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의 ‘세계의 콜렉터’
박은주의 ‘세계의 콜렉터’
20세기 초 프랑스 예술가들에게 푹 빠져 마티스·피카소·고갱· 고흐 등 수백여 점의 예술작품을 수집한 한 러시아 사업가가 있었다. 바로 러시아 최고의 미술 수집가인 슈킨 (Serguei Chtchoukine)이다. 2016년 러시아의 여러 박물관에 흩어져 있던 그의 콜렉션을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베르나 아르노 회장의 야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혁신적인 루이비통 재단을 통해 음악·예술· 건축을 향한 꿈을 아낌없이 펼치고 있다. 베르나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 크리시티안 디오르 등 70여 개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의 회장이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트 콜렉터이다. 그는 마티스, 피카소, 앤디 워홀 등 3000여 점의 컨템퍼러리 아트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파리 샹제리제 거리의 루이비통 본점 꼭대기 층의 전시장은 전 세계의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는 공간으로 한국의 서도호·이수경 등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불로뉴 숲 부근에 위치한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은 음악 콘서트와 예술 전시를 어우르는 경이로운 건축물로 아르노 회장에게 초대 받은 건축가 프랑크 게리의 걸작이다. 베르나 아르노 회장은 2017년 3월에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Moscow International House of Music)에서 피아니스트인 부인 헬렌 메르시에, 아들 프레드릭과 함께 블라드미르 스피바코프(Vladimir Spivakov)가 지휘하는 러시아 국립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의 피아노 콘체르토[Mozart - Piano Concerto No. 7 K 242] 를 연주했던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기업인 아르노 회장에게 이렇게 음악·예술·건축이 삶의 일부가 된 배경에는 그의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는 아들에게 피아노의 열정을 심어줘 피아니스트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캐나다 퀘백 출신 피아니스트 헬렌 메르시에에게 [Chopin - Etude op.10n°12 ‘revolutionnaire’]를 연주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할머니 덕분이다. 그는 예술 애호가였으며 콜렉터인 어머니를 따라 어려서부터 박물관과 갤러리 전시를 다녔고 경매장도 자주 동반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갔던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박물관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순간이었다. 이렇게 음악과 예술은 자연스럽게 그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그는 다른 콜렉터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안목을 지녔다. 1982년 뉴욕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구입한 모네의 작품 [Charing Cross Bridge 1902]은 그의 기회 포착 능력을 보여준다. 모네의 말년 작품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입찰하는 사람이 없는 작품을 그가 20만 유로에 구입하는 행운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마티스·피카소 등의 작품들을 구입했고 그의 콜렉션 규모는 점점 커졌다. 모던아트에서 시작한 그의 콜렉션은 이후 정식으로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생존 작가들의 컨템퍼러리 아트로 발전했다.
2007년 오픈한 몽테뉴 거리의 크리스티안 디오르 매장은 콜렉터다운 감각을 살려 마치 자신의 개인 아파트처럼 설계했다. 디오르 매장은 다른 명품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탁월한 감각이 한눈에 느껴진다. 매장 내의 개인 살롱에는 베르나 뷔페의 크리스티안 디오르의 초상화, 쟝미셀 오토니엘의 유리 목걸이 작품 등 자신의 소장품을 설치했는데, 예술과 마케팅의 조화로움이 저속한 상업적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내 집에서 편안하게 여러 벌의 옷을 거울을 보며 입어보는 황홀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기업가로서 그는 매우 신중하며 어떤 상황에도 차분함을 잃지 않는 철의 얼굴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성품은 훌륭한 경영자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엄격하면서도 사랑으로 훈육했던 할머니 덕분이다. 그의 할머니는 ‘저녁 식사 이후에는 공부하지 않는다’는 신조로 자녀들을 양육했다. 이 때문에 그는 반에서 1, 2등이 되기에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방학 동안 훌륭한 수학 선생님의 도움으로 프랑스 영재들을 위한 에꼴 폴리테크니크에 입할 할 수 있었다.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였지만 늘 창의적인 것에 열정을 가졌다. 어려서부터 예술적이며 섬세한 감각과 창의적이며 논리적 지성을 동시에 활용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훗날 비즈니스에 성공하게 된 열쇠가 되었다. 그는 사업가로 성공한 후 모교인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생들에게 했던 강연이 있다. 여기에서 그는 기업가로서 자신의 성공을 이끌었던 요인을 3가지로 설명했다. 바로 창의력(Creativity)과 품질(Quality), 기업가 정신(Entrepreneur Sprit)이다.
