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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로 전선 넓히는 글로벌 카지노 전쟁

아시아로 전선 넓히는 글로벌 카지노 전쟁

MGM·샌즈 등 베트남·필리핀에 대규모 투자... 한국에 파라다이스시티 들어서고 일본은 카지노 해금법 추진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리는 카지노 시장에 한국·일본을 비롯해 대만·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홍콩 증권사 CLSA는 일본 등 동북아의 카지노 시장이 라스베이거스를 넘어 마카오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전망한다. 카지노는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다. 특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건설은 관광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기도 하다. 마카오 패권에 도전하는 아시아 각국의 카지노 전쟁과 한국 카지노 산업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세계 제일의 파라다이스를 꿈꿨던 사내.’ 소설 [철도원]으로 1997년 나오키상(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소설가 아사다 지로는 자신의 소설 [오마이갓]에서 시걸을 미국에 저항하며 개조하려 한 혁명가와 같다고 묘사했다. 시걸은 마피아로 살며 ‘벅시(Bugsy)’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달고 살았지만, 600만 달러의 돈으로 오늘날의 라스베이거스를 설립하는 데 초석이 된 인물로 기록된다. 미국 카지노가 370억 달러(약 41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후 ‘윈(wynn)호텔’을 세운 스티브 윈이나 메가리조트를 처음 도입한 커크 커코리안 등의 인물이 등장해 카지노는 20세기판 서부개척 시대를 일구었다.

카지노의 불모지인 동아시아도 최근 카지노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의 소득이 늘며 카지노에 호텔·컨벤션·쇼핑·스파 등의 시설을 결합한 복합리조트 건설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는 MGM이나 샌즈 같은 카지노 공룡도 대거 뛰어들었다. 예상대로라면 한국·일본 등 동북아지역은 6년 후면 마카오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해 세계 카지노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천 영종도에만 3개 복합리조트 들어서
한국도 경쟁에 가세했다. 오는 4월 20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도에 국내 첫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가 문을 연다. 파라다이스그룹과 일본 세가사미의 합작품으로 축구장 46배 크기를 자랑한다. 파라다이스시티의 개장을 신호탄으로 영종도 북쪽의 미단시티에 LOCZ 복합리조트가 이르면 올해 착공하며, 2020년에는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가 공사를 시작한다. 접근성이 뛰어난 영종도는 카지노의 한국 카지노산업의 부흥을 이끌 것이란 기대를 받는 곳이다. 국내외로부터 11억 달러(약 1조2323억)의 투자를 받은 제주신화월드도 올 10월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동아시아 카지노 전성시대를 불러올 ‘태풍의 눈’은 일본이다. 일본 의회가 지난해 말 ‘카지노 해금법안’이라 불리는 ‘카지노 설치 허가를 포함한 리조트시설 정비추진 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일본은 라스베이거스·마카오와 더불어 세계 카지노 시장의 3대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투자금이 내국인 출입 규정, 영업 시간 등 운영 세칙이 마련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관련법 정비가 완료되고 사업자가 선정되면 늦어도 2023년에는 복합리조트가 들어서 영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현재 사업자로는 라스베이거스의 MGM과 샌즈, 마카오의 갤럭시엔터테인먼트그룹 등이 경쟁 중이다.
 일본, 200억 달러 투자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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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입국(立國)을 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세운 일본 정부는 2021년까지 공항·도로·항만 등 인프라를 정비하고 관광가이드·조리사 등 관광 전문 인력을 육성할 계획이다.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을 4000만 명 이상 유치하려면 카지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일본 카지노 규모가 연간 250억 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MGM의 제임스 머렌 회장은 “방일 관광객이 지난 몇 년 사이 급증한 것은 매우 놀랄 만한 일”이라며 “일본 관광이 한 단계 성숙해지려면 단순히 쇼핑에 그치지 않고 오락 등으로 관광 콘텐트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이 허용될 경우 파친코 고객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파친코 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인 연 23조2000억 엔(약 233조원) 규모로 전 세계 카지노 시장보다 크다. 샌즈의 셀든 아델슨 회장은 일본 진출과 관련해 “싱가포르 진출은 워밍업이었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 동아시아에서 카지노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싱가포르를 통해 검증됐다. 싱가포르는 경제성장의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투자를 끌어와 2010년 2월 리조트월드 센토사, 같은 해 4월에 마리나베이샌즈 두 곳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개장했다. 이 두 카지노는 매년 6조원 정도의 돈을 벌고 있다. 중국의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개인소득이 증가하며 해외 관광이 늘어난 결과다. 필리핀의 대형 카지노 업체인 블룸베리리조트도 한국·일본 진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도 카지노 건설이 추진 중이다.
 동남아에서도 카지노 유치 경쟁
동아시아의 카지노 붐은 동남아시아로도 확산하고 있다. 불교·이슬람 문화권인 동남아에서는 그동안 도박을 금기시해 왔으나, 배고픔 앞에 장사 없듯 불경기 속에 카지노 유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베트남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에 약 40억 달러를 들인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2019년 개장할 예정이다. 호주에서도 홍콩의 복합 투자 기업인 저우다푸(周大福)가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에 뛰어들었다. 이 밖에 대만·캄보디아·스리랑카 등지에서도 카지노를 도입하거나 확대를 검토 중이다.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관광 산업의 발전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전망이다. 카지노와 쇼핑·레스토랑·레저활동 등의 위락 시설을 접목해 관광지로 한층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라스베이거스는 이미 카지노의 도시에서 벗어나 연 4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리조트-컨벤션 도시로 거듭났다. 마카오는 연간 30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450억 달러(카지노 포함)의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관광과는 거리가 멀었던 싱가포르도 이제는 매년 1200만 명이 찾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동아시아 카지노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면서 파라다이스·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한국·일본 일대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이 지역 내 관광·카지노 수요를 증폭시킬 것이란 관측에서다. 신영증권은 보고서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카지노 시장은 2005~15년 연평균 21%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며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관광 소비 행태가 쇼핑에서 레저활동을 즐기는 형태로 바뀌고 있어 카지노산업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중국·일본 고객의 비중이 절대적인데, 일본에 카지노가 들어서면 적지 않은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일본 고객 비중은 드롭액(외화를 원화 칩으로 환전) 기준 40% 수준이다. 이에 따라 카지노 매출의 핵심이 되는 드롭액 1000만원 이상, 월 1회 이상 방문하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단체 관광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 의료관광 등 연계형 상품 개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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