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구속 후 롯데 흔들 3가지 쟁점] 흥행성 떨어진 호텔롯데 상장에 속앓이
[신동빈 회장 구속 후 롯데 흔들 3가지 쟁점] 흥행성 떨어진 호텔롯데 상장에 속앓이
일본롯데홀딩스 핵심 경영진 변심 확률은 낮아...신동주 전 부회장 반격 타격도 미미할 듯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이 2월 21일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 공동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이날 오후 2시 일본 도쿄 본사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2월 13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신 회장의 사임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일본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게 됐다.
한국보다 경영진의 비리에 엄격한 일본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실형을 선고받으면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게 관례다. 신 회장은 스쿠다 대표를 포함한 일본롯데홀딩스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재판과 관련한 거취 문제에 대해 “구속될 경우(일본의) 관례상 절차에 따라야겠죠”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때도 회사 업무를 보기 위해서 1주일에 한 차례씩 일본을 방문해 일본롯데홀딩스 임원들을 만나왔다.
신 회장 입장에서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 회장의 이사직과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이사회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신 회장 법정구속) 사태는 일본법상 이사의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신 회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신 회장의 ‘원롯데’ 전략에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호텔롯데는 롯데건설(41.42%)·롯데케미칼(12.68%)·롯데물산(31.13%)·롯데알미늄(25.04%)·롯데상사(34.64%)·롯데캐피탈(26.60%)·롯데쇼핑(8.83%)·롯데지알에스(18.77%) 등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28.1%의 광윤사인데,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으로 이런 불리한 구도를 바꿀 포석이었지만 법정 구속돼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일본롯데홀딩스가 반기 들까?: 신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을 1.4% 밖에 갖고 있지 않았지만, 창업주 아들이란 프리미엄과 경영 능력으로 지배력을 유지해왔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최근 4%로 늘어 신격호 총괄회장(0.44%)과 신 전 부회장(1.62%)을 제치고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신 전 부회장이 단일 최재주주인 광윤사가 28.1%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어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의 순이다. 신 회장은 종업원 지주회·임원지주회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에서 압승을 거뒀다.
신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일본롯데홀딩스 경영의 핵심 인사는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와 고바야시 마사모토 이사(최고재무책임자)다. 쓰쿠다 대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측근이었다. 스미토모 은행에서 간부로 재직하던 그를 신 총괄회장이 2009년 일본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스카우트했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신 회장의 측근이 됐다. 고바야시 마사모토 이사는 신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롯데캐피탈 대표를 맡았던 그는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2016년 6월 롯데캐피탈 대표직을 사임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후 일본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쓰쿠다 대표는 그동안 신 회장을 “한·일 롯데의 경영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쓰쿠다 대표가 자신의 지지 세력을 지렛대 삼아 한·일 롯데를 좌지우지할 여지가 있다고 여긴다. 신 전 부회장은 “쓰쿠다와 고바야시 마사모토가 경영권을 찬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왔다. 두 사람이 변심하지는 않더라도 롯데의 굵직한 해외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투자에 반대할 여지도 있다. 쓰쿠다 대표는 신 회장이 중국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때 중국 리스크를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측은 쓰쿠다와 고바야시가 신 회장 부재 기간에 일본 롯데를 적절히 관리하다가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다시 ‘원톱’ 자리를 돌려줄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한다.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은 사임했지만 부회장직과 이사회 이사 직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도 이런 예상에 힘을 실어 준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사람 속마음까지 알 수야 없는 일이지만 오너를 인정하는 일본 전문 경영인들이 실익이 없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게다가 기소만 되더라도 사실상 유죄로 인정하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3심까지 유·무죄 여부를 다투기 때문에 앞으로 신 회장의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측은 “원롯데를 이끄는 수장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 50여년 간 지속되며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온 한·일 롯데의 협력 관계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면서도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동주는 권토중래할까?: 신 회장과 2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신동주 전 부회장의 ‘권토중래’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 전 부회장은 2월 13일 신 회장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마자 입장문을 발표해 신 회장의 사임과 해임을 촉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어 2월 21일 저녁 “신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롯데홀딩스 이사로 책임을 완수할 수 없음에도 이사직에 머무는 것은 사회적으로 도저히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신속하게 이사 지위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일본 홈페이지에서다. 롯데 안팎에서는 2015년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된 후 이른바 ‘무한주총’ 전략을 표방하며 호시탐탐 이사직 복귀를 노려온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사임을 계기로 이런 시도를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목표를 이루려면 그동안 신 회장을 지지해온 일본인 전문 경영인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재계와 롯데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경영 수완이 거의 없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전문 경영인들이 그를 지지할 가능성은 사실상 작다고 본다. 