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카시니!
굿바이 카시니!
카시니-하위헌스 영상팀장 캐롤린 포르코, 20년 동안의 임무 완수 후 산화한 무인 토성 탐사선의 놀라운 순간들을 추억한다 장대한 우주 탐험이 장렬한 최후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탐사선 카시니는 지난 9월 15일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토성 대기권으로 뛰어들어 화려한 불꽃을 내며 산화했다. 그로써 20년에 걸친 NASA, 유럽우주기구(ESA), 이탈리아우주국(ASI)의 토성 탐사 합작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카시니는 1997년 10월 15일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타이탄 IVB/센토 로켓에 실려 우주로 쏘아올려졌다. 목표는 토성. 그 먼 곳까지 도달하는 데만 장장 7년이 걸렸다. 카시니는 2004년 토성 궤도에 진입했다. 원래는 4년 동안만 임무를 수행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임무가 두 차례나 연장돼 연료가 소진될 때까지 13년 동안 토성 궤도를 돌며 수많은 데이터를 지구로 충실히 전송했다.
카시니는 토성과 그 위성들만이 아니라 신비롭고 아름다운 토성의 고리까지 사상 최초의 심층 정찰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특히 그동안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타이탄에 탐사선 하위헌스를 착륙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달 이외에 행성의 위성에 탐사선을 처음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놀랍게도 그곳에 비와 강, 호수, 바다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또 카시니는 토성의 다른 위성 엔셀라두스에서 분출하는 간헐천을 관측했다. 외계 열수 활동을 시사하는 최초의 증거였다. 아울러 토성 고리의 세밀한 관측으로 과학자들은 태양계의 행성들이 어떻게 생성됐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카시니가 임무를 마치고 산화하기 직전 뉴스위크는 미국의 행성연구 과학자로 카시니-하위헌스 영상팀장인 캐롤린 포르코를 인터뷰했다. 1980년대 보이저의 태양계 탐사에서 영상 과학자로 일했던 그녀는 카시니가 이뤄낸 놀라운 발견과 이 역사적인 탐사의 영상 자료에 관한 소감을 밝혔다.
카시니 토성 탐사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의 상황은 어땠는가?
당시는 보이저 프로젝트가 끝난 직후였다. 보이저 임무는 그때까지 이뤄진 사상 최고의 프로젝트였다. 그런 역사적인 우주 탐사에 참여하게 된 것 자체가 크나큰 영광이었다. 우리 모두 인류 최초의 지구일주 항해 선단을 지휘한 마젤란의 배를 탄 행성 탐험가와 같았다. 그런 보이저 임무가 끝나자 너무 아쉬웠다. 우린 다시 탐사를 떠나고 싶어 안달했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 2호는 태양계 행성을 두루 지나며 소중한 정보들을 지구로 보낸 후 사상 최초로 태양계를 벗어나 미지의 영역으로 돌진하는 중이다.)
보이저가 거둔 성과가 카시니의 임무 수행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
보이저가 토성과 조우한 후 우리가 갖게 된 수많은 의문 중 다수를 카시니가 답해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보이저는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을 두루 거치며 우주를 여행했다. 이동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우리는 잠깐 동안만 그 행성들을 볼 수 있었다. 각 행성의 고해상도 사진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상당히 짧았다. 신비로운 새 영상인데도 한두 번만 보고 지나친 게 너무도 많았다. ‘저게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우린 궁금한 점이 너무도 많았다.
특히 토성의 고리에서 보이저가 그곳에 도달하기 전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구조가 발견됐다. 정말 장관이었다. 우리는 그 후 23년 동안 이론적인 바탕에서 그 구조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결국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곳에 더 오래 머물며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의 경우 보이저는 그 표면을 확실히 볼 수 없었다. 카메라와 영상 시스템의 성능이 빛을 흡수하는 타이탄 대기의 특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카시니 탐사로 타이탄의 표면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 표면을 볼 수 있으려면 카메라와 관측 전략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카시니 임무에서 기대한 성과는 무엇이었나?
