버겐 일당으로부터 자유를 찾은 지 20주년을 맞아 포피 공주는 성대한 기념 파티를 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주의자인 브랜치는 요란한 파티를 벌일 경우 트롤의 피난처가 굶주린 버겐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포피 공주는 브랜치의 경고를 무시하고 친구들과 함께 떠들썩한 파티를 열어 신나게 논다. 브랜치의 경고대로 버겐 타운에서 추방돼 돌아갈 기회만 노리던 셰프(목소리 연기 크리스틴 바란스키)가 나타나 몇몇 트롤을 잡아간다. 그러자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브랜치와 포피 공주가 팀을 이뤄 그들을 구하러 간다. 이렇게 해서 버겐 타운을 향한 위험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여행이 시작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오리지널 곡들은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지만(예를 들어 포피 공주가 부르는 ‘Get Back Up Again’을 영화를 본 뒤에도 흥얼거리진 않을 듯하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기여했다. 팀버레이크가 책임 프로듀서를 맡았으니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반면 주니어 시니어(덴마크 남성 듀오)의 ‘Move Your Feet’와 폴 사이먼의 ‘The Sound Of Silence’, 다이애나 로스의 ‘I’m Coming Out’ 등 이 작품에 삽입된 기존의 노래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맴돌 듯하다.
하녀에서 신데렐라가 된 버겐 브리지트(목소리 연기 조이 데샤넬)가 환각적인 시각효과를 배경으로 라이오넬 리치의 ‘Hello’를 부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재미있지만 약간 슬프기도 하다. 왕자의 눈에 띄기만을 바라는 그녀가 왠지 애처롭다.
‘트롤’과 ‘개구쟁이 스머프’(2011)는 양쪽 다 숲 속에서 숨어 지내는 작고 행복한 존재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 두 작품이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트롤’이 ‘개구쟁이 스머프’가 보다 뛰어난 점은 작은 주인공들의 개성 넘치는 성격이다. 약간의 차이점을 빼곤 서로 비슷비슷한 스머프들과 달리 트롤들은 각각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가이 다이아몬드는 등 뒤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쿠퍼는 기린처럼 생겼으며 크리크(목소리 연기 러셀 브랜드)는 명상 때 하는 주문 같은 걸 외치면서 평화를 설파한다. 또 새틴과 셰닐은 머리카락이 서로 연결된 쌍둥이이며 수키(목소리 연기 그웬 스테파니)는 벌레를 장비로 이용하는 DJ다.
각각의 트롤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독특한 재미가 느껴진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 조너선 에이블과 글렌 버거가 솜사탕 색깔의 귀여운 주인공들을 이렇게 다양하게 묘사한 이유는 피상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트롤’은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영화다. 누군가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적이 되거나 좋아할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다.
버겐 일당은 기회만 되면 트롤을 잡아먹으려고 덤비는 사악한 존재로 나오지만 그들은 그저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우리 모두도 그렇지 않은가. 행복을 추구하는 그들의 방법이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행복을 바라는가, 또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를 생각할 때 단순해 보이는 이 영화는 갑자기 한 차원 더 깊이 들어간다. ‘트롤’이 최근 나온 만화영화 중 가장 독창적인 작품은 아닐지 몰라도 가장 재미있고 화려하며 귀여운 작품임엔 틀림없다.
- 에이미 웨스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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