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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핀테크 시장 휘어잡는 이유

이스라엘이 핀테크 시장 휘어잡는 이유

군대·문화·모험정신, 뛰어난 생태계, 혁신에 적극 나서는 현지 금융기관 등이 스타트업 성장의 원동력
이스라엘 핀테크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리투아니아로부터 중국에 이르기까지 각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사진제공·GETTYIMAGESBANK
최근 이스라엘 핀테크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인슈어테크(보험산업+핀테크) 업체 ‘넥스트 인슈어런스’는 최근 뮌헨 재보험·HSB 벤처스와 시리즈 A(스타트업에 대한 최초 출자) 펀딩 라운드에서 2900만 달러를 조달했다. 한편 YL 벤처 캐피털은 수익성 높은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이스라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테마로 7500만 달러의 투자자본을 조달했다. YL 벤처 캐피털은 여러 보안 스타트업과 소매유통 혁신기업 ‘업스트림 커머스’를 후원한 그룹이다. 현지에서의 제품 출시를 아예 건너뛰고 미국·유럽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넥스트 인슈어런스의 가이 골드스타인 CEO는 “우리는 세계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지만 당장은 미국 시장에 모든 자원을 집중한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미국 내 중소기업 보험 시장은 1000억 달러 규모다. 이 시장의 선도적 기업이 되고자 한다.”

인슈어테크는 사실상 골드스타인 CEO의 제2 전문 분야다. 넥스트 인슈어런스 공동창업자들인 니심 타피로, 앨런 후리와 함께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체크(Check)를 이끌기도 했다. 체크는 3억50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핀테크 업체 인튜이트로 넘어갔다. 이제 그들이 새로 창업한 인슈어테크 벤처는 보험 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중소기업들에 맞춤 융자를 제공한다. 모든 과정이 인공지능(AI) 기반 페이스북 챗봇을 통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관리된다. 뉴욕에선 핀테크 펀딩이 시들해지고 있지만 이스라엘 핀테크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리투아니아로부터 중국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넥스트 인슈어런스의 공동창업자인 니심 타피로, 가이 골드스타인, 앨런 후리(왼쪽부터)는 함께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체크(Check)를 이끌기도 했다. / 사진제공·IBTIMES.COM
KPMG 이스라엘의 핀테크 담당 도렐 블리츠 팀장은 “이스라엘의 핀테크 기업은 600개에 가깝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이스라엘 핀테크 기업에의 투자가 150% 증가했다. 이스라엘 핀테크 시장에 투자하려 찾아오는 외국 기업 수가 증가하고 있다.”

투자뿐 아니라 이스라엘 핀테크 스타트업과 장기적인 제휴관계를 구축하는 다국적 대기업도 늘어난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레모네이드는 최근 세계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얼라이언츠와 협력에 착수했다. 이스라엘 업체 밥(Bob)은 최근 영국 최대 보험사 아비바를 통해 직장 연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블리츠 팀장의 해외 파트너들은 이스라엘 핀테크 상품의 다양성과 탄력성에 종종 충격을 받는다. 그는 “방금 웰스 파고 은행과 통화를 마쳤는데 크게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핀테크 붐을 이끄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예컨대 군대, 이스라엘 금융 시스템의 독특한 법률 인프라, 그리고 특히 모험정신과 관행타파를 높이 평가하는 이스라엘 전반의 문화 등이다. 블리츠 팀장은 “이스라엘 군인들은 고도의 IT 프로그램 사용법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문화, 모험정신, 뛰어난 생태계, 혁신에 열린 현지 금융기관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규제당국이 많은 도움을 준다.”

이스라엘 은행의 카니트 플루그 총재는 이스라엘 중앙은행 수장 자리에 오른 최초의 여성이다. 금융규제와 정책에 관한 한 대단히 창의적이다. 미국 규제당국은 여전히 기술변화에 늑장 대응하지만 그녀는 정부를 압박해 혁신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절대권력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핀테크 업계는 대체로 표적 시장의 금융규제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철저히 실용적인 접근법과 한계를 뛰어넘는 성향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식 멘탈리티를 가진 중동 스타트업은 현상타파를 원하는 국제 핀테크 투자자들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라이온 버드 벤처 캐피털의 텔아비브 투자 파트너 유발 아리아브는 “이스라엘 창업자들은 두려움을 모른다는 점이 규제 관련 문제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투자자로 일하기 전 아리아브는 스타트업 펀드박스(Fundbox) 창업자였다. 1억 달러를 조달해 중소기업 대상으로 현금흐름 최적화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다. 스턱스넷(Stuxnet, 기간시설 파괴 목적으로 제작된 컴퓨터 바이러스)으로 이름을 떨친 이스라엘 정예 8200부대에서 복무했다.

이스라엘 징병제 덕분에 사이버 전선에서 경험을 쌓은 젊은 전문가들이 도전정신을 요구하고 흥미진진한 일자리를 찾아 스타트업 시장으로 끊임없이 유입된다. “일반적으로 리스크 관리나 사기 방지와 관련된 측면을 본다면 이스라엘 군대 생태계에서 기술과 리서치 경험을 쌓은 이스라엘인이 우위를 지닌다”고 아리아브 파트너는 설명했다.

아리아브 파트너는 올해 이스라엘에서 새 인슈어테크 상품이 여럿 선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상품들, 약 5년 전 신용 테크 시장 상황과 비슷한 일이 현재 보험 시장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아리아브 파트너는 블록체인 기술과 AI를 이용해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직접 겨냥한 신제품을 개발하려는 이스라엘의 비공개 모드 스타트업들을 설명했다. 전통적인 중개인들이 수행하던 일을 대체하려는 목적이다. 더 역동적이고 기민한 규제환경에서 활동하는 이스라엘인은 종종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핀테크에 접근한다. 그는 “우리가 펀박스를 창업한 이후 같은 공간에서 약 10~20개 다른 기업이 창업했다”고 돌이켰다. “그들 중 다수가 높은 규제 장벽을 극복하지 못해 포기했다. 이스라엘 기업들은 규제에 덜 민감하다.”

- 리 쿠엔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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