토성과 그 주변을 도는 위성에 관한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자세하고도 아름다운 영상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보이저에 장착된 카메라보다 카시니에 장착된 카메라의 성능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그런 영상을 통해 토성 시스템 전체에 관한 훨씬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른 한편 비공식적으론 사상 최고의 우주기행 영화처럼 토성 주변의 여행을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우리와 함께 토성 주변을 여행하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었다. 보이저 시절엔 아무도 이미지를 예술적이거나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 우리는 움직이는 형상을 연속 촬영해 동영상처럼 만들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토성 궤도에서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토성 고리의 영상을 확보했다. 토성 주위를 도는 위성들을 움직임, 한 위성이 다른 위성을 가리는 모습, 위성의 그림자가 토성의 고리에 드리워져 서서히 이동하는 모습, 토성을 뒤덮은 구름 패턴의 변화, 번개 치는 모습 등도 동영상으로 만들었다. 그 전부를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실제로 그 현장에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적인 동시에 시각적인 향연이다.
카시니는 토성의 고리에서 무엇을 봤나?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판은 보이저가 1990년에 발견한 위성인데,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토성 고리에서 엔케 간극(Encke Gap)이라고 불리는 좁고 어두운 간격 사이에 위치해 고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카시니가 알아냈다(판이 자신의 중력을 이용해 토성 고리를 구성하는 물질이 흩어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그처럼 작은 위성인 판이 만든 파동으로 고리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우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위성들의 동요가 일으킨 파동으로 고리의 입자들이 서로 밀치면 입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 입자들은 전부 고리 면과 수직을 이루며 위를 향한다. B고리의 가장자리(위성 미마스와 가장 강하게 공명하는 곳)에선 입자가 고리 면과 수직으로 3.2㎞ 정도 위로 이동한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올 듯한 얘기다. 언젠가 실제로 영화에 사용되면 좋겠다.
또 우리는 토성 북부의 춘분점도 목격했다. 정말 하늘이 준 기회였다. 태양이 토성의 적도 위, 다시 말해 고리 바로 위에 걸려 있는 상태였다. 그때는 고리 위나 아래로 튀어나온 것은 무엇이든 고리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시점에 우리는 고리를 많이 촬영하면서 놀라운 사실들을 여럿 발견했다.
또 우리는 ‘소형 위성’들이 고리 속에 박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 역시 아주 중요한 발견이었다. 우리는 그 위성들이 궤도를 따라 돌지만 때로는 고리를 가로 질러 이동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디스크 모양의 잔해 구름(태양 성운) 속에서 행성들이 형성될 때도 그렇게 이동했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런 식으로 행성들은 형성 초기에 위치를 바꿨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것이 태양 성운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특별했던 순간들을 예로 든다면?
우리는 목성을 근접 통과했다. 목성과 토성 사이를 3년만에 주파하려면 중력 도움(gravity assist)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중력 도움이란 탐사선이 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빨라지다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 행성 궤도 밖으로 벗어나 항행하는 기술이다. 아무튼 카시니가 보내온 목성의 첫 사진을 봤을 때 놀라 자빠질 뻔했다. 목성은 카시니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아주 자세히 찍혔다. 정말 대단했다. 그 사진을 보고 우리가 가진 카메라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성 가까이 다가가면 훨씬 더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때의 설렘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하위헌스 탐사선을 착륙시킨 일도 잊을 수 없다. 하위헌스가 보내온 사진은 궤도에서 우리가 볼 수 없었던 타이탄 표면을 또렷이 보여줬다. 카시니는 타이탄 궤도에 6개월 반 동안 머물렀지만 타이탄의 모습은 늘 어렴풋해 판독하기 어려웠다. 액체에 의해 형성된 지형과 액체처럼 보이는 물체가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하위헌스 탐사선이 타이탄에 착륙하면서 타이탄 표면에 흐르는 액체가 만든 지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다.