◇창의력(Creativity) : 그에게 연구는 창조를 위한 과정으로 창조는 상상의 결과이다. 단, 창조를 위한 창조가 아니라 혁신(innovation)을 위한 창조라고 했다. 즉 창조는 혁신을 위해 예술을 응용한 것이기 때문에 탁월한 미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며 실행적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품질(Quality) : 루이비통에서 인수한 이탈리아 캐시미어 제품 회사인 ‘로로 피아나’는 그가 모든 영역에서 늘 최고의 품질을 추구한다는 것을 전적으로 보여준다. 캐시미어가 가장 편안하고 가볍고 포근한 최고의 겨울 옷인 것처럼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또한 건축가와 엔지니어들이 함께 개발한 30여 개의 기술로 완성한 건축물이다. 물론 건축물로서 완벽해야 하지만 블로슈 숲의 풍속에 견뎌야 하는 유리의 강도 또한 감안해서 최고의 건축물을 지었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 Sprit) : 그는 기업가 정신을 항상 새로운 차원의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퐁피두 센터 관리에는 1000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되는 반면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은 단지 30명이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 마치 스타트업처럼 기업을 움직이고 있다.
그가 말하는 세 가지 성공요인에 있어 필요 불가결한 것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을 현실로 끌어내는 것이 혁신이며 창조인 것이다. 그가 ‘경영과 예술을 분리할 수 없다’고 말하는 배경에는 이런 철학이 깃들어 있다. 베르나 아르노 회장은 ‘사업가에게 예술은 필요 이상이다. 어떤 형태의 예술이건 예술은 사고를 넓히고 시야를 크게 보게 하고 감각을 일깨우도록 인도한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예술을 감상하고 늘 피아노를 연주하며 테니스를 즐기는 그의 일생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관료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호기심 많은 기업인인지 알 수 있다. 세계의 20대 대형 콜렉터들을 보면 대부분 남성 아트 딜러의 컨설턴트를 받고 있다. 유일하게 여성에게 컨설턴트를 받는 사람은 베르나 아르노 회장이다. 전 파리 시립 박물관 관장인 수잔 파제 (Suzanne Page) 의 조언으로 이어지는 그의 아트 콜렉션은 섬세함을 드러내며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여기에서 160여 점의 슈킨 콜렉션 전시를 하면서 그는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시며 ‘나의 꿈을 이루었다’고 했다. 그의 꿈을 이룬 전시 기획의 소임을 맡은 기획자 역시 여성으로 전 피카소 박물관 관장인, 안 발다사리(Anne Baldassari)였다.
평범하지 않는 그의 일상에는 늘 예술, 피아노 그리고 테니스가 있다. 이 세 가지는 기업가인 그에게 늘 신중함을 주었을뿐 아니라 스스로를 탐구하고 끈질기에 매달리는 인내력과 더불어 성취욕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런 배경으로 보면, 프랑스에만 13만 명의 직원을 고용한 LVMH그룹의 성공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트 콜렉터로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을 설립한 것은 필연적인 운명이었다. 이는 마치 다카시 무라카미의 컬러플한 모티브들이 전통적인 루이비통의 모노그람과 만나는 것과 같다.
20세기 러시아 기업가 슈킨과 21세기 프랑스 기업가 아르노 회장의 공통점은 기업가이면서 예술과 함께 살고자 했던 욕망을 가졌다는 점이다. 왜 기업가들에게 예술이 필요한 것일까? 기업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만 그 비밀을 찾을 수 있다.
※ 박은주는… 박은주는 1997년부터 파리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다. 파리의 예술사 국립 에콜(GRETA)에서 예술사를, IESA(LA GRANDE ECOLE DES METIERS DE LA CULTURE ET DU MARCHE DE L’ART)에서 미술 시장과 컨템퍼러리 아트를 전공했다. 파리 드루오 경매장(Drouot)과 여러 갤러리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유럽의 저명한 컨설턴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008년부터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편 유럽 예술가들의 에이전트도 겸하고 있다. 2010년부터 아트 프라이스 등 예술 잡지의 저널리스트로 예술가와 전시 평론을 이어오고 있다. 박은주는 한국과 유럽 콜렉터들의 기호를 살펴 작품을 선별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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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 피카소, 앤디 워홀 등 3000여 점 작품 소장
기업인 아르노 회장에게 이렇게 음악·예술·건축이 삶의 일부가 된 배경에는 그의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는 아들에게 피아노의 열정을 심어줘 피아니스트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캐나다 퀘백 출신 피아니스트 헬렌 메르시에에게 [Chopin - Etude op.10n°12 ‘revolutionnaire’]를 연주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할머니 덕분이다. 그는 예술 애호가였으며 콜렉터인 어머니를 따라 어려서부터 박물관과 갤러리 전시를 다녔고 경매장도 자주 동반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갔던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박물관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순간이었다. 이렇게 음악과 예술은 자연스럽게 그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그는 다른 콜렉터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안목을 지녔다. 1982년 뉴욕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구입한 모네의 작품 [Charing Cross Bridge 1902]은 그의 기회 포착 능력을 보여준다. 모네의 말년 작품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입찰하는 사람이 없는 작품을 그가 20만 유로에 구입하는 행운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마티스·피카소 등의 작품들을 구입했고 그의 콜렉션 규모는 점점 커졌다. 모던아트에서 시작한 그의 콜렉션은 이후 정식으로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생존 작가들의 컨템퍼러리 아트로 발전했다.
