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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왜 효과 없을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왜 효과 없을까

효과적인 수출통제 시스템 갖추지 못한 나라 많고 북한이 제재 회피하는 수법도 갈수록 발전해
지난 4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태양절 열병식에 북극성 2호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 등장했다.
최근 북한은 알래스카까지 타격할 능력을 갖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에서 이룬 잇따른 중요한 발전 중 가장 최근의 일이다. 북한은 20년 넘게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개발하려고 애썼다. 국제사회는 그 기간 중 대부분을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려 노력했다.

그동안 나는 특정국가가 미사일 기술을 불법으로 획득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또 유엔제재와 관련된 지원활동에 참여하면서 북한이 어떤 수법으로 미사일 부품을 불법으로 사들였는지 그리고 그런 활동을 막기 위한 기술기반의 제재를 실시하는 데 따르는 한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하고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품목이나 물자, 장비, 상품, 또는 기술’의 ‘제공과 판매, 이전’을 금지했다.

특정 국가(미국이 대표적이다)가 나서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습득을 막으려는 노력은 1990년대에 시작됐지만 유엔제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개발을 막기 위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표준화된 법적 조치를 의무화함으로써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런 제재는 ‘보편적’이라고 정의된다. 세계의 모든 국가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국 안에서 그 제재를 수행할 책임은 해당국의 정부에 있다. 미사일과 핵, 군사 기술은 국가 수출통제 시스템을 통해 규제된다. 특정 상품과 기술의 수출은 정부의 수출면장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각국 정부는 거래에 따르는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고 특정 상품이나 기술이 WMD 프로그램이나 인권 침해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에 전용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2004년 유엔 안보리 결의 1540호가 통과된 이래 모든 국가는 수출 통제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조치에 따라 세계의 모든 나라는 기술 기반 제재를 실시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결의가 채택된 지 13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국가, 특히 개도국은 여전히 그 요구사항을 실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미사일과 관련된 대북제재의 실행이 국가에 따라 들쑥날쑥한 상황이다. 최근 나온 한 보고서는 유엔의 대북제재를 ‘토대 없는 집’으로 묘사했다. ‘제재 내용 중에서 국제적인 실행이 확실히 이뤄지는 요소가 단 한 가지도 없다’는 지적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진척되면서 미사일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도 진화했다. 북한은 미사일 시스템 전체를 수입해서 역설계하거나 복제하는 방식으로 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말 이집트에서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을 수입한 뒤 1980년대 중반 그 미사일을 복제 또는 ‘역설계’했다.

1990년대 들어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을 개량한 노동 미사일을 선보였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중반엔 장거리 대포동 미사일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대포동 미사일은 사거리가 그보다 짧은 미사일 시스템의 엔진 같은 요소들을 통합했다. 대포동 2호는 ICBM에 해당하는 사거리를 가졌다고 알려졌지만 한 번도 시험발사에 성공한 적이 없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011년 부친 사후 정권을 물려받은 이래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가속화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부터 최근의 ICBM까지 신형 미사일 4종을 시험발사했다.

또 북한은 필요한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하려고 애썼다. 북한의 프로그램은 투명하지 않아 외부 의존과 토착화 사이의 균형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지만 몇 가지 일화를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2012년 12월 위성 발사 후 바다에서 인양된 북한 로켓의 잔해는 북한이 대부분 국제 시장에서 부품을 조달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2013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그 로켓은 중국·스위스·영국·미국산 현대식 부품만이 아니라 스커드 미사일에서 떼어낸 부품과 1980년대 소련에서 만들어진 것도 사용됐다고 알려졌다.

그 이래 북한은 더 발전한 제조기술 개발을 계속 추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잦은 군수공장 방문을 찍은 영상을 보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의 기반인 컴퓨터 수치제어(CNC) 장치를 확보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 4월 15일 태양절 열병식의 사진은 북한의 신형 SLBM이 권선 필라멘트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 소재는 알루미늄보다 더 가벼우면서 강해 미사일 프로그램에서 중대한 발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런 발전을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와 전반적인 감시를 효과적으로 피해야 했다. 그들의 불법 조달 수법엔 위장 회사를 사용하거나, 최종 사용자를 알 수 없도록 만들거나, 서류를 위조하거나, 가짜 라벨을 붙이는 방법이 포함된다. 올해 발표된 유엔 보고서는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이 ‘규모와 범위, 정교함에서 더욱 발전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군사장비와 WMD 부품 조달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조사에 따르면 60개국 이상이 포함된다. 이 네트워크에서 특히 중국이 지리적인 가까움과 역사적 관계, 폭넓은 무역으로 거의 독보적인 역할을 한다. 많은 중개상과 조달 대리인이 중국에서 활동한다. 아울러 중국의 민간 부문이 발전하면서 중국 제조업체가 기술의 출처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해 초 잇따라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공작 기계·부품·소재를 다루는 중국 제조업체들과 북중 합작업체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올린다.

북한의 ICBM 개발을 비롯해 핵·미사일·군사장비 부문의 발전을 감안하면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제제재가 실패한 것일까? 복잡하게 얽혀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그보다는 제재의 효과가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게 더 유익할지 모른다.

기술 기반 제재의 주된 목적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지연시키거나 막는 것이었다. 최근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제재조치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지연시켰을까?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점은 제재가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조사에 따르면 국제 사회의 제재로 인해 중국의 중개상들이 위험 수당을 청구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부품 조달 노력이 더욱 정교해졌을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을 국제 사회로부터 차단된, 내부지향적이며 경제적으로 고립된 집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불법 조달 네트워크는 세계적으로 펼쳐져 있으며 반응도 상당히 빠르다. 그들을 차단하기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 대니얼 솔즈베리



[ 필자는 미국 몬테레이 미들베리 국제대학원의 연구원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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