더구나 외태양계에 우리가 만든 탐사선을 착륙시켰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인류 역사에서 이전에 한 적이 없는 일을 우리가 해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모든 것이 달리 보인다. 하위헌스 탐사선이 타이탄에 착륙하자 태양계 전체가 이전보다 훨씬 작아 보인다고 느꼈다. 그만큼 시야가 넓어졌다는 뜻이다. 그 다음 타이탄 남극점에서 호수를 발견한 것도 대단한 성과였다. 타이탄의 지표에 액체 탄화수소로 이뤄진 바다와 호수가 있다는 증거였다. 그 외에 카시니는 엔셀라두스 위성의 남극에서 분출하는 간헐천도 발견했다. 그처럼 놀라운 순간이 아주 많았다.
카시니가 보내온 영상을 더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나?
물론이다. 카시니가 보내온 사진은 수십만 장을 헤아린다. 그 전부를 검토하고 분석하려면 아직 멀었다. 우리는 카시니가 찍은 영상을 얻기 전까지 23년 동안 보이저가 보내온 사진을 봤다. 따라서 앞으로 100년 뒤에도 사람들은 카시니가 보내온 영상을 보게 될 것이다. 태양계에서 현상학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행성인 토성에 대한 방대한 자료가 거기에 담겨 있다. 앞으로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그 사진들을 분석해 중요한 사실을 밝혀낼 것이다.
임무 도중 좌절한 적도 있었나?
카시니의 탐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정치적인 측면이었다. 카시니가 토성에 도달하기 1년 반을 앞둔 시점에서야 필요한 예산을 가까스로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마지막 몇 달 동안 미친듯이 일을 서둘러야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좀 쉬고 싶다. 평범한 일상이 어떤 것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엔셀라두스 위성으로 돌아가 그곳이 생명체의 제2고향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또 카시니의 탐사를 통해 우리가 태양계에 관해 알아낸 사실들을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주에서 우리 지구만큼 특별한 행성도 없다. 그런 점을 깨닫고 명심하면서 우리는 지구와 생물권을 잘 보호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탐사로 미뤄볼 때 태양계에 지구와 같은 행성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지구를 살려내야 한다. 지구는 특별한 행성이며 인간의 고향이다. 지구를 잘 보살피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화성은 각종 소설과 영화에 우주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또 인간이 식민지를 건설할 곳으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대기가 매우 옅고 자기장이 없어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화성이 우주의 식민지 후보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자 찰스 울포스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후보지로 꼽는다. 과연 그곳의 환경은 어떨까?
- 스태브 지브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카시니는 1997년 10월 15일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타이탄 IVB/센토 로켓에 실려 우주로 쏘아올려졌다. 목표는 토성. 그 먼 곳까지 도달하는 데만 장장 7년이 걸렸다. 카시니는 2004년 토성 궤도에 진입했다. 원래는 4년 동안만 임무를 수행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임무가 두 차례나 연장돼 연료가 소진될 때까지 13년 동안 토성 궤도를 돌며 수많은 데이터를 지구로 충실히 전송했다.
카시니는 토성과 그 위성들만이 아니라 신비롭고 아름다운 토성의 고리까지 사상 최초의 심층 정찰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특히 그동안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타이탄에 탐사선 하위헌스를 착륙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달 이외에 행성의 위성에 탐사선을 처음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놀랍게도 그곳에 비와 강, 호수, 바다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또 카시니는 토성의 다른 위성 엔셀라두스에서 분출하는 간헐천을 관측했다. 외계 열수 활동을 시사하는 최초의 증거였다. 아울러 토성 고리의 세밀한 관측으로 과학자들은 태양계의 행성들이 어떻게 생성됐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카시니가 임무를 마치고 산화하기 직전 뉴스위크는 미국의 행성연구 과학자로 카시니-하위헌스 영상팀장인 캐롤린 포르코를 인터뷰했다. 1980년대 보이저의 태양계 탐사에서 영상 과학자로 일했던 그녀는 카시니가 이뤄낸 놀라운 발견과 이 역사적인 탐사의 영상 자료에 관한 소감을 밝혔다.
카시니 토성 탐사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의 상황은 어땠는가?