2007년 오픈한 몽테뉴 거리의 크리스티안 디오르 매장은 콜렉터다운 감각을 살려 마치 자신의 개인 아파트처럼 설계했다. 디오르 매장은 다른 명품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탁월한 감각이 한눈에 느껴진다. 매장 내의 개인 살롱에는 베르나 뷔페의 크리스티안 디오르의 초상화, 쟝미셀 오토니엘의 유리 목걸이 작품 등 자신의 소장품을 설치했는데, 예술과 마케팅의 조화로움이 저속한 상업적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내 집에서 편안하게 여러 벌의 옷을 거울을 보며 입어보는 황홀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사업가에게 예술은 필요 이상이다
◇창의력(Creativity) : 그에게 연구는 창조를 위한 과정으로 창조는 상상의 결과이다. 단, 창조를 위한 창조가 아니라 혁신(innovation)을 위한 창조라고 했다. 즉 창조는 혁신을 위해 예술을 응용한 것이기 때문에 탁월한 미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며 실행적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품질(Quality) : 루이비통에서 인수한 이탈리아 캐시미어 제품 회사인 ‘로로 피아나’는 그가 모든 영역에서 늘 최고의 품질을 추구한다는 것을 전적으로 보여준다. 캐시미어가 가장 편안하고 가볍고 포근한 최고의 겨울 옷인 것처럼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또한 건축가와 엔지니어들이 함께 개발한 30여 개의 기술로 완성한 건축물이다. 물론 건축물로서 완벽해야 하지만 블로슈 숲의 풍속에 견뎌야 하는 유리의 강도 또한 감안해서 최고의 건축물을 지었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 Sprit) : 그는 기업가 정신을 항상 새로운 차원의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퐁피두 센터 관리에는 1000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되는 반면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은 단지 30명이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 마치 스타트업처럼 기업을 움직이고 있다.
그가 말하는 세 가지 성공요인에 있어 필요 불가결한 것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을 현실로 끌어내는 것이 혁신이며 창조인 것이다. 그가 ‘경영과 예술을 분리할 수 없다’고 말하는 배경에는 이런 철학이 깃들어 있다. 베르나 아르노 회장은 ‘사업가에게 예술은 필요 이상이다. 어떤 형태의 예술이건 예술은 사고를 넓히고 시야를 크게 보게 하고 감각을 일깨우도록 인도한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예술을 감상하고 늘 피아노를 연주하며 테니스를 즐기는 그의 일생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관료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호기심 많은 기업인인지 알 수 있다.
유일하게 여성에게 컨설턴트 받아
평범하지 않는 그의 일상에는 늘 예술, 피아노 그리고 테니스가 있다. 이 세 가지는 기업가인 그에게 늘 신중함을 주었을뿐 아니라 스스로를 탐구하고 끈질기에 매달리는 인내력과 더불어 성취욕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런 배경으로 보면, 프랑스에만 13만 명의 직원을 고용한 LVMH그룹의 성공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트 콜렉터로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을 설립한 것은 필연적인 운명이었다. 이는 마치 다카시 무라카미의 컬러플한 모티브들이 전통적인 루이비통의 모노그람과 만나는 것과 같다.
20세기 러시아 기업가 슈킨과 21세기 프랑스 기업가 아르노 회장의 공통점은 기업가이면서 예술과 함께 살고자 했던 욕망을 가졌다는 점이다. 왜 기업가들에게 예술이 필요한 것일까? 기업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만 그 비밀을 찾을 수 있다.
※ 박은주는… 박은주는 1997년부터 파리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다. 파리의 예술사 국립 에콜(GRETA)에서 예술사를, IESA(LA GRANDE ECOLE DES METIERS DE LA CULTURE ET DU MARCHE DE L’ART)에서 미술 시장과 컨템퍼러리 아트를 전공했다. 파리 드루오 경매장(Drouot)과 여러 갤러리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유럽의 저명한 컨설턴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008년부터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편 유럽 예술가들의 에이전트도 겸하고 있다. 2010년부터 아트 프라이스 등 예술 잡지의 저널리스트로 예술가와 전시 평론을 이어오고 있다. 박은주는 한국과 유럽 콜렉터들의 기호를 살펴 작품을 선별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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