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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신의 막말에 감사드립니다

트럼프, 당신의 막말에 감사드립니다

핵무기 관련해 북-미 양국 지도자의 말폭탄으로 피폭치료제뿐 아니라 벙커와 방공시설 등 재해대비 업계 호황 맞아
“다른 산업은 모르겠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재해대비 업계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 사진:AP-NEWSIS
미국인의 핵폭탄 공포증이 커져가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일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트윗 공방전에서 자신의 “핵단추”가 더 크다고 자랑한 뒤 핵공격시 인명을 보호하는 제품 판매업체들에 문의전화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웹사이트 nukepills.com을 개설해 핵방사능 피폭 치료제(요오드화칼륨)와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트로이 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띄운 지 48시간 내에 대략 14만 회분(한 달 공급분)을 판매했다고 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그 정도 매출을 올린 적은 없었다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이용습관을 매출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존스 대표는 “트럼프의 트윗에 모두가 잔뜩 겁을 집어먹어 매출이 즉시 급증한다”며 “트럼프의 트윗을 팔로하면 그의 발언에 근거해 그날과 그 주의 매출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 밖에도 미군에 요오드화칼륨을 납품하며 미국 내 식품의약국(FDA) 승인약품 선두 유통업자인 존스는 보통 6개월 분을 재고로 확보해 두려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졌다.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 주문량을 계속 늘려야 했다. 쉽게 말해 대북 위기 상황(그리고 트럼프의 과장된 대응방식) 덕분에 존스의 사업이 호황을 맞은 것이다.

최근 몇 달 전부터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 본격적인 조치들을 취해 왔던 하와이가 존스의 최대 시장이었다. 북한으로부터 대략 7400㎞ 거리에 있는 하와이는 상대적으로 북한의 가장 자연스러운 표적으로 꼽힌다.

존스 대표는 “핵공격 위협으로 인해 미국 내 다른 어느 곳보다 하와이 납품 물량이 많다”며 이 같은 증가세는 상당부분 지난해 8월 북한 정권이 미국령 괌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뒤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그 유명한 “화염과 분노” 위협을 한 지 얼마 안 돼서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자부하는 사업 수완으로 미국의 전체 산업을 성장시키겠다고 그동안 내내 주장해 왔다. 그의 정책이 경제 전반적으로 도움이 됐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핵재해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에는 대통령이 원군 역할을 한 듯하다.존스 대표는 “비상구호품을 생산 또는 판매하는 요즘의 이른바 재해대비(prepper) 산업에는 트럼프가 더 없는 지원군”이라며 핵공격 관련 상품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특히 호황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기를 호전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 다른 산업은 모르겠지만 재해대비 업계에는 분명 기적을 안겨주고 있다. 트럼프를 칭찬이나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현재 그의 트윗이 우리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트럼프가 핵단추 관련 트윗을 띄운 지 48시간 내에 nukepills.com의 핵방사능 피폭 치료제(아래)와 관련 상품이 대략 14만 회분 (한 달 공급분)이나 팔려나갔다. / 사진:NUKEPILLS.COM
요오드화칼륨을 판매하는 안벡스도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비슷하게 매출이 늘어났다. 미국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그 제약회사의 앨런 모리스 사장은 “우리는 미국 내 불안 수준을 나타내는 훌륭한 척도”라고 공영방송 NPR에 말했다.

요오드화칼륨 외에도 강철 벙커와 방공시설을 취급하는 업체들도 일반의 관심과 매출이 증가했다. 텍사스 주의 ‘라이징 S 벙커’도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특히 북한과의 관계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게리 린치 본부장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세계 시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난다.” ‘핵버튼’ 트윗 이후 린치 본부장의 전화통에 불이 났다. 린치는 “지난 한 주 사이 내 통화 건수가 약 250% 증가했다”며 “그만큼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효과’는 미국에만 국한되지는 않은 듯하다. 저 멀리 스웨덴과 일본 같은 나라에서도 핵 대피시설 투자가 증가세를 보였다. 북한은 25~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핵탑재 탄도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확보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은 지난해 급성장했으며 올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작정인 듯하다.

한편 북한이 핵야욕을 접도록 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계속 진행되는 중이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유엔은 북한의 군사행동을 이유로 엄중한 제재를 가했다. 외교의 궁극적인 효과에 관해 많은 사람(트럼프도 가끔씩)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러나 남북한은 지난 1월 9일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오랜 세월 대치해온 남북한이 공식 대화를 갖는 건 약 2년 만이다. 대화 결과 북한은 다음 달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합의했다.

회담은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에서 실시되는 모든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평창 올림픽 이후로 연기하기로 합의한 뒤 이뤄졌다. 북한은 걸핏하면 그런 훈련을 북한 정권 전복을 위한 침공의 리허설로 규정한다. 따라서 평창올림픽 기간 중 모든 군사행동의 연기는 당분간 모든 관계 당사자가 만족하는 한 방편으로 간주된다.

최근 며칠 사이 북-미간 긴장이 다소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핵전쟁 가능성에 관해 우려하는 미국인이 많은 듯하다. 존스 대표는 지난 10일 정오 기준으로 이미 200건 이상의 개별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핵공격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그의 웹사이트에서 평소 하루 평균 주문량의 10배를 웃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 들어 대미 핵공격에 관한 피해망상이 냉전 시대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재해대비 업계에는 좋은 일이지만 필시 미국인의 정신건강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몇 달 사이의 여론조사에선 대다수 미국인이 북한과의 핵전쟁을 두려워했으며 또한 여태껏 트럼프 시대를 규정해온 불확실성과 혼란으로 인해 대체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 까닭에 방공시설과 핵방사능 응급구호품 키트에 투자해 위안을 얻으려는 미국인이 갈수록 늘어나는지도 모른다.

- 존 홀티웽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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