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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기간 10년에서 3년으로

신약 개발 기간 10년에서 3년으로

바이오테크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 AI 딥러닝 이용해 항암제 개발에 혁명 일으켜
인실리코 메디슨은 인공지능 네트워크가 항암 잠재력을 가진 분자를 표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에 매진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10명 중 4명. 앞으로 암 진단을 받을 미국인의 비율을 말한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가 추정한 수치다. 그 환자 중 33%는 5년 이상 살지 못할 것이다. 생존 기간이 그처럼 짧다면 효과적인 치료책을 찾을 시간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새로운 암 치료제를 개발해 시판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 동물 테스트, 임상시험, 규제 검토 등이 포함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엄격한 과정을 통과하는 실험약은 개발된 약의 7%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금까지 시판을 승인한 약이 2000가지도 안 된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항암제만이 아니라 모든 질병 치료제를 전부 다 포함해 2000가지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 볼티모어의 바이오테크 업체 인실리코 메디슨은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연구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줄여 신약 개발에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학 저널 온코타겟(Oncotarget)에 발표된 논문에서 인실리코 메디슨이 이끈 연구팀은 그런 접근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AI 네트워크 2개를 구축했다. 요즘 떠오르는 ‘생성적 적대 네트워크(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GAN)’다. 서로 다른 AI가 상호 경쟁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는 기계학습 방법을 가리킨다.

그중 AI 네트워크 하나는 항암 속성을 가진 새로운 분자들을 제시한다. 다른 하나의 AI 네트워크는 지금까지 알려진 치료제에 근거해 제시된 것들 중 맞지 않는 것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인실리코 메디슨의 폴리나 마모시나 연구원은 “미술 작품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항암제가 미술 작품이라면 첫째 네트워크는 그 작품을 복제해 위작을 만들려는 미술학생이고 둘째 네트워크는 위작을 식별하는 미술 전문가다. 작품이 위작으로 판정될 때마다 그 학생은 원작을 더 잘 복제해야 한다. 또 학생의 작품이 더 잘 복제될 때마다 미술 전문가는 위작을 찾아내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다시 GAN으로 돌아가 설명하자면 첫째 AI 네트워크는 찾아낸 새 분자가 적절한 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둘째 네트워크를 계속 ‘속이려’ 한다. 그 과정에서 둘 다 항암제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된다. 학습을 통해 지식이 증대된다는 듯이다. 일단 서로를 충분히 테스트해서 지식이 쌓이고 나면 두 네트워크는 항암 잠재력을 가진 화합물을 조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인실리코 메디슨의 연구팀은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 7200만 가지 화학물질을 조사했다. GAN이 선택한 화합물 중엔 특허를 받은 항암제 60가지가 포함됐다. GAN은 이런 약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것이 선택한 나머지 화합물은 추가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컴퓨터 테스트 방법은 표준 시험관 실험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 잠재력 있는 화합물 100만 가지 중에서 새로운 항암제를 찾는 전통적인 방법 대신 연구자들은 GAN을 이용해 단 한 달 안에 100만 가지 중에서 가장 유망한 후보 화합물 100가지를 추려낼 수 있었다.

이 방법은 더 빠른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성비가 더 높은 연구이기도 하다. 실험약이 개발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인력과 자원에서 수백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 건강경제학저널에 실린 한 논문은 테스트 과정의 통과에 실패한 약 때문에 각각의 성공한 약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 비용에 16억 달러 이상이 추가된다고 추정했다. 따라서 더 적은 수의 더 유망한 약물 후보군을 GAN으로 추려낼 수 있다면 연구자들은 수백만, 아니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컴퓨터 테스트 방식을 모두가 신뢰하진 않는다. 마모시나 연구원은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암 연구자 다수는 AI를 잘 모르기 때문에 GAN의 효용성을 의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들에겐 AI가 블랙박스와 같다.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워 회의적이 되기 쉽다.”

다른 첨단기술이 그랬듯이 인실리코 메디슨도 고비용·저효율적인 신약 개발 생태계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과장 광고로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물론 그 과정에서 잠재적인 함정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올렉산드르 이사예프 교수는 AI 지원 약 개발을 연구한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결과가 없는 이 기술을 두고 기대가 지나칠 수 있다고 인정했다. “AI 지원 약 개발과 관련해 발표된 논문 대다수는 순전히 가상적이다. 불행하게도 일부 예측은 잘못될 수 있다. ‘AI가 발견한’ 유망한 항암제 분자가 실제 실험으로 확인되는 것을 보면 좋겠다.”

GAN을 개발하는 인실리코 메디슨도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들은 단순히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개념으로 기술을 판매하는 사업에서 GAN의 네트워크가 항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한 분자에 대한 연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화합물이 전통적인 시험관 테스트를 통과하면 추가적인 규제 검토를 위해 제약회사에 라이선스 판매될 것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마케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8월 인실리코 메디슨은 새로운 연구 기법을 실행하기 위해 제약 대기업 글락소스 미스클라인과 제휴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이런 새로운 접근법을 믿기 때문에 GAN이라는 도구보다는 개발하는 신약의 라이선스를 판매하겠다고 결정한 듯하다. 그러나 AI가 실제로 신약 개발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인실리코 메디슨은 실험실의 시험관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 아빈드 딜라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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