그의 이사직 복귀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란 이야기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1월 임시주총에서 이사직에서 해임된 후 복귀를 위해 그 해 8월, 2016년 3, 6월, 2017년 6월 등 4번에 걸친 임시·정기주총에서 신 회장 측과 표 대결을 펼쳤지만 모두 패했다. 더구나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9월한국 롯데 계열사인 롯데제과(3.96%)·롯데칠성(2.83%)·롯데푸드(2.0%)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현재 롯데쇼핑 지분 3%를 보유한게 전부다. 계열사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에 주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각종 권한이나 자격이 없는 만큼 경영권 탈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호텔롯데 상장 어디로: 신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그가 최대 현안으로 여기던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도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투명한 경영체제로 국민적 지탄을 받자 호텔롯데 상장을 필두로 지주사 전환을 약속했다. 롯데지주 출범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상당 부분 끊어낸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하면서 구주매출로 일본 계열사의 호텔롯데 지분율을 가능한 낮춰 일본에 종속돼 있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날 복안이었다. 호텔롯데는 IPO를 위해 지난 2016년 증권신고서를 제출, 오는 6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올해 안에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 구속을 빌미로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측에서 호텔롯데의 상장을 반대하고 나서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두 나라 롯데의 가교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부재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호텔롯데의 실적이 나빠진 점이 상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호텔월드잠실점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 중국의 보복 여파로 중국의 단체 관광객도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부문 매출은 2조5530억원,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96.8% 줄었다. 롯데지주 고위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야 공모자금을 많이 모을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상장을 해봐야 실익이 크게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공모자금의 3분의 1가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고 국내 계열사 91개 중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등 51개사를 지주회사 체제 아래 묶는 작업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400여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다만 롯데알미늄·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물산 등 주력 계열사는 롯데지주 체제 밖에 있다. 호텔롯데가 이들 회사의 주요 주주인데 그런 호텔롯데의 절대주주가 일본롯데홀딩스다. 롯데의 매출은 대부분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지분은 일본이 쥐고 있는 것이다.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호텔롯데가 아직은 외풍에 취약한 구조라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호텔롯데 상장 추진과 더불어 신 회장이 공을 들여온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2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롯데지알에스·롯데상사·롯데로지스틱스·한국후지필름·대홍기획의 투자 부문을 분할해 지주사에 합병할지를 의결한다. 롯데아이티테크는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신 회장 자신의 지분(10.41%)을 포함해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지분을 합쳐 롯데의 우호 지분은 43.88%가량 된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분할·합병 건은 지주회사 출범 이후 발생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것인 만큼 특별한 반대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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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경영진의 비리에 엄격한 일본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실형을 선고받으면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게 관례다. 신 회장은 스쿠다 대표를 포함한 일본롯데홀딩스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재판과 관련한 거취 문제에 대해 “구속될 경우(일본의) 관례상 절차에 따라야겠죠”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때도 회사 업무를 보기 위해서 1주일에 한 차례씩 일본을 방문해 일본롯데홀딩스 임원들을 만나왔다.
신 회장 입장에서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 회장의 이사직과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이사회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신 회장 법정구속) 사태는 일본법상 이사의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신 회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신 회장의 ‘원롯데’ 전략에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호텔롯데는 롯데건설(41.42%)·롯데케미칼(12.68%)·롯데물산(31.13%)·롯데알미늄(25.04%)·롯데상사(34.64%)·롯데캐피탈(26.60%)·롯데쇼핑(8.83%)·롯데지알에스(18.77%) 등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28.1%의 광윤사인데,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으로 이런 불리한 구도를 바꿀 포석이었지만 법정 구속돼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일본롯데홀딩스가 반기 들까?: 신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을 1.4% 밖에 갖고 있지 않았지만, 창업주 아들이란 프리미엄과 경영 능력으로 지배력을 유지해왔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최근 4%로 늘어 신격호 총괄회장(0.44%)과 신 전 부회장(1.62%)을 제치고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신 전 부회장이 단일 최재주주인 광윤사가 28.1%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어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의 순이다. 신 회장은 종업원 지주회·임원지주회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에서 압승을 거뒀다.