당시는 보이저 프로젝트가 끝난 직후였다. 보이저 임무는 그때까지 이뤄진 사상 최고의 프로젝트였다. 그런 역사적인 우주 탐사에 참여하게 된 것 자체가 크나큰 영광이었다. 우리 모두 인류 최초의 지구일주 항해 선단을 지휘한 마젤란의 배를 탄 행성 탐험가와 같았다. 그런 보이저 임무가 끝나자 너무 아쉬웠다. 우린 다시 탐사를 떠나고 싶어 안달했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 2호는 태양계 행성을 두루 지나며 소중한 정보들을 지구로 보낸 후 사상 최초로 태양계를 벗어나 미지의 영역으로 돌진하는 중이다.)
보이저가 거둔 성과가 카시니의 임무 수행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
보이저가 토성과 조우한 후 우리가 갖게 된 수많은 의문 중 다수를 카시니가 답해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보이저는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을 두루 거치며 우주를 여행했다. 이동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우리는 잠깐 동안만 그 행성들을 볼 수 있었다. 각 행성의 고해상도 사진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상당히 짧았다. 신비로운 새 영상인데도 한두 번만 보고 지나친 게 너무도 많았다. ‘저게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우린 궁금한 점이 너무도 많았다.
특히 토성의 고리에서 보이저가 그곳에 도달하기 전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구조가 발견됐다. 정말 장관이었다. 우리는 그 후 23년 동안 이론적인 바탕에서 그 구조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결국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곳에 더 오래 머물며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의 경우 보이저는 그 표면을 확실히 볼 수 없었다. 카메라와 영상 시스템의 성능이 빛을 흡수하는 타이탄 대기의 특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카시니 탐사로 타이탄의 표면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 표면을 볼 수 있으려면 카메라와 관측 전략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카시니 임무에서 기대한 성과는 무엇이었나?
토성과 그 주변을 도는 위성에 관한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자세하고도 아름다운 영상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보이저에 장착된 카메라보다 카시니에 장착된 카메라의 성능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그런 영상을 통해 토성 시스템 전체에 관한 훨씬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른 한편 비공식적으론 사상 최고의 우주기행 영화처럼 토성 주변의 여행을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우리와 함께 토성 주변을 여행하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었다. 보이저 시절엔 아무도 이미지를 예술적이거나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 우리는 움직이는 형상을 연속 촬영해 동영상처럼 만들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토성 궤도에서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토성 고리의 영상을 확보했다. 토성 주위를 도는 위성들을 움직임, 한 위성이 다른 위성을 가리는 모습, 위성의 그림자가 토성의 고리에 드리워져 서서히 이동하는 모습, 토성을 뒤덮은 구름 패턴의 변화, 번개 치는 모습 등도 동영상으로 만들었다. 그 전부를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실제로 그 현장에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적인 동시에 시각적인 향연이다.
카시니는 토성의 고리에서 무엇을 봤나?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판은 보이저가 1990년에 발견한 위성인데,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토성 고리에서 엔케 간극(Encke Gap)이라고 불리는 좁고 어두운 간격 사이에 위치해 고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카시니가 알아냈다(판이 자신의 중력을 이용해 토성 고리를 구성하는 물질이 흩어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그처럼 작은 위성인 판이 만든 파동으로 고리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우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위성들의 동요가 일으킨 파동으로 고리의 입자들이 서로 밀치면 입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 입자들은 전부 고리 면과 수직을 이루며 위를 향한다. B고리의 가장자리(위성 미마스와 가장 강하게 공명하는 곳)에선 입자가 고리 면과 수직으로 3.2㎞ 정도 위로 이동한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올 듯한 얘기다. 언젠가 실제로 영화에 사용되면 좋겠다.
또 우리는 토성 북부의 춘분점도 목격했다. 정말 하늘이 준 기회였다. 태양이 토성의 적도 위, 다시 말해 고리 바로 위에 걸려 있는 상태였다. 그때는 고리 위나 아래로 튀어나온 것은 무엇이든 고리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시점에 우리는 고리를 많이 촬영하면서 놀라운 사실들을 여럿 발견했다.
또 우리는 ‘소형 위성’들이 고리 속에 박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 역시 아주 중요한 발견이었다. 우리는 그 위성들이 궤도를 따라 돌지만 때로는 고리를 가로 질러 이동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디스크 모양의 잔해 구름(태양 성운) 속에서 행성들이 형성될 때도 그렇게 이동했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런 식으로 행성들은 형성 초기에 위치를 바꿨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것이 태양 성운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특별했던 순간들을 예로 든다면?
우리는 목성을 근접 통과했다. 목성과 토성 사이를 3년만에 주파하려면 중력 도움(gravity assist)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중력 도움이란 탐사선이 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빨라지다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 행성 궤도 밖으로 벗어나 항행하는 기술이다. 아무튼 카시니가 보내온 목성의 첫 사진을 봤을 때 놀라 자빠질 뻔했다. 목성은 카시니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아주 자세히 찍혔다. 정말 대단했다. 그 사진을 보고 우리가 가진 카메라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성 가까이 다가가면 훨씬 더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때의 설렘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하위헌스 탐사선을 착륙시킨 일도 잊을 수 없다. 하위헌스가 보내온 사진은 궤도에서 우리가 볼 수 없었던 타이탄 표면을 또렷이 보여줬다. 카시니는 타이탄 궤도에 6개월 반 동안 머물렀지만 타이탄의 모습은 늘 어렴풋해 판독하기 어려웠다. 액체에 의해 형성된 지형과 액체처럼 보이는 물체가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하위헌스 탐사선이 타이탄에 착륙하면서 타이탄 표면에 흐르는 액체가 만든 지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다.
더구나 외태양계에 우리가 만든 탐사선을 착륙시켰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인류 역사에서 이전에 한 적이 없는 일을 우리가 해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모든 것이 달리 보인다. 하위헌스 탐사선이 타이탄에 착륙하자 태양계 전체가 이전보다 훨씬 작아 보인다고 느꼈다. 그만큼 시야가 넓어졌다는 뜻이다. 그 다음 타이탄 남극점에서 호수를 발견한 것도 대단한 성과였다. 타이탄의 지표에 액체 탄화수소로 이뤄진 바다와 호수가 있다는 증거였다. 그 외에 카시니는 엔셀라두스 위성의 남극에서 분출하는 간헐천도 발견했다. 그처럼 놀라운 순간이 아주 많았다.
카시니가 보내온 영상을 더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나?
물론이다. 카시니가 보내온 사진은 수십만 장을 헤아린다. 그 전부를 검토하고 분석하려면 아직 멀었다. 우리는 카시니가 찍은 영상을 얻기 전까지 23년 동안 보이저가 보내온 사진을 봤다. 따라서 앞으로 100년 뒤에도 사람들은 카시니가 보내온 영상을 보게 될 것이다. 태양계에서 현상학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행성인 토성에 대한 방대한 자료가 거기에 담겨 있다. 앞으로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그 사진들을 분석해 중요한 사실을 밝혀낼 것이다.
임무 도중 좌절한 적도 있었나?
카시니의 탐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정치적인 측면이었다. 카시니가 토성에 도달하기 1년 반을 앞둔 시점에서야 필요한 예산을 가까스로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마지막 몇 달 동안 미친듯이 일을 서둘러야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좀 쉬고 싶다. 평범한 일상이 어떤 것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엔셀라두스 위성으로 돌아가 그곳이 생명체의 제2고향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또 카시니의 탐사를 통해 우리가 태양계에 관해 알아낸 사실들을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주에서 우리 지구만큼 특별한 행성도 없다. 그런 점을 깨닫고 명심하면서 우리는 지구와 생물권을 잘 보호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탐사로 미뤄볼 때 태양계에 지구와 같은 행성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지구를 살려내야 한다. 지구는 특별한 행성이며 인간의 고향이다. 지구를 잘 보살피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화성은 각종 소설과 영화에 우주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또 인간이 식민지를 건설할 곳으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대기가 매우 옅고 자기장이 없어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화성이 우주의 식민지 후보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자 찰스 울포스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후보지로 꼽는다. 과연 그곳의 환경은 어떨까?
- 스태브 지브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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