신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일본롯데홀딩스 경영의 핵심 인사는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와 고바야시 마사모토 이사(최고재무책임자)다. 쓰쿠다 대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측근이었다. 스미토모 은행에서 간부로 재직하던 그를 신 총괄회장이 2009년 일본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스카우트했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신 회장의 측근이 됐다. 고바야시 마사모토 이사는 신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롯데캐피탈 대표를 맡았던 그는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2016년 6월 롯데캐피탈 대표직을 사임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후 일본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쓰쿠다 대표는 그동안 신 회장을 “한·일 롯데의 경영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쓰쿠다 대표가 자신의 지지 세력을 지렛대 삼아 한·일 롯데를 좌지우지할 여지가 있다고 여긴다. 신 전 부회장은 “쓰쿠다와 고바야시 마사모토가 경영권을 찬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왔다. 두 사람이 변심하지는 않더라도 롯데의 굵직한 해외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투자에 반대할 여지도 있다. 쓰쿠다 대표는 신 회장이 중국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때 중국 리스크를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측은 쓰쿠다와 고바야시가 신 회장 부재 기간에 일본 롯데를 적절히 관리하다가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다시 ‘원톱’ 자리를 돌려줄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한다.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은 사임했지만 부회장직과 이사회 이사 직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도 이런 예상에 힘을 실어 준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사람 속마음까지 알 수야 없는 일이지만 오너를 인정하는 일본 전문 경영인들이 실익이 없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게다가 기소만 되더라도 사실상 유죄로 인정하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3심까지 유·무죄 여부를 다투기 때문에 앞으로 신 회장의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측은 “원롯데를 이끄는 수장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 50여년 간 지속되며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온 한·일 롯데의 협력 관계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면서도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동주는 권토중래할까?: 신 회장과 2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신동주 전 부회장의 ‘권토중래’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 전 부회장은 2월 13일 신 회장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마자 입장문을 발표해 신 회장의 사임과 해임을 촉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어 2월 21일 저녁 “신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롯데홀딩스 이사로 책임을 완수할 수 없음에도 이사직에 머무는 것은 사회적으로 도저히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신속하게 이사 지위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일본 홈페이지에서다. 롯데 안팎에서는 2015년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된 후 이른바 ‘무한주총’ 전략을 표방하며 호시탐탐 이사직 복귀를 노려온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사임을 계기로 이런 시도를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목표를 이루려면 그동안 신 회장을 지지해온 일본인 전문 경영인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재계와 롯데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경영 수완이 거의 없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전문 경영인들이 그를 지지할 가능성은 사실상 작다고 본다. 그의 이사직 복귀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란 이야기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1월 임시주총에서 이사직에서 해임된 후 복귀를 위해 그 해 8월, 2016년 3, 6월, 2017년 6월 등 4번에 걸친 임시·정기주총에서 신 회장 측과 표 대결을 펼쳤지만 모두 패했다. 더구나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9월한국 롯데 계열사인 롯데제과(3.96%)·롯데칠성(2.83%)·롯데푸드(2.0%)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현재 롯데쇼핑 지분 3%를 보유한게 전부다. 계열사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에 주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각종 권한이나 자격이 없는 만큼 경영권 탈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호텔롯데 상장 어디로: 신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그가 최대 현안으로 여기던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도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투명한 경영체제로 국민적 지탄을 받자 호텔롯데 상장을 필두로 지주사 전환을 약속했다. 롯데지주 출범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상당 부분 끊어낸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하면서 구주매출로 일본 계열사의 호텔롯데 지분율을 가능한 낮춰 일본에 종속돼 있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날 복안이었다. 호텔롯데는 IPO를 위해 지난 2016년 증권신고서를 제출, 오는 6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올해 안에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 구속을 빌미로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측에서 호텔롯데의 상장을 반대하고 나서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두 나라 롯데의 가교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부재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호텔롯데의 실적이 나빠진 점이 상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호텔월드잠실점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 중국의 보복 여파로 중국의 단체 관광객도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부문 매출은 2조5530억원,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96.8% 줄었다. 롯데지주 고위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야 공모자금을 많이 모을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상장을 해봐야 실익이 크게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공모자금의 3분의 1가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고 국내 계열사 91개 중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등 51개사를 지주회사 체제 아래 묶는 작업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400여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다만 롯데알미늄·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물산 등 주력 계열사는 롯데지주 체제 밖에 있다. 호텔롯데가 이들 회사의 주요 주주인데 그런 호텔롯데의 절대주주가 일본롯데홀딩스다. 롯데의 매출은 대부분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지분은 일본이 쥐고 있는 것이다.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호텔롯데가 아직은 외풍에 취약한 구조라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호텔롯데 상장 추진과 더불어 신 회장이 공을 들여온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2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롯데지알에스·롯데상사·롯데로지스틱스·한국후지필름·대홍기획의 투자 부문을 분할해 지주사에 합병할지를 의결한다. 롯데아이티테크는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신 회장 자신의 지분(10.41%)을 포함해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지분을 합쳐 롯데의 우호 지분은 43.88%가량 된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분할·합병 건은 지주회사 출범 이후 발생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것인 만큼 특별한 반대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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